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달리는 차에 지팡이 ‘슬쩍’…고의사고 주의

입력 2015.08.19 (08:31) 수정 2015.08.1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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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멀쩡한 승용차에 다가가 일부러 교통사고를 야기한 다음, 합의금을 요구하는 이른바 ‘자해 공갈단’ 얘기 많이 들어 보셨을겁니다.

보통은 신체가 튼튼한 젊은 남성이 위험을 무릅쓰고 차에 뛰어든다든지 하는 범행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런데 알고 봤더니 젊은 사람들만 이런일을 하는게 아니었습니다.

지나가는 자동차 바퀴에 슬쩍 지팡이를 밀어 넣은 다음, 망가진 지팡이 값을 물어내라고 한 60대 남성들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수법도 꽤 치밀했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따라가보겠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양평에 있는 한적한 골목길입니다.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주 화요일 오전 11시쯤.

모자를 쓴 60대 남성이, 오른손에 철제 지팡이를 쥐고 골목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잠시 뒤, 마주 보던 두 대의 승용차가 서로를 비껴가려던 순간.

남성의 지팡이가 그만 자동차 바퀴에 끼어 파손이 되고 맙니다.

<인터뷰> 이규찬(경사/경기 양평경찰서 경제팀) : "(운전자 말이) 분명 운전할 때는 그분을 발견하고 서행하며 옆으로 갔는데 ‘퍽’ 소리 나서 내려 보니까 지팡이가 부러져 있었다."

황급히 차에서 내려 보행자에게 다가가는 운전자.

지팡이를 든 노인이 부상을 당하지 않았는지, 우려하는 눈빛이 역력합니다.

다행히, 보행자는 다치지 않았습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천만다행이라고 서로 운이 좋은 거라고 선생님도 그렇지만 운이 좋은 거라고 다리라도 부러졌으면 어쩔 뻔했냐고"

그런데, 사고를 당했다는 남성이 곧바로 운전자에게 요구한 게 있었습니다.

바로 지팡이값.

부러진 지팡이는 값비싼 특수 지팡이라며, 변상할 것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그분(보행자)이 그러더라고요. 이 지팡이는 장애인용 특수 지팡이래요. 그래서 값이 얼마나 되냐니까 15만 원이라고 하더라고요."

똑같은 지팡이를 사주겠다는 제안에도 불구하고, 한사코 현금만을 고집하는 남성.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지팡이 파는데 많잖아요. 사 드린다고 했더니 정색을 하시는 거예요. 그러지 말고 현찰로 달라고"

그래도 보행자가 다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 운전자는 남성이 요구한 금액에 웃돈까지 얹어 순순히 건네줬습니다.

<인터뷰> 이규찬(경사/경기 양평경찰서 경제팀) : "17만 원 건네줬습니다. 원래 요구한 금액은 15만 원 정도였는데요. 피해자께서 노인분이고 또 장애인인 것 같으니까 밥값 하시라고 추가로 2만 원을 더 드린 겁니다."

그렇게 사고를 수습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런데, 운전자의 머릿속에 무언가 찜찜한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인터뷰> 신동선(팀장/경기 양평경찰서 지능범죄팀) : "분명히 좁은 길을 서행했는데 ‘이건 충분히 사람을 피해서 갈 수 있겠구나.’ 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쿵’ 소리가 날 것 아닙니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아, 이건 고의로 내가 피해를 본 것 같다.’"

정말 운전자는 고의적인 사기에 당한걸까?

운전자의 예감이 맞는지, CCTV를 돌려보겠습니다.

사고가 나기 몇 분 전.

어찌 된 일인지 사고를 당한 바로 그 남성이 똑같은 지팡이를 들고, 똑같은 위치를 배회하고 있습니다.

잠시 뒤 남성 쪽으로 다가오는 검정색 승용차.

기다렸다는 듯이 차량 가까이로 다가가더니 아까와 똑같은 방법으로, 차 아래에 지팡이를 슬쩍 집어 넣습니다.

하지만, 사고를 인지하지 못한 승용차가 그대로 지나쳐가고, 남성은 허탈한 듯 차량의 뒤꽁무니만 쳐다봅니다.

그러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휘어진 지팡이를 펴고는 다시 주변을 두리번거립니다.

<인터뷰> 신동선(팀장/경기 양평경찰서 지능범죄팀) : "동일한 장소에서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던 거죠. 아! 이건 교통사고가 아닌 일부러 피해 합의금을 받아 낼 의도로 이런 사기 행각을 한 것이다."

합의금을 노린 사기 사건으로 판단한 경찰은 CCTV를 좀 더 면밀히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더 발견됩니다.

어딘가를 보고 열심히 손짓을 해대는 남성.

혹시 다른 공범이 더 있는 건 아닐까?

있었습니다.

첫 번째 사고에서도, 그리고 두 번째 사고에서도 차량만 지나가면 어김없이 반대편에서 나타나는 은색 차량.

<인터뷰> 신동선(팀장/경기 양평경찰서 지능범죄팀) : "10여 분 정도 CCTV를 면밀히 관찰했습니다. 관찰하다 보니까 수상한 차량이 계속 왔다 갔다 반복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알고 봤더니, 이 은색 차량은 목표 차량이 지팡이와 좀 더 가깝게 붙게해, 범행의 성공률을 높이는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생각보다 수법이 치밀했던겁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운전자 말이) 이상하게 차 한 대가 붙더래요. 이리 와도 되는데 붙더라는 거야. 민 거죠. 차를, 형님은 이쪽에 차가오니까 이렇게 오다가 자꾸 이쪽 붙은 거죠."

경찰은 번호판이 찍힌 이 은색 용의 차량을 추적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CCTV에 등장하는 2명의 60대 피의자를 검거합니다.

이들이 타던 은색 차량의 트렁크에서는 같은 지팡이 부품이 무려 19개나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신동선(팀장/경기 양평경찰서 지능범죄팀) : "일단 차부터 저희가 확인했고요. 뒷좌석에는 동일한 지팡이(부품)가 19개 정도 발견이 됐어요. 그래서 아! 이것은 범행을 저지르기 위한 행동이었구나."

경찰이 조사했더니, 이들은 이전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처벌을 받은 적이 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신동선(팀장/경기 양평경찰서 지능범죄팀) : "확인한 결과 십여 년 전부터 청주, 대전, 대구, 서울, 전국에서 발생이 된 사건입니다. 20여 건 정도 동일 수법으로 이런 사기행각을 벌여서 처벌을 받고 출소하자마자 또 이런 범행을 계속 했던 겁니다."

지금 보시는 건, 인터넷 커뮤니티와 동영상 공유 사이트 등에 이른바 ‘자해 공갈’로 의심된다며 올라오는 블랙박스 영상입니다.

수법도 점점 더 다양하고, 치밀해지고 있는데요.

가장 주의해야 할 건 이런 겁니다.

<인터뷰> 한문철(변호사) : "현금을 달라고 그러죠. 사고 났을 때 현금을 달라면 일단 의심을 해야 됩니다. 내가 잘 가는데 정상적으로 오던 사람이 일부러 그런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이 들 때는 ‘경찰에 신고하겠다, 경찰에 같이 가겠다.’라고 얘기하면 경찰에 같이 가자는 그 말 자체로 상대편이 ‘아 됐어요.’ 하고 그냥 가는 경우가 상당히 있을 거고요."

경찰은 검거된 60대 남성 2명 가운데 주범을 상습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피해가 더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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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달리는 차에 지팡이 ‘슬쩍’…고의사고 주의
    • 입력 2015-08-19 08:33:03
    • 수정2015-08-19 09: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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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멀쩡한 승용차에 다가가 일부러 교통사고를 야기한 다음, 합의금을 요구하는 이른바 ‘자해 공갈단’ 얘기 많이 들어 보셨을겁니다.

보통은 신체가 튼튼한 젊은 남성이 위험을 무릅쓰고 차에 뛰어든다든지 하는 범행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런데 알고 봤더니 젊은 사람들만 이런일을 하는게 아니었습니다.

지나가는 자동차 바퀴에 슬쩍 지팡이를 밀어 넣은 다음, 망가진 지팡이 값을 물어내라고 한 60대 남성들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수법도 꽤 치밀했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따라가보겠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양평에 있는 한적한 골목길입니다.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주 화요일 오전 11시쯤.

모자를 쓴 60대 남성이, 오른손에 철제 지팡이를 쥐고 골목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잠시 뒤, 마주 보던 두 대의 승용차가 서로를 비껴가려던 순간.

남성의 지팡이가 그만 자동차 바퀴에 끼어 파손이 되고 맙니다.

<인터뷰> 이규찬(경사/경기 양평경찰서 경제팀) : "(운전자 말이) 분명 운전할 때는 그분을 발견하고 서행하며 옆으로 갔는데 ‘퍽’ 소리 나서 내려 보니까 지팡이가 부러져 있었다."

황급히 차에서 내려 보행자에게 다가가는 운전자.

지팡이를 든 노인이 부상을 당하지 않았는지, 우려하는 눈빛이 역력합니다.

다행히, 보행자는 다치지 않았습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천만다행이라고 서로 운이 좋은 거라고 선생님도 그렇지만 운이 좋은 거라고 다리라도 부러졌으면 어쩔 뻔했냐고"

그런데, 사고를 당했다는 남성이 곧바로 운전자에게 요구한 게 있었습니다.

바로 지팡이값.

부러진 지팡이는 값비싼 특수 지팡이라며, 변상할 것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그분(보행자)이 그러더라고요. 이 지팡이는 장애인용 특수 지팡이래요. 그래서 값이 얼마나 되냐니까 15만 원이라고 하더라고요."

똑같은 지팡이를 사주겠다는 제안에도 불구하고, 한사코 현금만을 고집하는 남성.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지팡이 파는데 많잖아요. 사 드린다고 했더니 정색을 하시는 거예요. 그러지 말고 현찰로 달라고"

그래도 보행자가 다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 운전자는 남성이 요구한 금액에 웃돈까지 얹어 순순히 건네줬습니다.

<인터뷰> 이규찬(경사/경기 양평경찰서 경제팀) : "17만 원 건네줬습니다. 원래 요구한 금액은 15만 원 정도였는데요. 피해자께서 노인분이고 또 장애인인 것 같으니까 밥값 하시라고 추가로 2만 원을 더 드린 겁니다."

그렇게 사고를 수습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런데, 운전자의 머릿속에 무언가 찜찜한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인터뷰> 신동선(팀장/경기 양평경찰서 지능범죄팀) : "분명히 좁은 길을 서행했는데 ‘이건 충분히 사람을 피해서 갈 수 있겠구나.’ 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쿵’ 소리가 날 것 아닙니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아, 이건 고의로 내가 피해를 본 것 같다.’"

정말 운전자는 고의적인 사기에 당한걸까?

운전자의 예감이 맞는지, CCTV를 돌려보겠습니다.

사고가 나기 몇 분 전.

어찌 된 일인지 사고를 당한 바로 그 남성이 똑같은 지팡이를 들고, 똑같은 위치를 배회하고 있습니다.

잠시 뒤 남성 쪽으로 다가오는 검정색 승용차.

기다렸다는 듯이 차량 가까이로 다가가더니 아까와 똑같은 방법으로, 차 아래에 지팡이를 슬쩍 집어 넣습니다.

하지만, 사고를 인지하지 못한 승용차가 그대로 지나쳐가고, 남성은 허탈한 듯 차량의 뒤꽁무니만 쳐다봅니다.

그러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휘어진 지팡이를 펴고는 다시 주변을 두리번거립니다.

<인터뷰> 신동선(팀장/경기 양평경찰서 지능범죄팀) : "동일한 장소에서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던 거죠. 아! 이건 교통사고가 아닌 일부러 피해 합의금을 받아 낼 의도로 이런 사기 행각을 한 것이다."

합의금을 노린 사기 사건으로 판단한 경찰은 CCTV를 좀 더 면밀히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더 발견됩니다.

어딘가를 보고 열심히 손짓을 해대는 남성.

혹시 다른 공범이 더 있는 건 아닐까?

있었습니다.

첫 번째 사고에서도, 그리고 두 번째 사고에서도 차량만 지나가면 어김없이 반대편에서 나타나는 은색 차량.

<인터뷰> 신동선(팀장/경기 양평경찰서 지능범죄팀) : "10여 분 정도 CCTV를 면밀히 관찰했습니다. 관찰하다 보니까 수상한 차량이 계속 왔다 갔다 반복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알고 봤더니, 이 은색 차량은 목표 차량이 지팡이와 좀 더 가깝게 붙게해, 범행의 성공률을 높이는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생각보다 수법이 치밀했던겁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운전자 말이) 이상하게 차 한 대가 붙더래요. 이리 와도 되는데 붙더라는 거야. 민 거죠. 차를, 형님은 이쪽에 차가오니까 이렇게 오다가 자꾸 이쪽 붙은 거죠."

경찰은 번호판이 찍힌 이 은색 용의 차량을 추적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CCTV에 등장하는 2명의 60대 피의자를 검거합니다.

이들이 타던 은색 차량의 트렁크에서는 같은 지팡이 부품이 무려 19개나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신동선(팀장/경기 양평경찰서 지능범죄팀) : "일단 차부터 저희가 확인했고요. 뒷좌석에는 동일한 지팡이(부품)가 19개 정도 발견이 됐어요. 그래서 아! 이것은 범행을 저지르기 위한 행동이었구나."

경찰이 조사했더니, 이들은 이전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처벌을 받은 적이 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신동선(팀장/경기 양평경찰서 지능범죄팀) : "확인한 결과 십여 년 전부터 청주, 대전, 대구, 서울, 전국에서 발생이 된 사건입니다. 20여 건 정도 동일 수법으로 이런 사기행각을 벌여서 처벌을 받고 출소하자마자 또 이런 범행을 계속 했던 겁니다."

지금 보시는 건, 인터넷 커뮤니티와 동영상 공유 사이트 등에 이른바 ‘자해 공갈’로 의심된다며 올라오는 블랙박스 영상입니다.

수법도 점점 더 다양하고, 치밀해지고 있는데요.

가장 주의해야 할 건 이런 겁니다.

<인터뷰> 한문철(변호사) : "현금을 달라고 그러죠. 사고 났을 때 현금을 달라면 일단 의심을 해야 됩니다. 내가 잘 가는데 정상적으로 오던 사람이 일부러 그런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이 들 때는 ‘경찰에 신고하겠다, 경찰에 같이 가겠다.’라고 얘기하면 경찰에 같이 가자는 그 말 자체로 상대편이 ‘아 됐어요.’ 하고 그냥 가는 경우가 상당히 있을 거고요."

경찰은 검거된 60대 남성 2명 가운데 주범을 상습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피해가 더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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