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eye] 한국 ‘온돌’ 일본 북부에 확산

입력 2016.01.30 (08:39) 수정 2016.01.3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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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나라보다 따뜻하다곤 하지만, 일본의 겨울, 춥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일본 북부는 한반도 북쪽과 위도가 비슷합니다.

혹한이 드문 일은 아니죠.

그런데도 일본 주택은 한겨울에도 방바닥이 차갑습니다.

우리처럼 바닥을 덥히지 않고 난로 등으로 난방을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방안에서도 양말과 슬리퍼를 신고 있어야 하는데, 이런 일본의 난방 문화에 한국의 온돌이 도전장을 내고 있습니다.

일본 북부 지역에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한국 온돌, 도쿄 이재호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네부타 마츠리'로 유명한 일본 아오모리 현.

홋카이도 바로 밑이자, 일본 본토의 최북단인 까닭에 1년에 5개월 정도는 춥습니다.

한겨울 속 아오모리는 온통 은빛 세상입니다.

아오모리는 눈 많기로도 유명한 곳인데, 동장군에 폭설까지 겹치는 꼴이어서 주민들이 겨울나기는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70대 노부부가 사는 집.

집에 들어서자, 양말을 신은 발이 시릴 정도로 냉기가 엄습해 옵니다.

석유스토브를 켜놨지만 추위를 막기에는 역부족.

노부부는 두꺼운 양말과 외투, 발열 장치가 내장된 장갑 등으로 중무장했습니다.

<녹취> 미노마타 미치에(히로사키 시민) : "아침에 이 방으로 오면 방 온도가 영하예요. (영하예요?) 스토브에 온도계가 붙어 있어요."

거실과 주방을 겸하는 공간에는 장작을 때는 난로를 따로 설치해 놓았습니다.

이처럼 방마다 난방 기구를 설치해 놓고 있어 겨울만 되면 노부부는 연료비 부담에 시달립니다.

추위와 연료비 걱정에 한숨만 내쉬던 부부.

최근 온돌이 설치된 다른 집을 방문한 후 묘한 흥분에 빠졌습니다.

<녹취> 미노마타 세이치(히로사키 시민) : "(온돌은) 집 전체가 따뜻하더라고요. 우리 집은 저쪽만 장작을 때서 따뜻하지만요. 여기는 너무 추워요."

미노마타 씨의 부러움을 산 한국식 온돌 집은 아오모리 현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70대 노부부가 거실에서 TV를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눕니다.

실내 기온은 25도 안팎.

집 안 구석구석에서 온기가 느껴집니다.

덕분에 가벼운 옷차림으로 실내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또 전통적인 주거 방식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난방 기기가 따로 필요 없으니까, 실내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찜질 효과까지 있어 온돌은 노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습니다.

<녹취> 세키 히로코(아오모리 현) : "제가 허리 수술을 2번이나 했는데요, 밤에 잠을 잘 못 들어서 깼을 때 언제 일어나도 따뜻하기 때문에 너무나 편합니다."

다른 집 역시 온돌의 효과에 놀랍니다.

밤새 데워진 온돌이 거의 24시간 온기를 내뿜기 때문에 2층까지도 따뜻하다는 이 집.

주부 미우라 씨는 겨울철에도 양말이나 슬리퍼를 신지 않고 맨발로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녹취> 미우라 사치코(주부) : "발바닥부터 따뜻해져서 추위는 커녕 땀이 날 정도예요."

일본 최북단으로 가장 추운 홋카이도 지역에서 온돌 보급이 특히 활발합니다.

홋카이도는 1년의 절반 가까이 폭설과 추위가 반복됩니다.

폭설 속에 밖에 나간 아버지와 아들은 방한복으로 중무장한 상태.

집에 돌아오자마자 외투를 벗어버리고 홀가분한 차림을 합니다.

이런 옷차림에도 냉기를 느낄 수 없는 것은 한국식 온돌 덕분입니다.

평균적인 일본 가정집보다 거실이 3배나 큰 주택인데도 집안 전체에 온기가 가득합니다.

<녹취> 스다(초등학생) : "학교에서는 발이 시린데요, 집에 돌아오면 발이 따뜻해요."

한국식 온돌이 일본에 보급되기 시작한 때는 10여 년 전.

북한과 위도가 비슷해 겨울에 춥기로 이름 난 아오모리와 홋카이도 지역을 중심으로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보급의 주인공은 한국을 방문해 온돌을 체험했던 건설업자였습니다.

<인터뷰> 미우라 초에이(온돌 시공업체 대표) : "일본 북쪽의 추운 지역에 보급해 난방에 도움이 되면 좋지 않겠는가 생각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삿포로의 온돌 시공 현장.

방바닥에 자갈을 깔고, 그 위에 전기 히터 기능을 하는 파이프를 묻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다시 자갈을 깝니다.

방바닥에 까는 자갈층 두께는 15cm.

2년간의 실험 끝에 난방 효과가 가장 뛰어난 자갈층 두께가 15cm라는 결과를 얻어냈습니다.

<녹취> 기무라(온돌 시공업체 부장) : "빨리 방이 따뜻해지면서 오랫동안 온기를 유지하는 두께가 15cm여서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식 온돌을 일본 환경에 최대한 맞춘 '일본식 온돌'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녹취> 혼마(온돌난방 주택 설계사) : "온종일 따스한 공기가 천천히,꾸준히 올라와 2층까지 순환하기 때문에 따뜻하죠."

이런 노력 끝에 보급된 온돌 장치는 주민들에게 많은 것들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제일 큰 선물은,물론, '따스한 집'이 주는 행복감입니다.

<녹취> 사레키 테루요(주부) : "밖에 외출했다가 돌아왔을 때 발이 따뜻하니까 너무 행복해요. 집 전체가 따뜻한 것이 아주 좋아요."

비용 절감도 큰 선물입니다.

한국식 온돌 시공비는 3.3㎡ 당 100만 원 정도.

일본의 물가를 생각하면 시공비가 비싸지 않은 편인 데다, 한 번 시공하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비용 절감 효과가 매우 뛰어납니다.

<녹취> 세키 미츠히로(아오모리 현) : "10년이나 20년 오랜 기간 계속 쓸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생각하면 저렴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온돌 장치 가동을 위해 상대적으로 값이 싼 심야 전력을 이용하고, 석유스토브와 온풍기 등은 쓰지 않기 때문에 난방비가 크게 줄어듭니다.

<녹취> 사레키 테루요(주부) : "등유나 (심야 전력이 아닌) 다른 전기라면 40~50만 원 정도 드는데요, 온돌은 한 달에 15만~20만 원 정도밖에 들지 않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온돌이 인기를 끌면서 삿포로 시내에는 온돌 주택 전시관까지 생겼습니다.

직접 모델 하우스를 방문해 온돌 시스템 원리에 대한 설명도 듣고 직접 방 안을 돌아다니며 온돌의 따뜻함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겨울 난방비 부담 때문에 해마다 추운 겨울을 보내야 했던 방문객들은 온돌의 따뜻함에 반해 설치 공사를 계약하기도 합니다.

<녹취> 나가미네 시즈코(삿포로 시민) : "홋카이도는 너무나 추워서 이런 온돌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온돌을 설치하는 가구는 실제 급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아오모리와 아키타, 홋카이도 등 일본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연간 1,000가구 안팎이 한국식 온돌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온돌을 설치한 주택은 만 채에 육박합니다.

<녹취> 미우라 초에이(온돌 시공업체 대표) : "유카담보(일본식 마루 난방), 온풍기, 석유스토브, 히터 등과 비교해 보면 확실히 따뜻합니다. 난방비도 훨씬 싸다는 반응입니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한국 전통의 난방 방식 '온돌'.

이제는 일본 열도로 건너가 또 다른 한류 콘텐츠의 하나로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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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eye] 한국 ‘온돌’ 일본 북부에 확산
    • 입력 2016-01-30 08:59:22
    • 수정2016-01-30 09:10:57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우리나라보다 따뜻하다곤 하지만, 일본의 겨울, 춥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일본 북부는 한반도 북쪽과 위도가 비슷합니다.

혹한이 드문 일은 아니죠.

그런데도 일본 주택은 한겨울에도 방바닥이 차갑습니다.

우리처럼 바닥을 덥히지 않고 난로 등으로 난방을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방안에서도 양말과 슬리퍼를 신고 있어야 하는데, 이런 일본의 난방 문화에 한국의 온돌이 도전장을 내고 있습니다.

일본 북부 지역에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한국 온돌, 도쿄 이재호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네부타 마츠리'로 유명한 일본 아오모리 현.

홋카이도 바로 밑이자, 일본 본토의 최북단인 까닭에 1년에 5개월 정도는 춥습니다.

한겨울 속 아오모리는 온통 은빛 세상입니다.

아오모리는 눈 많기로도 유명한 곳인데, 동장군에 폭설까지 겹치는 꼴이어서 주민들이 겨울나기는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70대 노부부가 사는 집.

집에 들어서자, 양말을 신은 발이 시릴 정도로 냉기가 엄습해 옵니다.

석유스토브를 켜놨지만 추위를 막기에는 역부족.

노부부는 두꺼운 양말과 외투, 발열 장치가 내장된 장갑 등으로 중무장했습니다.

<녹취> 미노마타 미치에(히로사키 시민) : "아침에 이 방으로 오면 방 온도가 영하예요. (영하예요?) 스토브에 온도계가 붙어 있어요."

거실과 주방을 겸하는 공간에는 장작을 때는 난로를 따로 설치해 놓았습니다.

이처럼 방마다 난방 기구를 설치해 놓고 있어 겨울만 되면 노부부는 연료비 부담에 시달립니다.

추위와 연료비 걱정에 한숨만 내쉬던 부부.

최근 온돌이 설치된 다른 집을 방문한 후 묘한 흥분에 빠졌습니다.

<녹취> 미노마타 세이치(히로사키 시민) : "(온돌은) 집 전체가 따뜻하더라고요. 우리 집은 저쪽만 장작을 때서 따뜻하지만요. 여기는 너무 추워요."

미노마타 씨의 부러움을 산 한국식 온돌 집은 아오모리 현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70대 노부부가 거실에서 TV를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눕니다.

실내 기온은 25도 안팎.

집 안 구석구석에서 온기가 느껴집니다.

덕분에 가벼운 옷차림으로 실내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또 전통적인 주거 방식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난방 기기가 따로 필요 없으니까, 실내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찜질 효과까지 있어 온돌은 노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습니다.

<녹취> 세키 히로코(아오모리 현) : "제가 허리 수술을 2번이나 했는데요, 밤에 잠을 잘 못 들어서 깼을 때 언제 일어나도 따뜻하기 때문에 너무나 편합니다."

다른 집 역시 온돌의 효과에 놀랍니다.

밤새 데워진 온돌이 거의 24시간 온기를 내뿜기 때문에 2층까지도 따뜻하다는 이 집.

주부 미우라 씨는 겨울철에도 양말이나 슬리퍼를 신지 않고 맨발로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녹취> 미우라 사치코(주부) : "발바닥부터 따뜻해져서 추위는 커녕 땀이 날 정도예요."

일본 최북단으로 가장 추운 홋카이도 지역에서 온돌 보급이 특히 활발합니다.

홋카이도는 1년의 절반 가까이 폭설과 추위가 반복됩니다.

폭설 속에 밖에 나간 아버지와 아들은 방한복으로 중무장한 상태.

집에 돌아오자마자 외투를 벗어버리고 홀가분한 차림을 합니다.

이런 옷차림에도 냉기를 느낄 수 없는 것은 한국식 온돌 덕분입니다.

평균적인 일본 가정집보다 거실이 3배나 큰 주택인데도 집안 전체에 온기가 가득합니다.

<녹취> 스다(초등학생) : "학교에서는 발이 시린데요, 집에 돌아오면 발이 따뜻해요."

한국식 온돌이 일본에 보급되기 시작한 때는 10여 년 전.

북한과 위도가 비슷해 겨울에 춥기로 이름 난 아오모리와 홋카이도 지역을 중심으로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보급의 주인공은 한국을 방문해 온돌을 체험했던 건설업자였습니다.

<인터뷰> 미우라 초에이(온돌 시공업체 대표) : "일본 북쪽의 추운 지역에 보급해 난방에 도움이 되면 좋지 않겠는가 생각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삿포로의 온돌 시공 현장.

방바닥에 자갈을 깔고, 그 위에 전기 히터 기능을 하는 파이프를 묻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다시 자갈을 깝니다.

방바닥에 까는 자갈층 두께는 15cm.

2년간의 실험 끝에 난방 효과가 가장 뛰어난 자갈층 두께가 15cm라는 결과를 얻어냈습니다.

<녹취> 기무라(온돌 시공업체 부장) : "빨리 방이 따뜻해지면서 오랫동안 온기를 유지하는 두께가 15cm여서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식 온돌을 일본 환경에 최대한 맞춘 '일본식 온돌'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녹취> 혼마(온돌난방 주택 설계사) : "온종일 따스한 공기가 천천히,꾸준히 올라와 2층까지 순환하기 때문에 따뜻하죠."

이런 노력 끝에 보급된 온돌 장치는 주민들에게 많은 것들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제일 큰 선물은,물론, '따스한 집'이 주는 행복감입니다.

<녹취> 사레키 테루요(주부) : "밖에 외출했다가 돌아왔을 때 발이 따뜻하니까 너무 행복해요. 집 전체가 따뜻한 것이 아주 좋아요."

비용 절감도 큰 선물입니다.

한국식 온돌 시공비는 3.3㎡ 당 100만 원 정도.

일본의 물가를 생각하면 시공비가 비싸지 않은 편인 데다, 한 번 시공하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비용 절감 효과가 매우 뛰어납니다.

<녹취> 세키 미츠히로(아오모리 현) : "10년이나 20년 오랜 기간 계속 쓸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생각하면 저렴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온돌 장치 가동을 위해 상대적으로 값이 싼 심야 전력을 이용하고, 석유스토브와 온풍기 등은 쓰지 않기 때문에 난방비가 크게 줄어듭니다.

<녹취> 사레키 테루요(주부) : "등유나 (심야 전력이 아닌) 다른 전기라면 40~50만 원 정도 드는데요, 온돌은 한 달에 15만~20만 원 정도밖에 들지 않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온돌이 인기를 끌면서 삿포로 시내에는 온돌 주택 전시관까지 생겼습니다.

직접 모델 하우스를 방문해 온돌 시스템 원리에 대한 설명도 듣고 직접 방 안을 돌아다니며 온돌의 따뜻함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겨울 난방비 부담 때문에 해마다 추운 겨울을 보내야 했던 방문객들은 온돌의 따뜻함에 반해 설치 공사를 계약하기도 합니다.

<녹취> 나가미네 시즈코(삿포로 시민) : "홋카이도는 너무나 추워서 이런 온돌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온돌을 설치하는 가구는 실제 급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아오모리와 아키타, 홋카이도 등 일본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연간 1,000가구 안팎이 한국식 온돌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온돌을 설치한 주택은 만 채에 육박합니다.

<녹취> 미우라 초에이(온돌 시공업체 대표) : "유카담보(일본식 마루 난방), 온풍기, 석유스토브, 히터 등과 비교해 보면 확실히 따뜻합니다. 난방비도 훨씬 싸다는 반응입니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한국 전통의 난방 방식 '온돌'.

이제는 일본 열도로 건너가 또 다른 한류 콘텐츠의 하나로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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