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분노’ 참지 못하고…무서운 ‘홧김 범죄’

입력 2015.09.07 (08:32) 수정 2015.09.0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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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비슷한 유형의 살인 사건이 하루 간격으로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평소 남에게 해를 끼치지도, 또 폭력적이지도 않았다는 두 사람.

그런데 그런 두 사람이 한순간에 타인의 목숨을 앗아간 살인 피의자가 돼버렸습니다.

언제부턴가, 뉴스에서는 이른바 ‘홧김 범죄’ ‘분노 범죄’ 라는 단어가 자주 눈에 들어오는데요,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점점 더 심각해져만 가는 이 ‘홧김범죄’를 따라가 볼까 합니다.

<리포트>

사건이 일어난 건, 사흘 전인 지난주 금요일 저녁입니다.

<녹취> 동네 주민 (음성변조) : "동네가 그때 발칵 뒤집힌 것이죠. 피 막 흘리고 누워있고 신고 들어가서."

한적한 주택가 골목길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던 남성.

이 동네에 사는 40대 남성 임모 씨였습니다.

<녹취> 소방 관계자(음성변조) : "4일 19시 26분에 신고로는 “추락추정”이라고 신고가 들어왔고요."

자신이 살던 집 바로 앞에 쓰러져 있던 임 씨.

자세히 보니, 누군가가 휘두른 흉기에 찔린 상태였습니다.

<녹취> 동네 주민(음성변조) : "빳빳하게 일자로 누운 데서 심폐소생술을 누가하는지 119 사람들이 하는지 누가 하더라고요."

임 씨는 급하게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안타깝게도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대체 누가 이런 일을 저지르고 달아나 버린 걸까?

하지만 범행 장면을 목격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두 달 전, 이곳으로 이사 온 임 씨는 잠시 볼 일을 보러 집 밖에 나갔다 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가족 등을 상대로 사망자와 원한 관계가 있을법한 사람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인터뷰> 임병숙(서울 양천경찰서 형사과장) : "피해자 가족은 (임 씨에게) 특별한 원한 관계라든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없었다고 진술하고."

이제 기대할 수 있는 건, 현장 주변 CCTV에 남아 있는 용의자의 흔적.

<인터뷰> 임병숙(서울 양천경찰서 형사과장) : "범행 시간대를 저희가 특정해서 그곳에 드나들었던 사람들을 용의자로 뽑아냈거든요."

용의자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사건 현장을 통제하고, 감식을 하던 경찰.

그런데, 현장 주변을 서성이는 한 남성이 경찰의 눈에 들어옵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의 40대 남성.

CCTV에 등장했던 용의자였습니다.

<인터뷰> 임병숙(서울 양천경찰서 형사과장) : "저희가 CCTV를 확보해서 피의자의 (용의자들의) 인상착의를 확보하고 있었는데요. 그 중에 한 사람이었습니다. CCTV상의 옷이랑 소지품이랑 똑같았어요. 찍힌 것하고."

현장에서 곧바로 체포된 용의자는 역시 이 동네에 사는 40대 남성 김모 씨였습니다.

검거된 김 씨는 자신의 범행 사실을 순순히 인정했는데요, 그렇다면 그는 왜 한동네에 사는 이웃을 이렇게 잔혹하게 살해하게 된 걸까?

그 이유가 이렇습니다.

<인터뷰> 임병숙(서울 양천경찰서 형사과장) : "피의자 진술에 의하면 피의자하고 피해자가 집 앞 노상에서 만나게 됐는데요, 피의자가 쳐다보니까 피해자가 왜 쳐다보냐고 시비가 붙었다고 합니다."

왜 쳐다보냐는 시비로 시작된 싸움은 곧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임병숙(서울 양천경찰서 형사과장) : "(피의자 진술이) 시비 끝에 서로 말싸움을 하다가 피해자가 먼저 때릴 것 같아서 피의자가 주머니 속에 소지하고 있던 흉기로……."

7년 전부터 이 동네에 살고 있다는 피의자 김 씨.

취재팀이 만난 동네 주민들은 김 씨가 그런 일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는데요,

<녹취> 동네 주민(음성변조) : "(김 씨가) 오래 살았는데 동네에서 누구하고 싸우거나 남한테 해치지 않고 싸우지 않고 시비 안 걸고 동네 사람도 그것은 인정을 해요."

<녹취> 동네 주민(음성변조) : "난 그 사람 자주 보죠. 아이 업고 나가면 매일 길가 돌아다니니까. 나는 착하게 봤거든요."

순하고 착한 사람이었다는 김 씨.

하지만, 한 순간 끔찍한 살인 피의자가 돼버렸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사건이 일어나기 불과 하루 전, 비슷한 살인 사건이 또 있었습니다.

<인터뷰> 백남수(성남 수정경찰서 형사과장) : "젊은 사람들이 동네에서 길을 막고 담배를 피우고 있으니까 훈계를 했는데 상대방의 젊은 사람이 대들고 하니까 흥분해서 욱해서 이렇게 범행을 저질렀다."

지금 보시는 건, 뉴스 따라잡기 취재팀이 입수한 당시의 블랙박스 영상입니다.

골목길 한가운데 멈춰선 승용차.

이 차량을 지켜보던 60대 주민이 운전자에게 다가가더니, 말다툼을 벌이는 듯 합니다.

잠시 뒤, 뒤쪽으로 다른 차량이 다가와 승용차를 이동하게 되면서, 동네 주민과 운전자 사이의 다툼은 중단이 되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가버린 줄 알았던 승용차가 다시 골목길에 나타나고, 60대 남성은 집 안으로 들어가더니, 무언가를 뒷 춤에 감춰가지고 나옵니다.

흉기였습니다.

<녹취> 동네 주민(음성변조) : "(60대 남성이) 흉기 같은 것을 쥐고 가더라고요. 그 다음에는 소리소리 지르고요. 소리 지르고 난리쳐서 내려가 봤죠. 내려갔더니 집 앞에 (20대 남성이) 엎드려 있더라고요."

흉기에 찔린 20대 운전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살인 혐의로 경찰에 검거된 67살 김모 씨.

대체 김 씨는 왜 20대 운전자에게 흉기를 휘두른 걸까?

<인터뷰> 백남수(성남 수정경찰서 형사과장) : "젊은 사람들이 너무 사회에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서 흥분했다. 피해자가 왜 반말이냐고 (자신에게) 따지니까……."

김 씨 역시 20년, 이 동네에 사는 동안 큰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는게 이웃들의 말이었습니다.

<녹취> 동네 주민(음성변조) : "엄청 착한 사람이야. 노인네들하고 다 물어보시라고요. 남한테 싫은 소리 할 줄도 모르고. 동네에서 다 그러죠. 귀신의 씌었다고. 그 사람 그럴 사람 아닌데 그랬다고."

대체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건지, 전문가의 의견을 한번 들어봤습니다.

<인터뷰> 염건령(연구위원/범죄학연구소) : "‘시티 타임밤’이라고 그래요. 밤은 폭탄이죠. 도시에 있는 시한폭탄이라고 남한테 피해를 안 입히고 혼자 조용히 있고요. 그런데 이 이 사람 내부에는 누군가 걸리기만 하면 공격할 수 있을 정도의 스트레스나 공격성이 누적이 돼 있어요."

현대인의 누적된 스트레스, 그리고 반복되고 있는 이른바 ‘홧김범죄’.

전문가들은 ‘홧김범죄’를 막기 위한 사회적 고민을 진지하게 해봐야 할 때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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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분노’ 참지 못하고…무서운 ‘홧김 범죄’
    • 입력 2015-09-07 08:40:43
    • 수정2015-09-07 14: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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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비슷한 유형의 살인 사건이 하루 간격으로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평소 남에게 해를 끼치지도, 또 폭력적이지도 않았다는 두 사람.

그런데 그런 두 사람이 한순간에 타인의 목숨을 앗아간 살인 피의자가 돼버렸습니다.

언제부턴가, 뉴스에서는 이른바 ‘홧김 범죄’ ‘분노 범죄’ 라는 단어가 자주 눈에 들어오는데요,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점점 더 심각해져만 가는 이 ‘홧김범죄’를 따라가 볼까 합니다.

<리포트>

사건이 일어난 건, 사흘 전인 지난주 금요일 저녁입니다.

<녹취> 동네 주민 (음성변조) : "동네가 그때 발칵 뒤집힌 것이죠. 피 막 흘리고 누워있고 신고 들어가서."

한적한 주택가 골목길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던 남성.

이 동네에 사는 40대 남성 임모 씨였습니다.

<녹취> 소방 관계자(음성변조) : "4일 19시 26분에 신고로는 “추락추정”이라고 신고가 들어왔고요."

자신이 살던 집 바로 앞에 쓰러져 있던 임 씨.

자세히 보니, 누군가가 휘두른 흉기에 찔린 상태였습니다.

<녹취> 동네 주민(음성변조) : "빳빳하게 일자로 누운 데서 심폐소생술을 누가하는지 119 사람들이 하는지 누가 하더라고요."

임 씨는 급하게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안타깝게도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대체 누가 이런 일을 저지르고 달아나 버린 걸까?

하지만 범행 장면을 목격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두 달 전, 이곳으로 이사 온 임 씨는 잠시 볼 일을 보러 집 밖에 나갔다 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가족 등을 상대로 사망자와 원한 관계가 있을법한 사람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인터뷰> 임병숙(서울 양천경찰서 형사과장) : "피해자 가족은 (임 씨에게) 특별한 원한 관계라든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없었다고 진술하고."

이제 기대할 수 있는 건, 현장 주변 CCTV에 남아 있는 용의자의 흔적.

<인터뷰> 임병숙(서울 양천경찰서 형사과장) : "범행 시간대를 저희가 특정해서 그곳에 드나들었던 사람들을 용의자로 뽑아냈거든요."

용의자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사건 현장을 통제하고, 감식을 하던 경찰.

그런데, 현장 주변을 서성이는 한 남성이 경찰의 눈에 들어옵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의 40대 남성.

CCTV에 등장했던 용의자였습니다.

<인터뷰> 임병숙(서울 양천경찰서 형사과장) : "저희가 CCTV를 확보해서 피의자의 (용의자들의) 인상착의를 확보하고 있었는데요. 그 중에 한 사람이었습니다. CCTV상의 옷이랑 소지품이랑 똑같았어요. 찍힌 것하고."

현장에서 곧바로 체포된 용의자는 역시 이 동네에 사는 40대 남성 김모 씨였습니다.

검거된 김 씨는 자신의 범행 사실을 순순히 인정했는데요, 그렇다면 그는 왜 한동네에 사는 이웃을 이렇게 잔혹하게 살해하게 된 걸까?

그 이유가 이렇습니다.

<인터뷰> 임병숙(서울 양천경찰서 형사과장) : "피의자 진술에 의하면 피의자하고 피해자가 집 앞 노상에서 만나게 됐는데요, 피의자가 쳐다보니까 피해자가 왜 쳐다보냐고 시비가 붙었다고 합니다."

왜 쳐다보냐는 시비로 시작된 싸움은 곧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임병숙(서울 양천경찰서 형사과장) : "(피의자 진술이) 시비 끝에 서로 말싸움을 하다가 피해자가 먼저 때릴 것 같아서 피의자가 주머니 속에 소지하고 있던 흉기로……."

7년 전부터 이 동네에 살고 있다는 피의자 김 씨.

취재팀이 만난 동네 주민들은 김 씨가 그런 일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는데요,

<녹취> 동네 주민(음성변조) : "(김 씨가) 오래 살았는데 동네에서 누구하고 싸우거나 남한테 해치지 않고 싸우지 않고 시비 안 걸고 동네 사람도 그것은 인정을 해요."

<녹취> 동네 주민(음성변조) : "난 그 사람 자주 보죠. 아이 업고 나가면 매일 길가 돌아다니니까. 나는 착하게 봤거든요."

순하고 착한 사람이었다는 김 씨.

하지만, 한 순간 끔찍한 살인 피의자가 돼버렸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사건이 일어나기 불과 하루 전, 비슷한 살인 사건이 또 있었습니다.

<인터뷰> 백남수(성남 수정경찰서 형사과장) : "젊은 사람들이 동네에서 길을 막고 담배를 피우고 있으니까 훈계를 했는데 상대방의 젊은 사람이 대들고 하니까 흥분해서 욱해서 이렇게 범행을 저질렀다."

지금 보시는 건, 뉴스 따라잡기 취재팀이 입수한 당시의 블랙박스 영상입니다.

골목길 한가운데 멈춰선 승용차.

이 차량을 지켜보던 60대 주민이 운전자에게 다가가더니, 말다툼을 벌이는 듯 합니다.

잠시 뒤, 뒤쪽으로 다른 차량이 다가와 승용차를 이동하게 되면서, 동네 주민과 운전자 사이의 다툼은 중단이 되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가버린 줄 알았던 승용차가 다시 골목길에 나타나고, 60대 남성은 집 안으로 들어가더니, 무언가를 뒷 춤에 감춰가지고 나옵니다.

흉기였습니다.

<녹취> 동네 주민(음성변조) : "(60대 남성이) 흉기 같은 것을 쥐고 가더라고요. 그 다음에는 소리소리 지르고요. 소리 지르고 난리쳐서 내려가 봤죠. 내려갔더니 집 앞에 (20대 남성이) 엎드려 있더라고요."

흉기에 찔린 20대 운전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살인 혐의로 경찰에 검거된 67살 김모 씨.

대체 김 씨는 왜 20대 운전자에게 흉기를 휘두른 걸까?

<인터뷰> 백남수(성남 수정경찰서 형사과장) : "젊은 사람들이 너무 사회에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서 흥분했다. 피해자가 왜 반말이냐고 (자신에게) 따지니까……."

김 씨 역시 20년, 이 동네에 사는 동안 큰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는게 이웃들의 말이었습니다.

<녹취> 동네 주민(음성변조) : "엄청 착한 사람이야. 노인네들하고 다 물어보시라고요. 남한테 싫은 소리 할 줄도 모르고. 동네에서 다 그러죠. 귀신의 씌었다고. 그 사람 그럴 사람 아닌데 그랬다고."

대체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건지, 전문가의 의견을 한번 들어봤습니다.

<인터뷰> 염건령(연구위원/범죄학연구소) : "‘시티 타임밤’이라고 그래요. 밤은 폭탄이죠. 도시에 있는 시한폭탄이라고 남한테 피해를 안 입히고 혼자 조용히 있고요. 그런데 이 이 사람 내부에는 누군가 걸리기만 하면 공격할 수 있을 정도의 스트레스나 공격성이 누적이 돼 있어요."

현대인의 누적된 스트레스, 그리고 반복되고 있는 이른바 ‘홧김범죄’.

전문가들은 ‘홧김범죄’를 막기 위한 사회적 고민을 진지하게 해봐야 할 때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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