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용돈이 가장 아쉬워요

입력 2002.05.08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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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버이날인 오늘 나이 드신 부모님께 혹시 어떤 선물을 드렸습니까? 노인들은 의외로 돈 쓸 일이 적지 않지만 항상 용돈이 모자란다고 합니다.
일 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노인들은 용돈 벌이에 나서보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늘 집중 취재 박진현, 이승환 두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기자: 70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노인정에서 간식을 나누고 있습니다.
늘 하는 대로 비용은 조금씩 추렴합니다.
용돈이 항상 부족하다보니 보기좋게 술 한 잔 나누기 힘듭니다.
그나마 이런 돈마저 못 내면 눈치보여 노인정에 나오기도 어렵습니다.
노인들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돈 쓸 일은 더 많다고 합니다.
⊙왕규분(68살): 손주들 오면 또 어린이날이면 돈 1만원씩 주고...
⊙이성희(76살): 전부 아들, 딸 전부 장가 보냈잖아요.
그걸 누가 부담합니까? 조의금이나 축의금, 우리가 부담해야 되거든.
⊙이방례(88살): 아저씨, 돈만 줘 봐요, 내가 팔도강산 돌아다니면서 놀게.
⊙기자: 그러나 노인들이 자식들로부터 받는 용돈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노인의 절반 이상이 10만원 이내고 한 푼도 받지 않는 노인도 10%나 됩니다.
20만원 이상 받는 이도 있지만 약값에다 생활비를 쓰고 나면 턱없이 모자랍니다.
그래도 노인들은 자식들을 먼저 이해하려 합니다.
⊙박기돈(66살): 자기들도 살기가 어렵고 아직 질서가 안 잡히고 그래요.
⊙서순옥(80살): 자식한테 달라고 하면 어려워서 못 주려고 해요.
⊙기자: 다행이 이런 부모들을 위해 적은 돈이나마 꼬박꼬박 챙겨드리는 자식들도 많습니다.
회사원 이필재 씨는 자주 찾지 못하는 부모님께 용돈을 정기적으로 드릴 수 있는 예금에 들었습니다.
⊙이필재(회사원): 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기회가 되길래 가입해 가지고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어 주고 싶어서 가입했습니다.
⊙기자: 비록 많지 않은 액수라도 용돈을 꼭 챙겨드리는 것이 부모님께는 자랑거리로 보답이 됩니다.
KBS뉴스 박진현입니다.
⊙기자: 김복순 할머니는 매일 복지관에 나와 재봉일을 하며 한 달에 10만원 정도 법니다.
오 남매를 모두 분가시키고 외손녀를 데리고 살며 수의 만드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김복순(67살): 쉬고 싶은 생각이 뭐 굴뚝같이 들지만 그래도 자식들한테 나 돈 좀 줘라, 이 소리 하려면 참 얼굴 쳐다보면 저도 힘든데...
⊙기자: 복지관 다른 한 켠에서는 서류철을 조립하는 노인들도 있습니다.
하나를 조립해 받는 돈은 7원, 한 달 일해 10여 만원을 받습니다.
⊙차복흥(69살): 노인이라도 한 2, 30만원은 필요해요.
⊙기자: 벌 수는 있으세요?
⊙차복흥(69살): 반 정도는 지금 여기서 벌고 있죠
⊙기자: 그러나 일자리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65살 이상된 노인 인구는 380만명이나 되지만 도시 노인 취업률은 17%에 불과합니다.
⊙변재관(보건사회연구원 노인센터 소장): 고령자 직종이라는 게 77종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이것들이 강제 규정으로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임의규정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적인 실효성을 발휘하고는 있지 못합니다.
⊙기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슨 일이라도 해 보겠다는 노인들의 의욕입니다.
어린이집에서 동화구연을 하며 몇 만원을 받는 노인들도 있습니다.
주유소에서 일하는 할아버지도 많습니다.
궂은 일 한다며 노부모를 만류할 일만도 아닙니다.
⊙이석근(67살): 노인 문제가 시급하다고만 하지 말고 그런 데 조금씩 활용을 해 주면 쓸 만한 노인들이 많이 있을 거예요.
⊙기자: 자식들의 이해와 일자리를 넓히려는 사회적 노력이 절실한 때입니다.
KBS뉴스 이승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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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들, 용돈이 가장 아쉬워요
    • 입력 2002-05-08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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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버이날인 오늘 나이 드신 부모님께 혹시 어떤 선물을 드렸습니까? 노인들은 의외로 돈 쓸 일이 적지 않지만 항상 용돈이 모자란다고 합니다. 일 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노인들은 용돈 벌이에 나서보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늘 집중 취재 박진현, 이승환 두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기자: 70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노인정에서 간식을 나누고 있습니다. 늘 하는 대로 비용은 조금씩 추렴합니다. 용돈이 항상 부족하다보니 보기좋게 술 한 잔 나누기 힘듭니다. 그나마 이런 돈마저 못 내면 눈치보여 노인정에 나오기도 어렵습니다. 노인들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돈 쓸 일은 더 많다고 합니다. ⊙왕규분(68살): 손주들 오면 또 어린이날이면 돈 1만원씩 주고... ⊙이성희(76살): 전부 아들, 딸 전부 장가 보냈잖아요. 그걸 누가 부담합니까? 조의금이나 축의금, 우리가 부담해야 되거든. ⊙이방례(88살): 아저씨, 돈만 줘 봐요, 내가 팔도강산 돌아다니면서 놀게. ⊙기자: 그러나 노인들이 자식들로부터 받는 용돈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노인의 절반 이상이 10만원 이내고 한 푼도 받지 않는 노인도 10%나 됩니다. 20만원 이상 받는 이도 있지만 약값에다 생활비를 쓰고 나면 턱없이 모자랍니다. 그래도 노인들은 자식들을 먼저 이해하려 합니다. ⊙박기돈(66살): 자기들도 살기가 어렵고 아직 질서가 안 잡히고 그래요. ⊙서순옥(80살): 자식한테 달라고 하면 어려워서 못 주려고 해요. ⊙기자: 다행이 이런 부모들을 위해 적은 돈이나마 꼬박꼬박 챙겨드리는 자식들도 많습니다. 회사원 이필재 씨는 자주 찾지 못하는 부모님께 용돈을 정기적으로 드릴 수 있는 예금에 들었습니다. ⊙이필재(회사원): 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기회가 되길래 가입해 가지고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어 주고 싶어서 가입했습니다. ⊙기자: 비록 많지 않은 액수라도 용돈을 꼭 챙겨드리는 것이 부모님께는 자랑거리로 보답이 됩니다. KBS뉴스 박진현입니다. ⊙기자: 김복순 할머니는 매일 복지관에 나와 재봉일을 하며 한 달에 10만원 정도 법니다. 오 남매를 모두 분가시키고 외손녀를 데리고 살며 수의 만드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김복순(67살): 쉬고 싶은 생각이 뭐 굴뚝같이 들지만 그래도 자식들한테 나 돈 좀 줘라, 이 소리 하려면 참 얼굴 쳐다보면 저도 힘든데... ⊙기자: 복지관 다른 한 켠에서는 서류철을 조립하는 노인들도 있습니다. 하나를 조립해 받는 돈은 7원, 한 달 일해 10여 만원을 받습니다. ⊙차복흥(69살): 노인이라도 한 2, 30만원은 필요해요. ⊙기자: 벌 수는 있으세요? ⊙차복흥(69살): 반 정도는 지금 여기서 벌고 있죠 ⊙기자: 그러나 일자리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65살 이상된 노인 인구는 380만명이나 되지만 도시 노인 취업률은 17%에 불과합니다. ⊙변재관(보건사회연구원 노인센터 소장): 고령자 직종이라는 게 77종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이것들이 강제 규정으로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임의규정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적인 실효성을 발휘하고는 있지 못합니다. ⊙기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슨 일이라도 해 보겠다는 노인들의 의욕입니다. 어린이집에서 동화구연을 하며 몇 만원을 받는 노인들도 있습니다. 주유소에서 일하는 할아버지도 많습니다. 궂은 일 한다며 노부모를 만류할 일만도 아닙니다. ⊙이석근(67살): 노인 문제가 시급하다고만 하지 말고 그런 데 조금씩 활용을 해 주면 쓸 만한 노인들이 많이 있을 거예요. ⊙기자: 자식들의 이해와 일자리를 넓히려는 사회적 노력이 절실한 때입니다. KBS뉴스 이승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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