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토리] 난민 낙인으로 드러난 유럽의 ‘이중성’

입력 2016.02.13 (08:48) 수정 2016.02.1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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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 유럽으로 온 난민 수가 올해 들어서만 벌써 7만 6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도 잠시, 일부 난민들은 유럽 사회의 차별과 편견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데요.

글로벌스토리, 유럽의 난민 이야기입니다.

<리포트>

그리스 프로축구 2부 리그 팀 간의 경기.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 공을 차려던 양 팀 선수 모두 갑자기 주저앉아 버립니다.

경기 중단은 2분간 이어졌습니다.

이 돌발 상황은 선수들이 유럽 사회에 난민 대책을 촉구하는 이벤트였습니다.

유럽으로 오다 숨진 난민을 추모하고, 유럽 국가를 향해 난민 차별을 중단하라는 항의의 뜻이었습니다.

선수들이 이렇게까지 하게 된 건 유럽 사회 곳곳에 드리운 차별의 그림자 때문입니다.

영국의 주택가.

다른 집들과 달리, 몇몇 집은 대문이 빨간 페인트로 칠해져 있는데, 다름 아닌 난민이 사는 곳입니다.

난민 이주를 맡은 한 부동산 회사가 난민 구분을 쉽게 하려고 빨간 대문 집에 살게 한 겁니다.

난민에게 낙인을 찍는 비인간적인 처사라는 비난이 들끓자, 부동산 회사는 다른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비난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녹취> 아바셔(빨간 대문집 거주 난민) :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걱정돼 잠을 못 자고, 울다 잠들기도 합니다."

또 영국 정부의 위탁을 받은 한 민간 기업은 빨간 손목 밴드를 한 난민에게만 식량을 나눠주겠다고 밝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가, 결국, 이 방침을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차별은 또 다른 피해를 낳고 있습니다.

난민 신분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에 난민들이 인종주의자들의 공격을 받고 있는 겁니다.

"당신들의 나라로 돌아가라" 는 식의 폭언을 듣거나 집단 폭력을 당하기도 합니다.

<녹취> 앤디 맥도날드(사회학자) : "그런 일(난민 폭력)이 일어나는 게 끔찍합니다. 부동산 회사는 문제를 확인했고, 해결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명백한 피해를 막는 것이 중요합니다."

난민들을 대놓고 내쫓겠다는 말도 나옵니다.

스웨덴의 한 지하철역.

역사 곳곳마다 글귀가 쓰여 있는데, 모두 난민을 가리켜 쓴 말입니다.

"난민의 구걸 때문에 엉망이 돼 죄송합니다" 라고 시작해 구걸을 막겠다는 내용으로 끝이 납니다.

스웨덴 3대 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의 지하철 광고인데, 이 당은 난민 수용에 부정적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광고 후 스웨덴민주당은 거센 비판을 받았고 광고 철거 운동까지 일어났습니다.

결국 스웨덴 총리가 구걸을 금지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비난 여론은 겨우 가라앉았습니다.

덴마크는 아예 법을 만들어 난민의 재산을 빼앗겠다고 나섰습니다.

덴마크 의회는 1만 크로네, 우리 돈 약 172만원 이상의 난민 귀중품을 당국이 압수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압수한 귀중품을 팔아 식비와 주거비 등 난민 수용에 드는 재정을 충당하겠다는 계획인데, 의회에서도 논란이 일었습니다.

<녹취> 벌스렌 호른벡(덴마크 의원) : "전 노동당 장관이 난민의 귀중품을 압수하면 큰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예견하기도 했습니다. 현 총리는 (법안에 대한)오해가 있다고 하는데, 아닌 것 같습니다. 법안은 나치의 강제 수용소를 연상케 합니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덴마크 의회는 한 발 물러서서 의미 있는 물건은 압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난민을 통해 드러난 유럽의 또 다른 민낯.

유럽이 자랑하던 관용의 정신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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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스토리] 난민 낙인으로 드러난 유럽의 ‘이중성’
    • 입력 2016-02-13 08:51:57
    • 수정2016-02-13 14:07:38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 유럽으로 온 난민 수가 올해 들어서만 벌써 7만 6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도 잠시, 일부 난민들은 유럽 사회의 차별과 편견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데요.

글로벌스토리, 유럽의 난민 이야기입니다.

<리포트>

그리스 프로축구 2부 리그 팀 간의 경기.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 공을 차려던 양 팀 선수 모두 갑자기 주저앉아 버립니다.

경기 중단은 2분간 이어졌습니다.

이 돌발 상황은 선수들이 유럽 사회에 난민 대책을 촉구하는 이벤트였습니다.

유럽으로 오다 숨진 난민을 추모하고, 유럽 국가를 향해 난민 차별을 중단하라는 항의의 뜻이었습니다.

선수들이 이렇게까지 하게 된 건 유럽 사회 곳곳에 드리운 차별의 그림자 때문입니다.

영국의 주택가.

다른 집들과 달리, 몇몇 집은 대문이 빨간 페인트로 칠해져 있는데, 다름 아닌 난민이 사는 곳입니다.

난민 이주를 맡은 한 부동산 회사가 난민 구분을 쉽게 하려고 빨간 대문 집에 살게 한 겁니다.

난민에게 낙인을 찍는 비인간적인 처사라는 비난이 들끓자, 부동산 회사는 다른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비난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녹취> 아바셔(빨간 대문집 거주 난민) :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걱정돼 잠을 못 자고, 울다 잠들기도 합니다."

또 영국 정부의 위탁을 받은 한 민간 기업은 빨간 손목 밴드를 한 난민에게만 식량을 나눠주겠다고 밝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가, 결국, 이 방침을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차별은 또 다른 피해를 낳고 있습니다.

난민 신분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에 난민들이 인종주의자들의 공격을 받고 있는 겁니다.

"당신들의 나라로 돌아가라" 는 식의 폭언을 듣거나 집단 폭력을 당하기도 합니다.

<녹취> 앤디 맥도날드(사회학자) : "그런 일(난민 폭력)이 일어나는 게 끔찍합니다. 부동산 회사는 문제를 확인했고, 해결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명백한 피해를 막는 것이 중요합니다."

난민들을 대놓고 내쫓겠다는 말도 나옵니다.

스웨덴의 한 지하철역.

역사 곳곳마다 글귀가 쓰여 있는데, 모두 난민을 가리켜 쓴 말입니다.

"난민의 구걸 때문에 엉망이 돼 죄송합니다" 라고 시작해 구걸을 막겠다는 내용으로 끝이 납니다.

스웨덴 3대 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의 지하철 광고인데, 이 당은 난민 수용에 부정적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광고 후 스웨덴민주당은 거센 비판을 받았고 광고 철거 운동까지 일어났습니다.

결국 스웨덴 총리가 구걸을 금지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비난 여론은 겨우 가라앉았습니다.

덴마크는 아예 법을 만들어 난민의 재산을 빼앗겠다고 나섰습니다.

덴마크 의회는 1만 크로네, 우리 돈 약 172만원 이상의 난민 귀중품을 당국이 압수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압수한 귀중품을 팔아 식비와 주거비 등 난민 수용에 드는 재정을 충당하겠다는 계획인데, 의회에서도 논란이 일었습니다.

<녹취> 벌스렌 호른벡(덴마크 의원) : "전 노동당 장관이 난민의 귀중품을 압수하면 큰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예견하기도 했습니다. 현 총리는 (법안에 대한)오해가 있다고 하는데, 아닌 것 같습니다. 법안은 나치의 강제 수용소를 연상케 합니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덴마크 의회는 한 발 물러서서 의미 있는 물건은 압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난민을 통해 드러난 유럽의 또 다른 민낯.

유럽이 자랑하던 관용의 정신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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