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무늬만 ‘중소기업 제품’…부품은 외국산

입력 2015.11.13 (21:25) 수정 2015.11.13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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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온도 조절 설비는 중소기업 제품을 쓰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적지 않은 중소기업이 제품을 직접 개발하지 않고 외국산 부품을 들여다 납품하고 있어서, 법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습니다.

현장추적, 박대기 기자입니다.

<리포트>

경북의 한 공공기관입니다.

건물 내부의 온도와 공기 흐름은 이 자동제어장치로 조절합니다.

<녹취> 공공기관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는 (자동제어장치가) 중소기업이면서 국내 제품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조달청에서 선정해서 저희한테 알려준 거니까."

하지만, 제어 프로그램을 켜자 유명 외국 기업의 로고가 나타납니다.

<녹취> 빌딩 자동제어장치 관리자(음성변조) : "(시스템은 (외제) 하니웰 쓰시는 건가요?) 네."

자동제어장치에 들어가는 부품도 마찬가지입니다.

겉에는 국내 중소기업 이름이 있지만, 실제 부품은 '독일제' 등 대부분 외국산입니다.

부산의 또 다른 공공기관입니다.

자동제어장치 부품에 붙은 국내 중소기업의 로고를 떼어내자 외국 업체 이름이 드러납니다.

근처 다른 공공건물에서도 제어 프로그램 내부에 숨겨져 있는 대기업 로고를 손쉽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녹취> 납품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자재를 사가지고 오든 만들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저희가 시스템을 구성했냐 그걸 따지는 거거든요."

공공기관의 자동제어장치에는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중소기업 직접생산 확인제'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도의 취지가 무색하게 일부업체는 프로그램과 부품 상당부분을 해외 또는 국내 대기업 제품으로 납품합니다.

<인터뷰> 양갑수(중소기업중앙회 판로지원실장) : "프로그램을 맞춰내고 조정해내고 하는 부분들을 중소기업들한테 저희가 요구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현재 기준은 그렇게 완화된 부분이 있습니다."

간단한 프로그램 세팅 작업도 직접 개발한 기술로 인정받아 납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보니 실제로 핵심 기술이나 제품 개발에 많은 공을 들여온 중소기업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신영기(세종대 기계공학과 교수) : "다국적 기업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을 앞에 내세우고 뒤로 이런 시장까지도 다 침투해 들어와서 국내 관련된 산업은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빌딩 자동제어장치를 납품하는 국내 중소기업은 350여 곳.

이 가운데, 주요 부품과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해 납품하는 건 소수에 불과하다고 중소기업중앙회가 밝혔습니다.

현장추적, 박대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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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13 21:27:04
    • 수정2015-11-13 21: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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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온도 조절 설비는 중소기업 제품을 쓰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적지 않은 중소기업이 제품을 직접 개발하지 않고 외국산 부품을 들여다 납품하고 있어서, 법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습니다.

현장추적, 박대기 기자입니다.

<리포트>

경북의 한 공공기관입니다.

건물 내부의 온도와 공기 흐름은 이 자동제어장치로 조절합니다.

<녹취> 공공기관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는 (자동제어장치가) 중소기업이면서 국내 제품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조달청에서 선정해서 저희한테 알려준 거니까."

하지만, 제어 프로그램을 켜자 유명 외국 기업의 로고가 나타납니다.

<녹취> 빌딩 자동제어장치 관리자(음성변조) : "(시스템은 (외제) 하니웰 쓰시는 건가요?) 네."

자동제어장치에 들어가는 부품도 마찬가지입니다.

겉에는 국내 중소기업 이름이 있지만, 실제 부품은 '독일제' 등 대부분 외국산입니다.

부산의 또 다른 공공기관입니다.

자동제어장치 부품에 붙은 국내 중소기업의 로고를 떼어내자 외국 업체 이름이 드러납니다.

근처 다른 공공건물에서도 제어 프로그램 내부에 숨겨져 있는 대기업 로고를 손쉽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녹취> 납품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자재를 사가지고 오든 만들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저희가 시스템을 구성했냐 그걸 따지는 거거든요."

공공기관의 자동제어장치에는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중소기업 직접생산 확인제'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도의 취지가 무색하게 일부업체는 프로그램과 부품 상당부분을 해외 또는 국내 대기업 제품으로 납품합니다.

<인터뷰> 양갑수(중소기업중앙회 판로지원실장) : "프로그램을 맞춰내고 조정해내고 하는 부분들을 중소기업들한테 저희가 요구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현재 기준은 그렇게 완화된 부분이 있습니다."

간단한 프로그램 세팅 작업도 직접 개발한 기술로 인정받아 납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보니 실제로 핵심 기술이나 제품 개발에 많은 공을 들여온 중소기업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신영기(세종대 기계공학과 교수) : "다국적 기업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을 앞에 내세우고 뒤로 이런 시장까지도 다 침투해 들어와서 국내 관련된 산업은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빌딩 자동제어장치를 납품하는 국내 중소기업은 350여 곳.

이 가운데, 주요 부품과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해 납품하는 건 소수에 불과하다고 중소기업중앙회가 밝혔습니다.

현장추적, 박대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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