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北 당 대회 앞두고 ‘70일 전투’ 돌입

입력 2016.02.27 (08:07) 수정 2016.02.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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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임박하면서 북한은 내부 결속의 고삐를 더욱 조이고 있습니다.

특히 5월 7차 당 대회를 70여 일 앞두고 ‘70일 전투’란 구호까지 내걸고 또 다시 속도전에 돌입했는데요.

총력 체제에 들어간 북한 내부 분위기와 7차 당 대회 전망을 <클로즈업 북한>에서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평양의 대형 공연장.

미사일이 하늘로 솟구치는 장면과 함께, 현란한 공연이 시작됐다.

북한의 대표 악단인 모란봉악단과 공훈국가합창단이 함께하는 합동 공연 현장이다.

<녹취> ‘김정은 장군께 영광을’ : "영광을 드립니다 김정은 장군께.."

미사일 발사 관계자 수천 명이 객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대형 스크린에는 연신 미사일 발사 장면과 김정은의 모습이 등장했다.

<녹취> ‘보란듯이’ :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사회주의 내 나라"

이례적인 두 악단의 합동 공연.

이번 공연에서는 미사일 찬양 신곡도 첫 선을 보였다.

<녹취> ‘빛나라 광명성’(신곡) : "그 이름도 찬란히 빛나는 광명성 광명성"

미사일 발사 이후 불고 있는 광풍에 가까운 핵, 미사일 선전전.

선전전의 가장 선봉에 선 건, 단연 북한 매체다.

<녹취> 북한 기록영화 ‘우주정복자들에게 값높은 영광을...’ : "통쾌하다. 가슴 후련하다. 우리의 수소탄이여."

핵실험 이후 쏟아진 수십 편의 찬양 시에 이어, 최근엔 미사일 발사 과정을 담은 새 기록영화도 전파를 탔다.

광명성호 발사를 축하하는 연회장에서부터 환영 행사장과 국가표창 수여식까지, 미사일 개발자들이 참여하는 모든 행사에 김정은은 이들과 함께 했다.

<녹취> 조선중앙TV : "자신께서 받으셔야 할 만민의 축하와 영광을 전사들에게 고스란히 돌려주시니 우리 원수님 같으신 분은 세상에 없습니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의 모든 성과를 김정은의 치적으로 포장하고 나선 것이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핵실험을 체제 선전, 그 다음에 김정은 정권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어떤 그런 계기로 활용을 하고 있거든요. 그러기 때문에 대외적으로는 국제 제재와 압박이 심화되고 있지만 그런 견해에 맞서서 대내적인 어떤 결속을 강화하는 대대적인 선전전에 몰두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대대적인 선전전이 노리는 진짜 속셈은 무엇일까?

북한 당국이 미사일 발사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벌인 대규모 연회.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직접 연설문을 낭독하며, 이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녹취> 조선중앙TV : "(김정은은) 광명성 4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함으로써 당 제7차대회를 맞으며 우리 인민에게 승리의 월계관을 안겨준 동지들에게 다시 한 번 축하의 인사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뜨겁게 말씀하시였다."

대북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이번 미사일 발사를 오늘 5월 열리는 당 대회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북한의 당 대회는 최고지도자를 포함한 전국의 대의원이 모여 당의 노선과 주요 정책을 논의하는 북한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북한에선 1980년 6차 대회를 끝으로 당 대회가 중단된 상황.

집권 5년차에 불과한 김정은이 36년간이나 열리지 않던 당 대회를 굳이 올해 개최하려는 이유는 뭘까.

<인터뷰> 정영철(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 "당 대회는 북한의 어떤 역사적 전환의 계기점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집권 5년차의 김정은 시대에 와서 당 대회가 열린다고 하는 것은 앞선 김정일 시대와도 구분되는 김정은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된다고 하는 의미를 갖습니다. 김정은의 권력이 보다 더 공고화되는 이런 의미를 갖는다, 이렇게 볼 수 있겠죠."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건 이번 주 당 중앙위원회에서 제시한 이른바 ‘70일 전투’다.

<녹취> 조선중앙TV : "역사적인 당 제7차대회를 앞두고 충정의 70일전투를 벌일 것을 열렬히 호소하였으며 위대한 조선로동당의 전체 당원들이 이 전투에서 영예로운 승리자가 될데 대하여 강조했습니다."

대북 제재 국면에서 5월 7차 당 대회 개최 때까지 70일 간 주민 역량을 총동원하기 위한 이른바 ‘속도전’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녹취> 김수길(평양시당위원회 책임비서) : "혁명의 70일 전투는 수령 결사 옹위전, 수령의 유훈 관철전이며, 당 정책 옹위전입니다."

북한 매체들도 일제히 70일 전투 띄우기에 나섰다.

도로 양 옆에 선 환영인파 사이로 붉은 기를 들고 행진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

70일 전투에 나선 신의주 방직공장 근로자들이다.

<녹취> 량철웅(신의주방직공장 기사장) : "70일 전투에 들어선 우리 공장 노동자계급의 열의가 정말 높습니다."

인터뷰에 나선 근로자들 역시, 70일 전투가 생산성과에 도움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녹취> 리성금(신의주방직공장 근로자) : "승리의 5월을 향하여 70일 전투에 참가한 저의 마음도 당 제7차대회에 전례 없는 노력적 선물을 마련하려는 오직 하나의 일념으로 가슴 불태우고 있습니다."

‘70일 전투’는 원래 북한의 경제 발전이 지지부진하던 1970년대, 당시 후계자였던 김정일이 대중동원을 위해 제시했던 구호였다.

<녹취> 조선중앙TV : "1974년 말에 우리 장군님(김정일) 진두에 나서신 70일 전투는 창조와 건설의 세계적 거장의 특출한 영도실력이 세계를 경탄시킨 역사적인 대전투였습니다."

40여년 만에 부활한 70일 전투.

<녹취> "70일 전투를 힘있게 벌려 당 제7차대회를 승리자의 대회 영광의 대회로 빛내이자."

프로그램 사이사이 방송하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노동신문 역시 광명성 4호 개발자들을 본받아 주민들이 70일 전투에 매진해야 한다며, 70일 전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여기에, 지난 2009년 장거리 미사일 발사 당시 사용했던 '위성 속도' 구호도 7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은 과거부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한을 정해놓고 작업을 독려합니다. 그런데 지금 북한이 예정한 당 대회까지 70일이 남았거든요, 대략적으로. 그러기 때문에 그 기간 안에 북한의 어떤 전 사회적, 인민적, 국가적 어떤 자원과 노력을 동원하겠다, 그런 목표로 보여 집니다."

70일 전투 돌입에 때 맞춰 7차 당 대회를 겨냥한 새로운 공동구호도 발표됐다.

<녹취> "조선노동당 7차 대회가 열리는 올해에 강성국가건설의 최전성기를 열어나가자!"

신년사 이후 1달 여 만에 새로 발표된 공동구호는 무려 350여 개.

이는 김일성 탄생 100주년, 지난해 당 창건 70주년 등 북한이 주요 정치적 기념일마다 발표해 온 구호들보다도 많은 수치다.

공동구호를 관철하기 위한 결의대회와 다양한 생산 현장의 모습도 속속 북한 TV를 통해 전파를 타고 있다.

<녹취> 김영수(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돌격대원) : "공동구호에서는 백두산영웅청년3호발전소, 원산군민발전소 건설을 당이 정해준 시간 안에 무조건 끝내라. 이렇게 밝히지 않았습니까. 공동구호가 발표되자마자 우리 대대에서는 혁신이 일어났습니다. 오늘 전투과제를 벌써 다 끝냈단 말입니다."

공동구호가 발표되면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도 구호 암송 등 각종 경연이 벌어진다는 게 한 탈북자의 전언이다.

<인터뷰> 최성국(2011년 탈북) : "이걸 가지고 문답식 경연 전투를 한다. 표현이 전투인데 북한은 그냥 다 전투에요. 전투적으로‘내가 더 많이 암송 했냐, 네가 더 많이 암송 했냐.’이걸 전투하는 심정으로, 전쟁하는 것처럼 서로 경기를 한다 이거죠. 구호를 더 많이 암송하고, 그 구호의 뜻을 더 많이 말하는 사람들, 안 보고 말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1등하는 거죠."

이번 공동구호에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표현도 등장한다.

<녹취> "수소탄시험에서 성공한 그 기세로 올해의 총 진군을 힘있게 다그쳐 나가자!"

바로 핵, 미사일 관련 구호들이다.

북한 당국이 김정은의 업적으로 선전하는 핵, 미사일 발사를 공동구호에 포함시켜, 주민 독려에 나선 것이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신생 김정은 정권의 공동 구호의 특징을 본다고 그러면 일단 공동 구호의 양이 대폭 늘어났고요. 그 다음에 상당 부분이 김정은 정권이 내세우고 있는 핵과 위성 개발에 지금 집중이 되어 있습니다. 공동 구호나 어떤 여러 가지 선전 선동 수단을 활용해서 김정은 개인의 어떤 정당성, 그 다음에 능력의 과대 포장, 그 다음에 성과의 과대 포장 이런 경향들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과거와 좀 차이가 있죠."

여기에, ‘경제’를 유독 강조한 것도 이번 공동구호가 보이는 특이점이다.

당 대회 공동구호 350여 개 중 경제 분야 개수는 113개.

이는 최고 지도자를 언급한 공동구호를 비롯해 국방, 청년 등 다른 분야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는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경제문제에 대한 북한 당국의 고민을 잘 반영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고강도의 유엔안보리 제재안이 나오면서, 북한의 경제 전망은 더욱 어두워진 상황이다.

<인터뷰> 정영철(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 "중요한 것은 외부의 투자입니다. 그런데 이 외부의 투자는 현재 북한이 처해있는 봉쇄 문제라든지, 또 현재 어떤 국제적인 갈등, 고립, 이런 것들로 인해서 그렇게 많은 투자들이 이뤄지고 있지 않은 그런 상황입니다."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북한 당국이 임금의 최대 90퍼센트를 통치 자금으로 활용하는 해외 근로자들의 인력 송출 역시, 대북 제재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대외무역의 90퍼센트를 차지하는 북중교역도 큰 타격이 불기피할 전망이다.

대다수 주민들이 장마당을 통해 생활을 영위하는 상황에서, 당 대회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는 게 한 탈북자의 전언이다.

<인터뷰> 최성국(2011년 탈북) : "당 대회를 먼저 선포했다 하면 그 당 대회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 아주 특별 검문 기간이나 같아요. 그동안에 비행을 저지르면 안 되는 거예요. 장사 자체가 비행인 거예요. 그러니까 이게 상당히 통제를 받으면서 가야 되고, 특히 대거리 장사꾼들은 멀리 왔다 갔다 해야 되는데 이 동안에 검문소에서 특별 검열을 해요. 뇌물이 더 많이 나가고 더 힘들죠. 그러니까 이런 당 대회 같은 행사들을 주민들은 반가워하지 않는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당 대회의 방향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라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그 다음 국제 규범에 맞는 어떤 행동, 어떤 규율을 지키지 않는한 김정은 정권이 경제를 회생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그러기 때문에 이번 7차 당 대회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북한 경제 회생이나 아니면 새로운 국가 발전 이런 것보다는 김정은 정권의 권력 기반을 강화하는데 가장 큰 목적이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대북제재 국면에서 온갖 속도전과 주민 동원으로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당 대회를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북한!

하지만 잇따른 핵과 미사일 도발에 따른 제재조치가 가시화되면서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를 열고자 하는 북한 정권의 시도가 성공을 거두기는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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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北 당 대회 앞두고 ‘70일 전투’ 돌입
    • 입력 2016-02-27 08:41:09
    • 수정2016-02-27 09:00:35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임박하면서 북한은 내부 결속의 고삐를 더욱 조이고 있습니다.

특히 5월 7차 당 대회를 70여 일 앞두고 ‘70일 전투’란 구호까지 내걸고 또 다시 속도전에 돌입했는데요.

총력 체제에 들어간 북한 내부 분위기와 7차 당 대회 전망을 <클로즈업 북한>에서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평양의 대형 공연장.

미사일이 하늘로 솟구치는 장면과 함께, 현란한 공연이 시작됐다.

북한의 대표 악단인 모란봉악단과 공훈국가합창단이 함께하는 합동 공연 현장이다.

<녹취> ‘김정은 장군께 영광을’ : "영광을 드립니다 김정은 장군께.."

미사일 발사 관계자 수천 명이 객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대형 스크린에는 연신 미사일 발사 장면과 김정은의 모습이 등장했다.

<녹취> ‘보란듯이’ :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사회주의 내 나라"

이례적인 두 악단의 합동 공연.

이번 공연에서는 미사일 찬양 신곡도 첫 선을 보였다.

<녹취> ‘빛나라 광명성’(신곡) : "그 이름도 찬란히 빛나는 광명성 광명성"

미사일 발사 이후 불고 있는 광풍에 가까운 핵, 미사일 선전전.

선전전의 가장 선봉에 선 건, 단연 북한 매체다.

<녹취> 북한 기록영화 ‘우주정복자들에게 값높은 영광을...’ : "통쾌하다. 가슴 후련하다. 우리의 수소탄이여."

핵실험 이후 쏟아진 수십 편의 찬양 시에 이어, 최근엔 미사일 발사 과정을 담은 새 기록영화도 전파를 탔다.

광명성호 발사를 축하하는 연회장에서부터 환영 행사장과 국가표창 수여식까지, 미사일 개발자들이 참여하는 모든 행사에 김정은은 이들과 함께 했다.

<녹취> 조선중앙TV : "자신께서 받으셔야 할 만민의 축하와 영광을 전사들에게 고스란히 돌려주시니 우리 원수님 같으신 분은 세상에 없습니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의 모든 성과를 김정은의 치적으로 포장하고 나선 것이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핵실험을 체제 선전, 그 다음에 김정은 정권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어떤 그런 계기로 활용을 하고 있거든요. 그러기 때문에 대외적으로는 국제 제재와 압박이 심화되고 있지만 그런 견해에 맞서서 대내적인 어떤 결속을 강화하는 대대적인 선전전에 몰두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대대적인 선전전이 노리는 진짜 속셈은 무엇일까?

북한 당국이 미사일 발사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벌인 대규모 연회.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직접 연설문을 낭독하며, 이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녹취> 조선중앙TV : "(김정은은) 광명성 4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함으로써 당 제7차대회를 맞으며 우리 인민에게 승리의 월계관을 안겨준 동지들에게 다시 한 번 축하의 인사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뜨겁게 말씀하시였다."

대북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이번 미사일 발사를 오늘 5월 열리는 당 대회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북한의 당 대회는 최고지도자를 포함한 전국의 대의원이 모여 당의 노선과 주요 정책을 논의하는 북한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북한에선 1980년 6차 대회를 끝으로 당 대회가 중단된 상황.

집권 5년차에 불과한 김정은이 36년간이나 열리지 않던 당 대회를 굳이 올해 개최하려는 이유는 뭘까.

<인터뷰> 정영철(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 "당 대회는 북한의 어떤 역사적 전환의 계기점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집권 5년차의 김정은 시대에 와서 당 대회가 열린다고 하는 것은 앞선 김정일 시대와도 구분되는 김정은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된다고 하는 의미를 갖습니다. 김정은의 권력이 보다 더 공고화되는 이런 의미를 갖는다, 이렇게 볼 수 있겠죠."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건 이번 주 당 중앙위원회에서 제시한 이른바 ‘70일 전투’다.

<녹취> 조선중앙TV : "역사적인 당 제7차대회를 앞두고 충정의 70일전투를 벌일 것을 열렬히 호소하였으며 위대한 조선로동당의 전체 당원들이 이 전투에서 영예로운 승리자가 될데 대하여 강조했습니다."

대북 제재 국면에서 5월 7차 당 대회 개최 때까지 70일 간 주민 역량을 총동원하기 위한 이른바 ‘속도전’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녹취> 김수길(평양시당위원회 책임비서) : "혁명의 70일 전투는 수령 결사 옹위전, 수령의 유훈 관철전이며, 당 정책 옹위전입니다."

북한 매체들도 일제히 70일 전투 띄우기에 나섰다.

도로 양 옆에 선 환영인파 사이로 붉은 기를 들고 행진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

70일 전투에 나선 신의주 방직공장 근로자들이다.

<녹취> 량철웅(신의주방직공장 기사장) : "70일 전투에 들어선 우리 공장 노동자계급의 열의가 정말 높습니다."

인터뷰에 나선 근로자들 역시, 70일 전투가 생산성과에 도움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녹취> 리성금(신의주방직공장 근로자) : "승리의 5월을 향하여 70일 전투에 참가한 저의 마음도 당 제7차대회에 전례 없는 노력적 선물을 마련하려는 오직 하나의 일념으로 가슴 불태우고 있습니다."

‘70일 전투’는 원래 북한의 경제 발전이 지지부진하던 1970년대, 당시 후계자였던 김정일이 대중동원을 위해 제시했던 구호였다.

<녹취> 조선중앙TV : "1974년 말에 우리 장군님(김정일) 진두에 나서신 70일 전투는 창조와 건설의 세계적 거장의 특출한 영도실력이 세계를 경탄시킨 역사적인 대전투였습니다."

40여년 만에 부활한 70일 전투.

<녹취> "70일 전투를 힘있게 벌려 당 제7차대회를 승리자의 대회 영광의 대회로 빛내이자."

프로그램 사이사이 방송하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노동신문 역시 광명성 4호 개발자들을 본받아 주민들이 70일 전투에 매진해야 한다며, 70일 전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여기에, 지난 2009년 장거리 미사일 발사 당시 사용했던 '위성 속도' 구호도 7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은 과거부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한을 정해놓고 작업을 독려합니다. 그런데 지금 북한이 예정한 당 대회까지 70일이 남았거든요, 대략적으로. 그러기 때문에 그 기간 안에 북한의 어떤 전 사회적, 인민적, 국가적 어떤 자원과 노력을 동원하겠다, 그런 목표로 보여 집니다."

70일 전투 돌입에 때 맞춰 7차 당 대회를 겨냥한 새로운 공동구호도 발표됐다.

<녹취> "조선노동당 7차 대회가 열리는 올해에 강성국가건설의 최전성기를 열어나가자!"

신년사 이후 1달 여 만에 새로 발표된 공동구호는 무려 350여 개.

이는 김일성 탄생 100주년, 지난해 당 창건 70주년 등 북한이 주요 정치적 기념일마다 발표해 온 구호들보다도 많은 수치다.

공동구호를 관철하기 위한 결의대회와 다양한 생산 현장의 모습도 속속 북한 TV를 통해 전파를 타고 있다.

<녹취> 김영수(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돌격대원) : "공동구호에서는 백두산영웅청년3호발전소, 원산군민발전소 건설을 당이 정해준 시간 안에 무조건 끝내라. 이렇게 밝히지 않았습니까. 공동구호가 발표되자마자 우리 대대에서는 혁신이 일어났습니다. 오늘 전투과제를 벌써 다 끝냈단 말입니다."

공동구호가 발표되면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도 구호 암송 등 각종 경연이 벌어진다는 게 한 탈북자의 전언이다.

<인터뷰> 최성국(2011년 탈북) : "이걸 가지고 문답식 경연 전투를 한다. 표현이 전투인데 북한은 그냥 다 전투에요. 전투적으로‘내가 더 많이 암송 했냐, 네가 더 많이 암송 했냐.’이걸 전투하는 심정으로, 전쟁하는 것처럼 서로 경기를 한다 이거죠. 구호를 더 많이 암송하고, 그 구호의 뜻을 더 많이 말하는 사람들, 안 보고 말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1등하는 거죠."

이번 공동구호에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표현도 등장한다.

<녹취> "수소탄시험에서 성공한 그 기세로 올해의 총 진군을 힘있게 다그쳐 나가자!"

바로 핵, 미사일 관련 구호들이다.

북한 당국이 김정은의 업적으로 선전하는 핵, 미사일 발사를 공동구호에 포함시켜, 주민 독려에 나선 것이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신생 김정은 정권의 공동 구호의 특징을 본다고 그러면 일단 공동 구호의 양이 대폭 늘어났고요. 그 다음에 상당 부분이 김정은 정권이 내세우고 있는 핵과 위성 개발에 지금 집중이 되어 있습니다. 공동 구호나 어떤 여러 가지 선전 선동 수단을 활용해서 김정은 개인의 어떤 정당성, 그 다음에 능력의 과대 포장, 그 다음에 성과의 과대 포장 이런 경향들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과거와 좀 차이가 있죠."

여기에, ‘경제’를 유독 강조한 것도 이번 공동구호가 보이는 특이점이다.

당 대회 공동구호 350여 개 중 경제 분야 개수는 113개.

이는 최고 지도자를 언급한 공동구호를 비롯해 국방, 청년 등 다른 분야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는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경제문제에 대한 북한 당국의 고민을 잘 반영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고강도의 유엔안보리 제재안이 나오면서, 북한의 경제 전망은 더욱 어두워진 상황이다.

<인터뷰> 정영철(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 "중요한 것은 외부의 투자입니다. 그런데 이 외부의 투자는 현재 북한이 처해있는 봉쇄 문제라든지, 또 현재 어떤 국제적인 갈등, 고립, 이런 것들로 인해서 그렇게 많은 투자들이 이뤄지고 있지 않은 그런 상황입니다."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북한 당국이 임금의 최대 90퍼센트를 통치 자금으로 활용하는 해외 근로자들의 인력 송출 역시, 대북 제재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대외무역의 90퍼센트를 차지하는 북중교역도 큰 타격이 불기피할 전망이다.

대다수 주민들이 장마당을 통해 생활을 영위하는 상황에서, 당 대회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는 게 한 탈북자의 전언이다.

<인터뷰> 최성국(2011년 탈북) : "당 대회를 먼저 선포했다 하면 그 당 대회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 아주 특별 검문 기간이나 같아요. 그동안에 비행을 저지르면 안 되는 거예요. 장사 자체가 비행인 거예요. 그러니까 이게 상당히 통제를 받으면서 가야 되고, 특히 대거리 장사꾼들은 멀리 왔다 갔다 해야 되는데 이 동안에 검문소에서 특별 검열을 해요. 뇌물이 더 많이 나가고 더 힘들죠. 그러니까 이런 당 대회 같은 행사들을 주민들은 반가워하지 않는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당 대회의 방향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라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그 다음 국제 규범에 맞는 어떤 행동, 어떤 규율을 지키지 않는한 김정은 정권이 경제를 회생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그러기 때문에 이번 7차 당 대회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북한 경제 회생이나 아니면 새로운 국가 발전 이런 것보다는 김정은 정권의 권력 기반을 강화하는데 가장 큰 목적이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대북제재 국면에서 온갖 속도전과 주민 동원으로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당 대회를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북한!

하지만 잇따른 핵과 미사일 도발에 따른 제재조치가 가시화되면서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를 열고자 하는 북한 정권의 시도가 성공을 거두기는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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