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판사들] 휴지조각 된 유언장…효력 가지려면?

입력 2015.09.04 (08:45) 수정 2015.09.0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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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일생 생활에서 꼭 알아둬야 할 법률 상식을 판결을 통해 알아보는 <친절한 판사들> 시간인데요.

유언장을 둘러싸고, 재산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유언장이 법적 효력을 지니려면, 어떤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결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먼저 어떤 사건인지 영상으로 확인하겠습니다.

다섯 명의 딸과 한 명의 아들을 둔 재력가 A씨가 사망하기 3년 전 자필로 쓴 유언장.

유언장에는 “용산의 아파트는 차녀에게 물려주고 금융자산 중 50억 원은 장학재단에 기부하며 나머지는 차녀, 4녀, 5녀 셋이 분배 상속하도록 하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재산상속에서 배제된 다른 자녀들은 주소 등 유언장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유언이 무효라고 주장했는데요.

대법원은 과연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네... 유언장의 주소의 기재 여부 때문에 분쟁이 붙은 경우인데요.

주선아 판사와 함께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렸는지 유언장이 법적 효력을 가지려면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하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이 사건은 주소 기재 여부 때문에 문제가 됐는데요.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나요?

<답변>
네, 1심 법원은 유언장의 효력을 인정했습니다. 유언장에 주소가 기재되어 있지는 않지만, 유언장 작성 당시 유언자의 주소가 ‘용산의 아파트 1동 1호’였는데, 유언장 본문에 ‘용산의 아파트 1동 1호를 차녀에게 물려준다’고 적혀 있는 점, 또, 유언장의 전체적인 내용과 형식을 봤을 때, 유언장 작성자의 동일성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 근거해서 유언장이 유효하다고 본 것입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유언장의 효력이 없다고 보았는데요.

그 이유는 유언장 본문에 기재된 ‘용산의 아파트 1동 1호’는 주소로 기재된 것이 아니라 차녀에게 물려줄 부동산을 기재한 것일 뿐이고, 유언자가 자신의 주소를 자필로 기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언장이 무효라고 본 것입니다.

대법원은 유언장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2심 법원의 판단이 옳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질문>
자필로 쓴 유언장임이 분명한데도, 유언장의 형식과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건데요.

그러면, 유언장이 어떤 요건을 갖춰야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건가요?

<답변>
민법은 ‘유언은 민법에 정한 방식에 의하지 않으면 효력이 생기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민법이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규정한 것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를 명확히 하고 그로 인한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인데요.

대법원 역시 법에 정해진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설령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와 맞는다고 하더라도 법적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 사건처럼 자필로만 남긴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작성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쓰고, 날인을 해야 하고, 문자를 삽입하거나 삭제, 변경할 때도 직접 쓰고 날인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유언장에는 이 가운데 주소가 적혀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사소한 실수일 수도 있는데, 너무 엄격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동명이인의 경우에는 주소가 그 사람이 맞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간편한 수단이 될 수 있고, 본문이나 이름 외에도 주소까지 직접 쓰게 함으로써 유언자가 더욱 신중하고 정확하게 유언의 의사를 표시하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질문>
이 사건처럼 자필증서로 유언을 남기는 경우도 있지만, 녹음을 하거나 하는 경우도 있는데, 녹음으로 유언을 남길 경우엔, 법적 효력이 있나요?

<답변>
법에서 정하고 있는 유언의 방식으로는, ① 자필증서, 즉 직접 쓴 문서에 의한 유언, ② 녹음에 의한 유언, ③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④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 ⑤ 유언자의 말을 받아 적는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 이렇게 다섯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각각의 방식은 법에 정한 엄격한 형식을 지켜야만 효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녹음으로 유언을 남길 경우, 유언의 취지, 이름과 녹음 연월일을 말하고, 이에 참여한 증인도 유언이 정확하다는 것과 이름을 말해야 합니다.

이때 증인이 될 수 없는 사람도 법에서 정하고 있는데요.

미성년자, 유언으로 이익을 받을 사람 등은 증인이 될 수 없습니다.

증인자격이 있는 사람이 참여해야만 유언의 효력이 인정됩니다.

따라서 이런 요건에 맞지 않게, 예를 들면, 조용히 혼자 있을 때 녹음해두었다든지 하는 경우에는 유언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될 수는 없습니다.

<질문>
최근 치매환자가 남긴 유언장이 법적 효력을 갖느냐 여부도 논란이 됐던 적이 있는데요. 치매환자의 유언장은 효력이 있을까요?

<답변>
유언뿐만 아니라 어떤 법률행위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의사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의사능력이란 자신의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나 지능을 말합니다.

치매환자라고 하더라도 치매의 정도에 따라 의사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유언에 법적 효력이 있지만, 의사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유언을 하더라도 효력이 없습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의학적 판단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질문>
네. 그렇군요.

이 밖에 유언장을 작성할 때 유의해 둬야 할 사항이 있다면, 짚어주시죠?

<답변>
네, 유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에 정해진 형식을 정확하게 따라야 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유언을 할 때에는 법에 정한 다섯 가지 방식 중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를 먼저 결정하고, 그 방식에 맞는 요건을 모두 갖추어서 해야 합니다.

그리고 치매나 정신질환 등이 있어 향후 유언 내용을 가지고 다툼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의사능력이 있음을 확인하는 진단서나 진료내역 등을 미리 확보해 두어야 하는데요, 그럴 경우 실제로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유언의 효력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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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절한 판사들] 휴지조각 된 유언장…효력 가지려면?
    • 입력 2015-09-04 08:47:46
    • 수정2015-09-04 09: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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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일생 생활에서 꼭 알아둬야 할 법률 상식을 판결을 통해 알아보는 <친절한 판사들> 시간인데요.

유언장을 둘러싸고, 재산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유언장이 법적 효력을 지니려면, 어떤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결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먼저 어떤 사건인지 영상으로 확인하겠습니다.

다섯 명의 딸과 한 명의 아들을 둔 재력가 A씨가 사망하기 3년 전 자필로 쓴 유언장.

유언장에는 “용산의 아파트는 차녀에게 물려주고 금융자산 중 50억 원은 장학재단에 기부하며 나머지는 차녀, 4녀, 5녀 셋이 분배 상속하도록 하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재산상속에서 배제된 다른 자녀들은 주소 등 유언장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유언이 무효라고 주장했는데요.

대법원은 과연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네... 유언장의 주소의 기재 여부 때문에 분쟁이 붙은 경우인데요.

주선아 판사와 함께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렸는지 유언장이 법적 효력을 가지려면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하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이 사건은 주소 기재 여부 때문에 문제가 됐는데요.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나요?

<답변>
네, 1심 법원은 유언장의 효력을 인정했습니다. 유언장에 주소가 기재되어 있지는 않지만, 유언장 작성 당시 유언자의 주소가 ‘용산의 아파트 1동 1호’였는데, 유언장 본문에 ‘용산의 아파트 1동 1호를 차녀에게 물려준다’고 적혀 있는 점, 또, 유언장의 전체적인 내용과 형식을 봤을 때, 유언장 작성자의 동일성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 근거해서 유언장이 유효하다고 본 것입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유언장의 효력이 없다고 보았는데요.

그 이유는 유언장 본문에 기재된 ‘용산의 아파트 1동 1호’는 주소로 기재된 것이 아니라 차녀에게 물려줄 부동산을 기재한 것일 뿐이고, 유언자가 자신의 주소를 자필로 기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언장이 무효라고 본 것입니다.

대법원은 유언장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2심 법원의 판단이 옳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질문>
자필로 쓴 유언장임이 분명한데도, 유언장의 형식과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건데요.

그러면, 유언장이 어떤 요건을 갖춰야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건가요?

<답변>
민법은 ‘유언은 민법에 정한 방식에 의하지 않으면 효력이 생기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민법이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규정한 것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를 명확히 하고 그로 인한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인데요.

대법원 역시 법에 정해진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설령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와 맞는다고 하더라도 법적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 사건처럼 자필로만 남긴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작성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쓰고, 날인을 해야 하고, 문자를 삽입하거나 삭제, 변경할 때도 직접 쓰고 날인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유언장에는 이 가운데 주소가 적혀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사소한 실수일 수도 있는데, 너무 엄격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동명이인의 경우에는 주소가 그 사람이 맞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간편한 수단이 될 수 있고, 본문이나 이름 외에도 주소까지 직접 쓰게 함으로써 유언자가 더욱 신중하고 정확하게 유언의 의사를 표시하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질문>
이 사건처럼 자필증서로 유언을 남기는 경우도 있지만, 녹음을 하거나 하는 경우도 있는데, 녹음으로 유언을 남길 경우엔, 법적 효력이 있나요?

<답변>
법에서 정하고 있는 유언의 방식으로는, ① 자필증서, 즉 직접 쓴 문서에 의한 유언, ② 녹음에 의한 유언, ③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④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 ⑤ 유언자의 말을 받아 적는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 이렇게 다섯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각각의 방식은 법에 정한 엄격한 형식을 지켜야만 효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녹음으로 유언을 남길 경우, 유언의 취지, 이름과 녹음 연월일을 말하고, 이에 참여한 증인도 유언이 정확하다는 것과 이름을 말해야 합니다.

이때 증인이 될 수 없는 사람도 법에서 정하고 있는데요.

미성년자, 유언으로 이익을 받을 사람 등은 증인이 될 수 없습니다.

증인자격이 있는 사람이 참여해야만 유언의 효력이 인정됩니다.

따라서 이런 요건에 맞지 않게, 예를 들면, 조용히 혼자 있을 때 녹음해두었다든지 하는 경우에는 유언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될 수는 없습니다.

<질문>
최근 치매환자가 남긴 유언장이 법적 효력을 갖느냐 여부도 논란이 됐던 적이 있는데요. 치매환자의 유언장은 효력이 있을까요?

<답변>
유언뿐만 아니라 어떤 법률행위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의사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의사능력이란 자신의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나 지능을 말합니다.

치매환자라고 하더라도 치매의 정도에 따라 의사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유언에 법적 효력이 있지만, 의사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유언을 하더라도 효력이 없습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의학적 판단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질문>
네. 그렇군요.

이 밖에 유언장을 작성할 때 유의해 둬야 할 사항이 있다면, 짚어주시죠?

<답변>
네, 유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에 정해진 형식을 정확하게 따라야 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유언을 할 때에는 법에 정한 다섯 가지 방식 중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를 먼저 결정하고, 그 방식에 맞는 요건을 모두 갖추어서 해야 합니다.

그리고 치매나 정신질환 등이 있어 향후 유언 내용을 가지고 다툼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의사능력이 있음을 확인하는 진단서나 진료내역 등을 미리 확보해 두어야 하는데요, 그럴 경우 실제로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유언의 효력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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