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시간의 협상…뒷얘기도

입력 2015.08.26 (12:06) 수정 2015.08.2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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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협상 타결 직후 대표단의 모습입니다.

굳은 표정이었던 첫 대면 때와는 대조적입니다.

남북이 섞여 서서 기념 촬영도 했습니다.

1차 접촉 9시간 45분 2차 접촉 33시간 25분 전체 협상 4번을 포함한 24차례의 회의 양쪽 모두에게 피 말리는 43시간의 협상이었습니다.

회담은 시작부터 난관이었습니다. 김관진 실장이 지뢰 도발부터 사과하라고 요구하자, 황 국장은 "왜 지난 얘길 하느냐"며 과거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앞으로의 관계를 논의하자고 맞섰고 이에 김 실장은 "젊은이 둘이 다쳤는데 그게 어떻게 옛날 얘기냐"며 목청을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전군을 지휘한 사람"이라며 도발에 대한 사진 자료를 꺼내놓고 북한을 압박하기 시작했고, 이에 북측이 전쟁을 운운하며 한때 고성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공전하던 협상은 양측 수석대표 간 1대1 비공개 담판을 거치며 조금씩 접점을 찾아갔습니다.

특히 황 국장은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 와서 대화에 나선다는 걸 잘 이해해 달라"며 "잘 풀기 위해서 왔다"고 말했고 결국 협상은 그 말대로 됐습니다.

길고 긴 협상이었지만 대표단 4명은 밥 한 번 같이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북측은 회담장에서 걸어서 2분 거리인 통일각에서 짧은 휴식과 식사를, 우리 측은 회담장인 평화의 집에서 소파 쪽잠을 자고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유례를 찾기 힘든 기록적 회담이었던 만큼 이번 고위급 접촉은 숱한 뒷얘기를 남기고 있습니다.

회담에 참여한 홍용표 통일부 장관에게 직접 들어봤습니다.

계속해서 유광석 기자입니다.

<리포트>

홍용표 장관은 최근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대화가 열렸던 만큼 매 순간이 고비였고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책임을 강력히 부인하는 북한을 설득해 사과를 받아내는 일이었다고 꼽았습니다.

<녹취> 홍용표(통일부 장관) : "북한의 시인과 사과를 받아내기 위한 그런 과정이 어떻게 보면 길기도 했고, 가장 어려웠던 순간입니다."

4일 동안 협상시간만 43시간, 체력은 물론 정신력이 더 중요했다고 털어놓습니다.

<녹취> "계속 실내에 있다보니까 밤낮의 구분도 없었고 밤에도 회담이 열리는 경우도 있어서 편히 잘 수는 없었고요."

반복되는 정회 시간에도 쉴 수는 없었고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는 데 골몰했다고 합니다.

<녹취> "북한의 발언들에 담긴 내용, 그쪽에서 제시한 안건의 의미, 거기에 대한 우리의 대응책들을 계속 협의를 하고.."

회담 상대가 북한군 서열 1위와 대남정책 총괄자였던 만큼 회담에 임하는 부담감도 남달랐다고 합니다.

<녹취> "확실히 기존에 남북대화에 나왔던 다른 대표단보다는 좀 힘이 있다. 이런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10월에 이어 두번째로 만나다 보니 황병서와 김양건이란 인물을 좀 더 알 수 있는 기회였다며, 회담 중간에는 남북관계 발전에 앞장서 보자는 얘기도 나눴다고 전했습니다.

KBS 뉴스 유광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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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3시간의 협상…뒷얘기도
    • 입력 2015-08-26 12:10:38
    • 수정2015-08-26 13:36:55
    뉴스 12
<앵커 멘트> 협상 타결 직후 대표단의 모습입니다. 굳은 표정이었던 첫 대면 때와는 대조적입니다. 남북이 섞여 서서 기념 촬영도 했습니다. 1차 접촉 9시간 45분 2차 접촉 33시간 25분 전체 협상 4번을 포함한 24차례의 회의 양쪽 모두에게 피 말리는 43시간의 협상이었습니다. 회담은 시작부터 난관이었습니다. 김관진 실장이 지뢰 도발부터 사과하라고 요구하자, 황 국장은 "왜 지난 얘길 하느냐"며 과거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앞으로의 관계를 논의하자고 맞섰고 이에 김 실장은 "젊은이 둘이 다쳤는데 그게 어떻게 옛날 얘기냐"며 목청을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전군을 지휘한 사람"이라며 도발에 대한 사진 자료를 꺼내놓고 북한을 압박하기 시작했고, 이에 북측이 전쟁을 운운하며 한때 고성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공전하던 협상은 양측 수석대표 간 1대1 비공개 담판을 거치며 조금씩 접점을 찾아갔습니다. 특히 황 국장은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 와서 대화에 나선다는 걸 잘 이해해 달라"며 "잘 풀기 위해서 왔다"고 말했고 결국 협상은 그 말대로 됐습니다. 길고 긴 협상이었지만 대표단 4명은 밥 한 번 같이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북측은 회담장에서 걸어서 2분 거리인 통일각에서 짧은 휴식과 식사를, 우리 측은 회담장인 평화의 집에서 소파 쪽잠을 자고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유례를 찾기 힘든 기록적 회담이었던 만큼 이번 고위급 접촉은 숱한 뒷얘기를 남기고 있습니다. 회담에 참여한 홍용표 통일부 장관에게 직접 들어봤습니다. 계속해서 유광석 기자입니다. <리포트> 홍용표 장관은 최근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대화가 열렸던 만큼 매 순간이 고비였고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책임을 강력히 부인하는 북한을 설득해 사과를 받아내는 일이었다고 꼽았습니다. <녹취> 홍용표(통일부 장관) : "북한의 시인과 사과를 받아내기 위한 그런 과정이 어떻게 보면 길기도 했고, 가장 어려웠던 순간입니다." 4일 동안 협상시간만 43시간, 체력은 물론 정신력이 더 중요했다고 털어놓습니다. <녹취> "계속 실내에 있다보니까 밤낮의 구분도 없었고 밤에도 회담이 열리는 경우도 있어서 편히 잘 수는 없었고요." 반복되는 정회 시간에도 쉴 수는 없었고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는 데 골몰했다고 합니다. <녹취> "북한의 발언들에 담긴 내용, 그쪽에서 제시한 안건의 의미, 거기에 대한 우리의 대응책들을 계속 협의를 하고.." 회담 상대가 북한군 서열 1위와 대남정책 총괄자였던 만큼 회담에 임하는 부담감도 남달랐다고 합니다. <녹취> "확실히 기존에 남북대화에 나왔던 다른 대표단보다는 좀 힘이 있다. 이런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10월에 이어 두번째로 만나다 보니 황병서와 김양건이란 인물을 좀 더 알 수 있는 기회였다며, 회담 중간에는 남북관계 발전에 앞장서 보자는 얘기도 나눴다고 전했습니다. KBS 뉴스 유광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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