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북중관계 ‘해빙’…한반도 정세는?

입력 2015.10.17 (07:48) 수정 2015.10.1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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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아나운서 이각경입니다.

10월 17일 토요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남북 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이슈 & 한반도>입니다.

지난 주말 북한의 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북·중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특히, 방북한 중국 권력 서열 5위 류윈산 상무위원과 김정은 제1위원장이 보인 행보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슈 앤 한반도>, 오늘은 해빙기를 맞고 있는 북·중 관계, 그리고 한미정상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행사 등이 이어지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집중 진단했습니다.

송지현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지난 10일, 평양 김일성 광장.

열병부대의 함성과 함께 김정은 제1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녹취> 리영길(북한군 총참모장) : "조선노동당 창건 70돌 경축 열병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빨치산 기마부대를 선두로 시작된 열병 행진.

군 병력 2만 여명, 어린이와 학생 등 10만 여명의 주민이 동원된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입니다.

상공에선 당 창건 70주년을 형상화한 화려한 에어쇼가, 지상에선 각종 체제 선전 구호를 담은 카드섹션이 이어집니다.

3년 만에 다시 열병식 연설에 나선 김정은 제1위원장.

김 제1위원장은 25분여의 연설 동안 ‘인민’이란 단어를 무려 97번이나 언급했지만, 단골 메뉴였던 핵, 미사일 문제는 전혀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김정은 육성 연설 : "우리 당의 역사는 곧 인민이 걸어온 길이고 우리 당의 힘은 곧 인민의 힘이며 우리 당이 이룩한 승리는 위대한 우리 인민의 승리입니다."

열병식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김제1위원장과 주석단에 나란히 선 류윈산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이었습니다.

함께 열병식을 지켜보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수시로 대화를 하고 귓속말을 나누는 두 사람.

열병식이 끝난 뒤에는 군중들을 향해 두 손을 맞잡고 치켜드는 모습까지 연출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 "운명의 핏줄로 억척같이 뭉쳐 있는 한 최후 승리는 반드시 우리의 것입니다."

두 사람은 야간에 진행된 10만 대학생의 횃불행진 행사장에도 함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평양 도착 직후 공식 회담에 이어, 사실상 1박 2일의 긴 이례적 만남을 이어가며 북-중 관계의 복원을 대내외에 과시한 겁니다.

<인터뷰> 박병광(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 : "류윈산이 방북을 한 3박 4일 동안 여러 가지 행사들에 참여함으로서 양국관계를 굉장히 정상화 시키고자 하는 그런 의지를 드러냈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김정은 역시 류윈산과 양 손을 마주잡고서 치켜 올리면서 서로 웃는, 만면에 웃음을 띈 그런 표정을 보임으로서 북중 관계가 이것이 단기간에 맺어진 관계가 아니라 장구한 역사 속에서 맺어져 왔고, 또 대를 이어서 양국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그런 나름대로의 의지와 지침을 과시했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류윈산 상무위원의 귀국 사흘 뒤, 북·중 접경 도시 단둥에서는 북한과 중국의 대규모 무역시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북한과 중국 주민 누구나 자유롭게 물건을 사고 팔 수 있고, 하루 우리 돈 150만원까지 세금도 면제됩니다.

<녹취> 겅무(중국 상인) : "호시 무역을 통해 우리나 북한이나 서로 돈을 벌 수 있고, 시장 경제도 살릴 수 있으니까 좋은 일이죠."

인근에서는 100여개 북한 업체가 참여한 북·중의 대규모 상품 박람회도 열렸습니다.

<녹취> 북한 판매원 : "(중국 사람들은 고추장 좋아하나요?) 네, 몹시 좋아합니다. 물어보지 않고도 사갑니다."

최근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북·중관계가 경제 협력분야부터 변화 조짐을 맞고 있는 겁니다.

류윈산 방북 이후 북중 매체의 보도 행태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특히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류윈산의 방북 당시 사진을 1면에 게재하며 북·중관계의 개선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중국 내 인터넷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을 비하하는 ‘진싼팡즈‘, ‘김 씨 일가의 뚱뚱한 3세’란 뜻의 단어 검색을 차단한 것도 북한을 배려한 상징적인 조치라는 분석입니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일단은 류윈산 방북 이후에 중국의 행보를 보면 전반적으로 이 양국 관계를 복원하려는 그런 흐름이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의 경우에 양국 간의 일단 고위급 인사 교류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고요. 그 다음에 북한이 필요로 하는 식량이라든지 원유라든지 하는 부분의 현물지원도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양국 간의 인적, 물적 교류가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조선중앙TV를 비롯한 북한 매체들도 김정은 제1위원장과의 회담 등 류윈산 상무위원의 방북 관련 소식을 반복해서 내보내며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북한의 당 창건 행사를 계기로 북중 관계가 해빙기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중국 방문 여부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 제1위원장의 방중이 성사되기까지는 아직도 넘어야할 고비가 많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9일 평양에 도착한 류윈산 상무위원은 곧바로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시진핑 주석의 공식 친서를 전달했습니다.

다음 날 중국 매체들은 두 사람 모두 양국관계가 ‘피로써 맺어진 관계’, ‘혈맹 관계’임을 강조했고, 광범위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양측은 구체적으로 고위급 인사의 왕래와 정치 대화 유지, 그리고 경제 협력 강화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중 매체는 그러나 핵심 현안인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는 상이한 보도를 내놨습니다.

<녹취> 중국 CCTV : "(류윈산 상무위원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북한과 함께 이른 시일 안에 6자 회담이 재개되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매체는 류 상무위원이 비핵화 원칙을 언급하며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주문했다고 전한 반면, 북한 매체는 이에 대한 언급 없이 북·중 관계 개선을 위한 중국의 실천적 노력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0일) : "김정은 동지께서는 전통은 역사책이나 교과서에 기록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계승하고 빛내 가야 한다고 하시면서 북한과 중국이 관계 개선이란 큰 틀에는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박병광(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 : "북중 양국이 현재도 샅바 싸움을 하고 있는데 중국이 먼저 류윈산을 북한에 보냈다는 것은 사실은 중국으로서는 북한에게 관계 개선의 신호를 보냈다고 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북한이 이 샅바싸움에서 완전히 중국을 내다 꽂으면서 자기가 주도권을 장악할 것이냐, 아니면 은근슬쩍 북한도 적절히 타협하는 선에서 중국의 손을 잡고 북한도 베이징으로 갈 것이냐 이것은 결국 현재 상황은 공은 북한에 와 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때문에 관계개선의 실마리는 풀었지만, 관건은 북핵 문제가 될 거란 분석입니다.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부쩍 강화한 중국과 핵 보유를 체제 유지의 핵심으로 여기는 북한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지용(국립외교원 교수) :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뭐냐 하면 북 핵입니다, 북핵. 중국이 현재 북한에 대해서 가장 바라고 있는 것은 최소한으로 핵 프로그램을 동결함으로서 더 이상 불안정 요인을 만들지 않는 것, 이것을 원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북한 김정은은 이것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게 계속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거예요."

이와 함께 오늘 새벽 워싱턴에서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 결과와, 장거리 로켓 발사 등 북한의 향후 도발 여부도 큰 변수로 남아있습니다.

북한이 총력을 기울여 준비해온 당 창건 70주년 행사가 막을 내리면서 주춤했던 남북관계가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특히, 북중 관계의 복원 움직임은 남북관계에도 긍정적으로 평가되는데요, 당장 이번 주 각종 민간 교류가 잇따라 재개됐고, 사흘 뒤 금강산에서는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지난 15일, 고려시대 왕궁터, 개성 만월대의 발굴 현장을 80여명의 우리 역사학자들이 찾았습니다.

공동 발굴 사업을 시작한 지 8년 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방북이 이뤄진 것입니다.

<녹취> 리진우(북한 민화협 중앙위원) : "오늘의 이 회합은 민족문화유산을 더욱 빛내 나가려는 북남학자들의 고심어린 노력과 열정에 안아온 소중한 결실입니다."

서울과 개성에서 동시에 진행 중인 특별전에는 북한이 국보로 지정한 ‘고려 태조 왕건상’ 등 만월대 유물 백 여 점이 공개됐습니다.

같은 시각, 금강산 신계사에서 열린 남북 불교계의 합동 법회.

‘겨레말 큰사전’ 편찬회의에 이어 이달 말에는 남북 노동자 단체의 통일 축구대회도 평양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건 사흘 뒤부터 금강산에서 진행될 이산가족 상봉 행사입니다.

정부는 이산 상봉 행사를 계기로 지난 8월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한 남북 당국 회담을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이제 8.25 합의 6개 항 중에 3개항은 첫째, 전반적인 당국 회담을 포함해서 전반적인 남북관계 개선에 나선다, 그 다음에 이산가족 상봉한다, 그 다음에 민간 교류한다는 거거든요. 이 세 가지가 모두 지금 진행이 되고 있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산가족 상봉과 민간 교류를 통해서 분위기를 조성하고 당국 회담에서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실리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려했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대신, 체제 결집과 북·중 관계 복원에 초점을 맞춰당 창건 70주년 행사를 마친 북한.

모처럼의 화해 분위기가 북·중 관계와 남북관계 발전, 나아가 동북아 정세의 해빙으로 이어질지 북한의 선택이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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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0-17 08:36:54
    • 수정2015-10-17 09: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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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이각경입니다.

10월 17일 토요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남북 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이슈 & 한반도>입니다.

지난 주말 북한의 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북·중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특히, 방북한 중국 권력 서열 5위 류윈산 상무위원과 김정은 제1위원장이 보인 행보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슈 앤 한반도>, 오늘은 해빙기를 맞고 있는 북·중 관계, 그리고 한미정상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행사 등이 이어지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집중 진단했습니다.

송지현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지난 10일, 평양 김일성 광장.

열병부대의 함성과 함께 김정은 제1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녹취> 리영길(북한군 총참모장) : "조선노동당 창건 70돌 경축 열병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빨치산 기마부대를 선두로 시작된 열병 행진.

군 병력 2만 여명, 어린이와 학생 등 10만 여명의 주민이 동원된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입니다.

상공에선 당 창건 70주년을 형상화한 화려한 에어쇼가, 지상에선 각종 체제 선전 구호를 담은 카드섹션이 이어집니다.

3년 만에 다시 열병식 연설에 나선 김정은 제1위원장.

김 제1위원장은 25분여의 연설 동안 ‘인민’이란 단어를 무려 97번이나 언급했지만, 단골 메뉴였던 핵, 미사일 문제는 전혀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김정은 육성 연설 : "우리 당의 역사는 곧 인민이 걸어온 길이고 우리 당의 힘은 곧 인민의 힘이며 우리 당이 이룩한 승리는 위대한 우리 인민의 승리입니다."

열병식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김제1위원장과 주석단에 나란히 선 류윈산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이었습니다.

함께 열병식을 지켜보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수시로 대화를 하고 귓속말을 나누는 두 사람.

열병식이 끝난 뒤에는 군중들을 향해 두 손을 맞잡고 치켜드는 모습까지 연출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 "운명의 핏줄로 억척같이 뭉쳐 있는 한 최후 승리는 반드시 우리의 것입니다."

두 사람은 야간에 진행된 10만 대학생의 횃불행진 행사장에도 함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평양 도착 직후 공식 회담에 이어, 사실상 1박 2일의 긴 이례적 만남을 이어가며 북-중 관계의 복원을 대내외에 과시한 겁니다.

<인터뷰> 박병광(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 : "류윈산이 방북을 한 3박 4일 동안 여러 가지 행사들에 참여함으로서 양국관계를 굉장히 정상화 시키고자 하는 그런 의지를 드러냈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김정은 역시 류윈산과 양 손을 마주잡고서 치켜 올리면서 서로 웃는, 만면에 웃음을 띈 그런 표정을 보임으로서 북중 관계가 이것이 단기간에 맺어진 관계가 아니라 장구한 역사 속에서 맺어져 왔고, 또 대를 이어서 양국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그런 나름대로의 의지와 지침을 과시했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류윈산 상무위원의 귀국 사흘 뒤, 북·중 접경 도시 단둥에서는 북한과 중국의 대규모 무역시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북한과 중국 주민 누구나 자유롭게 물건을 사고 팔 수 있고, 하루 우리 돈 150만원까지 세금도 면제됩니다.

<녹취> 겅무(중국 상인) : "호시 무역을 통해 우리나 북한이나 서로 돈을 벌 수 있고, 시장 경제도 살릴 수 있으니까 좋은 일이죠."

인근에서는 100여개 북한 업체가 참여한 북·중의 대규모 상품 박람회도 열렸습니다.

<녹취> 북한 판매원 : "(중국 사람들은 고추장 좋아하나요?) 네, 몹시 좋아합니다. 물어보지 않고도 사갑니다."

최근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북·중관계가 경제 협력분야부터 변화 조짐을 맞고 있는 겁니다.

류윈산 방북 이후 북중 매체의 보도 행태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특히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류윈산의 방북 당시 사진을 1면에 게재하며 북·중관계의 개선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중국 내 인터넷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을 비하하는 ‘진싼팡즈‘, ‘김 씨 일가의 뚱뚱한 3세’란 뜻의 단어 검색을 차단한 것도 북한을 배려한 상징적인 조치라는 분석입니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일단은 류윈산 방북 이후에 중국의 행보를 보면 전반적으로 이 양국 관계를 복원하려는 그런 흐름이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의 경우에 양국 간의 일단 고위급 인사 교류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고요. 그 다음에 북한이 필요로 하는 식량이라든지 원유라든지 하는 부분의 현물지원도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양국 간의 인적, 물적 교류가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조선중앙TV를 비롯한 북한 매체들도 김정은 제1위원장과의 회담 등 류윈산 상무위원의 방북 관련 소식을 반복해서 내보내며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북한의 당 창건 행사를 계기로 북중 관계가 해빙기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중국 방문 여부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 제1위원장의 방중이 성사되기까지는 아직도 넘어야할 고비가 많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9일 평양에 도착한 류윈산 상무위원은 곧바로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시진핑 주석의 공식 친서를 전달했습니다.

다음 날 중국 매체들은 두 사람 모두 양국관계가 ‘피로써 맺어진 관계’, ‘혈맹 관계’임을 강조했고, 광범위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양측은 구체적으로 고위급 인사의 왕래와 정치 대화 유지, 그리고 경제 협력 강화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중 매체는 그러나 핵심 현안인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는 상이한 보도를 내놨습니다.

<녹취> 중국 CCTV : "(류윈산 상무위원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북한과 함께 이른 시일 안에 6자 회담이 재개되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매체는 류 상무위원이 비핵화 원칙을 언급하며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주문했다고 전한 반면, 북한 매체는 이에 대한 언급 없이 북·중 관계 개선을 위한 중국의 실천적 노력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0일) : "김정은 동지께서는 전통은 역사책이나 교과서에 기록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계승하고 빛내 가야 한다고 하시면서 북한과 중국이 관계 개선이란 큰 틀에는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박병광(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 : "북중 양국이 현재도 샅바 싸움을 하고 있는데 중국이 먼저 류윈산을 북한에 보냈다는 것은 사실은 중국으로서는 북한에게 관계 개선의 신호를 보냈다고 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북한이 이 샅바싸움에서 완전히 중국을 내다 꽂으면서 자기가 주도권을 장악할 것이냐, 아니면 은근슬쩍 북한도 적절히 타협하는 선에서 중국의 손을 잡고 북한도 베이징으로 갈 것이냐 이것은 결국 현재 상황은 공은 북한에 와 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때문에 관계개선의 실마리는 풀었지만, 관건은 북핵 문제가 될 거란 분석입니다.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부쩍 강화한 중국과 핵 보유를 체제 유지의 핵심으로 여기는 북한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지용(국립외교원 교수) :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뭐냐 하면 북 핵입니다, 북핵. 중국이 현재 북한에 대해서 가장 바라고 있는 것은 최소한으로 핵 프로그램을 동결함으로서 더 이상 불안정 요인을 만들지 않는 것, 이것을 원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북한 김정은은 이것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게 계속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거예요."

이와 함께 오늘 새벽 워싱턴에서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 결과와, 장거리 로켓 발사 등 북한의 향후 도발 여부도 큰 변수로 남아있습니다.

북한이 총력을 기울여 준비해온 당 창건 70주년 행사가 막을 내리면서 주춤했던 남북관계가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특히, 북중 관계의 복원 움직임은 남북관계에도 긍정적으로 평가되는데요, 당장 이번 주 각종 민간 교류가 잇따라 재개됐고, 사흘 뒤 금강산에서는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지난 15일, 고려시대 왕궁터, 개성 만월대의 발굴 현장을 80여명의 우리 역사학자들이 찾았습니다.

공동 발굴 사업을 시작한 지 8년 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방북이 이뤄진 것입니다.

<녹취> 리진우(북한 민화협 중앙위원) : "오늘의 이 회합은 민족문화유산을 더욱 빛내 나가려는 북남학자들의 고심어린 노력과 열정에 안아온 소중한 결실입니다."

서울과 개성에서 동시에 진행 중인 특별전에는 북한이 국보로 지정한 ‘고려 태조 왕건상’ 등 만월대 유물 백 여 점이 공개됐습니다.

같은 시각, 금강산 신계사에서 열린 남북 불교계의 합동 법회.

‘겨레말 큰사전’ 편찬회의에 이어 이달 말에는 남북 노동자 단체의 통일 축구대회도 평양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건 사흘 뒤부터 금강산에서 진행될 이산가족 상봉 행사입니다.

정부는 이산 상봉 행사를 계기로 지난 8월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한 남북 당국 회담을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이제 8.25 합의 6개 항 중에 3개항은 첫째, 전반적인 당국 회담을 포함해서 전반적인 남북관계 개선에 나선다, 그 다음에 이산가족 상봉한다, 그 다음에 민간 교류한다는 거거든요. 이 세 가지가 모두 지금 진행이 되고 있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산가족 상봉과 민간 교류를 통해서 분위기를 조성하고 당국 회담에서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실리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려했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대신, 체제 결집과 북·중 관계 복원에 초점을 맞춰당 창건 70주년 행사를 마친 북한.

모처럼의 화해 분위기가 북·중 관계와 남북관계 발전, 나아가 동북아 정세의 해빙으로 이어질지 북한의 선택이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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