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사기 드높이는 자장면

입력 2002.04.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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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자들이 군대에 가면 갑자기 먹고 싶어지는 음식이 많아집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 으뜸이 자장면입니다.
저도 한창때 채 20초도 안돼서 한 그릇 후딱 해치우던 생각이 나네요.
⊙앵커: 정말 놀라운 일이군요, 20초도 안 돼서 그런데 중국음식점이 없는 섬에 근무하는 군인들은 좀처럼 자장면을 먹을 기회가 없을 것 같은데요.
⊙앵커: 그럴 것 같죠? 하지만 다 방법이 있습니다.
뉴스7 출동, 오늘은 서해의 최북단의 한 섬으로 배달되는 대대적인 자장면 수송과정을 최서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해의 최북단섬 백령도, 북한 황해도와의 거리가 불과 10여 킬로미터밖에 안 돼 긴장감이 감도는 곳입니다.
이 백령도에 중국관 자장면, 인근 해병대 대원들에게는 가장 맛이 있는 음식입니다.
군인 손님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곳이 알려지게 된 것은 중국관 주인인 오성민, 이대순 부부가 인근섬에 자장면을 배달하면서부터입니다.
오 씨 부부는 2, 3달에 한 번씩, 자장면집이 없는 소청도에 건너가 해병대원과 주민들에게 무료로 자장면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출장 전날 밤, 영업을 끝내고 지금부터는 자장면 200인분을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반죽해야 할 밀가루만도 2포대가 넘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재료는 이곳에서 12km 떨어진 소청도 해병부대까지 옮겨져 정성이 담긴 자장면으로 탄생합니다.
⊙인터뷰: 양배추는 한 12통 그리고 대파는 한 10단 그리고 양파는 15kg짜리가 세 망...
⊙기자: 다음 날 새벽 5시, 밤새 준비한 재료로 정성껏 자장소스를 만듭니다.
많은 양을 한꺼번에 만들자니 땀은 뻘뻘 흐르고 그러나 자장면을 맛있게 먹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즐겁습니다.
여객선이 발이 묶여 간신히 어선을 빌려탄 오 씨 부부, 한시라도 빨리 섬에 도착해 맛있는 자장면을 내놓고 싶습니다.
소청도 해병대원의 힘찬 인사에 오 씨 부부는 흐뭇합니다.
자장면이 나오는 날은 동네 잔칫날입니다.
⊙인터뷰: 백령도에서 점심식사를 준비했으니까 주민 여러분들은...
⊙기자: 섬 주민들이 하나 둘씩 해병대 식당으로 모입니다.
⊙최매화(주민): 하는 사람 고생스럽게 해서 맛있게 먹어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누가 이렇게 초대해요. 자식들도 못하는... 이만큼도 얼마나 고맙고 감사해요.
⊙이새리: 먹고 싶을 때는요... 대청도 가서 먹었는데요. 여기서 먹으니까 참 맛있어요.
⊙기자: 드디어 해병대원들이 먹을 차례.
⊙인터뷰: 너무 맛있습니다.
⊙기자: 자장면 한 그릇에는 고향에서 면회오신 어머니의 포근함이 느껴집니다.
⊙정상훈(이병): 어머니처럼 손으로 해 주시니까 이게 저희들한테는 부모님같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기자: 주민들과 해병대원들이 먹은 자장면은 소청도 인구수에 가까운 200그릇, 오 씨 부부가 자청해 무료로 자장면 봉사에 나선 것은 작년 봄부터입니다.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의 마음이 안타까웠기 때문입니다.
⊙이대순(중국관 운영): 우리 딸이 육지로 전학을 갔어요.
전학을 시켜놓고 왔는데 마음도 그렇고 그래서 우리 얘들 엄마들도 자식들 군대 보내 놓고 나서 이렇게 마음이 아플까 생각에서 하게 됐어요.
⊙기자: 자장면 한 그릇에는 맛과 함께 오씨 부부의 정성과 넉넉한 마음까지 담겼습니다.
그래서 소박한 음식은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산해진미입니다.
각박한 세태에 산넘고 물건너 배달된 자장면 한 그릇이 사람사는 훈훈한 정을 전하고 있습니다.
KBS뉴스 최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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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병대 사기 드높이는 자장면
    • 입력 2002-04-25 19:00:00
    뉴스 7
⊙앵커: 남자들이 군대에 가면 갑자기 먹고 싶어지는 음식이 많아집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 으뜸이 자장면입니다. 저도 한창때 채 20초도 안돼서 한 그릇 후딱 해치우던 생각이 나네요. ⊙앵커: 정말 놀라운 일이군요, 20초도 안 돼서 그런데 중국음식점이 없는 섬에 근무하는 군인들은 좀처럼 자장면을 먹을 기회가 없을 것 같은데요. ⊙앵커: 그럴 것 같죠? 하지만 다 방법이 있습니다. 뉴스7 출동, 오늘은 서해의 최북단의 한 섬으로 배달되는 대대적인 자장면 수송과정을 최서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해의 최북단섬 백령도, 북한 황해도와의 거리가 불과 10여 킬로미터밖에 안 돼 긴장감이 감도는 곳입니다. 이 백령도에 중국관 자장면, 인근 해병대 대원들에게는 가장 맛이 있는 음식입니다. 군인 손님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곳이 알려지게 된 것은 중국관 주인인 오성민, 이대순 부부가 인근섬에 자장면을 배달하면서부터입니다. 오 씨 부부는 2, 3달에 한 번씩, 자장면집이 없는 소청도에 건너가 해병대원과 주민들에게 무료로 자장면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출장 전날 밤, 영업을 끝내고 지금부터는 자장면 200인분을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반죽해야 할 밀가루만도 2포대가 넘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재료는 이곳에서 12km 떨어진 소청도 해병부대까지 옮겨져 정성이 담긴 자장면으로 탄생합니다. ⊙인터뷰: 양배추는 한 12통 그리고 대파는 한 10단 그리고 양파는 15kg짜리가 세 망... ⊙기자: 다음 날 새벽 5시, 밤새 준비한 재료로 정성껏 자장소스를 만듭니다. 많은 양을 한꺼번에 만들자니 땀은 뻘뻘 흐르고 그러나 자장면을 맛있게 먹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즐겁습니다. 여객선이 발이 묶여 간신히 어선을 빌려탄 오 씨 부부, 한시라도 빨리 섬에 도착해 맛있는 자장면을 내놓고 싶습니다. 소청도 해병대원의 힘찬 인사에 오 씨 부부는 흐뭇합니다. 자장면이 나오는 날은 동네 잔칫날입니다. ⊙인터뷰: 백령도에서 점심식사를 준비했으니까 주민 여러분들은... ⊙기자: 섬 주민들이 하나 둘씩 해병대 식당으로 모입니다. ⊙최매화(주민): 하는 사람 고생스럽게 해서 맛있게 먹어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누가 이렇게 초대해요. 자식들도 못하는... 이만큼도 얼마나 고맙고 감사해요. ⊙이새리: 먹고 싶을 때는요... 대청도 가서 먹었는데요. 여기서 먹으니까 참 맛있어요. ⊙기자: 드디어 해병대원들이 먹을 차례. ⊙인터뷰: 너무 맛있습니다. ⊙기자: 자장면 한 그릇에는 고향에서 면회오신 어머니의 포근함이 느껴집니다. ⊙정상훈(이병): 어머니처럼 손으로 해 주시니까 이게 저희들한테는 부모님같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기자: 주민들과 해병대원들이 먹은 자장면은 소청도 인구수에 가까운 200그릇, 오 씨 부부가 자청해 무료로 자장면 봉사에 나선 것은 작년 봄부터입니다.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의 마음이 안타까웠기 때문입니다. ⊙이대순(중국관 운영): 우리 딸이 육지로 전학을 갔어요. 전학을 시켜놓고 왔는데 마음도 그렇고 그래서 우리 얘들 엄마들도 자식들 군대 보내 놓고 나서 이렇게 마음이 아플까 생각에서 하게 됐어요. ⊙기자: 자장면 한 그릇에는 맛과 함께 오씨 부부의 정성과 넉넉한 마음까지 담겼습니다. 그래서 소박한 음식은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산해진미입니다. 각박한 세태에 산넘고 물건너 배달된 자장면 한 그릇이 사람사는 훈훈한 정을 전하고 있습니다. KBS뉴스 최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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