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北 ‘핵 선전전’ 광풍, 노림수는?

입력 2016.01.16 (08:02) 수정 2016.01.16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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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핵실험 이후 북한에선 그야말로 광풍에 가까운 선전전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데요,

각종 매체를 동원해 핵실험을 김정은 시대 최대 치적으로 포장하고, 한편으론 속도전을 독려하면서 다가올 7차 당 대회에 대비하는 모습입니다.

<클로즈업 북한> 오늘은, 핵 실험 이후 더욱 거세진 북한의 선전전과 그 노림수를 심층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8일, 평양 밤하늘에 또다시 불꽃이 터져 올랐다.

성대한 불꽃놀이를 배경으로는 이례적인 군중 무도회도 펼쳐졌다.

영하의 혹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사불란한 동작으로 군무를 추는 북한 주민들..

<녹취> 평양 시민 : "우리 청년들의 마음을 모두 합쳐서 가장 위력한 수소탄을 가진 백두산 대국의 공민이다 이렇게 세상에 대고 자랑하고 싶습니다."

<녹취> 평양 시민 : "오늘의 대경사야말로 우리 원수님께서 우리 새 세대들에게 안겨주신 가장 뜨겁고 제일 귀중한 정말 세상에 없는 가장 큰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수소탄 실험이라 주장하는 4차 핵실험 이후, 북한 내부는 연일 축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 : "10여 만의 수도 시민들이 김일성 김정일 조선의 불굴의 기개와 위용을 만천하에 과시한 자랑스러운 영웅들을 향해 꽃다발을 흔들며 열렬한 축하의 인사를 보냈습니다."

평양은 물론 북한 전역에서 무도회와 음악회가 열리고, 대규모 집회도 이어졌다.

김기남 노동당 선전 담당 비서 등 북한 고위 간부들도 대거 참석해 핵실험을 자축했다.

<녹취> 김기남(북한 노동당 비서) : "김정은 조선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강대한 백두산 대국의 존엄을 만 천하에 과시한 역사적 장거의 날입니다."

광풍에 가까운 북한 사회의 ‘핵 선전전’.

이를 주도하고 있는 건 북한 매체들이다.

선전전의 조짐은 핵실험 발표 당일, ‘특별 중대 보도’ 예고에서부터 나타났다.

<녹취> ‘특별 중대 보도’ 예고(지난 6일) : "전체 조선인민에게 알립니다. 주체 105 2016년 1월 6일 낮 12시부터 특별 중대 보도가 있겠습니다."

지난 세 차례 핵실험 발표 당시엔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모습이다.

다음날인 7일, 북한 매체는 핵실험을 자축하는 특집 프로그램과, 새 선전 구호를 쏟아내며 본격적인 핵 선전전에 착수했다.

특히 북한 TV가 비중 있게 보도한 건 각 경제 분야 현장이다.

<녹취> "새해 축하의 꽃보라마냥 철의 불보라가 세차게 일고 있는 여기는 황해제철연합기업소입니다."

‘현지방송’이라 이름 붙인 특집방송을 통해 제철소와 축산 건설장 등을 소개한 데 이어, 주민이 동원된 노동 현장도 내보냈다.

혹한 속 눈 덮인 논밭에서 쉴 새 없이 거름을 퍼 나르는 주민들.

농업 생산성을 높인다며, 북한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거름 전투’ 현장이다.

<녹취> 조선중앙TV : "땅은 진심만을 알아준다. 한 줌의 거름이라도 더 많이, 더 질 좋게 생산하여 기어이 풀 풍년을 안아오자."

광산 발파부터 각종 건설 공사, 공장 등 다양한 현장 근로자의 인터뷰도 전파를 탔다.

<녹취> 김정향(김정숙평양제사공장 직원) : "수소탄시험이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우리 국력이 무진 막강하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하루 한 시간 한 시간이 힘이 솟고 일 욕심이 저절로 용솟음칩니다."

속도전도 한층 더 강조됐다.

선전대원들의 노래에 맞춰 작업이 한창인 백두산 3호 발전소 건설 현장..

인터뷰에 나선 청년돌격대원은 공사기한 축소를 다짐하고 나섰다.

<녹취> 홍귀련(백두산 3호발전소 돌격대원) : "우리나라가 수소탄까지 보유한 핵강국이 되었다는 정부성명소식을 듣고 지금 보시다시피 온 공사장이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그저 이 기쁜 소식을 안고 냅다 내달려 발전소 건설을 하루 빨리 끝낼 마음뿐입니다."

각계의 현장 인터뷰를 통해, 이번 핵실험이 ‘경제 성과의 동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신문 역시 이에 가세했다.

핵실험 관련 내용으로 여섯 개 지면을 모두 채운 지난 8일 자 노동신문.

신문은 1면 사설을 통해 핵실험 성공으로 북한의 위력을 힘 있게 과시했다며, 이제는 ‘경제강국 건설’을 위한 투쟁을 벌여야 할 때라고 독려했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역시 ‘이번 수소탄실험은 경제 부흥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소개하는 등 북한 매체는 이번 핵실험을 연일 경제 성과와 연결 짓는 분위기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정은 정권은 핵과 경제의 병진 노선을 제기하고 있고요. 이 과정에서 핵실험, 이번 4차 핵실험이 어떤 의미가 있냐 하면 이게 핵무기 부분에서 놀랄만한 성과를 이뤘다, 핵과 경제의 병진에서 핵 부분에 있어서 성과를 강조함으로서 사실 경제 쪽에서 나온 불만들을 상당 부분 무마하고, 향후에는 경제가 발전할 거다, 하는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의 선전전은 과거의 핵실험 때에 비해 한층 노골화된 양상이다.

지난 2013년 3차 핵실험 당시와 지금의 보도 내용을 비교해보자.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방송 횟수다.

3차 핵실험 당시 당일 세 차례 발표에 그쳤던 데 비해, 이번 4차 핵실험에서 북한은 예고를 포함해 하루 동안 무려 아홉 번의 보도를 반복해 내보냈다.

형식면에서도 차이는 두드러진다.

단순 보도와 인터뷰로 핵실험 성과를 자축한 이전과 달리, 이번엔 다양한 특집 프로그램과 선전 구호, 생동감 있는 주민 인터뷰를 더해 형식의 다양화를 추구하고 나섰다.

이러한 변화가 의미하는 바는 뭘까.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1차 실험 때하고 2차하고 3차는 연속성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고, 그러니까 시작했고 완성됐고 종결한다는 의미로 한다면 이번은 김정은 시대에 가장 큰 위력을 보여주는, 주변 환경이 절대적으로 달라진 것들이죠. 그러니까 이른바 김정은의 대관식을 가장 화려하게 빛낼 수 있는 마지막 대말미를 이것으로 장식을 했다고 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3차 핵실험 때와는 달라진 김정은의 위상..

이는 보도 내용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경제와 핵무력 병진 병진 앞으로...

김정은의 '핵, 경제 병진 노선'을 강조한 선전가요에 이어, 북한 TV엔 이례적으로 핵실험을 자축하는 여러 편의 시가 등장했다.

온 행성을 진감시킨 우리의 수소탄시험의 완전성공!

주목할 것은 이들 시 대부분이, 김정은 찬양과 우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통쾌하다! 가슴 후련하도다! 우리의 수소탄이여! 세기의 영웅, 정의의 힘, 김정은 장군 만세!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이제는 우리는 세계가 놀랄만한 수소폭탄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전체 인민들의 인정을 받고 있는 지도자의 업적이고, 이것은 이제 우리가 적극적인 평화를 관리하는 주체로서 나설 수 있다고 하는 것을 통해가지고 국제 지도자로서의 김정은의 모습들을 강조하고 있는, 기승전 김정은으로 끝나는 전형적인 새로운 패턴이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핵실험 닷새 뒤인 지난 11일, 북한 TV는 김정은에 대한 새로운 주장을 내놨다.

김정은이 17살 때, 아버지인 김정일과 함께 현지지도를 나섰다는 것이다.

이처럼 핵실험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우상화 작업은 올해 5월, 36년 만에 열릴 예정인 제7차 당대회를 위한 포석이라고 전문가는 분석한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이번 7차 당대회는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를 선포하는 계기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당 대회 이전에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 작업을 상당 부분 진전시킴으로서 당 대회에서 명실상부한 권위 있는 정당성을 인정받는 북한의 최고 지도자로 위상을 정립하겠다,그렇기 때문에 이번 4차 핵실험을 수소폭탄으로 포장을 하고 가장 큰 업적으로 포장해서 주민들에게 인정받으려는 그런 시도의 일환으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외신을 활용한 선전전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지난해에만 4차례 북한을 찾았던 CNN 기자를 핵실험 직후 다시 평양에 초청해, 자신들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알린 것이다.

<녹취> 윌 리플리(CNN 기자) : "평양 관리들은 만약 대북 확성기 방송이 계속된다면 비무장지대에서 군사적인 행동이 있어도 자신들은 놀랍지 않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대내외, 전방위에 걸친 북한의 핵 선전전...

이는 치밀한 각본에 따라 진행된다.

북한의 3차 핵실험과 한미군사훈련 갈등으로 한반도가 긴장 국면에 휩싸였던 지난 2013년.

KBS가 단독 입수한 북한군 내부 문건이다.

북한 신문, 통신에 군의 결전상태를 보여주는 기사와 사진을 집중적으로 실으라는 김정은의 지시가 나와 있다.

당시 노동신문을 찾아보면 문건대로, 미사일과 탱크부대 등 북한군 사진이 집중적으로 실렸다.

TV 방송에 대한 지침도 내려졌다.

자원입대하는 청년들과 위장망 친 차량 등을 집중적으로 내보내 전시 분위기를 고조시키라는 지시..

심지어 방송에 내보낼 영화와 노래 선곡까지 문건에 등장한다.

이처럼 북한의 전 매체는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지시와 철저한 검열 하에 운영된다는 것이, 방송인 출신 탈북자의 증언이다.

<인터뷰> 송지영(前 북한 아나운서) : "중앙당 선전 선동부에서 발간된 비밀 보관용 책자가 내려옵니다. ‘우리가 이번에 수소탄 실험을 성공적으로 한 이 분위기를 토대로 하여 모든 주민들이 김정은 동지와 당의 두리에 결속할 수 있도록 그런 식으로 고무 추동하는 방송을 해라.’이런 쪽으로 뼈가 쫙 나옵니다. 이런 내용을 하루에 다섯 번이면 다섯 차례 방송해라, 하면 두 시간에 한 번씩 이 방송을 계속 하고 노래를 띄워주고..."

이런 선전전을,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인터뷰> 송지영(前 북한 아나운서) : "이번에 수소폭탄 실험을 하면서 장마당도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텔레비전을 방청하라, 특별 중대 방송 보도가 있다.’이러다보니까 장마당도 그 시간은 사람들이 장사를 못하고 텔레비전을 봐야 되는 상황이니까 할 수 없이 텔레비전 앞에서‘무슨 보도가 나지?’하고 이렇게 봤는데‘수소폭탄을 가졌으니까 희망과 용기를 가져라.’ 주민들은 정말 싫은 거죠. 주민들은 수소폭탄을 가지든 핵폭탄을 가지든 관심이 없어요. 빨리 장마당에 나가서 장사해야 되고, 돈을 벌어야 되고. 거기에만 관심이 있는 거죠."

북한의 내부 결속을 위한 선전전이 오히려 체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근본적인 경제생활의 개선이 없으면 그런 핵실험이나 어떤 무력부분에 있어서 발전은 별로 타당성이 없거든요. 또 지금 속도전이라든지 아니면 여러 가지 노력 동원에 강제적으로 동원되고 있는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고 그러면 사실은 김정은 정권이 불안정 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5월 당대회를 앞두고 기습적인 핵실험과 대대적인 선전전으로 김정은 업적 쌓기에 주력하고 있는 북한!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핵 선전전의 광풍 속에서 애꿎은 북한 주민들은 여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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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北 ‘핵 선전전’ 광풍, 노림수는?
    • 입력 2016-01-16 08:20:15
    • 수정2016-01-16 21:5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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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 이후 북한에선 그야말로 광풍에 가까운 선전전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데요,

각종 매체를 동원해 핵실험을 김정은 시대 최대 치적으로 포장하고, 한편으론 속도전을 독려하면서 다가올 7차 당 대회에 대비하는 모습입니다.

<클로즈업 북한> 오늘은, 핵 실험 이후 더욱 거세진 북한의 선전전과 그 노림수를 심층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8일, 평양 밤하늘에 또다시 불꽃이 터져 올랐다.

성대한 불꽃놀이를 배경으로는 이례적인 군중 무도회도 펼쳐졌다.

영하의 혹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사불란한 동작으로 군무를 추는 북한 주민들..

<녹취> 평양 시민 : "우리 청년들의 마음을 모두 합쳐서 가장 위력한 수소탄을 가진 백두산 대국의 공민이다 이렇게 세상에 대고 자랑하고 싶습니다."

<녹취> 평양 시민 : "오늘의 대경사야말로 우리 원수님께서 우리 새 세대들에게 안겨주신 가장 뜨겁고 제일 귀중한 정말 세상에 없는 가장 큰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수소탄 실험이라 주장하는 4차 핵실험 이후, 북한 내부는 연일 축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 : "10여 만의 수도 시민들이 김일성 김정일 조선의 불굴의 기개와 위용을 만천하에 과시한 자랑스러운 영웅들을 향해 꽃다발을 흔들며 열렬한 축하의 인사를 보냈습니다."

평양은 물론 북한 전역에서 무도회와 음악회가 열리고, 대규모 집회도 이어졌다.

김기남 노동당 선전 담당 비서 등 북한 고위 간부들도 대거 참석해 핵실험을 자축했다.

<녹취> 김기남(북한 노동당 비서) : "김정은 조선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강대한 백두산 대국의 존엄을 만 천하에 과시한 역사적 장거의 날입니다."

광풍에 가까운 북한 사회의 ‘핵 선전전’.

이를 주도하고 있는 건 북한 매체들이다.

선전전의 조짐은 핵실험 발표 당일, ‘특별 중대 보도’ 예고에서부터 나타났다.

<녹취> ‘특별 중대 보도’ 예고(지난 6일) : "전체 조선인민에게 알립니다. 주체 105 2016년 1월 6일 낮 12시부터 특별 중대 보도가 있겠습니다."

지난 세 차례 핵실험 발표 당시엔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모습이다.

다음날인 7일, 북한 매체는 핵실험을 자축하는 특집 프로그램과, 새 선전 구호를 쏟아내며 본격적인 핵 선전전에 착수했다.

특히 북한 TV가 비중 있게 보도한 건 각 경제 분야 현장이다.

<녹취> "새해 축하의 꽃보라마냥 철의 불보라가 세차게 일고 있는 여기는 황해제철연합기업소입니다."

‘현지방송’이라 이름 붙인 특집방송을 통해 제철소와 축산 건설장 등을 소개한 데 이어, 주민이 동원된 노동 현장도 내보냈다.

혹한 속 눈 덮인 논밭에서 쉴 새 없이 거름을 퍼 나르는 주민들.

농업 생산성을 높인다며, 북한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거름 전투’ 현장이다.

<녹취> 조선중앙TV : "땅은 진심만을 알아준다. 한 줌의 거름이라도 더 많이, 더 질 좋게 생산하여 기어이 풀 풍년을 안아오자."

광산 발파부터 각종 건설 공사, 공장 등 다양한 현장 근로자의 인터뷰도 전파를 탔다.

<녹취> 김정향(김정숙평양제사공장 직원) : "수소탄시험이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우리 국력이 무진 막강하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하루 한 시간 한 시간이 힘이 솟고 일 욕심이 저절로 용솟음칩니다."

속도전도 한층 더 강조됐다.

선전대원들의 노래에 맞춰 작업이 한창인 백두산 3호 발전소 건설 현장..

인터뷰에 나선 청년돌격대원은 공사기한 축소를 다짐하고 나섰다.

<녹취> 홍귀련(백두산 3호발전소 돌격대원) : "우리나라가 수소탄까지 보유한 핵강국이 되었다는 정부성명소식을 듣고 지금 보시다시피 온 공사장이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그저 이 기쁜 소식을 안고 냅다 내달려 발전소 건설을 하루 빨리 끝낼 마음뿐입니다."

각계의 현장 인터뷰를 통해, 이번 핵실험이 ‘경제 성과의 동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신문 역시 이에 가세했다.

핵실험 관련 내용으로 여섯 개 지면을 모두 채운 지난 8일 자 노동신문.

신문은 1면 사설을 통해 핵실험 성공으로 북한의 위력을 힘 있게 과시했다며, 이제는 ‘경제강국 건설’을 위한 투쟁을 벌여야 할 때라고 독려했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역시 ‘이번 수소탄실험은 경제 부흥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소개하는 등 북한 매체는 이번 핵실험을 연일 경제 성과와 연결 짓는 분위기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정은 정권은 핵과 경제의 병진 노선을 제기하고 있고요. 이 과정에서 핵실험, 이번 4차 핵실험이 어떤 의미가 있냐 하면 이게 핵무기 부분에서 놀랄만한 성과를 이뤘다, 핵과 경제의 병진에서 핵 부분에 있어서 성과를 강조함으로서 사실 경제 쪽에서 나온 불만들을 상당 부분 무마하고, 향후에는 경제가 발전할 거다, 하는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의 선전전은 과거의 핵실험 때에 비해 한층 노골화된 양상이다.

지난 2013년 3차 핵실험 당시와 지금의 보도 내용을 비교해보자.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방송 횟수다.

3차 핵실험 당시 당일 세 차례 발표에 그쳤던 데 비해, 이번 4차 핵실험에서 북한은 예고를 포함해 하루 동안 무려 아홉 번의 보도를 반복해 내보냈다.

형식면에서도 차이는 두드러진다.

단순 보도와 인터뷰로 핵실험 성과를 자축한 이전과 달리, 이번엔 다양한 특집 프로그램과 선전 구호, 생동감 있는 주민 인터뷰를 더해 형식의 다양화를 추구하고 나섰다.

이러한 변화가 의미하는 바는 뭘까.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1차 실험 때하고 2차하고 3차는 연속성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고, 그러니까 시작했고 완성됐고 종결한다는 의미로 한다면 이번은 김정은 시대에 가장 큰 위력을 보여주는, 주변 환경이 절대적으로 달라진 것들이죠. 그러니까 이른바 김정은의 대관식을 가장 화려하게 빛낼 수 있는 마지막 대말미를 이것으로 장식을 했다고 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3차 핵실험 때와는 달라진 김정은의 위상..

이는 보도 내용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경제와 핵무력 병진 병진 앞으로...

김정은의 '핵, 경제 병진 노선'을 강조한 선전가요에 이어, 북한 TV엔 이례적으로 핵실험을 자축하는 여러 편의 시가 등장했다.

온 행성을 진감시킨 우리의 수소탄시험의 완전성공!

주목할 것은 이들 시 대부분이, 김정은 찬양과 우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통쾌하다! 가슴 후련하도다! 우리의 수소탄이여! 세기의 영웅, 정의의 힘, 김정은 장군 만세!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이제는 우리는 세계가 놀랄만한 수소폭탄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전체 인민들의 인정을 받고 있는 지도자의 업적이고, 이것은 이제 우리가 적극적인 평화를 관리하는 주체로서 나설 수 있다고 하는 것을 통해가지고 국제 지도자로서의 김정은의 모습들을 강조하고 있는, 기승전 김정은으로 끝나는 전형적인 새로운 패턴이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핵실험 닷새 뒤인 지난 11일, 북한 TV는 김정은에 대한 새로운 주장을 내놨다.

김정은이 17살 때, 아버지인 김정일과 함께 현지지도를 나섰다는 것이다.

이처럼 핵실험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우상화 작업은 올해 5월, 36년 만에 열릴 예정인 제7차 당대회를 위한 포석이라고 전문가는 분석한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이번 7차 당대회는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를 선포하는 계기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당 대회 이전에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 작업을 상당 부분 진전시킴으로서 당 대회에서 명실상부한 권위 있는 정당성을 인정받는 북한의 최고 지도자로 위상을 정립하겠다,그렇기 때문에 이번 4차 핵실험을 수소폭탄으로 포장을 하고 가장 큰 업적으로 포장해서 주민들에게 인정받으려는 그런 시도의 일환으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외신을 활용한 선전전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지난해에만 4차례 북한을 찾았던 CNN 기자를 핵실험 직후 다시 평양에 초청해, 자신들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알린 것이다.

<녹취> 윌 리플리(CNN 기자) : "평양 관리들은 만약 대북 확성기 방송이 계속된다면 비무장지대에서 군사적인 행동이 있어도 자신들은 놀랍지 않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대내외, 전방위에 걸친 북한의 핵 선전전...

이는 치밀한 각본에 따라 진행된다.

북한의 3차 핵실험과 한미군사훈련 갈등으로 한반도가 긴장 국면에 휩싸였던 지난 2013년.

KBS가 단독 입수한 북한군 내부 문건이다.

북한 신문, 통신에 군의 결전상태를 보여주는 기사와 사진을 집중적으로 실으라는 김정은의 지시가 나와 있다.

당시 노동신문을 찾아보면 문건대로, 미사일과 탱크부대 등 북한군 사진이 집중적으로 실렸다.

TV 방송에 대한 지침도 내려졌다.

자원입대하는 청년들과 위장망 친 차량 등을 집중적으로 내보내 전시 분위기를 고조시키라는 지시..

심지어 방송에 내보낼 영화와 노래 선곡까지 문건에 등장한다.

이처럼 북한의 전 매체는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지시와 철저한 검열 하에 운영된다는 것이, 방송인 출신 탈북자의 증언이다.

<인터뷰> 송지영(前 북한 아나운서) : "중앙당 선전 선동부에서 발간된 비밀 보관용 책자가 내려옵니다. ‘우리가 이번에 수소탄 실험을 성공적으로 한 이 분위기를 토대로 하여 모든 주민들이 김정은 동지와 당의 두리에 결속할 수 있도록 그런 식으로 고무 추동하는 방송을 해라.’이런 쪽으로 뼈가 쫙 나옵니다. 이런 내용을 하루에 다섯 번이면 다섯 차례 방송해라, 하면 두 시간에 한 번씩 이 방송을 계속 하고 노래를 띄워주고..."

이런 선전전을,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인터뷰> 송지영(前 북한 아나운서) : "이번에 수소폭탄 실험을 하면서 장마당도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텔레비전을 방청하라, 특별 중대 방송 보도가 있다.’이러다보니까 장마당도 그 시간은 사람들이 장사를 못하고 텔레비전을 봐야 되는 상황이니까 할 수 없이 텔레비전 앞에서‘무슨 보도가 나지?’하고 이렇게 봤는데‘수소폭탄을 가졌으니까 희망과 용기를 가져라.’ 주민들은 정말 싫은 거죠. 주민들은 수소폭탄을 가지든 핵폭탄을 가지든 관심이 없어요. 빨리 장마당에 나가서 장사해야 되고, 돈을 벌어야 되고. 거기에만 관심이 있는 거죠."

북한의 내부 결속을 위한 선전전이 오히려 체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근본적인 경제생활의 개선이 없으면 그런 핵실험이나 어떤 무력부분에 있어서 발전은 별로 타당성이 없거든요. 또 지금 속도전이라든지 아니면 여러 가지 노력 동원에 강제적으로 동원되고 있는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고 그러면 사실은 김정은 정권이 불안정 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5월 당대회를 앞두고 기습적인 핵실험과 대대적인 선전전으로 김정은 업적 쌓기에 주력하고 있는 북한!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핵 선전전의 광풍 속에서 애꿎은 북한 주민들은 여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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