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리포트] 제재 해제 앞둔 이란…종파 갈등 소용돌이

입력 2016.01.16 (08:27) 수정 2016.01.1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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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중동 지역 지도인데 파란색은 이슬람 시아파, 붉은색은 수니파입니다.

이달 초였죠,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가 시아파 성직자를 처형하자 시아파 맹주인 이란은 이를 강력 비난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수니파 국가들이 들고 일어나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해 외교 단절 등 맹공격을 하고 있는데요,

핵 개발을 포기하고 경제 발전을 선택한 이란.

하지만 부푼 기대감 앞에 난데없이 나타난 주변국의 압박, 복창현 특파원이 현지로 가 복잡한 이란의 심경을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이란 수도 테헤란의 중심가.

지난해 7월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의 핵 협상이 타결된 이후 이란 국민은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핵무기 개발 대신 경제 발전을 택한 만큼, 대 이란 경제 제재가 곧 해제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요리사인 다르반디 씨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인터뷰> 다르반디(테헤란 시민) : "신의 뜻으로 이란 경제가 번영해서 시민들이 아무 걱정 없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핵 개발 의혹에 따른 서방의 경제 제재는 지난 2007년 10월 시작됐습니다.

미국의 대 이란 금융 제재 조치 등으로 이란의 경제 상황은 크게 악화됐는데, 2011년과 2012년엔 물가가 3배나 폭등하기도 했습니다.

실업률도 20%에 이르렀습니다.

지금도 서방측의 경제 제재 여파가 긴 그림자를 끌고 있는 상황.

그래서 국민들은 더 애타게 경제 제재 해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파리데(테헤란 시민) : "현재 경제 상황이 아주 안 좋습니다. 경제 제재가 해제된 후에 경제 상황이 더 나아지길 기대합니다."

이란은 중동 최대의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우선 이란은 세계 4위 산유국으로 인구가 8천만 명에 이릅니다.

풍부한 자원에다 내수 시장도 탄탄하다는 뜻입니다.

<녹취> 마르비(이란 의회 에너지위원장) : "오일 관련 사업이 50건 준비돼 있습니다. 천8백50억 달러 투자가 필요합니다. 한국 기업들이 많이 참여해 이란과 함께 사업을 했으면 합니다."

기간 시설 확충을 위한 산업 설비와 기계류, 소비 진작에 따른 가전제품 수요 등이 늘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아도르(샘 그룹 홍보실장) : "중요한 것은 디자인 등에서 이란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에 더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현지 여성들을 위한 화장품 수요 증가까지도 기대됩니다.

<녹취> 모비나(테헤란 시민) : "화장품은 얼굴을 좋아 보이게 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해 이란 여성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빗장이 풀리는 이란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큰 만큼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 격화도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중국 업체들은 물론 프랑스와 독일 등 EU 국가들도 이란 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승욱(코트라 테헤란 무역관장) : "중국산은 이미 제재 기간 동안 이란 시장에 저가를 무기로 해서 많이 침투해있고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떠났던 EU 기업들도 제재 해제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지금 들어오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순조로울 것 같던 경제 제재 해제 여정에 돌발 변수가 생겼습니다.

종파 갈등입니다.

지난 2일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테러 혐의로 자국의 시아파 지도자 등 47명을 집단 처형했습니다.

처형된 사람들 가운데는 시아파 맹주 이란이 줄기차게 사면을 요청했던 사우디 시아파 지도자 셰이크 님르 알 님르도 포함됐습니다.

<녹취> 이란 국영 TV : "석방 요청에도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아파 지도자 '셰이크 님르 알 님르'를 처형했습니다. 많은 이슬람 국가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성난 이란 시위대는 테헤란에 있는 사우디 대사관으로 몰려가 화염병을 던지는 등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또 테헤란 거리 곳곳엔 시아파 성직자 알 님르를 추모하는 현수막들이 내걸렸습니다.

사우디 왕가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등 격한 문구까지 등장했습니다.

<녹취> 투시네자드(테헤란 시민) : "사우디가 저지른 짓은 이슬람교나 코란과 상관없는 일입니다. 테러 행위고 범죄입니다."

자국 대사관이 공격 당한 사우디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란과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무역과 항공기 운항도 전면 금지했습니다.

<녹취> 아델 알 주베이르(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 : "이란이 지역을 불안하게 만들도록 놔두지 않을 겁니다.우리 국민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게 할 겁니다."

사우디에 이어 다른 수니파 국가들도 외교 관계 단절이나 이란 주재 자국 대사 소환, 항공편 중단 등을 선언하며 이란 압박에 가세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는 피의 복수를 선언하는 등 강경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고, 이라크와 바레인 등의 시아파 거주 지역에서는 사우디 규탄 시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해묵은 종파 갈등이 중동 지역 전체로 확산하면서 이번 사태 해결은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이같은 종파 갈등은 이란에게 시련을 주고 있습니다.

우선 주변국과의 외교 관계 단절이나 교역 중단이 경제 발전을 위한 여건 조성에 좋을 리가 없습니다.

또 종파 갈등 격화는 이란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 등 보수 강경파의 입지를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인터뷰> 하메네이(이란 최고지도자) : "신이 (성직자의)피를 흘리게 한 그들(사우디아라비아)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보수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등 온건파의 입지는 약화됩니다.

이란 온건파는 보수파 반발을 누르며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에 부응해 왔던만큼, 종파 갈등은 서방측에도 민감한 문제입니다.

천4백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수니파와 시아파 간 다툼.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의 후계자 결정을 놓고 벌어진 갈등이, 오랜 제재에서 벗어나 이제 막 국제사회로 나오려는 이란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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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 리포트] 제재 해제 앞둔 이란…종파 갈등 소용돌이
    • 입력 2016-01-16 08:43:41
    • 수정2016-01-16 09:32:11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중동 지역 지도인데 파란색은 이슬람 시아파, 붉은색은 수니파입니다.

이달 초였죠,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가 시아파 성직자를 처형하자 시아파 맹주인 이란은 이를 강력 비난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수니파 국가들이 들고 일어나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해 외교 단절 등 맹공격을 하고 있는데요,

핵 개발을 포기하고 경제 발전을 선택한 이란.

하지만 부푼 기대감 앞에 난데없이 나타난 주변국의 압박, 복창현 특파원이 현지로 가 복잡한 이란의 심경을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이란 수도 테헤란의 중심가.

지난해 7월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의 핵 협상이 타결된 이후 이란 국민은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핵무기 개발 대신 경제 발전을 택한 만큼, 대 이란 경제 제재가 곧 해제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요리사인 다르반디 씨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인터뷰> 다르반디(테헤란 시민) : "신의 뜻으로 이란 경제가 번영해서 시민들이 아무 걱정 없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핵 개발 의혹에 따른 서방의 경제 제재는 지난 2007년 10월 시작됐습니다.

미국의 대 이란 금융 제재 조치 등으로 이란의 경제 상황은 크게 악화됐는데, 2011년과 2012년엔 물가가 3배나 폭등하기도 했습니다.

실업률도 20%에 이르렀습니다.

지금도 서방측의 경제 제재 여파가 긴 그림자를 끌고 있는 상황.

그래서 국민들은 더 애타게 경제 제재 해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파리데(테헤란 시민) : "현재 경제 상황이 아주 안 좋습니다. 경제 제재가 해제된 후에 경제 상황이 더 나아지길 기대합니다."

이란은 중동 최대의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우선 이란은 세계 4위 산유국으로 인구가 8천만 명에 이릅니다.

풍부한 자원에다 내수 시장도 탄탄하다는 뜻입니다.

<녹취> 마르비(이란 의회 에너지위원장) : "오일 관련 사업이 50건 준비돼 있습니다. 천8백50억 달러 투자가 필요합니다. 한국 기업들이 많이 참여해 이란과 함께 사업을 했으면 합니다."

기간 시설 확충을 위한 산업 설비와 기계류, 소비 진작에 따른 가전제품 수요 등이 늘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아도르(샘 그룹 홍보실장) : "중요한 것은 디자인 등에서 이란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에 더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현지 여성들을 위한 화장품 수요 증가까지도 기대됩니다.

<녹취> 모비나(테헤란 시민) : "화장품은 얼굴을 좋아 보이게 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해 이란 여성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빗장이 풀리는 이란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큰 만큼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 격화도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중국 업체들은 물론 프랑스와 독일 등 EU 국가들도 이란 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승욱(코트라 테헤란 무역관장) : "중국산은 이미 제재 기간 동안 이란 시장에 저가를 무기로 해서 많이 침투해있고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떠났던 EU 기업들도 제재 해제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지금 들어오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순조로울 것 같던 경제 제재 해제 여정에 돌발 변수가 생겼습니다.

종파 갈등입니다.

지난 2일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테러 혐의로 자국의 시아파 지도자 등 47명을 집단 처형했습니다.

처형된 사람들 가운데는 시아파 맹주 이란이 줄기차게 사면을 요청했던 사우디 시아파 지도자 셰이크 님르 알 님르도 포함됐습니다.

<녹취> 이란 국영 TV : "석방 요청에도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아파 지도자 '셰이크 님르 알 님르'를 처형했습니다. 많은 이슬람 국가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성난 이란 시위대는 테헤란에 있는 사우디 대사관으로 몰려가 화염병을 던지는 등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또 테헤란 거리 곳곳엔 시아파 성직자 알 님르를 추모하는 현수막들이 내걸렸습니다.

사우디 왕가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등 격한 문구까지 등장했습니다.

<녹취> 투시네자드(테헤란 시민) : "사우디가 저지른 짓은 이슬람교나 코란과 상관없는 일입니다. 테러 행위고 범죄입니다."

자국 대사관이 공격 당한 사우디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란과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무역과 항공기 운항도 전면 금지했습니다.

<녹취> 아델 알 주베이르(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 : "이란이 지역을 불안하게 만들도록 놔두지 않을 겁니다.우리 국민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게 할 겁니다."

사우디에 이어 다른 수니파 국가들도 외교 관계 단절이나 이란 주재 자국 대사 소환, 항공편 중단 등을 선언하며 이란 압박에 가세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는 피의 복수를 선언하는 등 강경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고, 이라크와 바레인 등의 시아파 거주 지역에서는 사우디 규탄 시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해묵은 종파 갈등이 중동 지역 전체로 확산하면서 이번 사태 해결은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이같은 종파 갈등은 이란에게 시련을 주고 있습니다.

우선 주변국과의 외교 관계 단절이나 교역 중단이 경제 발전을 위한 여건 조성에 좋을 리가 없습니다.

또 종파 갈등 격화는 이란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 등 보수 강경파의 입지를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인터뷰> 하메네이(이란 최고지도자) : "신이 (성직자의)피를 흘리게 한 그들(사우디아라비아)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보수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등 온건파의 입지는 약화됩니다.

이란 온건파는 보수파 반발을 누르며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에 부응해 왔던만큼, 종파 갈등은 서방측에도 민감한 문제입니다.

천4백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수니파와 시아파 간 다툼.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의 후계자 결정을 놓고 벌어진 갈등이, 오랜 제재에서 벗어나 이제 막 국제사회로 나오려는 이란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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