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리포트] 끝나지 않는 연무…외교 분쟁까지

입력 2015.10.17 (08:28) 수정 2015.10.1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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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달 3일이었죠? 쾌청한 날씨 속에 치러진 중국 전승절 열병식입니다.

날씨까지 바꾼 중국 정부의 통제력이 화제였는데, 열병식이 끝난 바로 다음날 베이징은 스모그에 덮여 이렇게 돼 버렸습니다.

희뿌연 연기에 싸여 베이징과 비슷하게 보이는 이 곳 어디일까요?

네, 인도네시아입니다.

산불 때문에 생긴 연무가 도시를 뒤덮으면서 휴교와 항공편 결항에 호흡기 질환까지 주민들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연무가 이웃 나라로 넘어가다 보니 동남아 국가들 사이에 외교 분쟁까지 일어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구본국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남 수마트라 섬의 주도인 팔렘방.

하늘에서 바라본 도시는 온통 희뿌연 연무로 뒤덮였습니다.

착륙이 가까워져서야 그나마 건물과 도로의 형체를 겨우 알아볼 수 있습니다.

도심 거리는 대낮인데도 어두컴컴하고 백 미터 앞도 제대로 볼 수 없습니다.

숨쉬기도 쉽지 않은 상황.

너나 할 것 없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일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하이를(시민) : "힘듭니다. 숨쉬기도 어렵고 눈도 따끔합니다."

<인터뷰> 하자 메가와티(시민) : "연무 때문에 너무 괴롭습니다. 숨쉬기도 어렵고 밤에 잠도 잘 수 없을 지경입니다."

어둠이 내려앉은 후 차로 1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숲 지역.

숲 속 곳곳에서 시뻘건 불길이 일고 있습니다.

사나운 불길이 숲을 삼키고 밤하늘 위로 불씨와 재가 날려 갑니다.

불길 가까이 다가가자 뜨거운 열기와 메케한 냄새가 취재진을 괴롭힙니다.

어둠이 내리고 저녁 7시가 지났지만 숲은 여전히 벌겋게 불타고 있습니다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물마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길도 없는 숲을 헤치고 소방관들이 물을 뿌립니다.

하지만 거센 바람을 타고 맹렬히 번지는 불길 앞에서는 속수무책입니다.

열악한 장비와 인원 때문에 소방관들은 불을 끄기보다는 불길 차단에 주력합니다.

<인터뷰> 헹키(소방관) : "호스로 소방차에서 물을 끌어 더는 주변 주택까지 불이 번지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숲 바로 옆에 있는 민가와 상점들.

바람을 타고 불길이 다가오자 불안감을 떨칠 수 없습니다.

<인터뷰> 이스마엘(주민) : "우리 집까지 불이 올까 걱정이고 아이들의 건강을 해칠까 봐 걱정이 많이 됩니다."

다음날 찾아간 화재 지역.

숲 대부분이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하지만 불은 완전히 꺼지지 않고 곳곳에서 불씨가 살아나고 있습니다.

흙에 불이 붙는 이탄토 지역이어서 진화 작업이 끝나도 또다시 불이 붙는 겁니다.

매년 6월부터 9월까지 인도네시아는 비가 잘 오지 않는 건기.

그런데 엘니뇨 현상으로 메마른 날씨는 10월까지 계속되고 있고 자연 발화 때문에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개발을 위한 탐욕도 산불과 연무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화전을 위해 농민들이 불을 지르고….

일부 기업과 농장주들은 팜 농장을 개발하기 위해 열대 우림에 불을 지르는 겁니다.

인도네시아는 제지회사와 팜유 농장 네 곳이 농지 개간을 위해 일부러 불을 냈다며 영업중지 조치를 한 데 이어 추가로 200개 업체에 대해서도 방화 혐의를 잡고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니코(재난방재청 요원) : "여러 곳에서 불이 나고 있습니다. 무책임한 농장개발회사가 불을 질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두 달 동안 인도네시아에서 산불이 일어난 지역은 천8백여 곳.

수마트라 리아주에서만 그동안 3천 헥타르, 여의도의 10배 면적의 숲이 사라졌습니다.

숲이 불에 타면서 멸종 위기에 처한 오랑우탄 등 열대우림 동물들은 아예 터전을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연무로 수마트라와 칼리만탄 지역의 소규모 공항들은 몇 달 동안 여객기가 뜨고 내리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공기가 오염되면서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학교는 수시로 휴교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해를 가릴 정도의 짙은 연무가 몇 달째 계속되면서 마스크 착용은 일상이 됐고 각급 병원에는 호흡기 환자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내에서만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사람이 40만 명.

특히 노약자와 어린이들이 호흡기 질환에 취약해 어린이 등 3명이 숨졌습니다.

<인터뷰> 샤릴(팔렘방 병원 원장) : "오늘까지 보면 환자 수가 많이 올라갔는데 기상청의 연무 농도 역시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연무 농도에 따라 환자 수가 오르락내리락합니다."

급기야 신생아들은 공조장치가 있는 정부 사무실로 옮겨지고 있습니다.

도심에서는 호흡이 곤란한 사람을 위해 산소통을 팔고 있습니다.

집에서 산소를 마시며 생활하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아지르 에카 푸트라(시민) : "밤에는 특히 숨쉬기가 어렵습니다. 침실까지 연무가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산소통을 이용하면 편하게 잘 수 있습니다."

산불과 연무 때문에 인도네시아가 입은 경제 피해가 최대 475조 루피아, 우리 돈 40조 9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연무가 루피아화 하락과 성장 둔화까지 겪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신인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연무 피해는 인도네시아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무역풍을 타고 연무가 넘어오면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역시 휴교에 들어가고 수많은 항공편이 지연됐습니다.

<인터뷰> 독일인 관광객

이달 초에는 휴양지로 잘 알려진 푸껫 등 태국 7개 주도 연무의 영향으로 건강주의보가 발령됐습니다.

급기야 나지브 라자크 말레이시아 총리가 인도네시아 당국에 대기오염을 유발한 사람들에 대한 조처를 할 것을 요구하는 등 외교적 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웃 국가의 압박에 크게 괘념치 않는 모습입니다.

산불의 배후에는 인도네시아에서 팜 농장을 운영하는 말레이이사와 싱가포르 기업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바트로딘 하티(인도네시아 경찰청장)

이웃 나라들도 책임이 있다는 인식 때문인지 인도네시아는 오히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국제 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산불 진화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코 위도도(인도네시아 대통령) : "이웃 국가들에 많은 양의 물을 투하할 수 있는 항공기를 요청해 진화 작업에 속도를 내도록 하겠습니다."

연무 피해는 해마다 동남아 전체로 퍼지고 있습니다.

특히 기상 이변으로 비까지 내리지 않으면서 연무는 더 오랜 기간 인간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기상 이변에 인간의 탐욕까지 가세해 짙은 연무는 좀처럼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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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 리포트] 끝나지 않는 연무…외교 분쟁까지
    • 입력 2015-10-17 09:09:02
    • 수정2015-10-17 09:39:09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지난달 3일이었죠? 쾌청한 날씨 속에 치러진 중국 전승절 열병식입니다.

날씨까지 바꾼 중국 정부의 통제력이 화제였는데, 열병식이 끝난 바로 다음날 베이징은 스모그에 덮여 이렇게 돼 버렸습니다.

희뿌연 연기에 싸여 베이징과 비슷하게 보이는 이 곳 어디일까요?

네, 인도네시아입니다.

산불 때문에 생긴 연무가 도시를 뒤덮으면서 휴교와 항공편 결항에 호흡기 질환까지 주민들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연무가 이웃 나라로 넘어가다 보니 동남아 국가들 사이에 외교 분쟁까지 일어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구본국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남 수마트라 섬의 주도인 팔렘방.

하늘에서 바라본 도시는 온통 희뿌연 연무로 뒤덮였습니다.

착륙이 가까워져서야 그나마 건물과 도로의 형체를 겨우 알아볼 수 있습니다.

도심 거리는 대낮인데도 어두컴컴하고 백 미터 앞도 제대로 볼 수 없습니다.

숨쉬기도 쉽지 않은 상황.

너나 할 것 없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일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하이를(시민) : "힘듭니다. 숨쉬기도 어렵고 눈도 따끔합니다."

<인터뷰> 하자 메가와티(시민) : "연무 때문에 너무 괴롭습니다. 숨쉬기도 어렵고 밤에 잠도 잘 수 없을 지경입니다."

어둠이 내려앉은 후 차로 1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숲 지역.

숲 속 곳곳에서 시뻘건 불길이 일고 있습니다.

사나운 불길이 숲을 삼키고 밤하늘 위로 불씨와 재가 날려 갑니다.

불길 가까이 다가가자 뜨거운 열기와 메케한 냄새가 취재진을 괴롭힙니다.

어둠이 내리고 저녁 7시가 지났지만 숲은 여전히 벌겋게 불타고 있습니다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물마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길도 없는 숲을 헤치고 소방관들이 물을 뿌립니다.

하지만 거센 바람을 타고 맹렬히 번지는 불길 앞에서는 속수무책입니다.

열악한 장비와 인원 때문에 소방관들은 불을 끄기보다는 불길 차단에 주력합니다.

<인터뷰> 헹키(소방관) : "호스로 소방차에서 물을 끌어 더는 주변 주택까지 불이 번지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숲 바로 옆에 있는 민가와 상점들.

바람을 타고 불길이 다가오자 불안감을 떨칠 수 없습니다.

<인터뷰> 이스마엘(주민) : "우리 집까지 불이 올까 걱정이고 아이들의 건강을 해칠까 봐 걱정이 많이 됩니다."

다음날 찾아간 화재 지역.

숲 대부분이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하지만 불은 완전히 꺼지지 않고 곳곳에서 불씨가 살아나고 있습니다.

흙에 불이 붙는 이탄토 지역이어서 진화 작업이 끝나도 또다시 불이 붙는 겁니다.

매년 6월부터 9월까지 인도네시아는 비가 잘 오지 않는 건기.

그런데 엘니뇨 현상으로 메마른 날씨는 10월까지 계속되고 있고 자연 발화 때문에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개발을 위한 탐욕도 산불과 연무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화전을 위해 농민들이 불을 지르고….

일부 기업과 농장주들은 팜 농장을 개발하기 위해 열대 우림에 불을 지르는 겁니다.

인도네시아는 제지회사와 팜유 농장 네 곳이 농지 개간을 위해 일부러 불을 냈다며 영업중지 조치를 한 데 이어 추가로 200개 업체에 대해서도 방화 혐의를 잡고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니코(재난방재청 요원) : "여러 곳에서 불이 나고 있습니다. 무책임한 농장개발회사가 불을 질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두 달 동안 인도네시아에서 산불이 일어난 지역은 천8백여 곳.

수마트라 리아주에서만 그동안 3천 헥타르, 여의도의 10배 면적의 숲이 사라졌습니다.

숲이 불에 타면서 멸종 위기에 처한 오랑우탄 등 열대우림 동물들은 아예 터전을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연무로 수마트라와 칼리만탄 지역의 소규모 공항들은 몇 달 동안 여객기가 뜨고 내리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공기가 오염되면서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학교는 수시로 휴교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해를 가릴 정도의 짙은 연무가 몇 달째 계속되면서 마스크 착용은 일상이 됐고 각급 병원에는 호흡기 환자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내에서만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사람이 40만 명.

특히 노약자와 어린이들이 호흡기 질환에 취약해 어린이 등 3명이 숨졌습니다.

<인터뷰> 샤릴(팔렘방 병원 원장) : "오늘까지 보면 환자 수가 많이 올라갔는데 기상청의 연무 농도 역시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연무 농도에 따라 환자 수가 오르락내리락합니다."

급기야 신생아들은 공조장치가 있는 정부 사무실로 옮겨지고 있습니다.

도심에서는 호흡이 곤란한 사람을 위해 산소통을 팔고 있습니다.

집에서 산소를 마시며 생활하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아지르 에카 푸트라(시민) : "밤에는 특히 숨쉬기가 어렵습니다. 침실까지 연무가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산소통을 이용하면 편하게 잘 수 있습니다."

산불과 연무 때문에 인도네시아가 입은 경제 피해가 최대 475조 루피아, 우리 돈 40조 9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연무가 루피아화 하락과 성장 둔화까지 겪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신인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연무 피해는 인도네시아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무역풍을 타고 연무가 넘어오면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역시 휴교에 들어가고 수많은 항공편이 지연됐습니다.

<인터뷰> 독일인 관광객

이달 초에는 휴양지로 잘 알려진 푸껫 등 태국 7개 주도 연무의 영향으로 건강주의보가 발령됐습니다.

급기야 나지브 라자크 말레이시아 총리가 인도네시아 당국에 대기오염을 유발한 사람들에 대한 조처를 할 것을 요구하는 등 외교적 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웃 국가의 압박에 크게 괘념치 않는 모습입니다.

산불의 배후에는 인도네시아에서 팜 농장을 운영하는 말레이이사와 싱가포르 기업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바트로딘 하티(인도네시아 경찰청장)

이웃 나라들도 책임이 있다는 인식 때문인지 인도네시아는 오히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국제 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산불 진화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코 위도도(인도네시아 대통령) : "이웃 국가들에 많은 양의 물을 투하할 수 있는 항공기를 요청해 진화 작업에 속도를 내도록 하겠습니다."

연무 피해는 해마다 동남아 전체로 퍼지고 있습니다.

특히 기상 이변으로 비까지 내리지 않으면서 연무는 더 오랜 기간 인간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기상 이변에 인간의 탐욕까지 가세해 짙은 연무는 좀처럼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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