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딸 때려 숨지게 한 뒤 암매장…5년 만에 드러난 진실

입력 2016.02.16 (08:32) 수정 2016.02.1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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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자식을 폭행해 숨지게 하고 그 사실을 은폐하려 했던 비정한 부모들이 있었습니다.

그 충격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이번엔 7살 여자 아이가 암매장됐습니다.

그것도 5년 전에 벌어진 일입니다.

두 딸을 데리고 가출한 엄마라는 이 여성, 장시간 폭행 뒤 큰 딸이 숨지자 지인들과 함께 암매장했습니다.

살아있다면 5학년이 됐을 이 아이는, 동생에 대한 장기결석 아동 전수조사로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미취학 어린이 관리에 사각지대가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어제 저녁, 경기도 광주시.

행방이 묘연했던 아이가 5년 만에 차디찬 땅 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백골이에요. 깊이는 그 당시 나이의 평균 키 정도(입니다.)”

지난 5일부터 경찰 수백 명이 동원돼 산 곳곳을 집중 수색했고, 어제 저녁 4번째 수색 끝에 여자 아이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지난 2011년 엄마의 장시간 폭행으로 숨진 후 암매장 당한 아이였습니다.

<인터뷰> 오동욱(강력계장/경남지방경찰청) : "호미를 버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금속탐지기 동원해서 호미를 찾고 조금 떨어진 지점에서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42살 박모 씨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건, 최근 교육부의 장기결석아동 전수조사로 박 씨의 작은 딸이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게 드러나면서부터입니다.

<녹취> 경남교육청 관계자(음성변조) : “2014년도에 미취학 됐는데 애가 행방불명이라는 학교 조사가 있어서 대상에 넣어서 그래서 그 애가 (조사 목록에) 들어간 겁니다.”

교육청의 신고를 받고 경찰은 조사에 착수했고, 추적 끝에 지난달 28일, 충남 천안의 한 공장에서 박 씨 모녀를 발견했습니다.

<녹취> 공장 관계자(음성변조) : “그냥 아이 하나 데리고 잠깐 집 나온 사람. 취직도 아니고 파트타임 그 개념으로 하루 5만 원씩 계산해주려고 데려온 건데…….”

경찰은 딸을 장기간 학교에 보내지 았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박 씨를 긴급체포했습니다.

그런데, 체포당시 박 씨의 작은딸만 발견됐을 뿐, 큰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머니 박 씨 진술도 수상했습니다.

<인터뷰> 오동욱(강력계장/경남지방경찰청) : “(큰딸의) 행방을 추궁한 결과 피의자는 놀이터에서 잃어버렸다는 등 횡설수설하면서 실종신고 등을 하지 않고…….”

큰딸의 행방에 대한 진술이 엇갈리자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의 추궁에 박씨가 자백했는데, 자신이 큰 딸을 때려 숨지게 했다는 겁니다.

<인터뷰> 오동욱(강력계장/경남지방경찰청) : “자기가 아이를 폭행해서 사망했다, 그래서 야산에 매장했다, 그 부분을 제일 먼저 시인을 하고 계속 추궁을 하니까 공범, 같이 사체를 매장할 때 같이 갔던 공범 3명이 있었다(고 자백했습니다.)”

지난 2009년 박씨가 두 딸과 가출하면서, 남편은 딸들의 주소지를 고향인 경남 고성으로 옮깁니다.

박 씨는 대학동창 백모 씨에게 기댔는데, 백 씨는 아이의 학습지 교사 이모 씨 집에 살던 처지.

그렇게 이씨 가족과 백씨, 박씨 가족 등 3가족 10여 명의 동거가 시작됩니다.

이 기묘한 동거생활 안에서 박 씨 큰 딸에 대한 구타가 자행됐습니다.

<인터뷰> 오동욱(강력계장/경남지방경찰청) : “말을 듣지 않는다고 회초리에 훈계했다든지 그다음에 베란다가 있습니다. 베란다에서 일부 생활하는 점 이런 부분들(입니다.)”

사망 하루전인 2011년 10월 25일, 그 날도 박 씨는 가구를 망쳤다며 당시 7살이던 큰 딸을 베란다에 감금해 회초리로 마구 때렸고, 이에 집주인 이 씨도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오동욱(강력계장/경남지방경찰청) : “회초리를 가지고 수 시간 폭행 후에 자기는 그대로 놔둔 상태에서 대리점에 자기가 일하는 회사 대리점이죠. 대리점에 출근하고요. 이후에 집에 있는 다른 사람이 애가 이상하니까 전화를 받고 찾아왔을 때는 이미 죽어있더라는 (겁니다).”

그렇게 아이가 숨지자 어른들은 아이를 암매장하기로 합니다.

집주인 이씨의 차에 싣고 이틀간을 돌아다니다 경기도의 한 야산에 암매장했습니다.

그리고 평소처럼 생활해 온 겁니다.

경찰은 엄마인 박씨를 상해 치사 혐의로 구속하고 공범인 이모씨와 백모씨를 사체 유기혐의로 구속했습니다.

<인터뷰> 염건령(선임연구위원/한국범죄학연구소) : “이게 뭐냐면 죄책감의 분산 효과라고 해요.한 명이 살인을 저지르면 고민을 하는데 두 명이 저지를 땐 공범이 있으니까 좀 낫겠지 하고 군중 심리에 의한 범죄 가속 효과라고 볼 수 있는 거죠.”

7살 여자 아이가 그렇게 폭행을 당해 숨졌지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전혀 저는 모르겠네요.”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새로 이사 온 사람은 잘 몰라요.”

살아 있다면 5학년이 될 아이가 이미 5년 전에 숨져 초등학교에 입학조차 할 수 없었는데 어느 공공기관에서도 아이가 잘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경남교육청 관계자(음성변조) : “학적이 안 들어갔기 때문에 학교에서 관리를 할 수 없죠. 주민 센터에서 하죠. 왜 안 하는지 독촉장을 보내고 그렇게 하죠. 놓칠 수가 있죠.”

미취학 아동에 대한 교육당국과 지자체의 관리 사각지대 속에 비극이 발생한 것입니다.

최근 7살 아들을 폭행 후 숨지자 냉동 보관한 사건, 여중생 딸을 장기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방치한 사건 등이 잇따르자 실종 아동에 대한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인터뷰> 염건령(선임연구위원/한국범죄학연구소) : "법적, 제도적인 하자가 존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고령자와 연소자에 대해서는 생존을 주기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기관이나 시스템을 만들어서 (실행)하게 된다면 이런 불상사는 막을 수 있다는 거죠.”

경찰은 큰 딸의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입니다.

또한, 엄마 박씨에 대한 살인혐의 적용을 검토하는 한편 공범들의 폭행가담여부도 수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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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2-16 08:38:54
    • 수정2016-02-16 09: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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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폭행해 숨지게 하고 그 사실을 은폐하려 했던 비정한 부모들이 있었습니다.

그 충격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이번엔 7살 여자 아이가 암매장됐습니다.

그것도 5년 전에 벌어진 일입니다.

두 딸을 데리고 가출한 엄마라는 이 여성, 장시간 폭행 뒤 큰 딸이 숨지자 지인들과 함께 암매장했습니다.

살아있다면 5학년이 됐을 이 아이는, 동생에 대한 장기결석 아동 전수조사로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미취학 어린이 관리에 사각지대가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어제 저녁, 경기도 광주시.

행방이 묘연했던 아이가 5년 만에 차디찬 땅 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백골이에요. 깊이는 그 당시 나이의 평균 키 정도(입니다.)”

지난 5일부터 경찰 수백 명이 동원돼 산 곳곳을 집중 수색했고, 어제 저녁 4번째 수색 끝에 여자 아이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지난 2011년 엄마의 장시간 폭행으로 숨진 후 암매장 당한 아이였습니다.

<인터뷰> 오동욱(강력계장/경남지방경찰청) : "호미를 버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금속탐지기 동원해서 호미를 찾고 조금 떨어진 지점에서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42살 박모 씨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건, 최근 교육부의 장기결석아동 전수조사로 박 씨의 작은 딸이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게 드러나면서부터입니다.

<녹취> 경남교육청 관계자(음성변조) : “2014년도에 미취학 됐는데 애가 행방불명이라는 학교 조사가 있어서 대상에 넣어서 그래서 그 애가 (조사 목록에) 들어간 겁니다.”

교육청의 신고를 받고 경찰은 조사에 착수했고, 추적 끝에 지난달 28일, 충남 천안의 한 공장에서 박 씨 모녀를 발견했습니다.

<녹취> 공장 관계자(음성변조) : “그냥 아이 하나 데리고 잠깐 집 나온 사람. 취직도 아니고 파트타임 그 개념으로 하루 5만 원씩 계산해주려고 데려온 건데…….”

경찰은 딸을 장기간 학교에 보내지 았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박 씨를 긴급체포했습니다.

그런데, 체포당시 박 씨의 작은딸만 발견됐을 뿐, 큰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머니 박 씨 진술도 수상했습니다.

<인터뷰> 오동욱(강력계장/경남지방경찰청) : “(큰딸의) 행방을 추궁한 결과 피의자는 놀이터에서 잃어버렸다는 등 횡설수설하면서 실종신고 등을 하지 않고…….”

큰딸의 행방에 대한 진술이 엇갈리자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의 추궁에 박씨가 자백했는데, 자신이 큰 딸을 때려 숨지게 했다는 겁니다.

<인터뷰> 오동욱(강력계장/경남지방경찰청) : “자기가 아이를 폭행해서 사망했다, 그래서 야산에 매장했다, 그 부분을 제일 먼저 시인을 하고 계속 추궁을 하니까 공범, 같이 사체를 매장할 때 같이 갔던 공범 3명이 있었다(고 자백했습니다.)”

지난 2009년 박씨가 두 딸과 가출하면서, 남편은 딸들의 주소지를 고향인 경남 고성으로 옮깁니다.

박 씨는 대학동창 백모 씨에게 기댔는데, 백 씨는 아이의 학습지 교사 이모 씨 집에 살던 처지.

그렇게 이씨 가족과 백씨, 박씨 가족 등 3가족 10여 명의 동거가 시작됩니다.

이 기묘한 동거생활 안에서 박 씨 큰 딸에 대한 구타가 자행됐습니다.

<인터뷰> 오동욱(강력계장/경남지방경찰청) : “말을 듣지 않는다고 회초리에 훈계했다든지 그다음에 베란다가 있습니다. 베란다에서 일부 생활하는 점 이런 부분들(입니다.)”

사망 하루전인 2011년 10월 25일, 그 날도 박 씨는 가구를 망쳤다며 당시 7살이던 큰 딸을 베란다에 감금해 회초리로 마구 때렸고, 이에 집주인 이 씨도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오동욱(강력계장/경남지방경찰청) : “회초리를 가지고 수 시간 폭행 후에 자기는 그대로 놔둔 상태에서 대리점에 자기가 일하는 회사 대리점이죠. 대리점에 출근하고요. 이후에 집에 있는 다른 사람이 애가 이상하니까 전화를 받고 찾아왔을 때는 이미 죽어있더라는 (겁니다).”

그렇게 아이가 숨지자 어른들은 아이를 암매장하기로 합니다.

집주인 이씨의 차에 싣고 이틀간을 돌아다니다 경기도의 한 야산에 암매장했습니다.

그리고 평소처럼 생활해 온 겁니다.

경찰은 엄마인 박씨를 상해 치사 혐의로 구속하고 공범인 이모씨와 백모씨를 사체 유기혐의로 구속했습니다.

<인터뷰> 염건령(선임연구위원/한국범죄학연구소) : “이게 뭐냐면 죄책감의 분산 효과라고 해요.한 명이 살인을 저지르면 고민을 하는데 두 명이 저지를 땐 공범이 있으니까 좀 낫겠지 하고 군중 심리에 의한 범죄 가속 효과라고 볼 수 있는 거죠.”

7살 여자 아이가 그렇게 폭행을 당해 숨졌지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전혀 저는 모르겠네요.”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새로 이사 온 사람은 잘 몰라요.”

살아 있다면 5학년이 될 아이가 이미 5년 전에 숨져 초등학교에 입학조차 할 수 없었는데 어느 공공기관에서도 아이가 잘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경남교육청 관계자(음성변조) : “학적이 안 들어갔기 때문에 학교에서 관리를 할 수 없죠. 주민 센터에서 하죠. 왜 안 하는지 독촉장을 보내고 그렇게 하죠. 놓칠 수가 있죠.”

미취학 아동에 대한 교육당국과 지자체의 관리 사각지대 속에 비극이 발생한 것입니다.

최근 7살 아들을 폭행 후 숨지자 냉동 보관한 사건, 여중생 딸을 장기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방치한 사건 등이 잇따르자 실종 아동에 대한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인터뷰> 염건령(선임연구위원/한국범죄학연구소) : "법적, 제도적인 하자가 존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고령자와 연소자에 대해서는 생존을 주기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기관이나 시스템을 만들어서 (실행)하게 된다면 이런 불상사는 막을 수 있다는 거죠.”

경찰은 큰 딸의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입니다.

또한, 엄마 박씨에 대한 살인혐의 적용을 검토하는 한편 공범들의 폭행가담여부도 수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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