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바이러스 급속 확산…전파 경로는?

입력 2016.02.14 (23:25) 수정 2016.02.15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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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인터뷰> 호즐레니(소두증 아기 출산) : "(임신 중에는) 전혀 모르다가 아기가 태어난 뒤 의사가 소두증이라고 말해줬어요."

<인터뷰> 톰 프리든(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 "여행 경험이 없는 사람이 감염자와의 성관계를 통해 전염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인터뷰> 정은경(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장) : "중남미와 동남아 지역과의 빈번한 인적 교류가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감염돼서 국내 입국 후에 발병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

<오프닝>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에서 시작된 '지카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가까운 태국, 중국에서도 환자가 발생했는데요.

지난 해, 우리 사회에 심각한 피해를 남긴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에 대한 관심과 우려는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입니다.

모기의 한 종류인 이집트 숲 모기에 물려야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가 이렇게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또, 어떤 경로로 퍼지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동남아로 해외 여행을 계획했던 임신부나 신혼 여행을 앞둔 예비 신부들은 요즘 걱정이 태산입니다.

<인터뷰> 김00 (예비 신부) : "신혼 여행은 일생에 한 번 밖에 없는 건데, 재밌게 잘 다녀오고 싶은데, 망칠까봐 걱정이 많이 되요."

요즘 유행하고 있는 지카 바이러스 공포때문입니다.

임신초기에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소두증 신생아를 출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감염돼도 80%는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데다 임신부의 경우, 태아의 상태를 초기에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녹취> 최석주(대한산부인과학회) : "사무총장 특히 태아 감염은 더 진단하기가 어렵습니다. 보통은 임신 후반기에 진단이 되거든요. 아기 머리 둘레를 잰다든지 하려면 적어도 20주 이후에 초음파를 보면서 (알아)볼 수가 있는데... "

지카 바이러스의 대규모 유행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은 지난해 5월 브라질에서입니다.

이후 불과 여섯달 새 뇌가 완전히 자라지 못한 채 태어난 아기들이 갑자기 증가했습니다.

<인터뷰> 리마(소두증 아기 출산) : "몸에 붉은 반점이 생겨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어요.그런데 태어난 아이에게 문제 가 생긴 거에요."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산모에게 태어난 아기들이었습니다.

<인터뷰> 호즐레니(소두증 아기 출산) : "(임신 중에는) 전혀 모르다가 아기가 태어난 뒤 의사가 소두증이라고 말해줬어요."

소두증 의심 보고는 지난 해 7백여 명까지 치솟았습니다.

연평균 150명 수준에서 4배 이상 급증한겁니다.

브라질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이례적인 '임신 자제'를 권유했습니다.

그러나, 감염자는 140만 명, 소두증 의심 사례는 4천여 건까지 증가했고, 숨지는 아기도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앤서니 파우치 박사(미국 국립 알레르기 전염병연구소) : "이런 아이들 대부분이 죽습니다. 만약 태어난다 하더라도 출생 이후 많은 장애로 정말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진 '이집트 숲 모기'는 국내에 살지 않지만, 같은 종에 해당하는 '흰줄 숲 모기'는 전국 곳곳에 서식하고 있습니다.

일반 집모기보다 크기가 크고 몸통에 흰 줄이 있는 흰줄 숲 모기는 물가나 숲 근처에 주로 서식하는데, 국내 모기의 2-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용태순(연세대 의대 환경의생물학교실 교수) : "감염된 사람이 들어올 수 있고, 그 감염된 사람을 예를 들어서 우리 나라에 있는 흰줄숲모기가 문다 그러면 그리로 갈 수 있겠죠. 드물지만 그런 확률이 있기 때문에 국가에서도 방역 대책이나 그걸 항상 주의깊게 봐야됩니다."

국내에서 흰줄 숲 모기가 가장 많이 서식하는 지역은 제주.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 발생국인 중국과 태국을 비롯한 아시아 관광객들이 하루에도 수만 명씩 제주공항을 오가고 있어 검역도 더 강화됐습니다.

공항 곳곳에는 모기 채집기가 설치됐습니다.

통상 4월에서 11월 사이에 해오던 모기 채집 사업의 시기를 앞당긴 것입니다.

<인터뷰> 강경민(국립제주검역소 서무팀장) : "제주도는 이집트 숲모기가 있는 건 아니고요. 같은 종인 흰줄 숲 모기가 있습니다. 종이 같기 때문에 저희들이 이론적으로는 지카 바이러스도 옮길 수가 있지 않나 그래서 하고 있고요."

하지만 발병 원인이 모기에 직접 물리는 것 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카 바이러스 발생 지역으로 해외 여행을 가본 적이 없는 감염 환자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주요 매개체인 모기에 이어, 성관계로 감염된 사례가 나타났고,

<녹취> 톰 프리든(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지난 3일) : "여행 경험이 없는 사람이 감염자와의 성관계를 통해 전염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수혈로 감염된 환자도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인터뷰> 커비 윈(미국 미시시피주 혈액센터국장) : "멕시코와 카리브해, 중남미를 여행한 사람은 모두에게 헌혈을 금지하는 것입니다."

태국과 타이완에 이어 중국에서까지 감염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우리 나라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습니다.

이에따라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일 대책회의를 열고, 방역 대책과 행동 수칙을 내놨습니다.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가로 가는 해외 여행객은 모기 퇴치 제품과 긴 옷을 준비해 모기를 최대한 피하고, 다녀와서는 한 달 간 헌혈 금지. 성관계시 피임 기구 사용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2주 이내에 눈이 충혈되거나 발열, 발진, 근육통 등 증상이 나타면 바로 병원을 방문해 해외 여행 사실을 알리고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임신부의 경우 지카 바이러스 발생 국가로의 여행을 출산 이후로 미루는 것이 좋습니다.

<인터뷰> 최석주(대한산부인과학회 사무총장) : "왜냐하면 증상이 아주 미약하기 때문에 사실 감염이 됐는지도 본인이 모를 수가 있고요. 증상이 있고도 시간이 좀 오래된 경우에는 바이러스가 피에서 이미 다 사라진 이후에는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올 수도 있거든요."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지카 바이러스가 아기 소두증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전신 마비 증세를 보이는 이른바 길랭-바레 증후군도 지카 바이러스와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환자가 600명을 넘어섰고, 콜롬비아에선 3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1947년 아프리카 우간다의 지카 숲에서 처음 발견된 이 바이러스가 5년 뒤, 인간에게 옮겨졌을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파괴력을 가질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습니다.

60년 뒤인 2007년 미크로네시아 얍 섬에서 49명이 집단 감염됐지만, '소두증'같은 합병증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빠른 확산의 배경에는 역대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발달한 엘니뇨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엘니뇨 탓에 지난해 전 세계 기온이 관측 사상 최고로 높아졌는데, 지카 바이러스 확산의 진원지인 브라질도 최근 3개월 평균 온도가 예년보다 최고 3도 정도 높았습니다.

기온이 1도 높아질 때마다 모기의 활동 범위는 고도 상으로 170m, 위도상으로는 200km 가량 넓어지는데, 활동 기간도 함께 늘어납니다.

<인터뷰> 용태순(연세대 의대 환경의생물학교실 교수) : "생물체들은 아주 조그마한 온도 변화에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거나 그런 영향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원래 이 모기가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는 것인데 환경이 변하면은 그거에 따라서 그런 작은 생물들은 분포 지역을 자꾸자꾸 넓혀갈 수 있는 거죠."

또, 밀림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가 숲 모기를 인간과 더 가까운 곳으로 이끌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인터뷰> 김우주(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 "밀림 개발이 되면서 모기 서식지가 없어지고, 물이 고여있는 웅덩이가 많이 도시 주변에 있고 모기들이 도시화된 슬럼가 지역에서 많이 서식하면서 또 사람 감염을 많이 시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 WHO는 긴급위원회를 열어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인터뷰> 마거릿 찬(WHO 사무총장/지난 1일) : "다른 나라로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국제 사회의 공동 대처가 필요합니다."

브라질 정부는 방역 활동에 집중하고 있지만, 미국과 케냐 등 일부 국가에서는 오는 8월에 열리는 리우 올림픽에 불참하는 방안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터뷰> 자케스(브라질 대통령 비서실장) : "심각한 공공 보건 문제이기 때문에 비상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올림픽과 별개로 게속대처해 나갈 겁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 여행이 크게 늘면서 지카 바이러스의 유입 자체를 완벽히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인터뷰> 정은경(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장) : "중남미와 동남아 지역과의 빈번한 인적 교류가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감염돼서 국내 입국 후에 발병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방역당국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지난 해 메르스 사태로 크게 흔들린 상황이어서 국민들의 불안은 적지 않습니다.

방역당국은 유행 국가인 브라질에서 오는 항공편을 지난 주부터 소독하기 시작했지만 그나마 직항편에만 적용하고 있습니다.

또, 조직 개편 후 연초부터 한 달 간 공석이었던 질병관리본부장은 대책 회의 하루 전에야 임명됐고, 해외 감염병 방역의 최전선인 인천공항검역소장 역시 총선 출마를 선언한 전 소장이 사직한 뒤 한 달 넘게 비워져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우주(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 "지금 국내에 발생하든 해외에만 발생했든 우리가 느끼기에는 똑같은 위협으로 느끼고 있지 않습니까? 거의 매년 지금 신종 바이러스 유행때문에 우리가 두려움을 느꼈을 정도로 매년 빈발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우리가 좀 더 철저히 대비해야 되고..."

메르스 확산 때와 같은 대규모 피해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이번만큼은 보다 빈틈 없는 방역과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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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카 바이러스 급속 확산…전파 경로는?
    • 입력 2016-02-15 00:04:21
    • 수정2016-02-15 00:24:22
    취재파일K
<프롤로그>


<인터뷰> 호즐레니(소두증 아기 출산) : "(임신 중에는) 전혀 모르다가 아기가 태어난 뒤 의사가 소두증이라고 말해줬어요."

<인터뷰> 톰 프리든(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 "여행 경험이 없는 사람이 감염자와의 성관계를 통해 전염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인터뷰> 정은경(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장) : "중남미와 동남아 지역과의 빈번한 인적 교류가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감염돼서 국내 입국 후에 발병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

<오프닝>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에서 시작된 '지카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가까운 태국, 중국에서도 환자가 발생했는데요.

지난 해, 우리 사회에 심각한 피해를 남긴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에 대한 관심과 우려는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입니다.

모기의 한 종류인 이집트 숲 모기에 물려야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가 이렇게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또, 어떤 경로로 퍼지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동남아로 해외 여행을 계획했던 임신부나 신혼 여행을 앞둔 예비 신부들은 요즘 걱정이 태산입니다.

<인터뷰> 김00 (예비 신부) : "신혼 여행은 일생에 한 번 밖에 없는 건데, 재밌게 잘 다녀오고 싶은데, 망칠까봐 걱정이 많이 되요."

요즘 유행하고 있는 지카 바이러스 공포때문입니다.

임신초기에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소두증 신생아를 출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감염돼도 80%는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데다 임신부의 경우, 태아의 상태를 초기에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녹취> 최석주(대한산부인과학회) : "사무총장 특히 태아 감염은 더 진단하기가 어렵습니다. 보통은 임신 후반기에 진단이 되거든요. 아기 머리 둘레를 잰다든지 하려면 적어도 20주 이후에 초음파를 보면서 (알아)볼 수가 있는데... "

지카 바이러스의 대규모 유행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은 지난해 5월 브라질에서입니다.

이후 불과 여섯달 새 뇌가 완전히 자라지 못한 채 태어난 아기들이 갑자기 증가했습니다.

<인터뷰> 리마(소두증 아기 출산) : "몸에 붉은 반점이 생겨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어요.그런데 태어난 아이에게 문제 가 생긴 거에요."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산모에게 태어난 아기들이었습니다.

<인터뷰> 호즐레니(소두증 아기 출산) : "(임신 중에는) 전혀 모르다가 아기가 태어난 뒤 의사가 소두증이라고 말해줬어요."

소두증 의심 보고는 지난 해 7백여 명까지 치솟았습니다.

연평균 150명 수준에서 4배 이상 급증한겁니다.

브라질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이례적인 '임신 자제'를 권유했습니다.

그러나, 감염자는 140만 명, 소두증 의심 사례는 4천여 건까지 증가했고, 숨지는 아기도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앤서니 파우치 박사(미국 국립 알레르기 전염병연구소) : "이런 아이들 대부분이 죽습니다. 만약 태어난다 하더라도 출생 이후 많은 장애로 정말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진 '이집트 숲 모기'는 국내에 살지 않지만, 같은 종에 해당하는 '흰줄 숲 모기'는 전국 곳곳에 서식하고 있습니다.

일반 집모기보다 크기가 크고 몸통에 흰 줄이 있는 흰줄 숲 모기는 물가나 숲 근처에 주로 서식하는데, 국내 모기의 2-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용태순(연세대 의대 환경의생물학교실 교수) : "감염된 사람이 들어올 수 있고, 그 감염된 사람을 예를 들어서 우리 나라에 있는 흰줄숲모기가 문다 그러면 그리로 갈 수 있겠죠. 드물지만 그런 확률이 있기 때문에 국가에서도 방역 대책이나 그걸 항상 주의깊게 봐야됩니다."

국내에서 흰줄 숲 모기가 가장 많이 서식하는 지역은 제주.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 발생국인 중국과 태국을 비롯한 아시아 관광객들이 하루에도 수만 명씩 제주공항을 오가고 있어 검역도 더 강화됐습니다.

공항 곳곳에는 모기 채집기가 설치됐습니다.

통상 4월에서 11월 사이에 해오던 모기 채집 사업의 시기를 앞당긴 것입니다.

<인터뷰> 강경민(국립제주검역소 서무팀장) : "제주도는 이집트 숲모기가 있는 건 아니고요. 같은 종인 흰줄 숲 모기가 있습니다. 종이 같기 때문에 저희들이 이론적으로는 지카 바이러스도 옮길 수가 있지 않나 그래서 하고 있고요."

하지만 발병 원인이 모기에 직접 물리는 것 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카 바이러스 발생 지역으로 해외 여행을 가본 적이 없는 감염 환자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주요 매개체인 모기에 이어, 성관계로 감염된 사례가 나타났고,

<녹취> 톰 프리든(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지난 3일) : "여행 경험이 없는 사람이 감염자와의 성관계를 통해 전염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수혈로 감염된 환자도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인터뷰> 커비 윈(미국 미시시피주 혈액센터국장) : "멕시코와 카리브해, 중남미를 여행한 사람은 모두에게 헌혈을 금지하는 것입니다."

태국과 타이완에 이어 중국에서까지 감염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우리 나라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습니다.

이에따라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일 대책회의를 열고, 방역 대책과 행동 수칙을 내놨습니다.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가로 가는 해외 여행객은 모기 퇴치 제품과 긴 옷을 준비해 모기를 최대한 피하고, 다녀와서는 한 달 간 헌혈 금지. 성관계시 피임 기구 사용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2주 이내에 눈이 충혈되거나 발열, 발진, 근육통 등 증상이 나타면 바로 병원을 방문해 해외 여행 사실을 알리고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임신부의 경우 지카 바이러스 발생 국가로의 여행을 출산 이후로 미루는 것이 좋습니다.

<인터뷰> 최석주(대한산부인과학회 사무총장) : "왜냐하면 증상이 아주 미약하기 때문에 사실 감염이 됐는지도 본인이 모를 수가 있고요. 증상이 있고도 시간이 좀 오래된 경우에는 바이러스가 피에서 이미 다 사라진 이후에는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올 수도 있거든요."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지카 바이러스가 아기 소두증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전신 마비 증세를 보이는 이른바 길랭-바레 증후군도 지카 바이러스와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환자가 600명을 넘어섰고, 콜롬비아에선 3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1947년 아프리카 우간다의 지카 숲에서 처음 발견된 이 바이러스가 5년 뒤, 인간에게 옮겨졌을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파괴력을 가질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습니다.

60년 뒤인 2007년 미크로네시아 얍 섬에서 49명이 집단 감염됐지만, '소두증'같은 합병증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빠른 확산의 배경에는 역대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발달한 엘니뇨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엘니뇨 탓에 지난해 전 세계 기온이 관측 사상 최고로 높아졌는데, 지카 바이러스 확산의 진원지인 브라질도 최근 3개월 평균 온도가 예년보다 최고 3도 정도 높았습니다.

기온이 1도 높아질 때마다 모기의 활동 범위는 고도 상으로 170m, 위도상으로는 200km 가량 넓어지는데, 활동 기간도 함께 늘어납니다.

<인터뷰> 용태순(연세대 의대 환경의생물학교실 교수) : "생물체들은 아주 조그마한 온도 변화에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거나 그런 영향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원래 이 모기가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는 것인데 환경이 변하면은 그거에 따라서 그런 작은 생물들은 분포 지역을 자꾸자꾸 넓혀갈 수 있는 거죠."

또, 밀림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가 숲 모기를 인간과 더 가까운 곳으로 이끌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인터뷰> 김우주(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 "밀림 개발이 되면서 모기 서식지가 없어지고, 물이 고여있는 웅덩이가 많이 도시 주변에 있고 모기들이 도시화된 슬럼가 지역에서 많이 서식하면서 또 사람 감염을 많이 시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 WHO는 긴급위원회를 열어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인터뷰> 마거릿 찬(WHO 사무총장/지난 1일) : "다른 나라로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국제 사회의 공동 대처가 필요합니다."

브라질 정부는 방역 활동에 집중하고 있지만, 미국과 케냐 등 일부 국가에서는 오는 8월에 열리는 리우 올림픽에 불참하는 방안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터뷰> 자케스(브라질 대통령 비서실장) : "심각한 공공 보건 문제이기 때문에 비상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올림픽과 별개로 게속대처해 나갈 겁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 여행이 크게 늘면서 지카 바이러스의 유입 자체를 완벽히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인터뷰> 정은경(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장) : "중남미와 동남아 지역과의 빈번한 인적 교류가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감염돼서 국내 입국 후에 발병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방역당국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지난 해 메르스 사태로 크게 흔들린 상황이어서 국민들의 불안은 적지 않습니다.

방역당국은 유행 국가인 브라질에서 오는 항공편을 지난 주부터 소독하기 시작했지만 그나마 직항편에만 적용하고 있습니다.

또, 조직 개편 후 연초부터 한 달 간 공석이었던 질병관리본부장은 대책 회의 하루 전에야 임명됐고, 해외 감염병 방역의 최전선인 인천공항검역소장 역시 총선 출마를 선언한 전 소장이 사직한 뒤 한 달 넘게 비워져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우주(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 "지금 국내에 발생하든 해외에만 발생했든 우리가 느끼기에는 똑같은 위협으로 느끼고 있지 않습니까? 거의 매년 지금 신종 바이러스 유행때문에 우리가 두려움을 느꼈을 정도로 매년 빈발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우리가 좀 더 철저히 대비해야 되고..."

메르스 확산 때와 같은 대규모 피해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이번만큼은 보다 빈틈 없는 방역과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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