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eye] 태고의 신비 바이칼호…혹한에 ‘장관’

입력 2016.02.13 (08:41) 수정 2016.02.1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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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언뜻 보면 바다처럼 보이는 이곳, 세계 최대 담수호인 시베리아의 바이칼 호수입니다.

수심이 최고 1,700m나 되는데다 한민족의 시원지라는 설도 있어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는 곳인데요.

요즘 영하 수십 도 혹한에 호수가 꽁꽁 얼어붙어 겨울 장관을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겨울 왕국 바이칼 호수,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준수 특파원이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한국에서 비행기로 4시간 거리.

시베리아 남쪽에 초승달 모양으로 펼쳐진 바이칼 호수입니다.

남북 길이가 636km, 둘레 2,200km, 수심은 최고 1,700m, 남한 면적의 1/3이나 되는 세계 최대의 담수호입니다.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이맘때면 모든 것이 얼어붙습니다.

호숫가 절벽 바위틈마다 거대한 얼음기둥이 생기고 물이 얼마나 깨끗한지 얼음 조각들은 연푸른 색입니다.

물밑 가시거리는 40m를 넘기도 합니다.

호수의 얼음 두께는 최대 1m.

자동차들이 거침없이 질주할 정도입니다.

얼어붙은 호수 위로 겨울에만 볼 수 있는 길이 생겨났습니다.

바이칼 호수에는 25개의 섬이 있는데, 섬 주민들에게는 딱 좋은 지름길이 생긴 셈입니다.

<녹취> 알렉세이(알혼 섬 주민) : "뭍에 사는 친척을 방문한다거나 병원에 갈 경우 이 얼음길을 이용하죠."

[이펙트5] 군데군데 얼음이 얇은 곳도 있지만, 마을 주민들은 용케 단단하게 언 얼음길을 찾아냅니다.

바이칼 호수 위를 내달리는 자동차는 그 자체가 관광 상품이기도 합니다.

바이칼 호는 한민족의 시원지라는 설이 있을 만큼, 인종적, 문화적 측면에서 우리와 닮은 점이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곳입니다.

바이칼 지역은 유난히 샤머니즘 색채가 강한 곳입니다.

바이칼 사람들은 지금도 길을 가다 장승이 나오면 술을 뿌리면서 안전을 기원합니다.

알혼 섬의 '부르한 바위'는 샤머니즘의 대표적 명소입니다.

알혼 섬은 샤머니즘의 성소라고 불립니다.

한국의 시골에서도 볼 수 있는 당산목, 장승, 갖가지 색깔의 헝겊 조각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무당이라 할 수 있는 샤먼은 취재팀의 안녕을 바라며 기원제를 올려주기도 합니다.

일부 학자들은, 만 3천 년 전 후빙하기인 충적세에 한민족의 시조들이 따뜻한 곳을 찾아 바이칼 호수를 떠난 후 한반도에 정착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바이칼이 한민족의 시원지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녹취> 발렌찐(알혼 섬 샤먼) : "고대 역사에 따르면, 훈위 부족이 갈라져 일부는 한반도와 일본으로 갔고, 일부는 북방으로 갔다고 합니다."

바이칼 부근 원주민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은 부랴트족은 유전학적으로 한국인과 매우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부랴트족은 소나 양 떼를 유목하는 전통 몽골식 생활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44살 아나톨리 씨의 집.

전통 만두를 빚고 있는데 만두 생김새가 우리와 비슷합니다.

저녁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들의 얼굴은 한국인과 많이 닮았습니다.

<녹취> 아나톨리(부랴트 원주민) : "저는 바이칼 근처에 사는 게 좋습니다. 여기는 아주 아름답고, 자연적이고 무엇보다 제가 나서 자란 고향입니다."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 속에서 바이칼 사람들은 나름대로 건강 비법을 갖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냐입니다.

우선, 증기 사우나로 몸을 충분히 덥힙니다.

이따금 자작나무 가지로 온몸을 두드려주는 게 특징입니다.

<녹취> 안드레이(주민) : "이렇게 두드리면 몸의 땀구멍이 열려서 자작나무의 향기를 흡수하게 되죠."

30분 이상 충분히 땀을 내고 난 뒤 이번에는 얼음 목욕장으로 나갑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느낌이 들지만, 이곳 사람들은 기분이 최고라고 말합니다.

<녹취> 안드레이(주민) : "물 밖으로 나오면 수천 개의 바늘이 온몸을 찌르는 느낌인데, 그 기분은 정말 최고입니다."

심장이 약한 사람은 얼음 목욕 대신 눈밭에 구르면서 열기를 식히기도 합니다.

자작나무가 울창한 숲 속에서는 개썰매가 관광객들을 부르고 있습니다.

<녹취> 리즈(중국 관광객) : "달리는 숲 속 길이 그림 같아요. 풍경이 예술작품 같아요. 너무 재미있고 멋져요."

하지만 세계 최고의 청정 지역이자 주민들의 삶의 터전 바이칼 호에도 최근 걱정거리가 생겨났습니다.

그냥 마셔도 될 정도로 깨끗한 바이칼 호수가 관광객들이 무분별하게 버리는 쓰레기와 각종 오수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알혼 섬 일대에서는 관광객들이 불법으로 캠핑한 흔적들이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호숫가에 설치해 놓았다 그대로 방치한 간이 화장실 주변은 벌써 누렇게 변색이 되고 있습니다.

수중 촬영 화면입니다.

맑고 깨끗하던 호수 밑바닥에 각종 생활 하수와 오수가 흘러들면서, 자정 작용을 담당하던 유익한 생물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고르 카나예프(러시아 과학원 잠수연구팀장) : "녹조류와 청록색 세균들이 바이칼에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문에 바이칼 해면동물이 대량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 운동가 등은 정부에 시급한 보호 조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나데즈다(환경운동가) : "현재는 아무런 제재가 없습니다. 관광객들이 어디 가서 무얼 하든 간에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거죠."

전 세계 인구가, 그것도 40년은 마실 수 있을 정도의 막대한 담수를 저장하고 있는 바이칼 호.

자연의 신비와 경이로움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바이칼 호는, 하지만 군데군데 상처도 드러내고 있습니다.

호수의 풍요로움과 넉넉함을 후대도 그대로 누릴 수 있게 하려면, 지금 당장 진지한 고민과 노력이 있어야만 한다는 걸 바이칼 호는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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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eye] 태고의 신비 바이칼호…혹한에 ‘장관’
    • 입력 2016-02-13 08:47:59
    • 수정2016-02-13 09:18:07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언뜻 보면 바다처럼 보이는 이곳, 세계 최대 담수호인 시베리아의 바이칼 호수입니다.

수심이 최고 1,700m나 되는데다 한민족의 시원지라는 설도 있어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는 곳인데요.

요즘 영하 수십 도 혹한에 호수가 꽁꽁 얼어붙어 겨울 장관을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겨울 왕국 바이칼 호수,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준수 특파원이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한국에서 비행기로 4시간 거리.

시베리아 남쪽에 초승달 모양으로 펼쳐진 바이칼 호수입니다.

남북 길이가 636km, 둘레 2,200km, 수심은 최고 1,700m, 남한 면적의 1/3이나 되는 세계 최대의 담수호입니다.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이맘때면 모든 것이 얼어붙습니다.

호숫가 절벽 바위틈마다 거대한 얼음기둥이 생기고 물이 얼마나 깨끗한지 얼음 조각들은 연푸른 색입니다.

물밑 가시거리는 40m를 넘기도 합니다.

호수의 얼음 두께는 최대 1m.

자동차들이 거침없이 질주할 정도입니다.

얼어붙은 호수 위로 겨울에만 볼 수 있는 길이 생겨났습니다.

바이칼 호수에는 25개의 섬이 있는데, 섬 주민들에게는 딱 좋은 지름길이 생긴 셈입니다.

<녹취> 알렉세이(알혼 섬 주민) : "뭍에 사는 친척을 방문한다거나 병원에 갈 경우 이 얼음길을 이용하죠."

[이펙트5] 군데군데 얼음이 얇은 곳도 있지만, 마을 주민들은 용케 단단하게 언 얼음길을 찾아냅니다.

바이칼 호수 위를 내달리는 자동차는 그 자체가 관광 상품이기도 합니다.

바이칼 호는 한민족의 시원지라는 설이 있을 만큼, 인종적, 문화적 측면에서 우리와 닮은 점이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곳입니다.

바이칼 지역은 유난히 샤머니즘 색채가 강한 곳입니다.

바이칼 사람들은 지금도 길을 가다 장승이 나오면 술을 뿌리면서 안전을 기원합니다.

알혼 섬의 '부르한 바위'는 샤머니즘의 대표적 명소입니다.

알혼 섬은 샤머니즘의 성소라고 불립니다.

한국의 시골에서도 볼 수 있는 당산목, 장승, 갖가지 색깔의 헝겊 조각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무당이라 할 수 있는 샤먼은 취재팀의 안녕을 바라며 기원제를 올려주기도 합니다.

일부 학자들은, 만 3천 년 전 후빙하기인 충적세에 한민족의 시조들이 따뜻한 곳을 찾아 바이칼 호수를 떠난 후 한반도에 정착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바이칼이 한민족의 시원지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녹취> 발렌찐(알혼 섬 샤먼) : "고대 역사에 따르면, 훈위 부족이 갈라져 일부는 한반도와 일본으로 갔고, 일부는 북방으로 갔다고 합니다."

바이칼 부근 원주민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은 부랴트족은 유전학적으로 한국인과 매우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부랴트족은 소나 양 떼를 유목하는 전통 몽골식 생활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44살 아나톨리 씨의 집.

전통 만두를 빚고 있는데 만두 생김새가 우리와 비슷합니다.

저녁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들의 얼굴은 한국인과 많이 닮았습니다.

<녹취> 아나톨리(부랴트 원주민) : "저는 바이칼 근처에 사는 게 좋습니다. 여기는 아주 아름답고, 자연적이고 무엇보다 제가 나서 자란 고향입니다."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 속에서 바이칼 사람들은 나름대로 건강 비법을 갖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냐입니다.

우선, 증기 사우나로 몸을 충분히 덥힙니다.

이따금 자작나무 가지로 온몸을 두드려주는 게 특징입니다.

<녹취> 안드레이(주민) : "이렇게 두드리면 몸의 땀구멍이 열려서 자작나무의 향기를 흡수하게 되죠."

30분 이상 충분히 땀을 내고 난 뒤 이번에는 얼음 목욕장으로 나갑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느낌이 들지만, 이곳 사람들은 기분이 최고라고 말합니다.

<녹취> 안드레이(주민) : "물 밖으로 나오면 수천 개의 바늘이 온몸을 찌르는 느낌인데, 그 기분은 정말 최고입니다."

심장이 약한 사람은 얼음 목욕 대신 눈밭에 구르면서 열기를 식히기도 합니다.

자작나무가 울창한 숲 속에서는 개썰매가 관광객들을 부르고 있습니다.

<녹취> 리즈(중국 관광객) : "달리는 숲 속 길이 그림 같아요. 풍경이 예술작품 같아요. 너무 재미있고 멋져요."

하지만 세계 최고의 청정 지역이자 주민들의 삶의 터전 바이칼 호에도 최근 걱정거리가 생겨났습니다.

그냥 마셔도 될 정도로 깨끗한 바이칼 호수가 관광객들이 무분별하게 버리는 쓰레기와 각종 오수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알혼 섬 일대에서는 관광객들이 불법으로 캠핑한 흔적들이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호숫가에 설치해 놓았다 그대로 방치한 간이 화장실 주변은 벌써 누렇게 변색이 되고 있습니다.

수중 촬영 화면입니다.

맑고 깨끗하던 호수 밑바닥에 각종 생활 하수와 오수가 흘러들면서, 자정 작용을 담당하던 유익한 생물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고르 카나예프(러시아 과학원 잠수연구팀장) : "녹조류와 청록색 세균들이 바이칼에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문에 바이칼 해면동물이 대량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 운동가 등은 정부에 시급한 보호 조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나데즈다(환경운동가) : "현재는 아무런 제재가 없습니다. 관광객들이 어디 가서 무얼 하든 간에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거죠."

전 세계 인구가, 그것도 40년은 마실 수 있을 정도의 막대한 담수를 저장하고 있는 바이칼 호.

자연의 신비와 경이로움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바이칼 호는, 하지만 군데군데 상처도 드러내고 있습니다.

호수의 풍요로움과 넉넉함을 후대도 그대로 누릴 수 있게 하려면, 지금 당장 진지한 고민과 노력이 있어야만 한다는 걸 바이칼 호는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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