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② 폴란드 역사 지우기 논란

입력 2016.02.16 (18:06) 수정 2016.02.1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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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2차 대전 당시 나치 뿐 아니라 폴란드 역시 유대인 학살을 자행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그런데 이런 역사적 진실을 폴란드 정부가 앞장서서 역사에서 지우려 한다는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베를린 연결합니다.

이민우 특파원, (베를린입니다.)

<질문>
유대인 학살에 폴란드도 동참했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 같은데요?

<답변>
네, 물론 유대인 학살을 주도한건 독일의 나치죠.

하지만 폴란드인들 역시 자발적으로 이에 동참했다는 사실 역시 이미 역사적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영화, 지난 1941년 나치가 점령했던 폴란드의 한 농촌 마을에서 벌어진 유대인 학살을 다뤘는데요.

어린아이를 포함해 유대인 천 6백명이 살해됐습니다.

이 끔찍한 학살을 저지른 이들은 독일군이 아니라, 평범한 폴란드인 이웃들이었습니다.

홀로코스트 연구자로 유명한 그로스 프린스턴대 교수가 지난 2001년에 쓴 '이웃들'이라는 책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인터뷰> 그로스(프린스턴대 교수) : "점령 지역 주민들은 나치의 악행을 보조하며 나치의 주장에 빠져들었습니다. 직접적으로 살해에 가담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의 출간 당시 폴란드에선, 이런 학살이 실제로 있었느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결국 의회 조사를 거쳐 폴란드 대통령이 유대인들에게 공식 사과했습니다.

<질문>
그런데, 왜 갑자기 이 문제가 폴란드에서 다시 불거진건가요?

<답변>
이 그로스 교수가 과거에 받은 폴란드 훈장 때문인데요.

국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폴란드 정부가 훈장을 박탈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그로스 교수는 지난해 9월, 독일 벨트지에 난민 관련 글을 기고했는데요.

폴란드가 난민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역사적인 근원이 있다면서, 사실 폴란드가 2차대전 도중 나치보다 더 많은 유대인을 죽였다, 이렇게 주장한 것이죠.

당시 폴란드에선 그로스 교수를 명예 훼손으로 기소해야 한다는 등 거센 반발이 있었는데요.

그런데 얼마 뒤 집권한 폴란드 보수 정부가, 최근 실제로 그로스 교수의 훈장 박탈을 적극 추진하고 나선 것입니다.

폴란드 검찰 역시 그로스 교수를 국가 명예 훼손 혐의로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질문>
그런데, 이런 폴란드 정부 조처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구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한마다로 폴란드 정부가 자신들의 어두운 역사를 앞장서 지우려 한다는 것입니다.

폴란드 지식인들은 그로스 교수를 변호하는 공개서한을 내고, 폴란드 정부가 과거 나치의 공범이었다는 사실을 숨기려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홀로코스트 연구 학자들과 관련 단체들도, 폴란드 정부의 조처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그로스 교수 보호에 나섰습니다.

어두운 역사를 똑바로 응시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이다.

캐나다의 한 역사 교수가 폴란드 정부에게 던진 충고입니다.

베를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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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2-16 18:09:00
    • 수정2016-02-16 18:54:58
    글로벌24
<앵커 멘트>

2차 대전 당시 나치 뿐 아니라 폴란드 역시 유대인 학살을 자행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그런데 이런 역사적 진실을 폴란드 정부가 앞장서서 역사에서 지우려 한다는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베를린 연결합니다.

이민우 특파원, (베를린입니다.)

<질문>
유대인 학살에 폴란드도 동참했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 같은데요?

<답변>
네, 물론 유대인 학살을 주도한건 독일의 나치죠.

하지만 폴란드인들 역시 자발적으로 이에 동참했다는 사실 역시 이미 역사적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영화, 지난 1941년 나치가 점령했던 폴란드의 한 농촌 마을에서 벌어진 유대인 학살을 다뤘는데요.

어린아이를 포함해 유대인 천 6백명이 살해됐습니다.

이 끔찍한 학살을 저지른 이들은 독일군이 아니라, 평범한 폴란드인 이웃들이었습니다.

홀로코스트 연구자로 유명한 그로스 프린스턴대 교수가 지난 2001년에 쓴 '이웃들'이라는 책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인터뷰> 그로스(프린스턴대 교수) : "점령 지역 주민들은 나치의 악행을 보조하며 나치의 주장에 빠져들었습니다. 직접적으로 살해에 가담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의 출간 당시 폴란드에선, 이런 학살이 실제로 있었느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결국 의회 조사를 거쳐 폴란드 대통령이 유대인들에게 공식 사과했습니다.

<질문>
그런데, 왜 갑자기 이 문제가 폴란드에서 다시 불거진건가요?

<답변>
이 그로스 교수가 과거에 받은 폴란드 훈장 때문인데요.

국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폴란드 정부가 훈장을 박탈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그로스 교수는 지난해 9월, 독일 벨트지에 난민 관련 글을 기고했는데요.

폴란드가 난민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역사적인 근원이 있다면서, 사실 폴란드가 2차대전 도중 나치보다 더 많은 유대인을 죽였다, 이렇게 주장한 것이죠.

당시 폴란드에선 그로스 교수를 명예 훼손으로 기소해야 한다는 등 거센 반발이 있었는데요.

그런데 얼마 뒤 집권한 폴란드 보수 정부가, 최근 실제로 그로스 교수의 훈장 박탈을 적극 추진하고 나선 것입니다.

폴란드 검찰 역시 그로스 교수를 국가 명예 훼손 혐의로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질문>
그런데, 이런 폴란드 정부 조처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구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한마다로 폴란드 정부가 자신들의 어두운 역사를 앞장서 지우려 한다는 것입니다.

폴란드 지식인들은 그로스 교수를 변호하는 공개서한을 내고, 폴란드 정부가 과거 나치의 공범이었다는 사실을 숨기려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홀로코스트 연구 학자들과 관련 단체들도, 폴란드 정부의 조처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그로스 교수 보호에 나섰습니다.

어두운 역사를 똑바로 응시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이다.

캐나다의 한 역사 교수가 폴란드 정부에게 던진 충고입니다.

베를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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