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탈북 봉사단의 특별한 송년회

입력 2015.12.26 (08:20) 수정 2015.12.26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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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가는 [통일로 미래로]입니다.

연말을 맞아 경기도 파주에서 아주 특별한 송년회가 열렸습니다.

북에 가족을 두고 온 탈북민들이 화려한 송년회 대신, 홀로 사는 어르신들과 함께 가족의 정을 나누며 뜻 깊게 한 해를 마무리했는데요.

작지만 따뜻한 탈북 봉사단의 송년회 현장.

홍은지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6.25 전쟁 당시 가족들을 남겨둔 채 남쪽으로 넘어온 김희주 할아버지..

<녹취> "이게 우리 고향이야."

남쪽에서 다시 가정을 꾸렸지만, 자녀들과 연락이 끊긴 지 이미 오래입니다.

<인터뷰> 김희주(경기도 파주) : "이렇게 외롭게 지내니까 내가 후회가 막심해. 왜 6‧25때, 왜 월남했느냐. 이게 후회가 막심하다고. (넘어오지 않았더라면) 죽더라도 거기서 죽었을(거야.)"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박연숙 할머니도 더 이상 도움을 청할 가족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인터뷰> 박연숙(경기도 파주) : "몸이 불편하니까 그때(아플 때) 제일 외롭습니다. 파킨슨 증후군(이 있어요). 그러니까 거동이 불편하고 말도 제대로 못하고."

한때는 누군가의 부모이자 가족이었던 독거노인들.

연말이 다가올수록 외로움은 더욱 견디기 힘들어집니다.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를 하며 올 한 해를 뜻깊게 마무리하는 탈북민들이 있다고 해서 경기도 파주에 왔습니다.

이곳에는 화려한 송년회 대신에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가 따뜻한 정을 나누는 여성 탈북 봉사단이 있다고 하는데요.

지금 바로 만나러 가보시죠.

이른 아침부터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기는 파주시의 한 아파트.

<인터뷰> "(오늘 몇 인분을 만드시는 거예요?) 현재 지금 40명분이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절편부터, 맛깔나게 무쳐진 수육까지.

마흔 명의 어르신들을 위해 3일을 꼬박 준비했다는 탈북 봉사단!

단순이 먹고 마시는 송년회 대신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기로 한 겁니다.

<인터뷰> 장영숙(탈북 봉사단원) : "(어르신들이) 잡수는 게 어머니, 부모에 대한 그리운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시지 않을까, 이런 생각하고 지금 만드는 거예요."

오늘의 주 메뉴는 두부로 만든 피에 밥으로 속을 채운 북한의 별미, ‘두부밥’.

북한 음식을 나누며 탈북민이 낯설 어르신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고 싶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정영실(탈북 봉사단원) : "(북한에서) 대중적인 음식이고 또 누구나 좋아하는 이런 음식이에요. (남쪽에 와선) 모르는 사람한테도 ‘야, 이거 먹어봐’ 이러면 ‘와, 이게 북한음식이니’ 이렇게 해서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이런 음식이에요, 이게."

바쁜 봉사단을 도와 저도 함께 만들어 봤는데요.

<녹취> "이거 보라니까 얼마나 (잘 만들었어), 어머 세상에. (완전 알차게 했네.) 이거 학교를 열어서 배워줘도(가르쳐도) 되겠네."

이정도면 합격점인 것 같죠?

지금은 누구보다 봉사에 앞장서고 있지만, 처음 시작할 당시만 해도 탈북민들은 남을 돕는다는 것이 무척 낯설었다는데요.

<인터뷰> 허정숙(탈북 봉사단원) : "북한에선 이런 거 못해 봤어요. 근데 한국 와서 이렇게 봉사하는 게 처음이에요."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준비했다는 맛깔 나는 음식들...

이 따뜻한 마음이 어르신들께 잘 전달되어야 할 텐데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음식들이 놓여지고, 오늘의 주인공인 어르신들이 하나, 둘 자리를 채워 가는데요.

<인터뷰> 김정림(경기도 파주시) : "자식들도 안 해 주는 걸, 이렇게 찾아 주고 (봉사) 해 주니 좋죠."

<인터뷰> 김희주(경기도 파주시) : "탈북자 봉사 단체에서 나를 초청했어요. 내가 너무 어렵게 살아요. 그런데 이렇게 도와주니까 정말 살맛이 나요. 내 나이 90인데 한 100살까지 살 겁니다."

식판 위에 가득 담긴 봉사원들의 정성.

과연 어르신들의 평가는 어떨까요?

<녹취> "(맛있게 드셨어요?) 맛있게 먹었어요. (진짜로?)"

<인터뷰> 공병래( 경기도 파주시) : "신기해, 우리가 (북한) 음식 먹어 보니까. 우리가 (원래) 집이 인천인데 여기 와서 사니까 이렇게 북한 음식도 먹어 보고 아주 좋네요."

비록 몸은 고되지만 어르신들의 밝은 모습은 탈북민들에게도 큰 위로가 됐습니다.

추운 연말,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게 딸이 되어주고 싶었다는 탈북 봉사단원들.

북녘의 부모님을 생각하며 시작된 이 나눔은 올해로 3년째를 맞이하고 있는데요.

이 식사는 어르신들에게 얼마 남지 한 해를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는 큰 힘이 될 겁니다.

<인터뷰> 도명희(탈북 봉사단원) : "고향의 부모님들 생일도 못 차려 드리고 이런 게 있잖아요. 설날 때 가족끼리 모이지 못하고 혼자 있으니까. 아무래도 한 번 봉사 나가서 만난 어르신들은 다 부모님 같으니까 아무래도 (좋죠.)"

<인터뷰> 백춘희(탈북 봉사단장) : "(어르신들이) 저를 진짜 자식처럼 대할 때 너무도 마음이 뿌듯하고 짠하고. 힘들더라도 몸이 걸어가는(성한) 날까지는 내 부모 형제들처럼 다 같이 힘을 모아서 살 거예요."

서로 이유는 다르지만 가족들과 떨어져 살 수밖에 없게 된 독거노인들과 탈북민들.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을 통해 평소에는 느끼기 힘들었던 가족의 따뜻한 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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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탈북 봉사단의 특별한 송년회
    • 입력 2015-12-26 08:25:45
    • 수정2015-12-26 08:50:26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가는 [통일로 미래로]입니다.

연말을 맞아 경기도 파주에서 아주 특별한 송년회가 열렸습니다.

북에 가족을 두고 온 탈북민들이 화려한 송년회 대신, 홀로 사는 어르신들과 함께 가족의 정을 나누며 뜻 깊게 한 해를 마무리했는데요.

작지만 따뜻한 탈북 봉사단의 송년회 현장.

홍은지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6.25 전쟁 당시 가족들을 남겨둔 채 남쪽으로 넘어온 김희주 할아버지..

<녹취> "이게 우리 고향이야."

남쪽에서 다시 가정을 꾸렸지만, 자녀들과 연락이 끊긴 지 이미 오래입니다.

<인터뷰> 김희주(경기도 파주) : "이렇게 외롭게 지내니까 내가 후회가 막심해. 왜 6‧25때, 왜 월남했느냐. 이게 후회가 막심하다고. (넘어오지 않았더라면) 죽더라도 거기서 죽었을(거야.)"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박연숙 할머니도 더 이상 도움을 청할 가족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인터뷰> 박연숙(경기도 파주) : "몸이 불편하니까 그때(아플 때) 제일 외롭습니다. 파킨슨 증후군(이 있어요). 그러니까 거동이 불편하고 말도 제대로 못하고."

한때는 누군가의 부모이자 가족이었던 독거노인들.

연말이 다가올수록 외로움은 더욱 견디기 힘들어집니다.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를 하며 올 한 해를 뜻깊게 마무리하는 탈북민들이 있다고 해서 경기도 파주에 왔습니다.

이곳에는 화려한 송년회 대신에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가 따뜻한 정을 나누는 여성 탈북 봉사단이 있다고 하는데요.

지금 바로 만나러 가보시죠.

이른 아침부터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기는 파주시의 한 아파트.

<인터뷰> "(오늘 몇 인분을 만드시는 거예요?) 현재 지금 40명분이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절편부터, 맛깔나게 무쳐진 수육까지.

마흔 명의 어르신들을 위해 3일을 꼬박 준비했다는 탈북 봉사단!

단순이 먹고 마시는 송년회 대신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기로 한 겁니다.

<인터뷰> 장영숙(탈북 봉사단원) : "(어르신들이) 잡수는 게 어머니, 부모에 대한 그리운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시지 않을까, 이런 생각하고 지금 만드는 거예요."

오늘의 주 메뉴는 두부로 만든 피에 밥으로 속을 채운 북한의 별미, ‘두부밥’.

북한 음식을 나누며 탈북민이 낯설 어르신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고 싶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정영실(탈북 봉사단원) : "(북한에서) 대중적인 음식이고 또 누구나 좋아하는 이런 음식이에요. (남쪽에 와선) 모르는 사람한테도 ‘야, 이거 먹어봐’ 이러면 ‘와, 이게 북한음식이니’ 이렇게 해서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이런 음식이에요, 이게."

바쁜 봉사단을 도와 저도 함께 만들어 봤는데요.

<녹취> "이거 보라니까 얼마나 (잘 만들었어), 어머 세상에. (완전 알차게 했네.) 이거 학교를 열어서 배워줘도(가르쳐도) 되겠네."

이정도면 합격점인 것 같죠?

지금은 누구보다 봉사에 앞장서고 있지만, 처음 시작할 당시만 해도 탈북민들은 남을 돕는다는 것이 무척 낯설었다는데요.

<인터뷰> 허정숙(탈북 봉사단원) : "북한에선 이런 거 못해 봤어요. 근데 한국 와서 이렇게 봉사하는 게 처음이에요."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준비했다는 맛깔 나는 음식들...

이 따뜻한 마음이 어르신들께 잘 전달되어야 할 텐데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음식들이 놓여지고, 오늘의 주인공인 어르신들이 하나, 둘 자리를 채워 가는데요.

<인터뷰> 김정림(경기도 파주시) : "자식들도 안 해 주는 걸, 이렇게 찾아 주고 (봉사) 해 주니 좋죠."

<인터뷰> 김희주(경기도 파주시) : "탈북자 봉사 단체에서 나를 초청했어요. 내가 너무 어렵게 살아요. 그런데 이렇게 도와주니까 정말 살맛이 나요. 내 나이 90인데 한 100살까지 살 겁니다."

식판 위에 가득 담긴 봉사원들의 정성.

과연 어르신들의 평가는 어떨까요?

<녹취> "(맛있게 드셨어요?) 맛있게 먹었어요. (진짜로?)"

<인터뷰> 공병래( 경기도 파주시) : "신기해, 우리가 (북한) 음식 먹어 보니까. 우리가 (원래) 집이 인천인데 여기 와서 사니까 이렇게 북한 음식도 먹어 보고 아주 좋네요."

비록 몸은 고되지만 어르신들의 밝은 모습은 탈북민들에게도 큰 위로가 됐습니다.

추운 연말,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게 딸이 되어주고 싶었다는 탈북 봉사단원들.

북녘의 부모님을 생각하며 시작된 이 나눔은 올해로 3년째를 맞이하고 있는데요.

이 식사는 어르신들에게 얼마 남지 한 해를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는 큰 힘이 될 겁니다.

<인터뷰> 도명희(탈북 봉사단원) : "고향의 부모님들 생일도 못 차려 드리고 이런 게 있잖아요. 설날 때 가족끼리 모이지 못하고 혼자 있으니까. 아무래도 한 번 봉사 나가서 만난 어르신들은 다 부모님 같으니까 아무래도 (좋죠.)"

<인터뷰> 백춘희(탈북 봉사단장) : "(어르신들이) 저를 진짜 자식처럼 대할 때 너무도 마음이 뿌듯하고 짠하고. 힘들더라도 몸이 걸어가는(성한) 날까지는 내 부모 형제들처럼 다 같이 힘을 모아서 살 거예요."

서로 이유는 다르지만 가족들과 떨어져 살 수밖에 없게 된 독거노인들과 탈북민들.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을 통해 평소에는 느끼기 힘들었던 가족의 따뜻한 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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