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2015, 이방인 눈에 비친 북한

입력 2015.12.26 (08:08) 수정 2015.12.26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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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폐쇄 사회인 북한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창구 중 하나는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촬영한 영상일 텐데요.

올 한 해도 다양한 북한의 내부 모습을 담은 영상이 쏟아졌습니다.

여기에 북한 당국은 체제 선전을 위해 외신 취재까지 대폭 허용했는데요.

이번 주‘클로즈업 북한’에서는 이방인들의 눈에 비친 북한의 한해 모습을 총 정리했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지난달 18일 평양 순안국제공항 활주로.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차례로 헬리콥터에 오른다.

북한이 새로 출시한 관광 상품인 ‘헬기 관광’에 나선 외국인들이다.

<녹취> 니콜라스 기빈스(호주 관광객) : "러시아 군용 헬리콥터를 타는 건 정말 새로운 경험이에요. 좀처럼 할 수 없는 경험이죠. 정말 신납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평양 시내..

궂은 날씨에도, 105층 높이로 우뚝 솟은 류경호텔과 북한 체제의 상징인 주체사상탑 등다양한 건축물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녹취> 리차드 빌(북한 전문 여행사 직원) : "평양 상공을 돌아보는 관광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알고 있어요. 미래과학자거리랑 5월1일경기장, 김일성 광장도 다 봤는데 정말 흥미롭네요."

최근 들어 북한 내부의 모습을 담은 영상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평양에 사는 한 외국인 사진작가가 촬영한 북한의 도로 상황이다.

교통체증으로 왕복 6차선 도로에 빼곡히 늘어선 차량들..

도로 곳곳의 택시와 외제차들은 최근 평양의 변화된 모습을 실감케 한다.

평양역 근처 시가지로 들어서자 이색적인 북한의 교통수단인 무궤도 전차도 눈에 띤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를 통해 북한의 생생한 도로 상황을 외부에 알린 사진작가 자카 파커 씨..

최근엔 또 다른 영상 하나를 공개했다.

<녹취> "유람선이야, 우리 유람선에 타자. 돌고래 그림도 있고 좋은 유람선이야."

지난 10월 영업을 시작해 평양의 새로운 명물로 떠오른 대동강 유람선 무지개호다.

주말을 맞아 유람선 나들이에 나선 신혼부부 등 북한 주민의 일상이 여과 없이 이방인의 카메라에 담겼다.

<녹취> 북한 ‘무지개호’ 봉사원 : "(아이스크림) 하나 더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북한의 내부 모습이 알려지는 것엔 주재원이나 관광객 등 외국인들의 역할이 크다.

지난 6월, 한 평양 주재 외교관 자녀가 촬영한 대형 마트의 모습.

여행객은 수입품 코너에 주목했다.

<녹취> 이작자이 라나(평양 외교관 자녀) : "독일 제품이 많이 있는데요. 이건 토마토소스를 버무린 정어리, 이건 조개에 마늘 소스? 저도 잘 모르겠네요."

지난 9월 평양을 방문한 또 다른 관광객.

그는 평양 거리를 활보하며, 시가지 곳곳을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녹취> 에릭 쳉(북한 관광객/9월 방북) : "우리는 걷고 또 걷습니다. 자전거 길은 피해서요. 자전거들이 많거든요."

교통 안내원의 절도 있는 수신호도 외국인에겐 흥밋거리다.

<녹취> 에릭 쳉(북한 관광객/9월 방북) : "이 교통경찰은 로봇 같은 움직임으로 유명하죠. 사실 신호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통경찰이 교통 (질서를) 인도합니다."

당 창건 70주년 행사 준비에 동원된 북한 청소년들의 모습까지...

<녹취> 에릭 쳉(북한 관광객/9월 방북) : "많은 북한 사람들이 대열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축하 행사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감춰져 있던 북한의 속살도 외국인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외국인들의 영상 촬영은 기본적으로 북한 당국의 허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일부의 경우, 촬영 지원까지 아까지 않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관광 안내원이 있다.

김일성 동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무리를 인솔하는 미니스커트 차림의 젊은 여성..

북한 당국에서 파견한 관광 안내원이다.

<녹취> 북한 관광 안내원 : "우리 모두 함께 줄을 서서 (김일성 동상에) 존 경심을 보낼 겁니다. 그 다음에 이 부근에서 돌아다니면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으시면 됩니다."

유명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어주는 등 여행객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며 북한의 ‘얼굴’ 역할을 하는 여성 안내원들..

이들을 내세우는 의도는 무엇일까.

<인터뷰>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외국인들이 북한에 왔을 때 북한의 젊은 여성 안내원들을 동원해서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그 다음에 안내원 자체도 이제는 외국인들의 어떤 관광에 맞도록 패션이라든지, 국제 수준에 맞도록 매너 이런 것들을 지켜가면서 북한 내부를 적극적으로 대외적으로 알리고 있지 않나.."

체제 선전을 위한 북한 당국의 이런 움직임은 관광객 유치 노력과도 맞닿아 있다.

지난 4월, 600명의 외국인이 평양을 찾았다.

평양 국제마라톤 대회 참가를 위해서다.

<녹취> 에마누엘 갈루치(이탈리아 참가자) : "여기는 모두가 이야기는 하지만 사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관광도 하고 달리기도 할 겸 마라톤에 참가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에볼라 사태로 인한 ‘입국제한조치’를 해제한 지 한 달 만에 찾아온 대규모 관광객..

관광객 유치를 위해 북한 당국은 올 들어 어느 때보다 많은 관광 상품을 쏟아냈다.

지난여름 첫 선을 보인 ‘파도타기 관광’이 대표적이다.

북한 당국은 미국, 이탈리아, 독일 등의 파도타기 애호가들과 전직 세계 챔피언까지 동원해 ‘파도타기 관광’ 띄우기에 나섰다.

<녹취> 닉 자넬라(前 파도타기 세계챔피언) : "우리는 오랫동안 북한의 날씨를 조사했고, 북한 내 어느 지역이 파도타기에 가장 적합한지를 찾으려고 노력했는데요. (함흥시) 마전해수욕장이 파도타기에 적합한 해변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헬리콥터나 경비행기를 타고 평양 상공을 돌아보는 ‘비행관광’ 역시, 요즘 북한 당국이 주력하는 관광 상품 가운데 하나다.

최근 잇따라 다양한 관광 상품을 내 놓는 북한의 속내는 뭘까.

<인터뷰> 강동완(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기존에 북한 관광은 주체사상탑이나 김일성 고향집을 방문하는 정치적인 선전물이었는데요. 그러한 것들을 통해서 국제적으로 관광객을 모집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이러한 이벤트적인 관광을 통해서 북한이 외자를 유치하기 위한 그러한 사업을 하고 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관광과 더불어, 북한 당국이 체제 선전을 위한 창구로 활용하는 건 바로 외신이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평양 과학자 거리.

이사 준비에 한창인 주민들과 아파트 내부 모습을 최초로 보도한 건 영국의 로이터 통신사였다.

<녹취> 최경수(김책공대 교수) :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서는 우리 교원들에게 이와 같은 하늘과 같은 사랑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정말 이 사랑, 이 은혜를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지난 5월, 북한 당국의 초청을 받아 평양을 방문한 CNN 역시 가정집을 찾았다.

<녹취> 김일성종합대학 교수 : "(친구들이나 친척들 집에 비하면 여긴 어떤 편인가요?) 훨씬 훌륭하죠."

외신에게 일반 가정집을 공개한 건 북한 체제의 특성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뒤이어 취재한 곳은 북한 최고의 수재들이 모인다는 김일성종합대학.

한 여학생은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 교육 제도의 우수성을 자랑하기도 했다.

<녹취> 유예지(김일성종합대학 학생) : "(대학 등록금은 얼마인가요?) 등록금은 전혀 없습니다. (모두 공짜란 말이죠?) 예. 모두 공짜예요. 모든 학생은 무료로 공부해요. 우린 등록금이 무슨 뜻인지도 몰라요."

일반 주민들과의 접촉을 통해 자연스런 체제 선전의 효과를 누렸다는 분석이다.

이런 시도가 극대화된 건 지난 10월, 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이다.

북한은 스무 곳이 넘는 전 세계 유력 언론사들을 초청해, 내부 취재를 허용했다.

외신 카메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당 창건 70주년 열병식 행사.

최고지도자 김정은을 향해 충성을 맹세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은 외신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인터뷰> 강동완(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북한이 가장 공들였던 사업 중에 하나가 바로 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이었습니다. 그 열병식 장면을 전 세계에 방영함으로서 북한 주민들에게는 체제 결속력을, 또 대외적으로는 북한 권력의 공고함을 보여줌으로서 자신의 체제를 확고히 한다는 그런 의도로 볼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외신이 더 주목한 건, 북한 체제 그 자체였다.

<녹취> 빌 넬리(NBC 기자) : "주민 모두 김일성의 초상이 그려진 배지를 달고 있는 모습은 흥미롭습니다."

외신은 북한 당국이 공개를 꺼리는 이면 취재에도 힘을 쏟았다.

한 외신이 촬영한 열병식 준비 모습..

악천후 속 비옷도 입지 않은 채 동원된 주민들의 모습이 애처로워 보인다.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를 비춘 환한 조명과 대조를 이루는 어두컴컴한 평양의 거리에 주목한 외신 기자도 있었다.

<녹취> 스티브 에반스(BBC 기자) : "평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어둠입니다. 아파트 단지에선 창문 틈새로 새어나오는 불빛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북한이 감추고 싶어 하는 이면을 꼬집는 건 비단 외신만이 아니다.

지난 해, 오토바이로 2주 동안 북한 전역을 여행한 뉴질랜드 여행자.

<녹취> 조안 모건(뉴질랜드/북한 오토바이 여행자) : "제 뒤로 노란색과 주황색 열차가 보입니다. 국경을 넘을 때 바깥의 비밀을 볼 수 없도록 창문은 검게 막혀 있습니다."

북한 당국의 통제 속에서도 이들은 홍수로 무너진 다리, 소달구지를 끄는 주민 등 ‘평양이 아닌’ 북한 전역의 생생한 모습을 촬영해 외부에 공개했다.

<인터뷰>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해서 공개를 한다고 하지만 부분적으로는 북한에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내용들도 대외적으로 알려짐으로서 결국은 북한 체제에 대한 실상을 제대로 볼 수 있는 하나의 균형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내년 5월 제 7차 당 대회를 앞두고 외부 세계와의 접촉을 늘리며 체제 선전에 더욱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이는 북한!

하지만 북한 당국이 공개를 꺼리는 ‘진짜 북한’의 모습도 함께 외부에 노출되면서 체제 유지와 선전 사이, 북한 당국의 딜레마도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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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2015, 이방인 눈에 비친 북한
    • 입력 2015-12-26 08:13:00
    • 수정2015-12-26 08:5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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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폐쇄 사회인 북한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창구 중 하나는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촬영한 영상일 텐데요.

올 한 해도 다양한 북한의 내부 모습을 담은 영상이 쏟아졌습니다.

여기에 북한 당국은 체제 선전을 위해 외신 취재까지 대폭 허용했는데요.

이번 주‘클로즈업 북한’에서는 이방인들의 눈에 비친 북한의 한해 모습을 총 정리했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지난달 18일 평양 순안국제공항 활주로.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차례로 헬리콥터에 오른다.

북한이 새로 출시한 관광 상품인 ‘헬기 관광’에 나선 외국인들이다.

<녹취> 니콜라스 기빈스(호주 관광객) : "러시아 군용 헬리콥터를 타는 건 정말 새로운 경험이에요. 좀처럼 할 수 없는 경험이죠. 정말 신납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평양 시내..

궂은 날씨에도, 105층 높이로 우뚝 솟은 류경호텔과 북한 체제의 상징인 주체사상탑 등다양한 건축물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녹취> 리차드 빌(북한 전문 여행사 직원) : "평양 상공을 돌아보는 관광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알고 있어요. 미래과학자거리랑 5월1일경기장, 김일성 광장도 다 봤는데 정말 흥미롭네요."

최근 들어 북한 내부의 모습을 담은 영상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평양에 사는 한 외국인 사진작가가 촬영한 북한의 도로 상황이다.

교통체증으로 왕복 6차선 도로에 빼곡히 늘어선 차량들..

도로 곳곳의 택시와 외제차들은 최근 평양의 변화된 모습을 실감케 한다.

평양역 근처 시가지로 들어서자 이색적인 북한의 교통수단인 무궤도 전차도 눈에 띤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를 통해 북한의 생생한 도로 상황을 외부에 알린 사진작가 자카 파커 씨..

최근엔 또 다른 영상 하나를 공개했다.

<녹취> "유람선이야, 우리 유람선에 타자. 돌고래 그림도 있고 좋은 유람선이야."

지난 10월 영업을 시작해 평양의 새로운 명물로 떠오른 대동강 유람선 무지개호다.

주말을 맞아 유람선 나들이에 나선 신혼부부 등 북한 주민의 일상이 여과 없이 이방인의 카메라에 담겼다.

<녹취> 북한 ‘무지개호’ 봉사원 : "(아이스크림) 하나 더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북한의 내부 모습이 알려지는 것엔 주재원이나 관광객 등 외국인들의 역할이 크다.

지난 6월, 한 평양 주재 외교관 자녀가 촬영한 대형 마트의 모습.

여행객은 수입품 코너에 주목했다.

<녹취> 이작자이 라나(평양 외교관 자녀) : "독일 제품이 많이 있는데요. 이건 토마토소스를 버무린 정어리, 이건 조개에 마늘 소스? 저도 잘 모르겠네요."

지난 9월 평양을 방문한 또 다른 관광객.

그는 평양 거리를 활보하며, 시가지 곳곳을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녹취> 에릭 쳉(북한 관광객/9월 방북) : "우리는 걷고 또 걷습니다. 자전거 길은 피해서요. 자전거들이 많거든요."

교통 안내원의 절도 있는 수신호도 외국인에겐 흥밋거리다.

<녹취> 에릭 쳉(북한 관광객/9월 방북) : "이 교통경찰은 로봇 같은 움직임으로 유명하죠. 사실 신호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통경찰이 교통 (질서를) 인도합니다."

당 창건 70주년 행사 준비에 동원된 북한 청소년들의 모습까지...

<녹취> 에릭 쳉(북한 관광객/9월 방북) : "많은 북한 사람들이 대열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축하 행사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감춰져 있던 북한의 속살도 외국인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외국인들의 영상 촬영은 기본적으로 북한 당국의 허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일부의 경우, 촬영 지원까지 아까지 않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관광 안내원이 있다.

김일성 동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무리를 인솔하는 미니스커트 차림의 젊은 여성..

북한 당국에서 파견한 관광 안내원이다.

<녹취> 북한 관광 안내원 : "우리 모두 함께 줄을 서서 (김일성 동상에) 존 경심을 보낼 겁니다. 그 다음에 이 부근에서 돌아다니면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으시면 됩니다."

유명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어주는 등 여행객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며 북한의 ‘얼굴’ 역할을 하는 여성 안내원들..

이들을 내세우는 의도는 무엇일까.

<인터뷰>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외국인들이 북한에 왔을 때 북한의 젊은 여성 안내원들을 동원해서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그 다음에 안내원 자체도 이제는 외국인들의 어떤 관광에 맞도록 패션이라든지, 국제 수준에 맞도록 매너 이런 것들을 지켜가면서 북한 내부를 적극적으로 대외적으로 알리고 있지 않나.."

체제 선전을 위한 북한 당국의 이런 움직임은 관광객 유치 노력과도 맞닿아 있다.

지난 4월, 600명의 외국인이 평양을 찾았다.

평양 국제마라톤 대회 참가를 위해서다.

<녹취> 에마누엘 갈루치(이탈리아 참가자) : "여기는 모두가 이야기는 하지만 사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관광도 하고 달리기도 할 겸 마라톤에 참가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에볼라 사태로 인한 ‘입국제한조치’를 해제한 지 한 달 만에 찾아온 대규모 관광객..

관광객 유치를 위해 북한 당국은 올 들어 어느 때보다 많은 관광 상품을 쏟아냈다.

지난여름 첫 선을 보인 ‘파도타기 관광’이 대표적이다.

북한 당국은 미국, 이탈리아, 독일 등의 파도타기 애호가들과 전직 세계 챔피언까지 동원해 ‘파도타기 관광’ 띄우기에 나섰다.

<녹취> 닉 자넬라(前 파도타기 세계챔피언) : "우리는 오랫동안 북한의 날씨를 조사했고, 북한 내 어느 지역이 파도타기에 가장 적합한지를 찾으려고 노력했는데요. (함흥시) 마전해수욕장이 파도타기에 적합한 해변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헬리콥터나 경비행기를 타고 평양 상공을 돌아보는 ‘비행관광’ 역시, 요즘 북한 당국이 주력하는 관광 상품 가운데 하나다.

최근 잇따라 다양한 관광 상품을 내 놓는 북한의 속내는 뭘까.

<인터뷰> 강동완(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기존에 북한 관광은 주체사상탑이나 김일성 고향집을 방문하는 정치적인 선전물이었는데요. 그러한 것들을 통해서 국제적으로 관광객을 모집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이러한 이벤트적인 관광을 통해서 북한이 외자를 유치하기 위한 그러한 사업을 하고 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관광과 더불어, 북한 당국이 체제 선전을 위한 창구로 활용하는 건 바로 외신이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평양 과학자 거리.

이사 준비에 한창인 주민들과 아파트 내부 모습을 최초로 보도한 건 영국의 로이터 통신사였다.

<녹취> 최경수(김책공대 교수) :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서는 우리 교원들에게 이와 같은 하늘과 같은 사랑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정말 이 사랑, 이 은혜를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지난 5월, 북한 당국의 초청을 받아 평양을 방문한 CNN 역시 가정집을 찾았다.

<녹취> 김일성종합대학 교수 : "(친구들이나 친척들 집에 비하면 여긴 어떤 편인가요?) 훨씬 훌륭하죠."

외신에게 일반 가정집을 공개한 건 북한 체제의 특성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뒤이어 취재한 곳은 북한 최고의 수재들이 모인다는 김일성종합대학.

한 여학생은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 교육 제도의 우수성을 자랑하기도 했다.

<녹취> 유예지(김일성종합대학 학생) : "(대학 등록금은 얼마인가요?) 등록금은 전혀 없습니다. (모두 공짜란 말이죠?) 예. 모두 공짜예요. 모든 학생은 무료로 공부해요. 우린 등록금이 무슨 뜻인지도 몰라요."

일반 주민들과의 접촉을 통해 자연스런 체제 선전의 효과를 누렸다는 분석이다.

이런 시도가 극대화된 건 지난 10월, 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이다.

북한은 스무 곳이 넘는 전 세계 유력 언론사들을 초청해, 내부 취재를 허용했다.

외신 카메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당 창건 70주년 열병식 행사.

최고지도자 김정은을 향해 충성을 맹세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은 외신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인터뷰> 강동완(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북한이 가장 공들였던 사업 중에 하나가 바로 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이었습니다. 그 열병식 장면을 전 세계에 방영함으로서 북한 주민들에게는 체제 결속력을, 또 대외적으로는 북한 권력의 공고함을 보여줌으로서 자신의 체제를 확고히 한다는 그런 의도로 볼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외신이 더 주목한 건, 북한 체제 그 자체였다.

<녹취> 빌 넬리(NBC 기자) : "주민 모두 김일성의 초상이 그려진 배지를 달고 있는 모습은 흥미롭습니다."

외신은 북한 당국이 공개를 꺼리는 이면 취재에도 힘을 쏟았다.

한 외신이 촬영한 열병식 준비 모습..

악천후 속 비옷도 입지 않은 채 동원된 주민들의 모습이 애처로워 보인다.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를 비춘 환한 조명과 대조를 이루는 어두컴컴한 평양의 거리에 주목한 외신 기자도 있었다.

<녹취> 스티브 에반스(BBC 기자) : "평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어둠입니다. 아파트 단지에선 창문 틈새로 새어나오는 불빛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북한이 감추고 싶어 하는 이면을 꼬집는 건 비단 외신만이 아니다.

지난 해, 오토바이로 2주 동안 북한 전역을 여행한 뉴질랜드 여행자.

<녹취> 조안 모건(뉴질랜드/북한 오토바이 여행자) : "제 뒤로 노란색과 주황색 열차가 보입니다. 국경을 넘을 때 바깥의 비밀을 볼 수 없도록 창문은 검게 막혀 있습니다."

북한 당국의 통제 속에서도 이들은 홍수로 무너진 다리, 소달구지를 끄는 주민 등 ‘평양이 아닌’ 북한 전역의 생생한 모습을 촬영해 외부에 공개했다.

<인터뷰>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해서 공개를 한다고 하지만 부분적으로는 북한에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내용들도 대외적으로 알려짐으로서 결국은 북한 체제에 대한 실상을 제대로 볼 수 있는 하나의 균형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내년 5월 제 7차 당 대회를 앞두고 외부 세계와의 접촉을 늘리며 체제 선전에 더욱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이는 북한!

하지만 북한 당국이 공개를 꺼리는 ‘진짜 북한’의 모습도 함께 외부에 노출되면서 체제 유지와 선전 사이, 북한 당국의 딜레마도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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