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물을 정화? 엉터리 시설에 수백억 ‘펑펑’

입력 2015.08.22 (21:37) 수정 2015.08.22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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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공장이나 축사 같은 뚜렷한 오염원은 없지만, 농지나 도로에서 흘러가는 토사와 영양물질로 수질이 나빠지는 걸 '비점 오염'이라고 합니다.

전국 곳곳에 이 비점 오염을 막기 위한 시설이 있는데, 도대체 왜 돈 들여 만든건지 이해가 안 가는 곳이 많습니다.

정성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남한강 상류의 토사나 영양물질 등 이른바 비점오염물질을 줄이려고 34억원을 들여 설치한 인공습지입니다.

높낮이가 다른 습지에 갈대나 창포, 억새를 심어 오염된 물을 정화해 내보냅니다.

그런데 분석을 해 보니, 정화하기 전 수질의 부유 물질은 '매우 좋음', 녹조의 주요 원인 물질도 '약간 좋음'으로, 저감 시설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맑은 물이었습니다.

<녹취> 원주지방환경청 관계자(음성변조) : "낮은 농도라고 하더라도 (저감 시설을) 추가적으로 설치해서 더 줄어들 수 있으면 의미는 있다고 볼 수 있거든요."

문제는 설계할 때부터 이미 맑은 물이 유입될 것으로 예측됐다는 점입니다.

전남 보성과 화순의 생태 습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모니터링이 이뤄지는 전국의 비점 오염 저감 시설은 16곳.

이 가운데 부유 물질이 거의 없는, 맑은 물이 유입되는 시설은 절반인 8곳에 달했습니다.

부유 물질 처리 효율이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설도 5곳이나 됐습니다.

<녹취> 환경부 관계자(음성변조) : "처음에 할 때는 그런 것들이 사전 조사가 충분히 잘 안 이뤄진 측면이 있죠."

<인터뷰> 주영순(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 : "정밀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후, 적재적소에 시설을 설치해 비점오염원을 저감시켜야 할 것입니다."

환경부가 이 같은 오염 저감 시설 16곳을 만드는 데 들어간 예산은 모두 547억원에 이릅니다.

KBS 뉴스 정성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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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깨끗한 물을 정화? 엉터리 시설에 수백억 ‘펑펑’
    • 입력 2015-08-22 21:41:32
    • 수정2015-08-22 22:2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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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공장이나 축사 같은 뚜렷한 오염원은 없지만, 농지나 도로에서 흘러가는 토사와 영양물질로 수질이 나빠지는 걸 '비점 오염'이라고 합니다.

전국 곳곳에 이 비점 오염을 막기 위한 시설이 있는데, 도대체 왜 돈 들여 만든건지 이해가 안 가는 곳이 많습니다.

정성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남한강 상류의 토사나 영양물질 등 이른바 비점오염물질을 줄이려고 34억원을 들여 설치한 인공습지입니다.

높낮이가 다른 습지에 갈대나 창포, 억새를 심어 오염된 물을 정화해 내보냅니다.

그런데 분석을 해 보니, 정화하기 전 수질의 부유 물질은 '매우 좋음', 녹조의 주요 원인 물질도 '약간 좋음'으로, 저감 시설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맑은 물이었습니다.

<녹취> 원주지방환경청 관계자(음성변조) : "낮은 농도라고 하더라도 (저감 시설을) 추가적으로 설치해서 더 줄어들 수 있으면 의미는 있다고 볼 수 있거든요."

문제는 설계할 때부터 이미 맑은 물이 유입될 것으로 예측됐다는 점입니다.

전남 보성과 화순의 생태 습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모니터링이 이뤄지는 전국의 비점 오염 저감 시설은 16곳.

이 가운데 부유 물질이 거의 없는, 맑은 물이 유입되는 시설은 절반인 8곳에 달했습니다.

부유 물질 처리 효율이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설도 5곳이나 됐습니다.

<녹취> 환경부 관계자(음성변조) : "처음에 할 때는 그런 것들이 사전 조사가 충분히 잘 안 이뤄진 측면이 있죠."

<인터뷰> 주영순(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 : "정밀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후, 적재적소에 시설을 설치해 비점오염원을 저감시켜야 할 것입니다."

환경부가 이 같은 오염 저감 시설 16곳을 만드는 데 들어간 예산은 모두 547억원에 이릅니다.

KBS 뉴스 정성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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