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홧김에 ‘농약 두유’ 건네”…농약 탄 음료 비상!

입력 2016.01.19 (08:32) 수정 2016.01.1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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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이른바 농약 사이다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충남 부여에서 비슷한 사건이 또 나왔습니다.

이번엔 두유였습니다.

70대 노인이 평소 자신을 험담했다며 20살이나 아래 이웃에게 보복하려고 농약 탄 두유를 건넨건데, 애꿎은 사람 3명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농약 사이다 사건에서 사용됐던 맹독성 농약이 검출돼, 모방범죄라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되풀이 된 농약 음료 사건! 예방법은 없는지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충남 부여의 한 농촌 마을.

최모 씨의 집 앞에 두유 한 상자가 놓인 건 지난해 12월 21일이었습니다.

농촌에선 집 앞에 물건을 두고 가는 게 흔한 일이기에 별 의심 없이 선물로 생각하고 챙겼습니다.

<인터뷰> 최00(피해자/음성변조) : “산에 나무하러 갔다 왔더니 거기 있더라고 뭐 어떡해? 고맙게 생각했지. 속으로.."

그런데 바로 다음날, 두유를 마신 7살 난 아들이 배가 아프다며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인터뷰>최00(피해자/음성변조) : “학교를 보내야지. (아이가) 밥은 조금 먹었지. 우유 따라서 줬죠. 벌벌 떨데요. 나는 장난인 줄 알았더니, 차까지 태웠지, 학교 차를. "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던 아들은 다행히 일주일 후 퇴원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두유가 원인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2일,

최 씨는 자신의 논 경지정리를 하던 굴착기 기사 송모 씨에게 두유 3팩을 건넸습니다.

그리고 송 씨는 주민들이 야산에서 칡 캐기 작업을 하자 굴착기로 땅을 파준 뒤, 두유를 이웃 주민 두 명에게 줬습니다.

그런데 두유를 마신 주민들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인터뷰> 이00(피해자/음성변조) : “목이 타길래 (두유를) 집어서 먹었죠. 바로 반응이 왔는데 기억이 없어요.“

<인터뷰> 김00(피해자/음성변조) : “암모니아 가스 냄새 그런 비슷한 냄새가 굉장히 심하게 나더라고요. 근데 이미 때는 늦은 거예요. 먹고 나서 딱 불과 몇 초 되니까 다리가 힘이 쫙 풀리더라고.“

때마침 함께 있던 가족과 이웃들의 도움으로 급히 병원으로 이송된 두 사람!

목숨은 건졌지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날의 악몽을 잊지 못합니다.

<인터뷰> 이00(피해자 가족/음성변조) : “얼굴은 하얘 가지고 땀만 비질비질 나고 그러고서는 있더라고요. 의식도 없고 아무 말도 못 하고 땀만 줄줄 흐르고 입에서 침 줄줄 흐르더라고요.“

<인터뷰>김00(피해자/음성변조) : “겁나기도 하고. 무서운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그날 먹었을 때는 죽었구나. 그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

자칫 잘못하다간 인명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

그런데 국과수 감정 결과 두유 속에서 살충제 성분인 ‘메소밀’이 검출됐습니다.

지난해 80대 할머니가 사이다에 몰래 넣어 이를 마신 할머니 6명 중 2명을 숨지게 했던 것과 같은 성분입니다.

<인터뷰> 조남성(충남부여경찰서 형사1팀장) : “상단에 여덟 개 하단에 여덟 개거든요. 상단에 (있는 두유에) 전부 주입을 했다. 그거 봐서는 여덟 개에 (농약을) 넣지 않았나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농약이 든 두유 8팩에 대한 지문 감식 과정에서 미세한 바늘 자국이 발견됐습니다.

누군가 일부러 농약을 두유에 주사기로 주입한 것.

선물인 줄 알았던 두유가 주사바늘까지 동원해 치밀하게 준비된 범죄였던 겁니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최 씨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인터뷰> 최00(피해자/음성녹취) : “지금 생각하면 얘기 더 못해. 안 당해봐선 몰라. 어린 것이 거품 나고 아이고“

경찰은 사건 발생 2일 만에 용의자를 검거했습니다.

유통과정을 추적해 보니 20살 많은 이웃 75살 김모 씨가 마을 상점에서 두유를 산 사실이 확인됐던 겁니다.

마을 상점에 설치된 CCTV 화면인데요,

모자를 쓰고 두유 한 상자를 계산대에 내려놓는 김 씨의 모습이 경찰에 포착했습니다.

마을이 뒤숭숭했지만, 평소처럼 마을 회관을 찾는 등 검거직전까지 태연하게 일상생활을 했던 김 씨.

처음엔 완강히 범행을 부인했지만 CCTV 영상을 보고 나선 모든 걸 털어놓았습니다.

두 가지가 원인이었습니다.

<인터뷰> 조남성(충남부여경찰서 형사1팀장) : "10년 전부터요 서로 간에 보이지 않는 골이 깊었거든요. 가장 큰 원인은 상수도하고요. 동네로 배분된 비료를 가져갔다 안 가져갔다(하는) 그런 문제 때문에 피의자하고 피해자하고 갈등을 겪다가...“

경찰은 피의자 김 씨의 집 창고에서 범행에 사용됐던 가축 예방용 주사위기와 농약병을 압수했습니다.

이웃의 범죄에 마을 사람들이 받은 충격도 적지 않습니다.

<녹취> 마을주민(음성변조) : “세상이 무섭다. TV에서는 볼 수 있는 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만큼 시골도 인심이 야박해졌더라고요.“

<인터뷰> 이00(피해자 가족/음성변조) : “시골은 그래도 다 오픈해 놓고 누구네 수저가 몇 개 있는지도 알고 살잖아요. 근데 앞으로는 자꾸 그게 안 될 것 같아. 사람이 사람을 못 믿는 거죠.“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상주 농약 사건 연상시킨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배상훈(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 “이건 100% 모방 범죄죠. 왜냐면 특정 어느 방법을 선택할 때는 자기가 방법을 창의적으로 한다는 게 사실 쉽지 않습니다.“

특히 김 씨가 할머니 2명의 목숨을 앗아간 80대 할머니의 상주 농약 사건을 알고 있다고 진술한 점으로 미뤄 경찰도 모방범죄 여부에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맹독성 농약 관리가 허술해 이런 범죄가 반복된다고 지적했는데요,

<인터뷰> 배상훈(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 “농약을 사 간 사람의 이름을 등록하고 지금 되고 있는 거죠. 과거에도 됐었습니다. 작년 농약 사건을 통해서 아주 꼼꼼하게 하려고 하는 게 지금의 실태인데 사실은 좀 허점이 많죠.“

경찰은 피의자 김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김 씨 건강상의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반복되는 농약 탄 음료 범죄를 막기 위해 보다 강도 높은 농약 관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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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홧김에 ‘농약 두유’ 건네”…농약 탄 음료 비상!
    • 입력 2016-01-19 08:33:46
    • 수정2016-01-19 13:16:11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이른바 농약 사이다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충남 부여에서 비슷한 사건이 또 나왔습니다.

이번엔 두유였습니다.

70대 노인이 평소 자신을 험담했다며 20살이나 아래 이웃에게 보복하려고 농약 탄 두유를 건넨건데, 애꿎은 사람 3명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농약 사이다 사건에서 사용됐던 맹독성 농약이 검출돼, 모방범죄라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되풀이 된 농약 음료 사건! 예방법은 없는지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충남 부여의 한 농촌 마을.

최모 씨의 집 앞에 두유 한 상자가 놓인 건 지난해 12월 21일이었습니다.

농촌에선 집 앞에 물건을 두고 가는 게 흔한 일이기에 별 의심 없이 선물로 생각하고 챙겼습니다.

<인터뷰> 최00(피해자/음성변조) : “산에 나무하러 갔다 왔더니 거기 있더라고 뭐 어떡해? 고맙게 생각했지. 속으로.."

그런데 바로 다음날, 두유를 마신 7살 난 아들이 배가 아프다며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인터뷰>최00(피해자/음성변조) : “학교를 보내야지. (아이가) 밥은 조금 먹었지. 우유 따라서 줬죠. 벌벌 떨데요. 나는 장난인 줄 알았더니, 차까지 태웠지, 학교 차를. "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던 아들은 다행히 일주일 후 퇴원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두유가 원인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2일,

최 씨는 자신의 논 경지정리를 하던 굴착기 기사 송모 씨에게 두유 3팩을 건넸습니다.

그리고 송 씨는 주민들이 야산에서 칡 캐기 작업을 하자 굴착기로 땅을 파준 뒤, 두유를 이웃 주민 두 명에게 줬습니다.

그런데 두유를 마신 주민들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인터뷰> 이00(피해자/음성변조) : “목이 타길래 (두유를) 집어서 먹었죠. 바로 반응이 왔는데 기억이 없어요.“

<인터뷰> 김00(피해자/음성변조) : “암모니아 가스 냄새 그런 비슷한 냄새가 굉장히 심하게 나더라고요. 근데 이미 때는 늦은 거예요. 먹고 나서 딱 불과 몇 초 되니까 다리가 힘이 쫙 풀리더라고.“

때마침 함께 있던 가족과 이웃들의 도움으로 급히 병원으로 이송된 두 사람!

목숨은 건졌지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날의 악몽을 잊지 못합니다.

<인터뷰> 이00(피해자 가족/음성변조) : “얼굴은 하얘 가지고 땀만 비질비질 나고 그러고서는 있더라고요. 의식도 없고 아무 말도 못 하고 땀만 줄줄 흐르고 입에서 침 줄줄 흐르더라고요.“

<인터뷰>김00(피해자/음성변조) : “겁나기도 하고. 무서운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그날 먹었을 때는 죽었구나. 그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

자칫 잘못하다간 인명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

그런데 국과수 감정 결과 두유 속에서 살충제 성분인 ‘메소밀’이 검출됐습니다.

지난해 80대 할머니가 사이다에 몰래 넣어 이를 마신 할머니 6명 중 2명을 숨지게 했던 것과 같은 성분입니다.

<인터뷰> 조남성(충남부여경찰서 형사1팀장) : “상단에 여덟 개 하단에 여덟 개거든요. 상단에 (있는 두유에) 전부 주입을 했다. 그거 봐서는 여덟 개에 (농약을) 넣지 않았나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농약이 든 두유 8팩에 대한 지문 감식 과정에서 미세한 바늘 자국이 발견됐습니다.

누군가 일부러 농약을 두유에 주사기로 주입한 것.

선물인 줄 알았던 두유가 주사바늘까지 동원해 치밀하게 준비된 범죄였던 겁니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최 씨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인터뷰> 최00(피해자/음성녹취) : “지금 생각하면 얘기 더 못해. 안 당해봐선 몰라. 어린 것이 거품 나고 아이고“

경찰은 사건 발생 2일 만에 용의자를 검거했습니다.

유통과정을 추적해 보니 20살 많은 이웃 75살 김모 씨가 마을 상점에서 두유를 산 사실이 확인됐던 겁니다.

마을 상점에 설치된 CCTV 화면인데요,

모자를 쓰고 두유 한 상자를 계산대에 내려놓는 김 씨의 모습이 경찰에 포착했습니다.

마을이 뒤숭숭했지만, 평소처럼 마을 회관을 찾는 등 검거직전까지 태연하게 일상생활을 했던 김 씨.

처음엔 완강히 범행을 부인했지만 CCTV 영상을 보고 나선 모든 걸 털어놓았습니다.

두 가지가 원인이었습니다.

<인터뷰> 조남성(충남부여경찰서 형사1팀장) : "10년 전부터요 서로 간에 보이지 않는 골이 깊었거든요. 가장 큰 원인은 상수도하고요. 동네로 배분된 비료를 가져갔다 안 가져갔다(하는) 그런 문제 때문에 피의자하고 피해자하고 갈등을 겪다가...“

경찰은 피의자 김 씨의 집 창고에서 범행에 사용됐던 가축 예방용 주사위기와 농약병을 압수했습니다.

이웃의 범죄에 마을 사람들이 받은 충격도 적지 않습니다.

<녹취> 마을주민(음성변조) : “세상이 무섭다. TV에서는 볼 수 있는 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만큼 시골도 인심이 야박해졌더라고요.“

<인터뷰> 이00(피해자 가족/음성변조) : “시골은 그래도 다 오픈해 놓고 누구네 수저가 몇 개 있는지도 알고 살잖아요. 근데 앞으로는 자꾸 그게 안 될 것 같아. 사람이 사람을 못 믿는 거죠.“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상주 농약 사건 연상시킨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배상훈(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 “이건 100% 모방 범죄죠. 왜냐면 특정 어느 방법을 선택할 때는 자기가 방법을 창의적으로 한다는 게 사실 쉽지 않습니다.“

특히 김 씨가 할머니 2명의 목숨을 앗아간 80대 할머니의 상주 농약 사건을 알고 있다고 진술한 점으로 미뤄 경찰도 모방범죄 여부에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맹독성 농약 관리가 허술해 이런 범죄가 반복된다고 지적했는데요,

<인터뷰> 배상훈(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 “농약을 사 간 사람의 이름을 등록하고 지금 되고 있는 거죠. 과거에도 됐었습니다. 작년 농약 사건을 통해서 아주 꼼꼼하게 하려고 하는 게 지금의 실태인데 사실은 좀 허점이 많죠.“

경찰은 피의자 김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김 씨 건강상의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반복되는 농약 탄 음료 범죄를 막기 위해 보다 강도 높은 농약 관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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