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애’의 탈을 쓴 범죄, 스토킹

입력 2016.02.14 (23:37) 수정 2016.02.15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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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인터뷰> 최란(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 : "단순히 지속적으로 쫓아다니면서 괴롭히는 행위로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범죄유형하고 결합해서 중복적인 피해를 만들고 있다는..."

<오프닝>

오늘은 좋아하는 이성에게 초컬릿 등을 주면서 마음을 표현한다는 발렌타인데이입니다.

그런데 이런 선물들, 호감이 있거나 사랑하는 사이라면 기쁘게 받겠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공포와 혐오가 되기도 합니다.

바로 '스토킹' 피해자들입니다.

호감과 구애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의 정신까지 파괴하는 스토킹, 더 이상 유명인만 당하는 괴롭힘이 아니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민 모 씨 역시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그런 민 씨에게는 악몽 같은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각기 다른 사람으로부터 당한 2차례의 스토킹.

<녹취> 민 씨(스토킹 피해자) : "도대체 나한테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괴감도 많이 들고 여기 이 동네에 내가 살면 안되겠다..."

어려서 부터 같은 동네에서 얼굴을 알고 지냈던 선배 이 씨가 접근한 건 2년 전이었습니다.

교회 활동을 함께 하며 부쩍 만날 일이 많아지면서 이 씨는 민 씨에게 사귀자고 여러번 요구했습니다.

그 때마다 거절했지만 이 씨는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하자며 민 씨 집앞을 늘 서성였습니다.

마지막이라며 꼭 얼굴을 보고 인사를 하자던 어느 날, 민 씨는 이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주변 반응은 더 큰 상처가 됐습니다.

<녹취> 민 씨(스토킹 피해자) : "교회에서는 당연히 이런 사건이 일어나는게 안 좋은 일이잖아요. '너 마음 힘든건 도와줄테니까 이거 조용히 처리하자'라고 저를 다독이듯이 이야기를 했었어요. 또 보복할게 무섭고요. 신고하면 경찰이 이거를 제대로 나서서 (수사)해줄까?"

2번째 스토킹 역시 아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상처를 딛고 공부에 매진하던 민 씨에게 공부를 도와주겠다고 자청한 한 남자, 민 씨가 호의를 거절하자 문자와 자해 협박을 시작했습니다.

<녹취> 민 씨(스토킹 피해자) : "가장 많이 받은건 진짜 하루에 그냥 한번 전화를 안받거나 문자 답장을 안하면 100번 넘게 계속 전화오고 받으라고 연락하고. 진짜 아예 잠을 생활을 못할 정도고 잠을 못잤거든요. 그래서 정신과 가서 약 치료 받아서 약을 먹고 생활을 하고 그게 우울증이랑 같이 와서 항 우울제랑 수면제도 먹기도 했었고요."

민 씨의 사례처럼 일반인의 경우 스토킹 피해는 10명 가운데 9명이 '아는 사람'으로 부터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데이트 상대나 이전 데이트 상대, 상사와 동료, 또는 친구 선.후배 등입니다.

특히 애인이나 과거의 애인, 채팅 상대자 등 데이트 관계에서의 스토킹 피해가 전체 스토킹 사례의 대다수를 차지했습니다.

일상적인 관계에서 생긴 호감이나 애정이 '범죄'의 씨앗이 되는 겁니다.

어두운 밤, 서울 용산의 한 골목길.

한 여성이 주차된 차 옆을 지나갈 무렵, 갑자기 남성이 나타나 여성과 실랑이를 벌입니다.

여성은 남성을 피해 뛰어보지만 남성은 여성을 쫓아가 뭔가를 뿌리고는 달아납니다.

41살 양모 씨가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뿌린 것은 독성 화학물질.

여성은 오른쪽 눈 각막이 손상됐고 오른쪽 어깨에도 3도 화상을 입었습니다.

양 씨는 사귀는 중에도, 헤어진 뒤에도 여자친구를 협박하고 감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약간의 의처증 비슷한 증상이 있으니까 여자가 괴롭잖아요. 너무 심하게 계속 욕하고 가끔 폭행도 하고 그러니까."

양 씨는 범행을 위해 독성 화확물질 2리터와 전기충격기까지 준비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집착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수준을 넘어서 '스토킹'이 강력범죄로 이어진 경우입니다.

연인으로 만들기 위해 상대방에게 접근하는 과정이나 애인이었다가 헤어지는 경우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과정에서 시작되는 '스토킹'.

누군가는 '구애'라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은 '공포'라고 여길수 있는 행동들을 남자 여자 실제 다르게 인식하고 있을까?

남녀 대학생들을 상대로 스토킹에 대한 인식차이를 알아봤습니다.

먼저 남자의 일방적인 구애 방식이 스토킹이다, 아니다 논란이 일고 있는 한 영화를 보여줬습니다.

<인터뷰> 윤소연(대학생) : "저런 말은 성희롱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기분이 나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인터뷰> 박연우(대학생) : "스토킹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냥 여자 입장에서 싫어하는 티를 충분히 냈는데 계속 따라오면..."

<인터뷰> 김도형(대학생) : "상대방에게 자신의 관심을 구애하는 거기때문에 거절은 충분히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 거절에 대해서 어느 정도 충분히 더 대시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긴 해요."

<인터뷰> 김비(여자가) : "혼자 있을 수도 있는데 다시 돌아와서 앉잖아요. 그런거를 보고 남자가 점점 더 확신을 갖고 좀 더 적극적으로 대쉬하는 같아요."

여학생들은 '적극적인' 구애 행동이 도가 지나친 것이라며 스토킹이 될 수도 있다는 부정적 의견을 밝혔습니다.

남학생들은 여자가 강력하게 거절하지 않는다면 저 정도는 '적극적인 데이트 신청'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 많았습니다.

'구애'의 적극성에 대한 인식차가 확연히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어떤 행위를 스토킹을 보고 있는지에서도 남녀 간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실크스토킹의 전형으로 알려진 지속적으로 따라다니기, 전화를 계속하는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남녀 모두 스토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좋아할 만한 선물을 지속적으로 보내는 것이나 SNS상에서 상대방의 의견에 무조건 찬성하는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여자들은 '스토킹'으로 생각하지만 남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 스토킹에 대한 남녀 대학생들의 태도를 조사한 결과는 더 놀랍습니다.

한 기관의 조사 결과 남성은 스토킹을 이성관계 안에서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며 적극적인 애정 공세로 생각하는 통념 정도가 여성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서경현(삼육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 "열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 이런 속담까지도 있으니까 이렇게 될 가능성이 굉장히 많죠. 한국문화에서는 더 그렇고."

기본적으로 그런 식으로 남녀 차이들이 있고 그래도 성희롱 같은 경우도 그렇고 스토킹도 이런것들로 굉장히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남자는 '구애'라고 믿으며 애정 공세를 펴고 여성은 예의라는 이름아래 확실하게 거절하지 못하는 상황.

'스토킹'이 구애 과정에서 일어나는 개인적 일로 치부되면서 더 큰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한국적인 인식이 상당히 스토킹을 용인하는 그런 방향으로 행위가 계속되도록 만드는 이유가 되죠. 그렇기 때문에 스토킹, 외국의 기준으로 봤을 때 스토킹에 해당하는 행위를 당하는 여성이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이성관계에 놓여있는 그런 사람들 중에 거의 한 60%,70%에 이른다는 연구가 있을 정도로 외국에서는 처벌의 대상이 될 만한 스토킹을 하는 거죠."

'스토킹'이 사소하고 사적인 일로 여겨지는 사이 민씨처럼 성폭행을 당하거나 심지어 납치, 살인 등의 강력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대구에서 40대 주부가 스토커에게 살해된 사건.

고등학교 때부터 여선생님을 짝사랑했던 20대 남성이 선생님을 살해한 사건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실제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조사에 따르면 스토킹 피해자 가운데 성폭력 중복 피해를 입은 경우가 33.8%나 됐고 상해, 납치, 살인미수 등 강력범죄 피해를 입은 건수도 11.9%에 달했습니다.

<인터뷰> 최란(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 : "스토킹 피해가 단순히 지속적으로 쫓아다니면서 괴롭히는 행위로만 그치지 않고 굉장히 다양한 범죄 유형하고 결합돼서 중복적으로 피해를 만들고 있다는 거였어요."

복합적 강력 범죄의 전조증상이 되고 있는 스토킹.

최근에는 SNS나 인터넷을 통한 스토킹도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현재 스토킹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근거는 2013년 시행된 경범죄처벌법이 전부입니다.

"상대방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해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해 면회 또는 교제를 요구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기다리기 등의 행위를 반복하여 하는 사람"을 처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소하고 개인적인 일로 스토킹을 바라보는 사회 인식, 실체적인 피해를 피해자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서 신고나 처벌은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 씨(스토킹 피해자/전화인터뷰) : "(스토킹 당하는) 이런 상황인데도 신고를 할 수 있냐 그랬더니 답변이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안된다고 그러더라고요."

심지어 스토킹으로 적발되더라도 현행법상 범칙금은 8만 원에 불과합니다.

암표 매매 범칙금 16만 원 보다도 쌉니다.

<인터뷰> 최란(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 : "수사기관에서도 사실은 단순하게 어떤 구애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로 생각해서 적극적으로 이거를 처벌한다기보다는 둘이 잘 알아서 이야기해서 잘 풀어라 이런 식의 이야리를 해주니까 사실상 도움을 요청할 방법이 없구나라고 이렇게 여기시고."

이 때문에 최근에는 실질적으로 스토킹을 막을 수 있도록 현행법을 강력하게 적용을 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상융(경찰 출신 변호사) : "경범죄 처벌법이라 하더라고 10만 원 이하 벌금, 구류, 과료.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이 구류 처분입니다. 일단 신고를 하면 경찰관은 가해자를 만나야 합니다. 그리고 가해자에게 강력경고를 해야 합니다. 한번만 더 이 피해자를 괴롭히면 당신을 유치장에 수감될 수 있다, 구속될 수가 있다."

영미권에서는 스토킹 여부를 구분할 수 있는 체크 리스트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큰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지.

초대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주일에 3번 이상 방문을 받은 적이 있는지, 가정, 일터 등을 배회하거나 따라다녔는지 등이 스토킹 여부를 1차로 확인하는 기준입니다.

<인터뷰>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외국의 경우) 스토킹을 어떻게 규정을 해야하느냐 하는 것을 명확히 명기해놓을 것들 우리가 발견할 수가 있어요. 그렇게 때문에 일단은 스토킹이 뭔지가 명확해져야 그래야 처벌할 수 있는 근거조항이 되면서 양형도 정해질 수가 있는거죠."

지난 18년 동안 8건의 '스토킹'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실제 국회를 통과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달 스토킹 가해자에 대해 최대 징역 2년, 2천만 원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내 놓으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사흘에 한 명 꼴로 연인간 살인까지 일어나는 현실, 이제라도 스토킹을 막을 방안에 대한 논의가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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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애’의 탈을 쓴 범죄, 스토킹
    • 입력 2016-02-15 00:04:22
    • 수정2016-02-15 00: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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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인터뷰> 최란(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 : "단순히 지속적으로 쫓아다니면서 괴롭히는 행위로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범죄유형하고 결합해서 중복적인 피해를 만들고 있다는..."

<오프닝>

오늘은 좋아하는 이성에게 초컬릿 등을 주면서 마음을 표현한다는 발렌타인데이입니다.

그런데 이런 선물들, 호감이 있거나 사랑하는 사이라면 기쁘게 받겠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공포와 혐오가 되기도 합니다.

바로 '스토킹' 피해자들입니다.

호감과 구애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의 정신까지 파괴하는 스토킹, 더 이상 유명인만 당하는 괴롭힘이 아니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민 모 씨 역시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그런 민 씨에게는 악몽 같은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각기 다른 사람으로부터 당한 2차례의 스토킹.

<녹취> 민 씨(스토킹 피해자) : "도대체 나한테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괴감도 많이 들고 여기 이 동네에 내가 살면 안되겠다..."

어려서 부터 같은 동네에서 얼굴을 알고 지냈던 선배 이 씨가 접근한 건 2년 전이었습니다.

교회 활동을 함께 하며 부쩍 만날 일이 많아지면서 이 씨는 민 씨에게 사귀자고 여러번 요구했습니다.

그 때마다 거절했지만 이 씨는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하자며 민 씨 집앞을 늘 서성였습니다.

마지막이라며 꼭 얼굴을 보고 인사를 하자던 어느 날, 민 씨는 이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주변 반응은 더 큰 상처가 됐습니다.

<녹취> 민 씨(스토킹 피해자) : "교회에서는 당연히 이런 사건이 일어나는게 안 좋은 일이잖아요. '너 마음 힘든건 도와줄테니까 이거 조용히 처리하자'라고 저를 다독이듯이 이야기를 했었어요. 또 보복할게 무섭고요. 신고하면 경찰이 이거를 제대로 나서서 (수사)해줄까?"

2번째 스토킹 역시 아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상처를 딛고 공부에 매진하던 민 씨에게 공부를 도와주겠다고 자청한 한 남자, 민 씨가 호의를 거절하자 문자와 자해 협박을 시작했습니다.

<녹취> 민 씨(스토킹 피해자) : "가장 많이 받은건 진짜 하루에 그냥 한번 전화를 안받거나 문자 답장을 안하면 100번 넘게 계속 전화오고 받으라고 연락하고. 진짜 아예 잠을 생활을 못할 정도고 잠을 못잤거든요. 그래서 정신과 가서 약 치료 받아서 약을 먹고 생활을 하고 그게 우울증이랑 같이 와서 항 우울제랑 수면제도 먹기도 했었고요."

민 씨의 사례처럼 일반인의 경우 스토킹 피해는 10명 가운데 9명이 '아는 사람'으로 부터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데이트 상대나 이전 데이트 상대, 상사와 동료, 또는 친구 선.후배 등입니다.

특히 애인이나 과거의 애인, 채팅 상대자 등 데이트 관계에서의 스토킹 피해가 전체 스토킹 사례의 대다수를 차지했습니다.

일상적인 관계에서 생긴 호감이나 애정이 '범죄'의 씨앗이 되는 겁니다.

어두운 밤, 서울 용산의 한 골목길.

한 여성이 주차된 차 옆을 지나갈 무렵, 갑자기 남성이 나타나 여성과 실랑이를 벌입니다.

여성은 남성을 피해 뛰어보지만 남성은 여성을 쫓아가 뭔가를 뿌리고는 달아납니다.

41살 양모 씨가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뿌린 것은 독성 화학물질.

여성은 오른쪽 눈 각막이 손상됐고 오른쪽 어깨에도 3도 화상을 입었습니다.

양 씨는 사귀는 중에도, 헤어진 뒤에도 여자친구를 협박하고 감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약간의 의처증 비슷한 증상이 있으니까 여자가 괴롭잖아요. 너무 심하게 계속 욕하고 가끔 폭행도 하고 그러니까."

양 씨는 범행을 위해 독성 화확물질 2리터와 전기충격기까지 준비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집착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수준을 넘어서 '스토킹'이 강력범죄로 이어진 경우입니다.

연인으로 만들기 위해 상대방에게 접근하는 과정이나 애인이었다가 헤어지는 경우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과정에서 시작되는 '스토킹'.

누군가는 '구애'라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은 '공포'라고 여길수 있는 행동들을 남자 여자 실제 다르게 인식하고 있을까?

남녀 대학생들을 상대로 스토킹에 대한 인식차이를 알아봤습니다.

먼저 남자의 일방적인 구애 방식이 스토킹이다, 아니다 논란이 일고 있는 한 영화를 보여줬습니다.

<인터뷰> 윤소연(대학생) : "저런 말은 성희롱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기분이 나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인터뷰> 박연우(대학생) : "스토킹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냥 여자 입장에서 싫어하는 티를 충분히 냈는데 계속 따라오면..."

<인터뷰> 김도형(대학생) : "상대방에게 자신의 관심을 구애하는 거기때문에 거절은 충분히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 거절에 대해서 어느 정도 충분히 더 대시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긴 해요."

<인터뷰> 김비(여자가) : "혼자 있을 수도 있는데 다시 돌아와서 앉잖아요. 그런거를 보고 남자가 점점 더 확신을 갖고 좀 더 적극적으로 대쉬하는 같아요."

여학생들은 '적극적인' 구애 행동이 도가 지나친 것이라며 스토킹이 될 수도 있다는 부정적 의견을 밝혔습니다.

남학생들은 여자가 강력하게 거절하지 않는다면 저 정도는 '적극적인 데이트 신청'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 많았습니다.

'구애'의 적극성에 대한 인식차가 확연히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어떤 행위를 스토킹을 보고 있는지에서도 남녀 간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실크스토킹의 전형으로 알려진 지속적으로 따라다니기, 전화를 계속하는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남녀 모두 스토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좋아할 만한 선물을 지속적으로 보내는 것이나 SNS상에서 상대방의 의견에 무조건 찬성하는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여자들은 '스토킹'으로 생각하지만 남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 스토킹에 대한 남녀 대학생들의 태도를 조사한 결과는 더 놀랍습니다.

한 기관의 조사 결과 남성은 스토킹을 이성관계 안에서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며 적극적인 애정 공세로 생각하는 통념 정도가 여성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서경현(삼육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 "열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 이런 속담까지도 있으니까 이렇게 될 가능성이 굉장히 많죠. 한국문화에서는 더 그렇고."

기본적으로 그런 식으로 남녀 차이들이 있고 그래도 성희롱 같은 경우도 그렇고 스토킹도 이런것들로 굉장히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남자는 '구애'라고 믿으며 애정 공세를 펴고 여성은 예의라는 이름아래 확실하게 거절하지 못하는 상황.

'스토킹'이 구애 과정에서 일어나는 개인적 일로 치부되면서 더 큰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한국적인 인식이 상당히 스토킹을 용인하는 그런 방향으로 행위가 계속되도록 만드는 이유가 되죠. 그렇기 때문에 스토킹, 외국의 기준으로 봤을 때 스토킹에 해당하는 행위를 당하는 여성이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이성관계에 놓여있는 그런 사람들 중에 거의 한 60%,70%에 이른다는 연구가 있을 정도로 외국에서는 처벌의 대상이 될 만한 스토킹을 하는 거죠."

'스토킹'이 사소하고 사적인 일로 여겨지는 사이 민씨처럼 성폭행을 당하거나 심지어 납치, 살인 등의 강력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대구에서 40대 주부가 스토커에게 살해된 사건.

고등학교 때부터 여선생님을 짝사랑했던 20대 남성이 선생님을 살해한 사건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실제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조사에 따르면 스토킹 피해자 가운데 성폭력 중복 피해를 입은 경우가 33.8%나 됐고 상해, 납치, 살인미수 등 강력범죄 피해를 입은 건수도 11.9%에 달했습니다.

<인터뷰> 최란(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 : "스토킹 피해가 단순히 지속적으로 쫓아다니면서 괴롭히는 행위로만 그치지 않고 굉장히 다양한 범죄 유형하고 결합돼서 중복적으로 피해를 만들고 있다는 거였어요."

복합적 강력 범죄의 전조증상이 되고 있는 스토킹.

최근에는 SNS나 인터넷을 통한 스토킹도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현재 스토킹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근거는 2013년 시행된 경범죄처벌법이 전부입니다.

"상대방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해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해 면회 또는 교제를 요구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기다리기 등의 행위를 반복하여 하는 사람"을 처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소하고 개인적인 일로 스토킹을 바라보는 사회 인식, 실체적인 피해를 피해자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서 신고나 처벌은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 씨(스토킹 피해자/전화인터뷰) : "(스토킹 당하는) 이런 상황인데도 신고를 할 수 있냐 그랬더니 답변이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안된다고 그러더라고요."

심지어 스토킹으로 적발되더라도 현행법상 범칙금은 8만 원에 불과합니다.

암표 매매 범칙금 16만 원 보다도 쌉니다.

<인터뷰> 최란(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 : "수사기관에서도 사실은 단순하게 어떤 구애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로 생각해서 적극적으로 이거를 처벌한다기보다는 둘이 잘 알아서 이야기해서 잘 풀어라 이런 식의 이야리를 해주니까 사실상 도움을 요청할 방법이 없구나라고 이렇게 여기시고."

이 때문에 최근에는 실질적으로 스토킹을 막을 수 있도록 현행법을 강력하게 적용을 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상융(경찰 출신 변호사) : "경범죄 처벌법이라 하더라고 10만 원 이하 벌금, 구류, 과료.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이 구류 처분입니다. 일단 신고를 하면 경찰관은 가해자를 만나야 합니다. 그리고 가해자에게 강력경고를 해야 합니다. 한번만 더 이 피해자를 괴롭히면 당신을 유치장에 수감될 수 있다, 구속될 수가 있다."

영미권에서는 스토킹 여부를 구분할 수 있는 체크 리스트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큰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지.

초대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주일에 3번 이상 방문을 받은 적이 있는지, 가정, 일터 등을 배회하거나 따라다녔는지 등이 스토킹 여부를 1차로 확인하는 기준입니다.

<인터뷰>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외국의 경우) 스토킹을 어떻게 규정을 해야하느냐 하는 것을 명확히 명기해놓을 것들 우리가 발견할 수가 있어요. 그렇게 때문에 일단은 스토킹이 뭔지가 명확해져야 그래야 처벌할 수 있는 근거조항이 되면서 양형도 정해질 수가 있는거죠."

지난 18년 동안 8건의 '스토킹'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실제 국회를 통과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달 스토킹 가해자에 대해 최대 징역 2년, 2천만 원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내 놓으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사흘에 한 명 꼴로 연인간 살인까지 일어나는 현실, 이제라도 스토킹을 막을 방안에 대한 논의가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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