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자살, 막을 수 없나?

입력 2002.04.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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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자살 방지 사이트에서 만난 여고생 2명이 30대 남자와 함께 목숨을 끊는 사건이 일어나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청소년 자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앵커: 인터넷의 비극인데요.
경찰이 이들 사이트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갔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뉴스 7초점, 오늘은 청소년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그 대책을 이정수 프로듀서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 자살에 인터넷사이트가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들 자살관련 사이트에 대해 일제 단속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일부 청소년들은 단속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인터뷰: 비밀리에 하는 (자살 사이트)가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 너무 감추면 그 속에서 더 어두워지잖아요.
⊙기자: 지난해 서울가정법원의 설문조사 결과 10명 중 4명의 청소년이 자살충동을 느낀다고 응답했습니다.
10대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취재진은 자살 경험이 있다는 청소년들에게 메일을 띄웠습니다.
그리고 지금껏 자살을 다섯 번이나 시도했다는 15살 서 모양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서○○ 중 2년생(가명): 뉴스 같은 것 보면 자살하는 애 많잖아요. 그런 사람들한테 괜히 뭐라고 하고 아무 것도 모르면서...
⊙기자: 죽고 싶다란 아이디를 쓰고 있는 서 양은 자살 이유를 묻자 대답을 피했습니다.
다만 가족 이야기를 하면서 배신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습니다.
⊙인터뷰: 저는 배신하는 건 딱 질색이거든요. 배신받는 사람한테 똑같이 복수해요. 엄마한테 그 얘기(자살) 한 번 해 봤거든요, 엄마가 장난치지 말라고 그래서 그냥 방으로 들어갔죠.
⊙기자: 하지만 좀처럼 속내를 얘기하지 않는 서 양도 인터넷에서는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이영식(교수/중앙대 소아청소년 클리닉): 청소년 자살의 특징이라고 하면 예측이 불가능하거든요.
그런데 사실 따져보면 미미한 신호를 보내는 경우가 있어요.
나를 도와달라.
대개 일기장이라든지 아니면 친구와의 대화 이런 데서 죽음이라는 얘기를 많이 할 경우에 주변 사람들이 빨리 눈치를 채야죠.
그래서 직접 물어봐야 되요.
⊙기자: 자살을 시도하려는 청소년들에게는 대개 다음과 같은 사전 징후들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올해 19살인 김미경 양, 가족문제와 우울증으로 한때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자살방지사이트를 운영하며 자살을 극복하게 된 경험을 나누고 있습니다.
⊙김미경: 제가 겪어본 예같은 경우에는 제가 해왔던 일 중에서 나는 이렇게 해서 후회를 했으니까 이런 식으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지나서생각해서 이게 더 좋은 것 같다.
⊙기자: 회원들은 이 사이트를 통해 조언을 해 줄 대화 상대를 찾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가정폭력이나 성폭력과 관련된 경험들은 이들조차 쉽게 나눌 수 없는 얘기라고 말했습니다.
⊙황명하: 인터넷 사이트를 막는다면 그렇게 힘들어하는 사람들 어디다가 말하겠어요.
사실적으로 아까 얘기했듯이 친구들이나 부모님한테 얘기 못하잖아요.
그렇다고 학교 선생님들한테 말한다고 해도 선생님들은 그 애가 얘기하는 자체를 잘 모르잖아요.
저희 같은 경우는 학생이나 어른들에게 얘기할 때도 있지만 거의 같은 입장이고...
⊙기자: 현재 전화를 통해 자살에 대한 전문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은 민간단체들 뿐, 그 활동도 미미한 실정입니다.
지난해 1월부터 지금까지 생명의 전화가 접수한 10대들의 인터넷 자살상담은 180여 건. 전국 3000여 명의 상담원이 24시간 상담을 해 주고 있지만 이것 역시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합니다.
⊙하상훈(생명의 전화 부원장): 막상 전화를 통해서 자살도모자가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했을 때 우리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기자: 전화상담을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경찰, 119, 병원 등 유관기관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합니다.
미국은 이미 99년 자살을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로 선포하고 정부가 직접 자살 방지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대책마련에 후생성이 앞장서고 있습니다.
2000년 현재 한국 청소년 자살은 연간 265건에 이릅니다.
더구나 그 수가 점차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제 청소년 자살을 바라보는 사회 전반의 인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인터뷰: 아, 얘네들은 더 이상 구제불능이라서 손 댈 수 없다 이런 생각 가지지 마시고 조금만 더 좋은 눈빛으로 얘네들은 이렇지만 마음은 안 그렇다, 선도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서 정말 끝까지 도와주시고 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제 바램이에요.
⊙기자: 이 아이들을 위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할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 볼 때입니다.
KBS뉴스 이정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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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년 자살, 막을 수 없나?
    • 입력 2002-04-25 19:00:00
    뉴스 7
⊙앵커: 최근 자살 방지 사이트에서 만난 여고생 2명이 30대 남자와 함께 목숨을 끊는 사건이 일어나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청소년 자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앵커: 인터넷의 비극인데요. 경찰이 이들 사이트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갔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뉴스 7초점, 오늘은 청소년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그 대책을 이정수 프로듀서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 자살에 인터넷사이트가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들 자살관련 사이트에 대해 일제 단속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일부 청소년들은 단속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인터뷰: 비밀리에 하는 (자살 사이트)가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 너무 감추면 그 속에서 더 어두워지잖아요. ⊙기자: 지난해 서울가정법원의 설문조사 결과 10명 중 4명의 청소년이 자살충동을 느낀다고 응답했습니다. 10대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취재진은 자살 경험이 있다는 청소년들에게 메일을 띄웠습니다. 그리고 지금껏 자살을 다섯 번이나 시도했다는 15살 서 모양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서○○ 중 2년생(가명): 뉴스 같은 것 보면 자살하는 애 많잖아요. 그런 사람들한테 괜히 뭐라고 하고 아무 것도 모르면서... ⊙기자: 죽고 싶다란 아이디를 쓰고 있는 서 양은 자살 이유를 묻자 대답을 피했습니다. 다만 가족 이야기를 하면서 배신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습니다. ⊙인터뷰: 저는 배신하는 건 딱 질색이거든요. 배신받는 사람한테 똑같이 복수해요. 엄마한테 그 얘기(자살) 한 번 해 봤거든요, 엄마가 장난치지 말라고 그래서 그냥 방으로 들어갔죠. ⊙기자: 하지만 좀처럼 속내를 얘기하지 않는 서 양도 인터넷에서는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이영식(교수/중앙대 소아청소년 클리닉): 청소년 자살의 특징이라고 하면 예측이 불가능하거든요. 그런데 사실 따져보면 미미한 신호를 보내는 경우가 있어요. 나를 도와달라. 대개 일기장이라든지 아니면 친구와의 대화 이런 데서 죽음이라는 얘기를 많이 할 경우에 주변 사람들이 빨리 눈치를 채야죠. 그래서 직접 물어봐야 되요. ⊙기자: 자살을 시도하려는 청소년들에게는 대개 다음과 같은 사전 징후들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올해 19살인 김미경 양, 가족문제와 우울증으로 한때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자살방지사이트를 운영하며 자살을 극복하게 된 경험을 나누고 있습니다. ⊙김미경: 제가 겪어본 예같은 경우에는 제가 해왔던 일 중에서 나는 이렇게 해서 후회를 했으니까 이런 식으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지나서생각해서 이게 더 좋은 것 같다. ⊙기자: 회원들은 이 사이트를 통해 조언을 해 줄 대화 상대를 찾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가정폭력이나 성폭력과 관련된 경험들은 이들조차 쉽게 나눌 수 없는 얘기라고 말했습니다. ⊙황명하: 인터넷 사이트를 막는다면 그렇게 힘들어하는 사람들 어디다가 말하겠어요. 사실적으로 아까 얘기했듯이 친구들이나 부모님한테 얘기 못하잖아요. 그렇다고 학교 선생님들한테 말한다고 해도 선생님들은 그 애가 얘기하는 자체를 잘 모르잖아요. 저희 같은 경우는 학생이나 어른들에게 얘기할 때도 있지만 거의 같은 입장이고... ⊙기자: 현재 전화를 통해 자살에 대한 전문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은 민간단체들 뿐, 그 활동도 미미한 실정입니다. 지난해 1월부터 지금까지 생명의 전화가 접수한 10대들의 인터넷 자살상담은 180여 건. 전국 3000여 명의 상담원이 24시간 상담을 해 주고 있지만 이것 역시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합니다. ⊙하상훈(생명의 전화 부원장): 막상 전화를 통해서 자살도모자가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했을 때 우리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기자: 전화상담을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경찰, 119, 병원 등 유관기관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합니다. 미국은 이미 99년 자살을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로 선포하고 정부가 직접 자살 방지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대책마련에 후생성이 앞장서고 있습니다. 2000년 현재 한국 청소년 자살은 연간 265건에 이릅니다. 더구나 그 수가 점차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제 청소년 자살을 바라보는 사회 전반의 인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인터뷰: 아, 얘네들은 더 이상 구제불능이라서 손 댈 수 없다 이런 생각 가지지 마시고 조금만 더 좋은 눈빛으로 얘네들은 이렇지만 마음은 안 그렇다, 선도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서 정말 끝까지 도와주시고 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제 바램이에요. ⊙기자: 이 아이들을 위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할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 볼 때입니다. KBS뉴스 이정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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