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민주주의 현장을 가다

입력 2016.02.13 (08:34) 수정 2016.02.13 (08:5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지난 1일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미국 여야가 대선 후보를 뽑기 위한 경선전에 돌입했습니다.

그런데 경선 방식이 당에 따라, 또는 경선이 열리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달라집니다.

익숙하지 않은 우리로서는 혼란스러운데, 하지만 들여다보면 미국식 민주주의라는 게 이렇구나 하는 것을 어떤 것보다 잘 보여줍니다.

오는 7월 대선 후보 지명까지 숨가쁘게 펼쳐질 미국 여야의 경선전, 박유한 특파원이 축제같은 현장 속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힐러리 클린턴 : "감사합니다. 아이오와!"

<녹취> 버니 샌더스 : "아이오와, 감사합니다."

<녹취> 테드 크루즈 : "위대한 주 아이오와를 축복하소서."

<녹취> 도널드 트럼프 : "이 자리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국 중부의 아이오와 주, 인구 310만 명의 작은 주인 이곳에 4년에 한 번 온 미국의 시선이 집중됩니다.

민주, 공화 양당의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전이 이곳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이곳의 유권자들은 미국 대선의 첫 방향을 잡는다는 자부심이 큽니다.

<인터뷰> 들로리스 대니얼스(힐러리 지지자) : "흥미진진합니다. 경선 결과를 빨리 보고 싶습니다. 잘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첫승이 중요한 만큼 후보들은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에 최대한 공을 들입니다.

<녹취> "샌더스 후보를 위해 싸웁시다."

투표를 코앞에 두고 유세전은 밤낮 없이 이어집니다.

유세장마다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유권자들의 관심도 뜨겁습니다.

<녹취> 버니 샌더스(미 민주당 경선 후보) : "정치 혁명을 이루기를 원합니다."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온 취재진들의 경쟁이 열기를 더합니다.

인기 영화배우도 등장합니다.

<인터뷰> 조쉬 허처슨(영화 '헝거 게임' 주연) : "세계가 지금 아이오와 주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선거의 장을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아이오와 주의 경선은 저녁 7부터 시작됩니다.

한 두 시간 전부터 선거구마다 유권자들이 몰려듭니다.

<인터뷰> 티파니 에스테스(미 민주당 유권자) : "나와서 제 목소리를 내기로 했어요. 코커스 참여는 처음인데요,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될지 관심이 많습니다."

아이오와 주의 경선은 코커스 방식으로 치러집니다.

코커스에선 등록된 당원들만 투표에 참여하는데요, 민주당 코커스의 투표 방식은 아주 독특합니다.

투표 용지를 사용하는 비밀투표가 아닙니다.

저녁 7시, 선거구의 유권자들이 한 공간에 모두 모입니다.

그리고 전체 유권자의 수를 센 뒤에 지지하는 후보 진영으로 유권자들이 헤쳐 모입니다.

<인터뷰> 미 민주당 선거관리위원 : "샌더스 후보 지지자는 이쪽, 힐러리 후보는 지지자는 저쪽, 오말리 후보 지지자는 이리로 모이세요. 30분 드리겠습니다."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 쪽으로 이웃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일종의 대리 유세전이 벌어집니다.

<인터뷰> 힐러리 클린턴 지지자 : "힐러리는 평생을 민주당에 헌신했습니다. 그녀는 늘 함께 할 것입니다."

<인터뷰> 버니 샌더스 지지자 : "정치 혁명을 원한다면, 지도층이 부패했다고 생각한다면 (샌더스 진영으로 오세요.)"

두 지지자의 언쟁이 벌어지고 양측 진영에선 환호와 야유가 오갑니다.

15% 이상 유권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그 후보 진영은 해산됩니다.

<인터뷰> 미 민주당 선거관리위원 : "죄송하지만 오말리 진영은 해산합니다. 다른 후보 진영을 찾아가세요. (이쪽으로 오세요.)"

해산된 진영의 유권자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다시 한 번 유세전이 벌어집니다.

과자로 유혹을 하기도 합니다.

<녹취> "여기 과자가 있습니다."

능청스레 과자를 집어들고 합류하는 이웃을 향해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옵니다.

이렇게 한 뒤 다시 힐러리와 샌더스 진영 유권자들의 수를 셉니다.

이 선거구에선 샌더스 진영이 한 명 더 많았습니다.

이렇게 선거구 별 득표 수에 비례해 대선 후보를 뽑을 대의원이 배정됩니다.

이에 비해 공화당의 코커스는 당원들에게 투표용지를 나눠주고 후보의 이름을 적어 투표함에 넣게 하는 일반적인 비밀 투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아이오와 코커스의 결과 민주당에서는 힐러리와 샌더스가 사실상 무승부를 기록했고 공화당에선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선 줄곧 1위를 달리던 트럼프가 크루즈에게 패했습니다.

후보들은 바로 다음 경선지인 뉴햄프셔로 향했습니다.

프라이머리로 불리는 뉴햄프셔 경선은 당원만 참여하는 코커스와 달리 누구나 등록만 하면 투표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돈 소솔랠리(뉴햄프셔 주 선거관리위원) : "코커스는 아주 복잡한 과정입니다만 프라이머리는 매우 산술적입니다. 모든 유권자들의 표를 집계합니다."

뉴햄프셔에선 민주당은 샌더스가 힐러리에게 압승을 거뒀고, 공화당은 트럼프가 1위에 오르고 군소후보였던 케이식이 갑자기 2위로 올라섰습니다.

이곳 백악관의 새 주인을 뽑는 대선에 여야 후보로 누가 나가게 될지, 경선의 풍향계라는 첫 코커스와 프라이머리가 끝났지만 대세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엎치락뒤치락 후보들의 부침이 거듭되고 있는 미 대선 후보 경선, 대세의 윤곽은 열세 개 주가 동시에 경선을 치르는 다음달 1일 슈퍼 화요일이 지나야 잡힐 것으로 보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미국식 민주주의 현장을 가다
    • 입력 2016-02-13 08:40:32
    • 수정2016-02-13 08:59:11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지난 1일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미국 여야가 대선 후보를 뽑기 위한 경선전에 돌입했습니다.

그런데 경선 방식이 당에 따라, 또는 경선이 열리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달라집니다.

익숙하지 않은 우리로서는 혼란스러운데, 하지만 들여다보면 미국식 민주주의라는 게 이렇구나 하는 것을 어떤 것보다 잘 보여줍니다.

오는 7월 대선 후보 지명까지 숨가쁘게 펼쳐질 미국 여야의 경선전, 박유한 특파원이 축제같은 현장 속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힐러리 클린턴 : "감사합니다. 아이오와!"

<녹취> 버니 샌더스 : "아이오와, 감사합니다."

<녹취> 테드 크루즈 : "위대한 주 아이오와를 축복하소서."

<녹취> 도널드 트럼프 : "이 자리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국 중부의 아이오와 주, 인구 310만 명의 작은 주인 이곳에 4년에 한 번 온 미국의 시선이 집중됩니다.

민주, 공화 양당의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전이 이곳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이곳의 유권자들은 미국 대선의 첫 방향을 잡는다는 자부심이 큽니다.

<인터뷰> 들로리스 대니얼스(힐러리 지지자) : "흥미진진합니다. 경선 결과를 빨리 보고 싶습니다. 잘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첫승이 중요한 만큼 후보들은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에 최대한 공을 들입니다.

<녹취> "샌더스 후보를 위해 싸웁시다."

투표를 코앞에 두고 유세전은 밤낮 없이 이어집니다.

유세장마다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유권자들의 관심도 뜨겁습니다.

<녹취> 버니 샌더스(미 민주당 경선 후보) : "정치 혁명을 이루기를 원합니다."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온 취재진들의 경쟁이 열기를 더합니다.

인기 영화배우도 등장합니다.

<인터뷰> 조쉬 허처슨(영화 '헝거 게임' 주연) : "세계가 지금 아이오와 주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선거의 장을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아이오와 주의 경선은 저녁 7부터 시작됩니다.

한 두 시간 전부터 선거구마다 유권자들이 몰려듭니다.

<인터뷰> 티파니 에스테스(미 민주당 유권자) : "나와서 제 목소리를 내기로 했어요. 코커스 참여는 처음인데요,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될지 관심이 많습니다."

아이오와 주의 경선은 코커스 방식으로 치러집니다.

코커스에선 등록된 당원들만 투표에 참여하는데요, 민주당 코커스의 투표 방식은 아주 독특합니다.

투표 용지를 사용하는 비밀투표가 아닙니다.

저녁 7시, 선거구의 유권자들이 한 공간에 모두 모입니다.

그리고 전체 유권자의 수를 센 뒤에 지지하는 후보 진영으로 유권자들이 헤쳐 모입니다.

<인터뷰> 미 민주당 선거관리위원 : "샌더스 후보 지지자는 이쪽, 힐러리 후보는 지지자는 저쪽, 오말리 후보 지지자는 이리로 모이세요. 30분 드리겠습니다."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 쪽으로 이웃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일종의 대리 유세전이 벌어집니다.

<인터뷰> 힐러리 클린턴 지지자 : "힐러리는 평생을 민주당에 헌신했습니다. 그녀는 늘 함께 할 것입니다."

<인터뷰> 버니 샌더스 지지자 : "정치 혁명을 원한다면, 지도층이 부패했다고 생각한다면 (샌더스 진영으로 오세요.)"

두 지지자의 언쟁이 벌어지고 양측 진영에선 환호와 야유가 오갑니다.

15% 이상 유권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그 후보 진영은 해산됩니다.

<인터뷰> 미 민주당 선거관리위원 : "죄송하지만 오말리 진영은 해산합니다. 다른 후보 진영을 찾아가세요. (이쪽으로 오세요.)"

해산된 진영의 유권자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다시 한 번 유세전이 벌어집니다.

과자로 유혹을 하기도 합니다.

<녹취> "여기 과자가 있습니다."

능청스레 과자를 집어들고 합류하는 이웃을 향해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옵니다.

이렇게 한 뒤 다시 힐러리와 샌더스 진영 유권자들의 수를 셉니다.

이 선거구에선 샌더스 진영이 한 명 더 많았습니다.

이렇게 선거구 별 득표 수에 비례해 대선 후보를 뽑을 대의원이 배정됩니다.

이에 비해 공화당의 코커스는 당원들에게 투표용지를 나눠주고 후보의 이름을 적어 투표함에 넣게 하는 일반적인 비밀 투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아이오와 코커스의 결과 민주당에서는 힐러리와 샌더스가 사실상 무승부를 기록했고 공화당에선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선 줄곧 1위를 달리던 트럼프가 크루즈에게 패했습니다.

후보들은 바로 다음 경선지인 뉴햄프셔로 향했습니다.

프라이머리로 불리는 뉴햄프셔 경선은 당원만 참여하는 코커스와 달리 누구나 등록만 하면 투표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돈 소솔랠리(뉴햄프셔 주 선거관리위원) : "코커스는 아주 복잡한 과정입니다만 프라이머리는 매우 산술적입니다. 모든 유권자들의 표를 집계합니다."

뉴햄프셔에선 민주당은 샌더스가 힐러리에게 압승을 거뒀고, 공화당은 트럼프가 1위에 오르고 군소후보였던 케이식이 갑자기 2위로 올라섰습니다.

이곳 백악관의 새 주인을 뽑는 대선에 여야 후보로 누가 나가게 될지, 경선의 풍향계라는 첫 코커스와 프라이머리가 끝났지만 대세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엎치락뒤치락 후보들의 부침이 거듭되고 있는 미 대선 후보 경선, 대세의 윤곽은 열세 개 주가 동시에 경선을 치르는 다음달 1일 슈퍼 화요일이 지나야 잡힐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