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6개월 준비한 ‘퍽치기’…여성 환전상 노렸다

입력 2016.02.15 (08:32) 수정 2016.02.1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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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밤늦게 귀가하던 50대 여성이 집앞 골목길에서 이른바 '퍽치기'를 당했습니다.

여성은 크게 다쳤고 천 만원 넘는 외국돈이 들어있던 가방도 빼앗겼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는 50대 남성.

환전상이던 이 여성이 평소 현금을 많이 갖고 다닌다는 점을 노려 6개월 넘게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해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과 12범인 피의자는 복역 시절 알게 된 동료 수감자가 돈을 요구했다며 피해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지목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달 29일 밤 서울의 한 주택가 골목.

중년 여성 한 명이 모퉁이를 돌아 사라집니다.

남성 한 명이 여성 뒤를 따르는 듯 싶더니 10여초 만에 급히 달려 나옵니다.

<녹취> 인근 주민(음성변조) : "내가 어지간하면 소리만 나도 뛰어나오는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못 듣고. 사람들 웅성웅성해서 보니까 거기서 그래. (여성이) 그날 피 많이 흘렸어."

평소 다니던 길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여성은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데요.

<녹취> 강도 피해자(음성변조) : "(그날은) 내가 마트에 들렀어요. 볼일을 조금 보고서 약간 늦게 올라간 편이었죠. 벽돌로 친 가운데서는 못 당하잖아요. 순간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골목을 지나던 주민의 신고로 여성은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고, 얼굴 부위를 가격당한 여성은 30바늘 넘게 꿰맸을 정도로 크게 다쳤습니다.

<인터뷰> 윤희정(서울 양천경찰서 강력2팀장) : "피해자가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고 피를 많이 흘렸어요. 15, 20센티미터 터졌어요. 마침 그때 자전거를 타고 길을 가던 시민이 보고 112 신고를 한 거예요."

여성은 당시 고액의 현금이 든 가방을 들고 있었는데 현장에서 이를 빼앗겼습니다.

<녹취> 소방 관계자(음성변조) : "(피해 여성이) 그런 말씀도 하셨죠. 현금이 많이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 그 현금 가방째로 가지고 갔다고 그러더라고요."

강도를 당한 여성은 남대문 일대에서 일하는 “환전상”이었습니다.

직업적 특성상 평소에도 고액의 현금을 가지고 다녔는데요.

<인터뷰> 윤희정(서울 양천경찰서 강력2팀장) : "현금이 4백만 원, 중국 돈, 달러 이것이 천만 원 정도. 피해자는 남대문에서 환전상을 하니까 항상 돈이 많을 때는 7천만 원 가져가고, 몇 천만 원 가지고 갈 때가 있어요."

이런 여성이 환전상으로 일하는 지역이 아닌 버스로 한 시간이나 걸리는 자신의 집 앞에서 강도를 당한 건 우연이었을까요?

경찰은 우선 사건 현장을 중심으로 범행직후 달아난 남성을 쫓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경찰의 수사망에 한 남성이 포착됩니다.

범행시간 직후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빠져나가는 이 남성!

범행직전 피해여성이 이용하는 버스정류장에서 30분 넘게 기다리는 모습과 버스에서 내린 피해여성의 동선을 따라 함께 이동하는 모습이 확인됩니다.

<녹취> 강도 피해자(음성변조) : "버스에서 내리고 이렇게 뛰어가는데 누가 막 뛰어가더라고요 앞으로. 그것은 제가 목격을 했죠."

범행직후 확인된 이 남성의 동선도 심상치 않았습니다.

<인터뷰> 윤희정(서울 양천경찰서 강력2팀장) : "(남성이) 자전거를 타고 내려옵니다. 2백, 3백 미터 가면 연립주택이 있는데, 주차장에 자전거를 버리고 택시를 탑니다. 내렸다가 걸어서 또 택시를 탔다가 내려서……"

어딘가 서둘러 가는 듯 택시를 타고, 걷고, 또 다른 택시까지 갈아타가며 쉼 없이 이동한 남성.

마침내 범행현장 인근의 한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먼 길을 일부러 돌아온 건데, 경찰은 이 남성이 추적에 혼선을 주려한 것으로 보고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합니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55살 전모 씨를 강도상해 혐의로 검거했습니다.

전 씨는 국제공인 최면 상담사라고 내세우며 연구소를 차려놓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범행 증거품 일부가 발견됐습니다.

<녹취> "신발하고 장갑, 돈 압수합니다."

범행 일체를 털어놓은 전 씨는 환전상에게 빼앗은 돈을 숨겨놓은 곳도 말했습니다.

자유로 다리 밑- 돌멩이 표시가 있는 이곳이 전 씨가 돈을 숨긴 곳입니다.

흙을 파내자 꽁꽁 싸맨 검정색 비닐봉지가 나옵니다.

<녹취> "(얼마예요?) 안 세어봤어요. (만 원짜리, 엔화 이런 거예요?) 저기, 저기 중국 돈……."

비닐봉지 안에는 하얀 봉투 3개에 중국 돈과 구권 화폐 등 천만 원 상당의 현금이 들어있었습니다.

그런데, 피해여성이 빼앗겼다는 현금 4백만 원은 찾을 수 없었는데요.

전 씨는 함께 범행을 모의한 공범이 한국 돈 대부분을 가져갔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윤희정(서울 양천경찰서 강력2팀장) : "현금이 (가방) 그 안에 4백만 원 정도 들어있었어요. 그것을 공범이 370만 원을 가져가고 자기한테는 30만 원하고, 외환 천만 원을 줬다."

사기 등 전과 12범인 전 씨는 과거 복역 중 만난 동료 수감자의 지시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사람이 "돈을 내놓으라"며 피해 여성을 지목해 범죄를 종용했다는데요.

<인터뷰> 윤희정(서울 양천경찰서 강력2팀장) : "피의자 진술은 공범이 작년 5월에 나를 찾아왔다. 찾아와서 돈을 달라고 그랬어요. 돈이 없다고 거절하니까 자신이 알고 있는 (환전상) 피해자가 있으니까 강도 짓을 해라."

그렇게 전 씨는 6개월 전부터 피해 여성의 이동시간과 경로 등을 파악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윤희정(서울 양천경찰서 강력2팀장) : "(공범을) 만난 장소, 약속시간을 특정을 못해요 횡설수설하고 있고. 환전상 (거래) 하는 사람들 그다음에 구권 화폐 (거래) 하는 사람들 상대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경찰은 고액의 현금을 취급하는 환전상들이 범죄의 표적이 되고, 그 수법도 점점 치밀하고 대담해지는 만큼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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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6개월 준비한 ‘퍽치기’…여성 환전상 노렸다
    • 입력 2016-02-15 09:10:49
    • 수정2016-02-15 09: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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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밤늦게 귀가하던 50대 여성이 집앞 골목길에서 이른바 '퍽치기'를 당했습니다.

여성은 크게 다쳤고 천 만원 넘는 외국돈이 들어있던 가방도 빼앗겼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는 50대 남성.

환전상이던 이 여성이 평소 현금을 많이 갖고 다닌다는 점을 노려 6개월 넘게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해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과 12범인 피의자는 복역 시절 알게 된 동료 수감자가 돈을 요구했다며 피해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지목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달 29일 밤 서울의 한 주택가 골목.

중년 여성 한 명이 모퉁이를 돌아 사라집니다.

남성 한 명이 여성 뒤를 따르는 듯 싶더니 10여초 만에 급히 달려 나옵니다.

<녹취> 인근 주민(음성변조) : "내가 어지간하면 소리만 나도 뛰어나오는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못 듣고. 사람들 웅성웅성해서 보니까 거기서 그래. (여성이) 그날 피 많이 흘렸어."

평소 다니던 길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여성은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데요.

<녹취> 강도 피해자(음성변조) : "(그날은) 내가 마트에 들렀어요. 볼일을 조금 보고서 약간 늦게 올라간 편이었죠. 벽돌로 친 가운데서는 못 당하잖아요. 순간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골목을 지나던 주민의 신고로 여성은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고, 얼굴 부위를 가격당한 여성은 30바늘 넘게 꿰맸을 정도로 크게 다쳤습니다.

<인터뷰> 윤희정(서울 양천경찰서 강력2팀장) : "피해자가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고 피를 많이 흘렸어요. 15, 20센티미터 터졌어요. 마침 그때 자전거를 타고 길을 가던 시민이 보고 112 신고를 한 거예요."

여성은 당시 고액의 현금이 든 가방을 들고 있었는데 현장에서 이를 빼앗겼습니다.

<녹취> 소방 관계자(음성변조) : "(피해 여성이) 그런 말씀도 하셨죠. 현금이 많이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 그 현금 가방째로 가지고 갔다고 그러더라고요."

강도를 당한 여성은 남대문 일대에서 일하는 “환전상”이었습니다.

직업적 특성상 평소에도 고액의 현금을 가지고 다녔는데요.

<인터뷰> 윤희정(서울 양천경찰서 강력2팀장) : "현금이 4백만 원, 중국 돈, 달러 이것이 천만 원 정도. 피해자는 남대문에서 환전상을 하니까 항상 돈이 많을 때는 7천만 원 가져가고, 몇 천만 원 가지고 갈 때가 있어요."

이런 여성이 환전상으로 일하는 지역이 아닌 버스로 한 시간이나 걸리는 자신의 집 앞에서 강도를 당한 건 우연이었을까요?

경찰은 우선 사건 현장을 중심으로 범행직후 달아난 남성을 쫓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경찰의 수사망에 한 남성이 포착됩니다.

범행시간 직후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빠져나가는 이 남성!

범행직전 피해여성이 이용하는 버스정류장에서 30분 넘게 기다리는 모습과 버스에서 내린 피해여성의 동선을 따라 함께 이동하는 모습이 확인됩니다.

<녹취> 강도 피해자(음성변조) : "버스에서 내리고 이렇게 뛰어가는데 누가 막 뛰어가더라고요 앞으로. 그것은 제가 목격을 했죠."

범행직후 확인된 이 남성의 동선도 심상치 않았습니다.

<인터뷰> 윤희정(서울 양천경찰서 강력2팀장) : "(남성이) 자전거를 타고 내려옵니다. 2백, 3백 미터 가면 연립주택이 있는데, 주차장에 자전거를 버리고 택시를 탑니다. 내렸다가 걸어서 또 택시를 탔다가 내려서……"

어딘가 서둘러 가는 듯 택시를 타고, 걷고, 또 다른 택시까지 갈아타가며 쉼 없이 이동한 남성.

마침내 범행현장 인근의 한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먼 길을 일부러 돌아온 건데, 경찰은 이 남성이 추적에 혼선을 주려한 것으로 보고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합니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55살 전모 씨를 강도상해 혐의로 검거했습니다.

전 씨는 국제공인 최면 상담사라고 내세우며 연구소를 차려놓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범행 증거품 일부가 발견됐습니다.

<녹취> "신발하고 장갑, 돈 압수합니다."

범행 일체를 털어놓은 전 씨는 환전상에게 빼앗은 돈을 숨겨놓은 곳도 말했습니다.

자유로 다리 밑- 돌멩이 표시가 있는 이곳이 전 씨가 돈을 숨긴 곳입니다.

흙을 파내자 꽁꽁 싸맨 검정색 비닐봉지가 나옵니다.

<녹취> "(얼마예요?) 안 세어봤어요. (만 원짜리, 엔화 이런 거예요?) 저기, 저기 중국 돈……."

비닐봉지 안에는 하얀 봉투 3개에 중국 돈과 구권 화폐 등 천만 원 상당의 현금이 들어있었습니다.

그런데, 피해여성이 빼앗겼다는 현금 4백만 원은 찾을 수 없었는데요.

전 씨는 함께 범행을 모의한 공범이 한국 돈 대부분을 가져갔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윤희정(서울 양천경찰서 강력2팀장) : "현금이 (가방) 그 안에 4백만 원 정도 들어있었어요. 그것을 공범이 370만 원을 가져가고 자기한테는 30만 원하고, 외환 천만 원을 줬다."

사기 등 전과 12범인 전 씨는 과거 복역 중 만난 동료 수감자의 지시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사람이 "돈을 내놓으라"며 피해 여성을 지목해 범죄를 종용했다는데요.

<인터뷰> 윤희정(서울 양천경찰서 강력2팀장) : "피의자 진술은 공범이 작년 5월에 나를 찾아왔다. 찾아와서 돈을 달라고 그랬어요. 돈이 없다고 거절하니까 자신이 알고 있는 (환전상) 피해자가 있으니까 강도 짓을 해라."

그렇게 전 씨는 6개월 전부터 피해 여성의 이동시간과 경로 등을 파악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윤희정(서울 양천경찰서 강력2팀장) : "(공범을) 만난 장소, 약속시간을 특정을 못해요 횡설수설하고 있고. 환전상 (거래) 하는 사람들 그다음에 구권 화폐 (거래) 하는 사람들 상대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경찰은 고액의 현금을 취급하는 환전상들이 범죄의 표적이 되고, 그 수법도 점점 치밀하고 대담해지는 만큼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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