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과제·청소·게임까지 강요…어기면 처절한 ‘응징’

입력 2016.02.26 (08:32) 수정 2016.02.2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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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인분교수 사건 기억하십니까?

몇 년 동안 제자를 때리고 노예처럼 부린 것도 모자라 강제로 인분까지 먹인 것으로 드러난 교수였는데, 이번엔 같은 학교, 같은 과 학생 사이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가해 학생은 학교 과제와 자기 집 청소는 물론 군대에서처럼 피해 학생에게 취침점호를 시키는 등 거의 노예처럼 부렸다고 합니다.

심지어 밤새 게임을 대신하게 하면서 게임 레벨을 올릴 것을 지시한 것으로도 조사됐는데요.

이 과정에서 상습적 폭행이 이뤄졌고 피해학생은 전치 8주의 부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방 사립대 학생이던 아들의 몸에 가족들이 이상이 있음을 알게 된 건 지난달 6일 밤이었습니다.

응급실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녹취> 피해자 보호자(음성변조) : “지금 환자는 보호자가 꼭 필요한 상황이니까 오셔야만 이야기해 준대요.”

담당 의사는 이 학생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고 했습니다.

<녹취>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황달기가 있으셨어요. 창백해 보이고, 전신이 많이 부어 있는 상태였고, 너무 젊으신 나이였고, 갑자기 그렇게 되는 경우가 거의 드물죠.“

학생은 리어카를 끌고 가다 다쳤다고 했는데 의사가 보기엔 그렇지 않았다는데요.

<녹취>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그 상처만 가지고 몸이 붓거나 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여러 가지 검사가 필요하다고 설명을 하고......“

검사 결과 비뇨, 피부, 정형, 안과 등에 걸쳐 전치 8주의 진단을 받았습니다.

등과 허리엔 붉은 피멍이, 양 팔과 다리는 심하게 부어올랐으며 심한 빈혈까지 몸에 성한 곳이 거의 없었습니다.

큰 손상으로 수술이 필요한 곳도 있었습니다.

<녹취> 피해학생 보호자(음성변조) : “귀두가 3분의 1이 내려 앉아있어요. 소변이 나올 때도 보면 직진으로 안 나오고 흐트러져서 나와요. 소변줄에 조금 구멍이 나면 소변이 다른 쪽으로 샌다고 하더라고요.“

이 학생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평범했던 이 대학생이 변한 건 지난 해부터였다는데요.

<녹취> 학과 동기생(음성변조) : “성격이 온순하고 공부 잘하고 착한 형이었어요. 저희들은 그래서 (형을) 좋아했고. 근데 좀 달라지기 시작했죠. 어두워지고 말 수도 없고. 안 피던 담배를 피웠으니까요.“

어렵게 입을 연 피해학생에게선 믿을 수 없는 얘기가 쏟아졌습니다.

2014년 초 제대 후 복학하면서 만난 같은 과 동기로부터 1년 동안 지속적인 폭력과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겁니다.

이 동기학생은 학교 내에서 외제차를 끌고 다니는 등 부유한 집 아들로 알려졌습니다.

그런 동기학생이 일자리를 소개하며 둘은 친해졌습니다.

<인터뷰> 피해학생 (음성변조) : “걔네 아버지 한테 형이 와가지고 일을 도와서 할 거다. 자기아버지 소개시켜준 거예요. 그때부터 이제 걔네 집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고......“

졸업 후 함께 일하자는 동기생인 가해학생의 제안, 취업난 때문에 또 가정형편이 좋지 않았던 터라 그 제안을 철썩같이 믿었습니다.

<녹취> 피해자 보호자(음성변조) : “말을 유창하게 잘해요. 저랑 남편이랑 걔 말을 믿었다니까요. 아빠가 치과의사인데 나중에 이 사업을 키워서 지금은 폐기물만 소각하지만 나중에 소각장까지 같이 해서 크게 키울 거다(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게 불행의 시작이었습니다.

믿음의 대가는 무시무시한 폭력이었습니다.

일을 못한다며 시작된 주먹질은 강도가 점점 세졌습니다.

금속 옷걸이로 만든 쇠뭉치로 맞아 머리에 피가 나기도 했고, 성적 학대까지 있었다는데... 그런 상처 때문에 피해학생의 속옷은 저렇게 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가해 학생 자취방에서 하루 24시간을 거의 함께 보내며 가혹행위는 갈수록 심해졌다데요.

학과 과제는 기본, 집안청소는 물론이고 밤을 새워 게임을 대신해서 가해 학생의 게임 레벨을 올려야 했습니다.

새벽 1시에는 군대에서 하던 점호까지 시켰다고 합니다.

<인터뷰> 피해학생(음성변조) : “밤 12시인가 1시에 절 깨워요. 그러면서 했던 게 걔가 자는 동안 해야 하는 게임 캐릭터를 어떻게 키우는 지에 대한 브리핑을 점호 때 해야 하는 거고요. 그때부터 저는 비몽사몽 한 상태에서 게임을 돌리는 거고요.“

<인터뷰> 피해학생(음성변조) : “(밤새?) 네, 만약에 제가 조는 걸 봤다 하면은 그날 아침에 폭행이 가해지는 거예요.“

당시 같은 건물에 거주하던 이웃은 매일 밤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녹취> 당시 이웃 주민(인터뷰) : “그 남자 우는 소리 잘못 했다는 소리나. 그런 소리를 들었었죠. 그게 한 두 번이 아니어서 새벽 2시 3시 아니면 4시쯤에 구타한 것 같고. 깨우는 건 오전 10시 11시 되어서 그런 소리 들렸거든요.“

이웃의 말처럼 매일 오전 가해학생을 깨우는 것이 하루 일과의 시작!

<녹취> 피해학생(음성변조) : “(XX아. XX아. 지금 10시거든. 좀 더 잘 거야?) 응. (10시 30분정도에 깨워줘 그럼?) 응"

심지어 가해학생은 피해학생을 자신이 잘 데리고 있다고 얘기하며 주변 사람들로부터 격리시켰습니다.

피해학생은 이런 상황을 쉽사리 거역할 수 없었다는데요. 협박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 피해학생(음성변조) : “1500만원이면 사람을 어떻게 할 수 있다. 조심해라. 지금 당장 전화를 하면 당장 뛰쳐나올 조폭 애도 몇 명 있고, 저는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는 데 걔가 제 가족을 거론하고......“

수업시간에 피해학생의 상태를 이상하게 여긴 교수가 병원진료를 받게 하면서 또 병원에서 이를 가족들에게 연락하면서 피해학생은 긴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 후 경찰 조사가 시작됐고, 재력가 집안의 자재라는 가해학생의 말도 상당부분 거짓이라는 게 경찰 수사 결과입니다.

인분교수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않았는데, 이번엔 학교 친구들 간에 벌어진 이 사건.

대체 왜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걸까?

<인터뷰> 이수정(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 “멀쩡한 청년들이 이런 문제에 빠져드는 것이 이게 사실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만 보이지 않는다는 데 심각성이 있는 것 같아요. 취직이 잘 되고 대학교 졸업만 해도 여기저기 오라는 데 많고 그러면 이 청년들이 비합리적인 힘에 굴복을 했을까요? 너무나 미래가 암울하니까 이 청년들을 결국 구렁텅이 속으로 몰아넣는 간접적인 이유가 될 것이다(라고) 보이죠. “

현재 가해학생은 피해학생이 원해서 몇 대 때린 적이 있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가해학생은 상습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됐는데 대학 동기생 간 벌어진 일이 씁쓸함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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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과제·청소·게임까지 강요…어기면 처절한 ‘응징’
    • 입력 2016-02-26 08:34:21
    • 수정2016-02-26 09: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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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인분교수 사건 기억하십니까?

몇 년 동안 제자를 때리고 노예처럼 부린 것도 모자라 강제로 인분까지 먹인 것으로 드러난 교수였는데, 이번엔 같은 학교, 같은 과 학생 사이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가해 학생은 학교 과제와 자기 집 청소는 물론 군대에서처럼 피해 학생에게 취침점호를 시키는 등 거의 노예처럼 부렸다고 합니다.

심지어 밤새 게임을 대신하게 하면서 게임 레벨을 올릴 것을 지시한 것으로도 조사됐는데요.

이 과정에서 상습적 폭행이 이뤄졌고 피해학생은 전치 8주의 부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방 사립대 학생이던 아들의 몸에 가족들이 이상이 있음을 알게 된 건 지난달 6일 밤이었습니다.

응급실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녹취> 피해자 보호자(음성변조) : “지금 환자는 보호자가 꼭 필요한 상황이니까 오셔야만 이야기해 준대요.”

담당 의사는 이 학생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고 했습니다.

<녹취>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황달기가 있으셨어요. 창백해 보이고, 전신이 많이 부어 있는 상태였고, 너무 젊으신 나이였고, 갑자기 그렇게 되는 경우가 거의 드물죠.“

학생은 리어카를 끌고 가다 다쳤다고 했는데 의사가 보기엔 그렇지 않았다는데요.

<녹취>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그 상처만 가지고 몸이 붓거나 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여러 가지 검사가 필요하다고 설명을 하고......“

검사 결과 비뇨, 피부, 정형, 안과 등에 걸쳐 전치 8주의 진단을 받았습니다.

등과 허리엔 붉은 피멍이, 양 팔과 다리는 심하게 부어올랐으며 심한 빈혈까지 몸에 성한 곳이 거의 없었습니다.

큰 손상으로 수술이 필요한 곳도 있었습니다.

<녹취> 피해학생 보호자(음성변조) : “귀두가 3분의 1이 내려 앉아있어요. 소변이 나올 때도 보면 직진으로 안 나오고 흐트러져서 나와요. 소변줄에 조금 구멍이 나면 소변이 다른 쪽으로 샌다고 하더라고요.“

이 학생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평범했던 이 대학생이 변한 건 지난 해부터였다는데요.

<녹취> 학과 동기생(음성변조) : “성격이 온순하고 공부 잘하고 착한 형이었어요. 저희들은 그래서 (형을) 좋아했고. 근데 좀 달라지기 시작했죠. 어두워지고 말 수도 없고. 안 피던 담배를 피웠으니까요.“

어렵게 입을 연 피해학생에게선 믿을 수 없는 얘기가 쏟아졌습니다.

2014년 초 제대 후 복학하면서 만난 같은 과 동기로부터 1년 동안 지속적인 폭력과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겁니다.

이 동기학생은 학교 내에서 외제차를 끌고 다니는 등 부유한 집 아들로 알려졌습니다.

그런 동기학생이 일자리를 소개하며 둘은 친해졌습니다.

<인터뷰> 피해학생 (음성변조) : “걔네 아버지 한테 형이 와가지고 일을 도와서 할 거다. 자기아버지 소개시켜준 거예요. 그때부터 이제 걔네 집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고......“

졸업 후 함께 일하자는 동기생인 가해학생의 제안, 취업난 때문에 또 가정형편이 좋지 않았던 터라 그 제안을 철썩같이 믿었습니다.

<녹취> 피해자 보호자(음성변조) : “말을 유창하게 잘해요. 저랑 남편이랑 걔 말을 믿었다니까요. 아빠가 치과의사인데 나중에 이 사업을 키워서 지금은 폐기물만 소각하지만 나중에 소각장까지 같이 해서 크게 키울 거다(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게 불행의 시작이었습니다.

믿음의 대가는 무시무시한 폭력이었습니다.

일을 못한다며 시작된 주먹질은 강도가 점점 세졌습니다.

금속 옷걸이로 만든 쇠뭉치로 맞아 머리에 피가 나기도 했고, 성적 학대까지 있었다는데... 그런 상처 때문에 피해학생의 속옷은 저렇게 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가해 학생 자취방에서 하루 24시간을 거의 함께 보내며 가혹행위는 갈수록 심해졌다데요.

학과 과제는 기본, 집안청소는 물론이고 밤을 새워 게임을 대신해서 가해 학생의 게임 레벨을 올려야 했습니다.

새벽 1시에는 군대에서 하던 점호까지 시켰다고 합니다.

<인터뷰> 피해학생(음성변조) : “밤 12시인가 1시에 절 깨워요. 그러면서 했던 게 걔가 자는 동안 해야 하는 게임 캐릭터를 어떻게 키우는 지에 대한 브리핑을 점호 때 해야 하는 거고요. 그때부터 저는 비몽사몽 한 상태에서 게임을 돌리는 거고요.“

<인터뷰> 피해학생(음성변조) : “(밤새?) 네, 만약에 제가 조는 걸 봤다 하면은 그날 아침에 폭행이 가해지는 거예요.“

당시 같은 건물에 거주하던 이웃은 매일 밤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녹취> 당시 이웃 주민(인터뷰) : “그 남자 우는 소리 잘못 했다는 소리나. 그런 소리를 들었었죠. 그게 한 두 번이 아니어서 새벽 2시 3시 아니면 4시쯤에 구타한 것 같고. 깨우는 건 오전 10시 11시 되어서 그런 소리 들렸거든요.“

이웃의 말처럼 매일 오전 가해학생을 깨우는 것이 하루 일과의 시작!

<녹취> 피해학생(음성변조) : “(XX아. XX아. 지금 10시거든. 좀 더 잘 거야?) 응. (10시 30분정도에 깨워줘 그럼?) 응"

심지어 가해학생은 피해학생을 자신이 잘 데리고 있다고 얘기하며 주변 사람들로부터 격리시켰습니다.

피해학생은 이런 상황을 쉽사리 거역할 수 없었다는데요. 협박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 피해학생(음성변조) : “1500만원이면 사람을 어떻게 할 수 있다. 조심해라. 지금 당장 전화를 하면 당장 뛰쳐나올 조폭 애도 몇 명 있고, 저는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는 데 걔가 제 가족을 거론하고......“

수업시간에 피해학생의 상태를 이상하게 여긴 교수가 병원진료를 받게 하면서 또 병원에서 이를 가족들에게 연락하면서 피해학생은 긴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 후 경찰 조사가 시작됐고, 재력가 집안의 자재라는 가해학생의 말도 상당부분 거짓이라는 게 경찰 수사 결과입니다.

인분교수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않았는데, 이번엔 학교 친구들 간에 벌어진 이 사건.

대체 왜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걸까?

<인터뷰> 이수정(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 “멀쩡한 청년들이 이런 문제에 빠져드는 것이 이게 사실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만 보이지 않는다는 데 심각성이 있는 것 같아요. 취직이 잘 되고 대학교 졸업만 해도 여기저기 오라는 데 많고 그러면 이 청년들이 비합리적인 힘에 굴복을 했을까요? 너무나 미래가 암울하니까 이 청년들을 결국 구렁텅이 속으로 몰아넣는 간접적인 이유가 될 것이다(라고) 보이죠. “

현재 가해학생은 피해학생이 원해서 몇 대 때린 적이 있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가해학생은 상습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됐는데 대학 동기생 간 벌어진 일이 씁쓸함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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