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뢰 도발’ 언론 보도는?

입력 2015.08.16 (17:11) 수정 2015.08.1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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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광복 70년, 분단 70년을 맞아 남북관계 진전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만, 최근 남북관계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습니다.

비무장지대에서 지뢰가 폭발해 우리 군장병 2병이 크게 다쳤는데, 군당국은 조사결과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라고 발표했습니다.

우리 군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남북 합의로 11년간 중단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언론은 보다 냉정한 시각으로 사실에 바탕을 두고 보도를 해야 하지만, 추측성 기사와 오보도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최근 북한 관련 사안을 다루는 언론의 보도 태도를 짚어보겠습니다.

김진희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질문>

먼저,‘지뢰 폭발 사건’부터 좀 짚어볼까요?

발생은 지난 4일이었는데, 군 당국이 공식 발표한 건 지난 10일이었죠?

<답변>

네. 지난 4일에 이미 국방부는 지뢰 폭발 사건을 출입기자들에게 알렸습니다.

폭발 원인 등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관련 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고, 10일 공식발표가 이뤄졌습니다.

<리포트>

지뢰가 터지면서, 병사들이 충격에 쓰러집니다.

군 당국이 공개한 폭발 당시 모습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 수색대원 2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북한군이 지뢰를 매설하는 장면은 감시장비에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국방부는 폭발 잔해물이 북한군의 목함지뢰와 일치하고, 폭발지점도 남쪽에서 북쪽으로 내리막인 경사지라 떠내려왔을 가능성이 없고, 지뢰도 새것이라는 점을 들어 최근 북한이 설치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민석(국방부 대변인) : "이러한 다양한 증거는 최근에 북한이 설치한 지뢰이고, 따라서 비나 토사유실로 떠내려올, 오래된 지뢰일 가능성은 없다“

언론들은 이같은 북한의 행위를 비판했습니다.

<녹취> 조선일보(08.11.) : “북한의 휴전선 지뢰 도발은 제2의 천안함 폭침이다”

<녹취> 한겨레(08.11.) : “북쪽의 이런 행위는 정전협정과 남북불가침합의를 위반한 명백한 도발행위로 규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일부 종편과 일간지들은 추측성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방송 녹취> TV조선 뉴스쇼(08.10.) :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지뢰 매설은 김정은에게 잘보이려는 군부의 충성 경쟁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분석합니다. 서부전선을 관할하는 김상룡 인민군 2군단장이 지뢰 도발 당사자로 거론됩니다”

<방송 녹취> 채널 A(08.11.) : “이번 지뢰 매설은 김정은의 환심을 사려는 일선 군단장들이 벌인 '기획 도발'인 것으로 보입니다. 2 군단장과 5 군단장의 '충성 경쟁'을 최근 대장에 복귀한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유도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렇게 도발 주체를 놓고 추측성 보도가 넘쳐나고 있지만, 국방부는 당장에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김민석(국방부 대변인 / 08.11.) : “충성 경쟁에 의한 것이다. 또,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새로 대장이 되면서 벌인 기획극이다. 이런 보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그런 내용을 자세히 파악하기는 쉽지가 않고, 북한의 의도는 나중에 정부 당국에서 분석해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질문>

이런 정확치 않은 추측성 보도는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줄 뿐 아니라 남북 관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답변>

네. 북한의 지뢰도발 사건이 알려지기 전, 이희호 여사가 북한을 방문했었죠.

그런데, 일부 언론사의 추측성 기사로 북한이 방북 무산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6일, 김대중평화센터는 이희호 여사의 구체적인 방북 일정이 확정됐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성재(김대중평화센터 이사 / 전 문화부 장관) : “여사님의 건강이라든지 모든 것을 생각하셔서 항공으로 오시는 걸로 해서..”

그런데 채널A는 항공편을 이용하는 이유에 대해 해석을 더한 추측 보도를 했습니다.

<녹취> 채널A(07.06.) : “북측이 항공기 이용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적기 이용이 어려울 경우 '고려항공'을 보내주겠다면서 항공기 이용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새로 지은 '평양국제공항'을 남한에 보여주고 싶어서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틀 뒤, 북측은 이같은 보도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며, 이로 인해 이희호 여사의 방북이 무산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남한 정부가 일부 보수언론을 앞세워 북의 지도부가 평양국제공항을 선전하기 위해서라는 등 악담을 하고 있다며, 항공편을 제안한 이유는 평양-개성고속도로가 수리 중에 있는만큼 손님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처럼 도발을 계속 걸어온다면 모처럼 마련된 기회가 허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통일부 역시 북한이 언론 보도를 이유로 우리 정부까지 비난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인터뷰> 정영철(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 “남쪽의 언론보도로 인해 북한이 대응하는 이런 모습들이 많이 보여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남북간의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이런 점들이 남북관계를 개선하는데 있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그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보여집니다”

<질문>

늘 지적되는 것이지만, 북한 관련 보도에는 이런 추측성 기사를 넘어선 오보도 적지 않죠?

<답변>

네. 지난달 초, 아주 민감한 내용의 북한 관련 오보가 이어졌습니다.

북한 장성급 인사의 망명설이 우리 언론을 통해서 제기됐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일, 조선일보는 북한군 고위 장성의 망명 소식을 1면 머릿기사로 보도했습니다.

<녹취> 조선일보(07.02.) : “복수의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북한군 고위장성 1명도 최근 북한을 탈출해 제3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종편과 뉴스채널, 일간지와 인터넷매체 상당수가 이 기사를 인용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채널A는 탈북 고위 간부의 신원이 확인됐다며 단독 보도했고,

<방송 녹취> 채널A(07.03.) : “먼저 1차 남북 국방장관 회담 때 북한 측 차석 대표로 제주도에 왔던 박승원 인민군 상장인데요.고 황장엽 비서 이후 북한을 탈출한 최고위층 인사입니다”

이후, ‘박승원’ 의 이름을 밝힌 인용 보도들이 퍼져 나갔습니다.

관련 기사는 인터넷 언론을 통해 ‘박승원이 이미 한국에 들어와 정부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으로 확대 재생산됐습니다.

<녹취> 아시아엔(07.06.) : “북한 인민군 박승원 상장이 한국에 도착 후, 정보기관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승원 상장은 지난 4월 탈북 이후 주러시아 한국 대사관을 통해 망명을 신청해 현재 국내 정보기관의 심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계속된 망명 보도에 지난달 8일, 북한은 논평을 통해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습니다.

이는 모두 새빨간 거짓말로, 남한보수언론들이 탈북자 감투를 씌워놓은 해당 장성은 마식령스키장에서 건설현장을 지휘하고 있다며 적극 부인에 나선 겁니다.

박승원이 마식령스키장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담은 TV기록영화도 연이어 방송됐습니다.

이런 상황에 정부도 당혹스러워했습니다.

<녹취> 중앙일보(07.08.) : “통일부 간부는 “홍용표 장관이 대북 가뭄 지원을 카드로 돌파구를 만들려 하는데, 엉뚱한 추측성 보도로 헝클어지고 있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정부 내 대북 메시지 관리나 남북관계에도 불똥이 튄다는 얘기다”

결국, 북한 거물급 인사의 망명 오보는 북한 논평 다음날 통일부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식 확인하면서 일단락됐습니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실장) : “정부는 그것이(박승원 망명설)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먼저 알고 있었는데, 그것을 좀 더 빨리 언론에 알려줬다면 오보가 확산되지 않고 조기에 정리되었을 수 있을 겁니다. 언론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땐 정부가 조기에 바로잡는 그런 노력을 기울이는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부가 오보에 적극 대응하지 않아 확대재생산된 측면이 있다는 겁니다.

<질문>

그런데, 이렇게 끊임없이 잘못된 보도를 내보내는데엔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것 아닌가요?

<답변>

네. 사실 가장 근본적 이유는 북한의 폐쇄성으로 인해 정보 접근이 어렵다는건데요,

이 때문에 익명의 취재원들이 지나치게 많이 등장합니다.

<리포트>

<미디어인사이드>는 지난달 2일부터 7일까지 북한 고위인사 망명설을 자체 취재한 기사 19건의 취재원을 분석해 봤습니다.

여기 등장하는 전체 취재원은 27명. 이 가운데 실명은 5명이고, 22명이 익명의 취재원이었습니다.

그 중 ‘대북소식통’이 18명으로 가장 많고, 정보당국 3명, 대북 민간단체 1명 순이었습니다.

또, 2중, 3중의 검증 노력 없이 단 한 명의 대북소식통에 의지한 단독, 특종기사도 적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진희(전 AP통신 평양지국장) : “남한의 어떤 기사는 출처가 하나뿐이고 기자들이 그 정보를 얻었는지가 불분명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기사의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북한 관련 기사는 적어도 2개 이상의 출처를 포함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취재기자가 자신이 제공하는 정보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또, 북한과 관련해서는 추측성 보도나 오보를 해도 정정이나 사과보도의 책임을 묻는 일이 거의 없다는 이유로, 언론들이‘아니면 말고’식의 보도를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입니다.

<클로징>

북한에 대한 잘못된 언론 보도는 양측의 대화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등 남북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언론이 진정으로 통일을 원하고 남북 관계 개선을 바란다면, 북한 관련 보도에 보다 신중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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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지뢰 도발’ 언론 보도는?
    • 입력 2015-08-16 17:23:13
    • 수정2015-08-16 17:45:23
    미디어 인사이드
<앵커 멘트>

광복 70년, 분단 70년을 맞아 남북관계 진전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만, 최근 남북관계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습니다.

비무장지대에서 지뢰가 폭발해 우리 군장병 2병이 크게 다쳤는데, 군당국은 조사결과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라고 발표했습니다.

우리 군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남북 합의로 11년간 중단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언론은 보다 냉정한 시각으로 사실에 바탕을 두고 보도를 해야 하지만, 추측성 기사와 오보도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최근 북한 관련 사안을 다루는 언론의 보도 태도를 짚어보겠습니다.

김진희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질문>

먼저,‘지뢰 폭발 사건’부터 좀 짚어볼까요?

발생은 지난 4일이었는데, 군 당국이 공식 발표한 건 지난 10일이었죠?

<답변>

네. 지난 4일에 이미 국방부는 지뢰 폭발 사건을 출입기자들에게 알렸습니다.

폭발 원인 등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관련 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고, 10일 공식발표가 이뤄졌습니다.

<리포트>

지뢰가 터지면서, 병사들이 충격에 쓰러집니다.

군 당국이 공개한 폭발 당시 모습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 수색대원 2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북한군이 지뢰를 매설하는 장면은 감시장비에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국방부는 폭발 잔해물이 북한군의 목함지뢰와 일치하고, 폭발지점도 남쪽에서 북쪽으로 내리막인 경사지라 떠내려왔을 가능성이 없고, 지뢰도 새것이라는 점을 들어 최근 북한이 설치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민석(국방부 대변인) : "이러한 다양한 증거는 최근에 북한이 설치한 지뢰이고, 따라서 비나 토사유실로 떠내려올, 오래된 지뢰일 가능성은 없다“

언론들은 이같은 북한의 행위를 비판했습니다.

<녹취> 조선일보(08.11.) : “북한의 휴전선 지뢰 도발은 제2의 천안함 폭침이다”

<녹취> 한겨레(08.11.) : “북쪽의 이런 행위는 정전협정과 남북불가침합의를 위반한 명백한 도발행위로 규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일부 종편과 일간지들은 추측성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방송 녹취> TV조선 뉴스쇼(08.10.) :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지뢰 매설은 김정은에게 잘보이려는 군부의 충성 경쟁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분석합니다. 서부전선을 관할하는 김상룡 인민군 2군단장이 지뢰 도발 당사자로 거론됩니다”

<방송 녹취> 채널 A(08.11.) : “이번 지뢰 매설은 김정은의 환심을 사려는 일선 군단장들이 벌인 '기획 도발'인 것으로 보입니다. 2 군단장과 5 군단장의 '충성 경쟁'을 최근 대장에 복귀한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유도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렇게 도발 주체를 놓고 추측성 보도가 넘쳐나고 있지만, 국방부는 당장에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김민석(국방부 대변인 / 08.11.) : “충성 경쟁에 의한 것이다. 또,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새로 대장이 되면서 벌인 기획극이다. 이런 보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그런 내용을 자세히 파악하기는 쉽지가 않고, 북한의 의도는 나중에 정부 당국에서 분석해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질문>

이런 정확치 않은 추측성 보도는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줄 뿐 아니라 남북 관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답변>

네. 북한의 지뢰도발 사건이 알려지기 전, 이희호 여사가 북한을 방문했었죠.

그런데, 일부 언론사의 추측성 기사로 북한이 방북 무산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6일, 김대중평화센터는 이희호 여사의 구체적인 방북 일정이 확정됐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성재(김대중평화센터 이사 / 전 문화부 장관) : “여사님의 건강이라든지 모든 것을 생각하셔서 항공으로 오시는 걸로 해서..”

그런데 채널A는 항공편을 이용하는 이유에 대해 해석을 더한 추측 보도를 했습니다.

<녹취> 채널A(07.06.) : “북측이 항공기 이용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적기 이용이 어려울 경우 '고려항공'을 보내주겠다면서 항공기 이용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새로 지은 '평양국제공항'을 남한에 보여주고 싶어서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틀 뒤, 북측은 이같은 보도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며, 이로 인해 이희호 여사의 방북이 무산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남한 정부가 일부 보수언론을 앞세워 북의 지도부가 평양국제공항을 선전하기 위해서라는 등 악담을 하고 있다며, 항공편을 제안한 이유는 평양-개성고속도로가 수리 중에 있는만큼 손님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처럼 도발을 계속 걸어온다면 모처럼 마련된 기회가 허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통일부 역시 북한이 언론 보도를 이유로 우리 정부까지 비난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인터뷰> 정영철(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 “남쪽의 언론보도로 인해 북한이 대응하는 이런 모습들이 많이 보여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남북간의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이런 점들이 남북관계를 개선하는데 있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그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보여집니다”

<질문>

늘 지적되는 것이지만, 북한 관련 보도에는 이런 추측성 기사를 넘어선 오보도 적지 않죠?

<답변>

네. 지난달 초, 아주 민감한 내용의 북한 관련 오보가 이어졌습니다.

북한 장성급 인사의 망명설이 우리 언론을 통해서 제기됐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일, 조선일보는 북한군 고위 장성의 망명 소식을 1면 머릿기사로 보도했습니다.

<녹취> 조선일보(07.02.) : “복수의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북한군 고위장성 1명도 최근 북한을 탈출해 제3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종편과 뉴스채널, 일간지와 인터넷매체 상당수가 이 기사를 인용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채널A는 탈북 고위 간부의 신원이 확인됐다며 단독 보도했고,

<방송 녹취> 채널A(07.03.) : “먼저 1차 남북 국방장관 회담 때 북한 측 차석 대표로 제주도에 왔던 박승원 인민군 상장인데요.고 황장엽 비서 이후 북한을 탈출한 최고위층 인사입니다”

이후, ‘박승원’ 의 이름을 밝힌 인용 보도들이 퍼져 나갔습니다.

관련 기사는 인터넷 언론을 통해 ‘박승원이 이미 한국에 들어와 정부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으로 확대 재생산됐습니다.

<녹취> 아시아엔(07.06.) : “북한 인민군 박승원 상장이 한국에 도착 후, 정보기관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승원 상장은 지난 4월 탈북 이후 주러시아 한국 대사관을 통해 망명을 신청해 현재 국내 정보기관의 심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계속된 망명 보도에 지난달 8일, 북한은 논평을 통해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습니다.

이는 모두 새빨간 거짓말로, 남한보수언론들이 탈북자 감투를 씌워놓은 해당 장성은 마식령스키장에서 건설현장을 지휘하고 있다며 적극 부인에 나선 겁니다.

박승원이 마식령스키장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담은 TV기록영화도 연이어 방송됐습니다.

이런 상황에 정부도 당혹스러워했습니다.

<녹취> 중앙일보(07.08.) : “통일부 간부는 “홍용표 장관이 대북 가뭄 지원을 카드로 돌파구를 만들려 하는데, 엉뚱한 추측성 보도로 헝클어지고 있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정부 내 대북 메시지 관리나 남북관계에도 불똥이 튄다는 얘기다”

결국, 북한 거물급 인사의 망명 오보는 북한 논평 다음날 통일부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식 확인하면서 일단락됐습니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실장) : “정부는 그것이(박승원 망명설)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먼저 알고 있었는데, 그것을 좀 더 빨리 언론에 알려줬다면 오보가 확산되지 않고 조기에 정리되었을 수 있을 겁니다. 언론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땐 정부가 조기에 바로잡는 그런 노력을 기울이는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부가 오보에 적극 대응하지 않아 확대재생산된 측면이 있다는 겁니다.

<질문>

그런데, 이렇게 끊임없이 잘못된 보도를 내보내는데엔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것 아닌가요?

<답변>

네. 사실 가장 근본적 이유는 북한의 폐쇄성으로 인해 정보 접근이 어렵다는건데요,

이 때문에 익명의 취재원들이 지나치게 많이 등장합니다.

<리포트>

<미디어인사이드>는 지난달 2일부터 7일까지 북한 고위인사 망명설을 자체 취재한 기사 19건의 취재원을 분석해 봤습니다.

여기 등장하는 전체 취재원은 27명. 이 가운데 실명은 5명이고, 22명이 익명의 취재원이었습니다.

그 중 ‘대북소식통’이 18명으로 가장 많고, 정보당국 3명, 대북 민간단체 1명 순이었습니다.

또, 2중, 3중의 검증 노력 없이 단 한 명의 대북소식통에 의지한 단독, 특종기사도 적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진희(전 AP통신 평양지국장) : “남한의 어떤 기사는 출처가 하나뿐이고 기자들이 그 정보를 얻었는지가 불분명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기사의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북한 관련 기사는 적어도 2개 이상의 출처를 포함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취재기자가 자신이 제공하는 정보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또, 북한과 관련해서는 추측성 보도나 오보를 해도 정정이나 사과보도의 책임을 묻는 일이 거의 없다는 이유로, 언론들이‘아니면 말고’식의 보도를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입니다.

<클로징>

북한에 대한 잘못된 언론 보도는 양측의 대화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등 남북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언론이 진정으로 통일을 원하고 남북 관계 개선을 바란다면, 북한 관련 보도에 보다 신중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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