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북한판 건강체조 ‘율동체조’

입력 2015.09.19 (08:07) 수정 2015.09.19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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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북한에도 우리의 국민 건강 체조처럼 대중체조인 율동체조가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북한의 학교, 직장 할 것 없이 빼놓을 수 없는 일과다 보니, 북한 주민이라면 누구나 율동체조를 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하는데요.

특히 김정은 제1위원장 집권 이후에는 축구율동체조를 비롯한 다양한 율동체조를 개발해 선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의 율동체조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북한 당국이 적극 보급에 나선 배경은 무엇인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최근 북한 당국이 새로 제작해 보급에 나선 ‘노인율동체조’다.

탁 트인 바다를 배경으로 분홍, 빨강, 초록의 의상을 갖춰 입고 체조를 하는 중년의 시범단원들.

재미있는 동작들도 눈길을 끈다.

‘늘구기운동’이라고 불리는 스트레칭부터, 우리의 전통춤에서 착안한 듯 보이는 동작들까지..

음악에 맞춰 팔, 다리, 어깨 등 전신을 활용하는 북한 판 국민체조, ‘율동체조’의 한 종류이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1일) : "건강증진에 적극 이바지하는 소년율동체조, 대중율동체조, 노인율동체조들."

북한의 율동체조는 세대별 특성에 맞춰 네 가지로 제작됐다.

먼저 가장 기본형으로, 15개의 동작을 5분 정도 진행하는 기본형 대중율동체조.

여기에 손끝 등을 활용한 깜찍한 동작이 주를 이루는 유치원 율동체조와, 많은 활동량이 특징인 소년율동체조.

비트가 일반 율동체조에 비해 느리고 동작의 난이도가 낮은 노인율동체조까지.

연령대 별로 동작과 구성에 차이는 있지만, 신체 특정 부위의 효과를 염두에 둔 일관된 특징도 있다고 한다.

<인터뷰> 전선혜(중앙대 체육교육학과 교수/‘새천년 건강체조’ 개발) : "보통 우리는 앞면을 보고 많이 하기 때문에 앞쪽 근육 사용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옆으로 하는 근육이라든가 뒤로 하는 근육, 그 근육들을 이용하는 그런 동작들이 약간 특이성은 있어 보였습니다."

우리 건강 체조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뭘까.

<인터뷰> 전선혜(중앙대 체육교육학과 교수/‘새천년 건강체조’ 개발) : "새천년 건강 체조 같은 경우는 느린 동작하고 빠른 동작을 같이 이제 가미시켜서 좀 과학적으로 심박 수가 천천히 올라갔다가 다시 정상적으로 내려오는 그런 형태를 취했고, 북한의 율동 체조 같은 경우는 주로 경쾌하고 재밌는 쪽에 주안점이 맞춰져 있어요. 대중들한테 어필하면서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참 새롭다.’ 하는 이런 쪽에 포커스를 맞춰서 동작을 만들었다.."

최근 조선중앙TV는 특별 프로그램을 연이어 방영했다.

<녹취> ‘인민을 위한 사랑은 율동체조에도’(지난 11일) : "5분 동안에 10여 개의 동작을 음악에 맞춰 하는 대중율동체조는 동작구성이 새롭고 독특해서 사람들의 절찬을 받으며 급속히 전파돼 갔습니다."

북한의 대중체조, ‘율동체조’에 대해 소개하는 영상이다.

<녹취> "종전의 체조와는 전혀 다른 우리 식의 체조를 창작해야 한다, 사색을 거듭하던 끝에 그는 건강체조를 지난 시기처럼 맨손체조가 아니라 율동적으로 하면 어떻겠는가.."

개발 과정이 공개되고 남녀노소 모두 체조를 즐기는 모습도 담겼다.

이례적인 ‘율동체조’ 시리즈 제작...

이는 최근 새롭게 제작한 ‘노인율동체조’와 더불어 북한 당국의 율동체조 띄우기로 풀이된다.

율동체조가 처음 북한에 보급된 건 1994년,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에 의해서였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1일) : "대중율동체조는 위대한 장군님의 인민사랑의 결정체가 되어 세상에 첫 고고성을 터트릴 수 있었습니다."

당시 TV로 처음 율동체조를 접했던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놀라웠다고 한다.

<인터뷰> 박세영(탈북자/前 북한 육상 국가대표) : "동작들이 너무 신기한 거예요. 저희는, 북한은 모든 걸 각지고 절도 있는 이런 걸 많이 선호했잖아요. 그런데 그 율동 체조는 첫 동작부터 완전 몸을 막 S자로 꼬고 하는 그걸 보고 정말 놀랐거든요. 저희는 그런 동작들은 자본주의에서만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인식이 됐었기 때문에..."

파격적인 동작... 여기에, 율동체조 인기의 견인차 역할을 한 건 시범단이었다.

시범단의 선봉에서 율동체조를 시연하는 형형색색 운동복 차림의 젊은 여성들.

북한의 리듬체조 선수로, 4대륙 대회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던 장경남, 백선영, 최명순이다.

당시 북한에서 이들의 인기는 그야말로 선풍적이었는데, 직접 출연한 4부작 드라마까지 제작될 정도였다고 한다.

<인터뷰> 박세영(탈북자/前 북한 육상 국가대표) : "드라마에서도 나왔던 여성들이 나와서 그렇게 예쁘게 입고 나와서 춤을 추면서 하니까 국민들도 더 좋아했고. 정말 우리는 아이돌이라고 하면 그 사람, 여자들이 저희는 아이돌이었거든요. 그래서 모든 국민들이 다 좋아했고 율동체조를 더 마음에 닿게, 가까이 닿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파격적인 동작과 당대 최고 스타 기용까지..

북한이 율동체조에 이토록 공을 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 성문정(한국스포츠개발원 정책개발실장) : "1990년대 들어오면서 북한이 경제적으로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우리가 다 알고 있듯이 고난의 시기입니다. 아무래도 국민들의 심신이 지쳐있는 시기가 되겠죠. 사회적으로 굉장히 쳐져있는 시기일 것이고 이러한 사회적 활력을 필요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서 율동 체조가 전국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보급과 동시에 북한 전역에 전파된 율동체조는 영화 소재로도 등장했다.

매사에 게으른 주인공이 회사의 율동체조 시간에 지각해 꾸중을 듣는 장면..

<녹취> "(만호 동무! 왜 매일 체조에 늦소?) 저, 그게 약 먹는 시간에 딱 체조를 하다 나니까(보니까)..."

북한에선 일과 전이나 업무 사이 다 같이 모여 율동체조를 하는 것이 그만큼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지난 2007년, 개성공단을 촬영한 KBS 카메라에도 북한 근로자들의 율동체조 현장이 담겼다.

<녹취> 북한 근로자 : "체조 시간입니다. 지금. (아 무슨 체조에요 이게?) 건강관리 체조시간입니다. 율동체조."

수 십 명의 근로자들이 일손도 멈춘 채 운동장에 모여 이른바 ‘업간체조’를 하는 모습이다.

<녹취> 북한 근로자 : "(하고나면 어때요?) 거뜬하고요. 일에서도 솜씨가 난단 말이죠. 기분도 좋고요."

학교에서도 쉬는 시간이면 전교생이 모여 율동체조를 한다고 탈북자는 전한다.

<인터뷰> 박세영(탈북자/前 북한 육상 국가대표) : "학교 전체가 다 나와야 돼요. 교직원까지..이건 몇 명이서 모여서 추는 게 아니라 학교면 학교, 공장 기업소. 이런 데서 수십 명이면 수십 명, 수백 명이 모여가지고 일단 방송이 나오면 다 같이 집체적으로 추는 집단 율동 체조라고 보시면 돼요."

이처럼 수십, 수백 명의 인원이 한데 모이는 율동체조는 집단의식 고취에도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인터뷰> 성문정(한국스포츠개발원 정책개발실장) : "집단 체조가 가지고 있는 특징 중에 하나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동일한 규칙에 따라서 동일한 장소에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열과 오를 맞춰서 하는 그런 집단 운동입니다. 결국 이 과정 속에서 사람들이 결국 체조를 통해서 일상화를 하고 일상화를 통해서 집단주의 의식을 강화시키는 이런 데에 기여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8월부터 지난 4월까지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북한 각계각층의 젊은 여성을 소개하는 ‘인기처녀’ 시리즈를 게재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주목을 받은 건 에어로빅 강사 김진아 씨 편이었다.

주인공이 직접 율동체조를 선보이는가 하면, 율동체조와 관련한 다양한 질문에 답을 하고 직접 운동 효과를 홍보하기도 한다.

<녹취> 김진아(북한 ‘인기처녀’ 출연자) : "운동하니까 확실히 몸매가 고와졌다고 다 좋아합니다. 이렇게 구부정하고 걷지 못하고 하던 사람들도 몸이 부은 게 내리고 건강해진다고 유연성도 풀리고 좋다고 합니다."

북한이 온라인을 통해 율동체조의 대외적 홍보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다.

새로운 율동체조도 계속 선보이고 있다.

지난 5월, 북한 매체는 새로운 율동체조인 ‘축구율동체조’를 공개했다.

맨몸으로 하는 스트레칭과 공이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하는 ‘공중 공 다루기’.

그리고 각종 축구 기술을 이용한 ‘지면 공 다루기’까지...

<녹취> 오혜성(집단체조창작 창작가) : "정말 우리 식으로 우리 축구 선수들의 체질에 맞는 율동과 기초 기술 동작들을 많이 도입해서 창작했습니다."

북한은 북한 전역의 축구팀에 보급된 이 축구율동체조가 선수들의 기초체력과 유연성 보완에 효과적이라고 선전하고 나섰다.

<녹취> 명은경(기관차 체육단 선수) : "온 몸이 거뜬해지고 훈련을 할 열의가 생깁니다. 그리고 공을 제 마음대로 자유자재로 갖고 놀 수도 있고.."

이 축구율동체조의 개발을 지시한 이도 다름 아닌 김정은 제 1위원장이라는 북한의 주장.

전문가는 스포츠와 율동체조를 결합한 새로운 시도가 북한 내 축구의 인기와 더불어, 김정은 시대 ‘체육 강국’ 정책과도 무관치 않다고 분석한다.

<인터뷰> 성문정(한국스포츠개발원 정책개발실장) : "김정은이 집권하고 난 이후에 가장 정책적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것 중에 하나가 체육 강국입니다. 전국에 체육 강국의 열풍을 드높이자 이런 슬로건을 가지고 있는데요. 노쇠한 관료들 사이에서 자기가 가장 잘 아는 스포츠를 정책 부분에 접목시킴으로 인해서 특히 북한 사회에서 억눌려있는 청소년들과 청년들과의 소통의 기회로 스포츠를 활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김정은 제 1위원장의 집권 이후인 2012년 런던올림픽을 기점으로, 북한 스포츠는 국제대회에서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김정은 역시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들에게 아파트를 선물하거나 직접 공항에 마중을 나가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녹취> 라은심(북한 여자 축구팀 주장) :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사랑은 하늘땅보다 더 큰데, 그래서 이제 겨우 보답의 첫 삽을 떴다고 생각했는데..."

이러한 체육 성과는 어김없이 김정은의 업적으로 포장돼 체제 결속에 이용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엘리트 체육 뿐 아니라 율동체조를 비롯한 대중운동으로도 우상화의 반경을 점차 넓힐 거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다.

<인터뷰> 성문정(한국스포츠개발원 정책개발실장) : "율동 체조가 과거에는 업간체조 형태로 굉장히 단순하게 이용이 됐었습니다. 최근에 와서는 율동 체조가 축구에 접목되면서 결국 이것은 이후에도 앞으로도 북한이 가장 강점을 가지고 있는 축구 이외에 역도라든지 유도, 탁구 종목에 율동체조가 접목되면서 결국 이 성과를 김정은의 업적으로 연결시키는 작업들이 계속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체육대중화의 일환으로 집단의식과 단결력 고취를 위해 율동체조를 적극 장려해 온 북한!

아버지가 만들고 발전시켜 온 율동체조에 ‘스포츠’라는 새로운 분야를 가미한 김정은의 시도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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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9-19 08:12:11
    • 수정2015-09-19 08: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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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북한에도 우리의 국민 건강 체조처럼 대중체조인 율동체조가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북한의 학교, 직장 할 것 없이 빼놓을 수 없는 일과다 보니, 북한 주민이라면 누구나 율동체조를 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하는데요.

특히 김정은 제1위원장 집권 이후에는 축구율동체조를 비롯한 다양한 율동체조를 개발해 선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의 율동체조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북한 당국이 적극 보급에 나선 배경은 무엇인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최근 북한 당국이 새로 제작해 보급에 나선 ‘노인율동체조’다.

탁 트인 바다를 배경으로 분홍, 빨강, 초록의 의상을 갖춰 입고 체조를 하는 중년의 시범단원들.

재미있는 동작들도 눈길을 끈다.

‘늘구기운동’이라고 불리는 스트레칭부터, 우리의 전통춤에서 착안한 듯 보이는 동작들까지..

음악에 맞춰 팔, 다리, 어깨 등 전신을 활용하는 북한 판 국민체조, ‘율동체조’의 한 종류이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1일) : "건강증진에 적극 이바지하는 소년율동체조, 대중율동체조, 노인율동체조들."

북한의 율동체조는 세대별 특성에 맞춰 네 가지로 제작됐다.

먼저 가장 기본형으로, 15개의 동작을 5분 정도 진행하는 기본형 대중율동체조.

여기에 손끝 등을 활용한 깜찍한 동작이 주를 이루는 유치원 율동체조와, 많은 활동량이 특징인 소년율동체조.

비트가 일반 율동체조에 비해 느리고 동작의 난이도가 낮은 노인율동체조까지.

연령대 별로 동작과 구성에 차이는 있지만, 신체 특정 부위의 효과를 염두에 둔 일관된 특징도 있다고 한다.

<인터뷰> 전선혜(중앙대 체육교육학과 교수/‘새천년 건강체조’ 개발) : "보통 우리는 앞면을 보고 많이 하기 때문에 앞쪽 근육 사용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옆으로 하는 근육이라든가 뒤로 하는 근육, 그 근육들을 이용하는 그런 동작들이 약간 특이성은 있어 보였습니다."

우리 건강 체조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뭘까.

<인터뷰> 전선혜(중앙대 체육교육학과 교수/‘새천년 건강체조’ 개발) : "새천년 건강 체조 같은 경우는 느린 동작하고 빠른 동작을 같이 이제 가미시켜서 좀 과학적으로 심박 수가 천천히 올라갔다가 다시 정상적으로 내려오는 그런 형태를 취했고, 북한의 율동 체조 같은 경우는 주로 경쾌하고 재밌는 쪽에 주안점이 맞춰져 있어요. 대중들한테 어필하면서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참 새롭다.’ 하는 이런 쪽에 포커스를 맞춰서 동작을 만들었다.."

최근 조선중앙TV는 특별 프로그램을 연이어 방영했다.

<녹취> ‘인민을 위한 사랑은 율동체조에도’(지난 11일) : "5분 동안에 10여 개의 동작을 음악에 맞춰 하는 대중율동체조는 동작구성이 새롭고 독특해서 사람들의 절찬을 받으며 급속히 전파돼 갔습니다."

북한의 대중체조, ‘율동체조’에 대해 소개하는 영상이다.

<녹취> "종전의 체조와는 전혀 다른 우리 식의 체조를 창작해야 한다, 사색을 거듭하던 끝에 그는 건강체조를 지난 시기처럼 맨손체조가 아니라 율동적으로 하면 어떻겠는가.."

개발 과정이 공개되고 남녀노소 모두 체조를 즐기는 모습도 담겼다.

이례적인 ‘율동체조’ 시리즈 제작...

이는 최근 새롭게 제작한 ‘노인율동체조’와 더불어 북한 당국의 율동체조 띄우기로 풀이된다.

율동체조가 처음 북한에 보급된 건 1994년,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에 의해서였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1일) : "대중율동체조는 위대한 장군님의 인민사랑의 결정체가 되어 세상에 첫 고고성을 터트릴 수 있었습니다."

당시 TV로 처음 율동체조를 접했던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놀라웠다고 한다.

<인터뷰> 박세영(탈북자/前 북한 육상 국가대표) : "동작들이 너무 신기한 거예요. 저희는, 북한은 모든 걸 각지고 절도 있는 이런 걸 많이 선호했잖아요. 그런데 그 율동 체조는 첫 동작부터 완전 몸을 막 S자로 꼬고 하는 그걸 보고 정말 놀랐거든요. 저희는 그런 동작들은 자본주의에서만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인식이 됐었기 때문에..."

파격적인 동작... 여기에, 율동체조 인기의 견인차 역할을 한 건 시범단이었다.

시범단의 선봉에서 율동체조를 시연하는 형형색색 운동복 차림의 젊은 여성들.

북한의 리듬체조 선수로, 4대륙 대회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던 장경남, 백선영, 최명순이다.

당시 북한에서 이들의 인기는 그야말로 선풍적이었는데, 직접 출연한 4부작 드라마까지 제작될 정도였다고 한다.

<인터뷰> 박세영(탈북자/前 북한 육상 국가대표) : "드라마에서도 나왔던 여성들이 나와서 그렇게 예쁘게 입고 나와서 춤을 추면서 하니까 국민들도 더 좋아했고. 정말 우리는 아이돌이라고 하면 그 사람, 여자들이 저희는 아이돌이었거든요. 그래서 모든 국민들이 다 좋아했고 율동체조를 더 마음에 닿게, 가까이 닿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파격적인 동작과 당대 최고 스타 기용까지..

북한이 율동체조에 이토록 공을 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 성문정(한국스포츠개발원 정책개발실장) : "1990년대 들어오면서 북한이 경제적으로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우리가 다 알고 있듯이 고난의 시기입니다. 아무래도 국민들의 심신이 지쳐있는 시기가 되겠죠. 사회적으로 굉장히 쳐져있는 시기일 것이고 이러한 사회적 활력을 필요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서 율동 체조가 전국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보급과 동시에 북한 전역에 전파된 율동체조는 영화 소재로도 등장했다.

매사에 게으른 주인공이 회사의 율동체조 시간에 지각해 꾸중을 듣는 장면..

<녹취> "(만호 동무! 왜 매일 체조에 늦소?) 저, 그게 약 먹는 시간에 딱 체조를 하다 나니까(보니까)..."

북한에선 일과 전이나 업무 사이 다 같이 모여 율동체조를 하는 것이 그만큼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지난 2007년, 개성공단을 촬영한 KBS 카메라에도 북한 근로자들의 율동체조 현장이 담겼다.

<녹취> 북한 근로자 : "체조 시간입니다. 지금. (아 무슨 체조에요 이게?) 건강관리 체조시간입니다. 율동체조."

수 십 명의 근로자들이 일손도 멈춘 채 운동장에 모여 이른바 ‘업간체조’를 하는 모습이다.

<녹취> 북한 근로자 : "(하고나면 어때요?) 거뜬하고요. 일에서도 솜씨가 난단 말이죠. 기분도 좋고요."

학교에서도 쉬는 시간이면 전교생이 모여 율동체조를 한다고 탈북자는 전한다.

<인터뷰> 박세영(탈북자/前 북한 육상 국가대표) : "학교 전체가 다 나와야 돼요. 교직원까지..이건 몇 명이서 모여서 추는 게 아니라 학교면 학교, 공장 기업소. 이런 데서 수십 명이면 수십 명, 수백 명이 모여가지고 일단 방송이 나오면 다 같이 집체적으로 추는 집단 율동 체조라고 보시면 돼요."

이처럼 수십, 수백 명의 인원이 한데 모이는 율동체조는 집단의식 고취에도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인터뷰> 성문정(한국스포츠개발원 정책개발실장) : "집단 체조가 가지고 있는 특징 중에 하나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동일한 규칙에 따라서 동일한 장소에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열과 오를 맞춰서 하는 그런 집단 운동입니다. 결국 이 과정 속에서 사람들이 결국 체조를 통해서 일상화를 하고 일상화를 통해서 집단주의 의식을 강화시키는 이런 데에 기여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8월부터 지난 4월까지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북한 각계각층의 젊은 여성을 소개하는 ‘인기처녀’ 시리즈를 게재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주목을 받은 건 에어로빅 강사 김진아 씨 편이었다.

주인공이 직접 율동체조를 선보이는가 하면, 율동체조와 관련한 다양한 질문에 답을 하고 직접 운동 효과를 홍보하기도 한다.

<녹취> 김진아(북한 ‘인기처녀’ 출연자) : "운동하니까 확실히 몸매가 고와졌다고 다 좋아합니다. 이렇게 구부정하고 걷지 못하고 하던 사람들도 몸이 부은 게 내리고 건강해진다고 유연성도 풀리고 좋다고 합니다."

북한이 온라인을 통해 율동체조의 대외적 홍보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다.

새로운 율동체조도 계속 선보이고 있다.

지난 5월, 북한 매체는 새로운 율동체조인 ‘축구율동체조’를 공개했다.

맨몸으로 하는 스트레칭과 공이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하는 ‘공중 공 다루기’.

그리고 각종 축구 기술을 이용한 ‘지면 공 다루기’까지...

<녹취> 오혜성(집단체조창작 창작가) : "정말 우리 식으로 우리 축구 선수들의 체질에 맞는 율동과 기초 기술 동작들을 많이 도입해서 창작했습니다."

북한은 북한 전역의 축구팀에 보급된 이 축구율동체조가 선수들의 기초체력과 유연성 보완에 효과적이라고 선전하고 나섰다.

<녹취> 명은경(기관차 체육단 선수) : "온 몸이 거뜬해지고 훈련을 할 열의가 생깁니다. 그리고 공을 제 마음대로 자유자재로 갖고 놀 수도 있고.."

이 축구율동체조의 개발을 지시한 이도 다름 아닌 김정은 제 1위원장이라는 북한의 주장.

전문가는 스포츠와 율동체조를 결합한 새로운 시도가 북한 내 축구의 인기와 더불어, 김정은 시대 ‘체육 강국’ 정책과도 무관치 않다고 분석한다.

<인터뷰> 성문정(한국스포츠개발원 정책개발실장) : "김정은이 집권하고 난 이후에 가장 정책적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것 중에 하나가 체육 강국입니다. 전국에 체육 강국의 열풍을 드높이자 이런 슬로건을 가지고 있는데요. 노쇠한 관료들 사이에서 자기가 가장 잘 아는 스포츠를 정책 부분에 접목시킴으로 인해서 특히 북한 사회에서 억눌려있는 청소년들과 청년들과의 소통의 기회로 스포츠를 활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김정은 제 1위원장의 집권 이후인 2012년 런던올림픽을 기점으로, 북한 스포츠는 국제대회에서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김정은 역시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들에게 아파트를 선물하거나 직접 공항에 마중을 나가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녹취> 라은심(북한 여자 축구팀 주장) :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사랑은 하늘땅보다 더 큰데, 그래서 이제 겨우 보답의 첫 삽을 떴다고 생각했는데..."

이러한 체육 성과는 어김없이 김정은의 업적으로 포장돼 체제 결속에 이용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엘리트 체육 뿐 아니라 율동체조를 비롯한 대중운동으로도 우상화의 반경을 점차 넓힐 거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다.

<인터뷰> 성문정(한국스포츠개발원 정책개발실장) : "율동 체조가 과거에는 업간체조 형태로 굉장히 단순하게 이용이 됐었습니다. 최근에 와서는 율동 체조가 축구에 접목되면서 결국 이것은 이후에도 앞으로도 북한이 가장 강점을 가지고 있는 축구 이외에 역도라든지 유도, 탁구 종목에 율동체조가 접목되면서 결국 이 성과를 김정은의 업적으로 연결시키는 작업들이 계속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체육대중화의 일환으로 집단의식과 단결력 고취를 위해 율동체조를 적극 장려해 온 북한!

아버지가 만들고 발전시켜 온 율동체조에 ‘스포츠’라는 새로운 분야를 가미한 김정은의 시도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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