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늑장 출동…60대 여성, 아들 여자친구 살해

입력 2015.09.14 (12:18) 수정 2015.09.1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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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60대 여성이 아들의 여자친구를 흉기로 숨지게 하는 끔찍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이같은 일이 벌어지기 30분 전, 아들이 불안감을 느껴서 112에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사건을 막지 못했습니다.

범행이 일어난 곳은 파출소에서 불과 5분 거리였습니다.

어찌된 사연인지, 천효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그제 밤 9시 12분 서울 용산구의 한 주택가에서 34살 남성 이 모 씨의 신고 전화가 경찰에 접수됐습니다.

이 씨의 어머니인 64살 박 모 씨가 여자친구와 전화로 다툰 뒤 이를 따지기 위해 찾아오는 여자친구를 흉기를 들고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순찰차에 출동 지령을 내렸지만 10분 앞서 신고된 근처의 다른 가정 폭력 사건과 헷갈린 순찰차는 엉뚱한 곳으로 출동했습니다.

이 씨는 9시 27분 두 번째로 전화를 걸어 경찰의 출동을 독촉했지만 경찰이 잘못 출동한 것을 알아차린 건 그로부터 10분이나 지난 9시 37분이었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 : "가정폭력이 신고가 들어왔는데 비슷하게 그런 신고 전화가 들어오고 하니까 동일 건으로 직원들이 착각한 거죠."

결국, 경찰은 처음 신고가 접수된 지 30분 만에야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박 씨가 아들의 여자친구를 흉기로 찌른 뒤였습니다.

<인터뷰> 김진국(목격자) : "싸우던 여자는 쓰러져 있고 그 남자는 경찰하고 배 쪽에 피가 많이 나오니까 배를 피가 안 나오게 자꾸 막더라고요."

여자친구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치료를 받다가 숨졌습니다.

아들의 교제를 반대해 온 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들의 여자친구가 손가방으로 얼굴을 때리려 해 홧김에 범행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늑장 출동한 경찰관들에 대해 감찰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KBS 뉴스 천효정입니다.

<앵커 멘트>

보신 것처럼 경찰은 두 번이나 신고를 받고도 인근에서 벌어진 다른 사건 현장으로 출동하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고 끝내 황당한 참극을 불러왔습니다.

3년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오원춘. 지난 2012년 20대 여성을 납치해 잔혹하게 살해했던 이 사람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 피해 여성은 오원춘이 잠시 방으로 들어간 사이 경찰 112에 전화해 자신이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장소까지 알려주며 애타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경찰 순찰차가 출동했지만 엉뚱하게도 이 여성이 신고한 장소와 반대 방향을 수색했습니다.

결국 이 여성은 신고한 지 13시간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경찰청장의 대국민 사과와 사퇴로 이어졌고 최근 법원은 경찰의 늑장 대응 책임을 물어 국가가 유족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당시 사건을 계기로 112 신고 체계 전면 개선 상황실 인력 강화 등 후속 대책이 잇따랐지만, 이번 역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습니다.

일선 경찰서에서 내건 범죄 예방의 골든 타임은 '3분'입니다.

112 신고 후 3분 이내 현장 도착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경찰이 감사에 착수한다고 했지만 철저한 재발 방지 노력이 없다면 이같은 골든타임은 구호일 뿐, 이번 사건과 유사한 상황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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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늑장 출동…60대 여성, 아들 여자친구 살해
    • 입력 2015-09-14 12:19:36
    • 수정2015-09-14 13:02:31
    뉴스 12
<앵커 멘트>

60대 여성이 아들의 여자친구를 흉기로 숨지게 하는 끔찍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이같은 일이 벌어지기 30분 전, 아들이 불안감을 느껴서 112에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사건을 막지 못했습니다.

범행이 일어난 곳은 파출소에서 불과 5분 거리였습니다.

어찌된 사연인지, 천효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그제 밤 9시 12분 서울 용산구의 한 주택가에서 34살 남성 이 모 씨의 신고 전화가 경찰에 접수됐습니다.

이 씨의 어머니인 64살 박 모 씨가 여자친구와 전화로 다툰 뒤 이를 따지기 위해 찾아오는 여자친구를 흉기를 들고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순찰차에 출동 지령을 내렸지만 10분 앞서 신고된 근처의 다른 가정 폭력 사건과 헷갈린 순찰차는 엉뚱한 곳으로 출동했습니다.

이 씨는 9시 27분 두 번째로 전화를 걸어 경찰의 출동을 독촉했지만 경찰이 잘못 출동한 것을 알아차린 건 그로부터 10분이나 지난 9시 37분이었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 : "가정폭력이 신고가 들어왔는데 비슷하게 그런 신고 전화가 들어오고 하니까 동일 건으로 직원들이 착각한 거죠."

결국, 경찰은 처음 신고가 접수된 지 30분 만에야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박 씨가 아들의 여자친구를 흉기로 찌른 뒤였습니다.

<인터뷰> 김진국(목격자) : "싸우던 여자는 쓰러져 있고 그 남자는 경찰하고 배 쪽에 피가 많이 나오니까 배를 피가 안 나오게 자꾸 막더라고요."

여자친구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치료를 받다가 숨졌습니다.

아들의 교제를 반대해 온 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들의 여자친구가 손가방으로 얼굴을 때리려 해 홧김에 범행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늑장 출동한 경찰관들에 대해 감찰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KBS 뉴스 천효정입니다.

<앵커 멘트>

보신 것처럼 경찰은 두 번이나 신고를 받고도 인근에서 벌어진 다른 사건 현장으로 출동하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고 끝내 황당한 참극을 불러왔습니다.

3년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오원춘. 지난 2012년 20대 여성을 납치해 잔혹하게 살해했던 이 사람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 피해 여성은 오원춘이 잠시 방으로 들어간 사이 경찰 112에 전화해 자신이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장소까지 알려주며 애타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경찰 순찰차가 출동했지만 엉뚱하게도 이 여성이 신고한 장소와 반대 방향을 수색했습니다.

결국 이 여성은 신고한 지 13시간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경찰청장의 대국민 사과와 사퇴로 이어졌고 최근 법원은 경찰의 늑장 대응 책임을 물어 국가가 유족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당시 사건을 계기로 112 신고 체계 전면 개선 상황실 인력 강화 등 후속 대책이 잇따랐지만, 이번 역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습니다.

일선 경찰서에서 내건 범죄 예방의 골든 타임은 '3분'입니다.

112 신고 후 3분 이내 현장 도착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경찰이 감사에 착수한다고 했지만 철저한 재발 방지 노력이 없다면 이같은 골든타임은 구호일 뿐, 이번 사건과 유사한 상황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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