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방화’에 ‘중계 영상’까지…중학생이 왜?

입력 2015.09.03 (08:32) 수정 2015.09.03 (09:0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멘트>

교실 창문과 출입문이 이렇게 모두 날아가버렸습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실인데요, 교실 안에서 부탄가스가 터져 이런 아수라장이 되고 만겁니다.

다행히, 체육시간이어서 다친 학생은 없었지만, 하마터면 큰 참사로 이어질 뻔 했습니다.

이미 보도를 보신 분들도 많으시겠습니다만, 이 폭발은 과거 이 학교에 다녔던 중학생이 저지른 일로 밝혔습니다.

자신의 행동을 중계하듯 촬영까지 해 공개한 학생.

대체 왜 이런 일을 벌인 걸까요? 자세한 내막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이틀 전 폭발이 일어난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

그날의 충격은 아직도 가시지 않은듯 했습니다.

<녹취> 학생 (음성변조) : "갑자기 꽝 소리 나며 앞문부터 뒷문까지 다……."

<녹취> 학부모 (음성변조) : "전쟁 난 줄 알았대요. 소리가 크고 아이들이 우르르 우왕좌왕했겠죠."

사건이 일어난 건, 이틀 전인 지난 화요일. 오후 2시쯤이었습니다.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은 누군가 인터넷에 올린 이 동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체육 시간으로 텅 비어있던 교실.

한 남학생이 교실 안쪽으로 카메라를 고정시키더니, 가운데로 걸어 들어가 무언가를 만지기 시작합니다.

잠시 뒤, 불꽃이 올라오고, 학생은 황급히 자리를 피합니다.

남학생이 교실에 두고 간 건 부탄가스통이었습니다.

<녹취> 임병숙(형사과장/서울 양천경찰서) : "(목소리만) 교실 중간 부분 바닥에서 종이에 불을 붙인 후 그 위에 부탄가스 2개를 올려놓고 폭발하게 하였고"

영상은 교실 밖에서도 이어집니다.

폭발이 있은 직후로 추정되는 영상.

촬영자는 그냥 단순히 영상만을 촬영 하는게 아니라, 폭발 장면을 마치 중계를 하듯 묘사를 하고 있습니다.

<녹취> 방화 피의자(학생/음성변조) : "엄청나게 큰 폭발음과 함께 학생들이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재미있군요. 우왕좌왕합니다. 멀리서 한번 이 장면을 찍어볼까 합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방금 교실에 불을 낸 뒤 뛰쳐나온 바로 그 남학생이었습니다.

<녹취> 방화 피의자(학생/음성변조) : "유리창이 산산조각이 나는 소리가 엄청나게 크게 학교 밖까지 들렸고 지금 현재 학생들의 비명이랑 수군수군 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현재 학교는 패닉에 빠졌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부탄가스를 한 개 더 가져오는 건데."

당혹스러운 중계는 한동안 계속됩니다.

자신이 한 방화를 테러라고까지 일컬으며, 중계를 이어가는 학생.

<녹취> 방화 피의자(학생/음성변조) : "제가 테러 한 곳은 3학년 7반 아 6반이었나?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학생들이 뛰쳐나옵니다. 학생들이 밖으로 도망치고 있습니다."

정말, 부탄가스가 폭발한 교실은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교실 출입문이 크게 부서지고, 창문이 날아가는가 하면, 벽의 일부가 무너져 내릴 정도로 폭발의 충격은 컸습니다.

당시 교실이 비어있던데다 폭발음을 듣고 나온 교사들이 신속하게 화재를 진압하면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하마터면 참사가 날 수도 있던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경찰은 곧바로 불을 낸 방화 용의자를 추적해 범행 8시간 만에, 영상 속에 등장하는 16살 이모 군을 검거합니다.

<녹취> 임병숙(형사과장/서울 양천경찰서) : "벤치에 앉아있었고요. 경찰관이 누구지 하고 물어보니까 순순히 체포에 응했습니다."

출동한 경찰관들을 더 아찔하게 만들었던 건,

검거 당시 이 군의 가방에 들어 있던 휘발유 통과 폭죽 두 개 였습니다.

<녹취> 임병숙(형사과장/서울 양천경찰서) : "범행 후에 또 서초구 소재 학교에 가서 범행을 하려고 계획을 세우고 만약에 어제 검거가 되지 않았으면 어제저녁이나 오늘 오전 중에 적당한 시간대를 골라서 재차 범행할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추가 범행까지 계획했다는 이 군의 말.

대체 이 군은 왜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려 하는걸까?

<녹취> 임병숙(형사과장/서울 양천경찰서) : "본인이 서초구 소재 중학교로 옮긴 뒤에 기존에 있던 학생들과 교우관계가 원만치 않아서 학생들을 혼내주고 싶었다. 그런 마음에서 원래는 서초구 소재 중학교에서 범행을 저지르고 싶었는데 학교 보안이 철저해서 그 학교에선 못 하고……."

그러니까 경찰의 발표를 정리를 해보면, 이 군은 얼마전 전학을 오게 된 서울 서초구의 중학교에 불만을 품고 불을 내려 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게 되자 전에 다녔던 학교로 먼저 가 부탄가스를 터뜨립니다.

그리고, 다시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추가 범행을 하려 계획하던 도중 경찰에 붙잡히고 만 겁니다.

그렇다면 이 군이 가진 불만은 뭘까?

<녹취> 임병숙(형사과장/서울 양천경찰서) : "전혀 학교폭력을 당하거나 왕따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본인 진술로도 그런 건 아닌데 학생들과 같이 지내기가 불편했다. 그리고 학생들이 좀 미웠다. 이런 정도의 심정을 토로합니다."

좀 의아했던건, 취재팀이 만난 이 군의 전학 전 학교 학생과 학교 관계자들은 이 군을 무척 모범적인 학생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녹취> 재학생 (음성변조) : "애들이 반에서 반장을 했었다고 한 것 같아요. 조용한 애라 했던 것 같아요. 애들끼리 말하는 거 들어보면……."

<녹취> 학교 관계자 (음성변조) : "정말 모범생이었답니다. 학생기록부 조사해보니까 뭐 문제 있는 사항도 없었다."

하지만 이 군의 전학과 학교 생활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찰 수사 결과, 이 사건이 있기 두 달 전 쯤에도 학교에서 방화를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는데요,

<녹취> 임병숙(형사과장/서울 양천경찰서) : "그때 (지난 6월에도) 그 서초구 소재 학교에서 있었던 것이 쓰레기통에 물총하고 방향제 스프레이 그걸 쓰레기통에 버리고 휘발유 붓고 불을 질렀던 겁니다. 그게 미수에 그쳤었고요."

학교에서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이 군에게 대안학교를 추천했고, 대안학교에 등교를 하기로 한 날 이런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학교 관계자 (음성변조) : "그냥 아프고 힘든 아기예요. 좀 봐주시면 좋겠어요. 기다려 주고. 너무 마음이 아파요 저희는 지금……."

<인터뷰> 이종화(회장/한국범죄정보학회) : "본인의 의사를 극대화하는 방법으로써 이 인화물질을 사용한 것이지 여기서 테러로 너무 극대화 하거나 그래서도 안 되는 겁니다. 어디까지나 이것은 소년범죄라 봐야 되고 소년범죄 핵심은 우리 사회의 모두의 책임입니다."

경찰은 이 군의 나이가 어리긴 하지만, 사안의 중대성과 재범 우려 등을 감안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방화’에 ‘중계 영상’까지…중학생이 왜?
    • 입력 2015-09-03 08:36:53
    • 수정2015-09-03 09:02:58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교실 창문과 출입문이 이렇게 모두 날아가버렸습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실인데요, 교실 안에서 부탄가스가 터져 이런 아수라장이 되고 만겁니다.

다행히, 체육시간이어서 다친 학생은 없었지만, 하마터면 큰 참사로 이어질 뻔 했습니다.

이미 보도를 보신 분들도 많으시겠습니다만, 이 폭발은 과거 이 학교에 다녔던 중학생이 저지른 일로 밝혔습니다.

자신의 행동을 중계하듯 촬영까지 해 공개한 학생.

대체 왜 이런 일을 벌인 걸까요? 자세한 내막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이틀 전 폭발이 일어난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

그날의 충격은 아직도 가시지 않은듯 했습니다.

<녹취> 학생 (음성변조) : "갑자기 꽝 소리 나며 앞문부터 뒷문까지 다……."

<녹취> 학부모 (음성변조) : "전쟁 난 줄 알았대요. 소리가 크고 아이들이 우르르 우왕좌왕했겠죠."

사건이 일어난 건, 이틀 전인 지난 화요일. 오후 2시쯤이었습니다.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은 누군가 인터넷에 올린 이 동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체육 시간으로 텅 비어있던 교실.

한 남학생이 교실 안쪽으로 카메라를 고정시키더니, 가운데로 걸어 들어가 무언가를 만지기 시작합니다.

잠시 뒤, 불꽃이 올라오고, 학생은 황급히 자리를 피합니다.

남학생이 교실에 두고 간 건 부탄가스통이었습니다.

<녹취> 임병숙(형사과장/서울 양천경찰서) : "(목소리만) 교실 중간 부분 바닥에서 종이에 불을 붙인 후 그 위에 부탄가스 2개를 올려놓고 폭발하게 하였고"

영상은 교실 밖에서도 이어집니다.

폭발이 있은 직후로 추정되는 영상.

촬영자는 그냥 단순히 영상만을 촬영 하는게 아니라, 폭발 장면을 마치 중계를 하듯 묘사를 하고 있습니다.

<녹취> 방화 피의자(학생/음성변조) : "엄청나게 큰 폭발음과 함께 학생들이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재미있군요. 우왕좌왕합니다. 멀리서 한번 이 장면을 찍어볼까 합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방금 교실에 불을 낸 뒤 뛰쳐나온 바로 그 남학생이었습니다.

<녹취> 방화 피의자(학생/음성변조) : "유리창이 산산조각이 나는 소리가 엄청나게 크게 학교 밖까지 들렸고 지금 현재 학생들의 비명이랑 수군수군 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현재 학교는 패닉에 빠졌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부탄가스를 한 개 더 가져오는 건데."

당혹스러운 중계는 한동안 계속됩니다.

자신이 한 방화를 테러라고까지 일컬으며, 중계를 이어가는 학생.

<녹취> 방화 피의자(학생/음성변조) : "제가 테러 한 곳은 3학년 7반 아 6반이었나?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학생들이 뛰쳐나옵니다. 학생들이 밖으로 도망치고 있습니다."

정말, 부탄가스가 폭발한 교실은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교실 출입문이 크게 부서지고, 창문이 날아가는가 하면, 벽의 일부가 무너져 내릴 정도로 폭발의 충격은 컸습니다.

당시 교실이 비어있던데다 폭발음을 듣고 나온 교사들이 신속하게 화재를 진압하면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하마터면 참사가 날 수도 있던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경찰은 곧바로 불을 낸 방화 용의자를 추적해 범행 8시간 만에, 영상 속에 등장하는 16살 이모 군을 검거합니다.

<녹취> 임병숙(형사과장/서울 양천경찰서) : "벤치에 앉아있었고요. 경찰관이 누구지 하고 물어보니까 순순히 체포에 응했습니다."

출동한 경찰관들을 더 아찔하게 만들었던 건,

검거 당시 이 군의 가방에 들어 있던 휘발유 통과 폭죽 두 개 였습니다.

<녹취> 임병숙(형사과장/서울 양천경찰서) : "범행 후에 또 서초구 소재 학교에 가서 범행을 하려고 계획을 세우고 만약에 어제 검거가 되지 않았으면 어제저녁이나 오늘 오전 중에 적당한 시간대를 골라서 재차 범행할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추가 범행까지 계획했다는 이 군의 말.

대체 이 군은 왜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려 하는걸까?

<녹취> 임병숙(형사과장/서울 양천경찰서) : "본인이 서초구 소재 중학교로 옮긴 뒤에 기존에 있던 학생들과 교우관계가 원만치 않아서 학생들을 혼내주고 싶었다. 그런 마음에서 원래는 서초구 소재 중학교에서 범행을 저지르고 싶었는데 학교 보안이 철저해서 그 학교에선 못 하고……."

그러니까 경찰의 발표를 정리를 해보면, 이 군은 얼마전 전학을 오게 된 서울 서초구의 중학교에 불만을 품고 불을 내려 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게 되자 전에 다녔던 학교로 먼저 가 부탄가스를 터뜨립니다.

그리고, 다시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추가 범행을 하려 계획하던 도중 경찰에 붙잡히고 만 겁니다.

그렇다면 이 군이 가진 불만은 뭘까?

<녹취> 임병숙(형사과장/서울 양천경찰서) : "전혀 학교폭력을 당하거나 왕따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본인 진술로도 그런 건 아닌데 학생들과 같이 지내기가 불편했다. 그리고 학생들이 좀 미웠다. 이런 정도의 심정을 토로합니다."

좀 의아했던건, 취재팀이 만난 이 군의 전학 전 학교 학생과 학교 관계자들은 이 군을 무척 모범적인 학생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녹취> 재학생 (음성변조) : "애들이 반에서 반장을 했었다고 한 것 같아요. 조용한 애라 했던 것 같아요. 애들끼리 말하는 거 들어보면……."

<녹취> 학교 관계자 (음성변조) : "정말 모범생이었답니다. 학생기록부 조사해보니까 뭐 문제 있는 사항도 없었다."

하지만 이 군의 전학과 학교 생활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찰 수사 결과, 이 사건이 있기 두 달 전 쯤에도 학교에서 방화를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는데요,

<녹취> 임병숙(형사과장/서울 양천경찰서) : "그때 (지난 6월에도) 그 서초구 소재 학교에서 있었던 것이 쓰레기통에 물총하고 방향제 스프레이 그걸 쓰레기통에 버리고 휘발유 붓고 불을 질렀던 겁니다. 그게 미수에 그쳤었고요."

학교에서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이 군에게 대안학교를 추천했고, 대안학교에 등교를 하기로 한 날 이런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학교 관계자 (음성변조) : "그냥 아프고 힘든 아기예요. 좀 봐주시면 좋겠어요. 기다려 주고. 너무 마음이 아파요 저희는 지금……."

<인터뷰> 이종화(회장/한국범죄정보학회) : "본인의 의사를 극대화하는 방법으로써 이 인화물질을 사용한 것이지 여기서 테러로 너무 극대화 하거나 그래서도 안 되는 겁니다. 어디까지나 이것은 소년범죄라 봐야 되고 소년범죄 핵심은 우리 사회의 모두의 책임입니다."

경찰은 이 군의 나이가 어리긴 하지만, 사안의 중대성과 재범 우려 등을 감안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