[앵커&리포트] ‘빚 안 갚으려고…’ 회생 제도 악용

입력 2015.08.08 (21:15) 수정 2015.08.08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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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회생 제도'는 일정한 소득이 있지만 빚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을 위해 2004년 도입됐습니다.

빚을 갚아 나가겠다는 계획을 법원이 인가하면 빚의 상당 부분을 줄여줘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돕는 겁니다.

담보 없이 5억 원 이하, 담보가 있을 경우 10억 원 이하의 빚을 진 사람들이 신청하는 개인회생의 경우, 신청 건수가 지난 5년 새 배 이상 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3백억 원 이상의 재산을 숨긴 채 250억 원의 빚을 탕감받은 것으로 드러난 박성철 신원그룹 회장처럼 회생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신선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법원이 최근 이 모 씨에게 발송한 결정문입니다.

3천 8백만 원을 빌려준 친구에게 천 만원을 깎아주라는 내용입니다.

이 씨 친구의 개인 회생 신청이 받아들여져 일부 빚을 탕감해 주기로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씨는 친구가 빚을 갚지 않기 위해 소득을 숨기고 회생 신청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이00(채권자) : "남편이 350만원이라는 월급을 벌어요. 그리고 본인은 200만원 넘게 지금 월급을 받고 있고. 그러는 상황에서 이렇게 다 탕감을 시켜버리면..."

실제로 소득을 속여도 법원이 적발해 내긴 쉽지 않습니다.

개인회생은 대부분 실사 없이 서류만으로 인가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을 노려 소득을 숨기는 수법을 알려주는 전문 브로커까지 등장했습니다.

<녹취> 회생 전문 브로커 : "아시는 분의 사업장에서 직원으로 일을 하고있다고 작업을 걸어주셔야 되고요. 법원에서 실제로 여기서 일을 하고있는지 실사를 나오는 경우는 없고요."

2010년부터 4년간 개인회생이 받아들여진 비율은 약 80%에 이르는데, 소득을 숨긴 채 회생절차를 밟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김정은(회생 전문 변호사) : "엄격하게 심사를 하는 부분이 필요한데 그래야만 선의의 피해자인 채권자들을 보호하고 또 이 제도의 취지를 가장 잘 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개인회생의 사후 심사를 강화하고, 브로커에 대한 단속과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KBS 뉴스 신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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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리포트] ‘빚 안 갚으려고…’ 회생 제도 악용
    • 입력 2015-08-08 21:18:31
    • 수정2015-08-08 21:4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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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회생 제도'는 일정한 소득이 있지만 빚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을 위해 2004년 도입됐습니다.

빚을 갚아 나가겠다는 계획을 법원이 인가하면 빚의 상당 부분을 줄여줘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돕는 겁니다.

담보 없이 5억 원 이하, 담보가 있을 경우 10억 원 이하의 빚을 진 사람들이 신청하는 개인회생의 경우, 신청 건수가 지난 5년 새 배 이상 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3백억 원 이상의 재산을 숨긴 채 250억 원의 빚을 탕감받은 것으로 드러난 박성철 신원그룹 회장처럼 회생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신선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법원이 최근 이 모 씨에게 발송한 결정문입니다.

3천 8백만 원을 빌려준 친구에게 천 만원을 깎아주라는 내용입니다.

이 씨 친구의 개인 회생 신청이 받아들여져 일부 빚을 탕감해 주기로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씨는 친구가 빚을 갚지 않기 위해 소득을 숨기고 회생 신청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이00(채권자) : "남편이 350만원이라는 월급을 벌어요. 그리고 본인은 200만원 넘게 지금 월급을 받고 있고. 그러는 상황에서 이렇게 다 탕감을 시켜버리면..."

실제로 소득을 속여도 법원이 적발해 내긴 쉽지 않습니다.

개인회생은 대부분 실사 없이 서류만으로 인가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을 노려 소득을 숨기는 수법을 알려주는 전문 브로커까지 등장했습니다.

<녹취> 회생 전문 브로커 : "아시는 분의 사업장에서 직원으로 일을 하고있다고 작업을 걸어주셔야 되고요. 법원에서 실제로 여기서 일을 하고있는지 실사를 나오는 경우는 없고요."

2010년부터 4년간 개인회생이 받아들여진 비율은 약 80%에 이르는데, 소득을 숨긴 채 회생절차를 밟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김정은(회생 전문 변호사) : "엄격하게 심사를 하는 부분이 필요한데 그래야만 선의의 피해자인 채권자들을 보호하고 또 이 제도의 취지를 가장 잘 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개인회생의 사후 심사를 강화하고, 브로커에 대한 단속과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KBS 뉴스 신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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