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공업용 실리콘’을 주름에?…무면허 시술 ‘덜미’

입력 2016.03.04 (08:32) 수정 2016.03.0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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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칼을 대야 하는 성형수술 대신 원하는 부위를 예쁘게 바꿔주는 각종 미용 시술들, 고통도 상대적으로 적고 비용 면에서도 유리하다 보니 요즘 인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시술들, 어디서 받고 계십니까?

주변 사람의 소개나 입소문만 믿고 혹시 의료기관이 아닌 곳, 또 무자격자를 찾지는 않으셨습니까?

주름을 펴준다는 필러수술에 공업용 실리콘을 사용하거나, 미용실이나 피부관리실에서 눈썹 등의 문신을 해온 이들이 경찰에 붙잡혔는데요.

피해자들은 심각한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13년, 69살 신모 씨는 한 점집에 갔다가 주인에게 솔깃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녹취> 신○○(불법 시술 피해자/음성변조) : "앉아서 그런 걸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러면 나도 여기 조금 자국이 남았는데 없어지느냐, 그러니까 없어진다는 거예요. 아주 잘 (시술)한다고 해서……."

병원보다 훨씬 싼 값에 주름살을 펴는 필러 시술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점집 주인은 입소문이 자자하다는 56살 오모 씨를 소개했고, 신 씨는 150만 원을 내고 독일제라 믿을 만하다는 필러 시술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예뻐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신○○(불법 시술 피해자/음성변조) : "(얼굴이) 딱딱하게 뭉쳐있고, 말하려면 입에 볼이 물리고 많이 부어있으니까……. 병원에 가도 이걸 어떻게 할 수가 없대요."

부작용을 호소하자 시술자 오 씨는 연락을 끊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소개해 준 점집 주인도 모른척하기는 마찬가지. 두 사람은 결국 한패였습니다.

피해자는 비싼 돈만 내고 얼굴을 망가뜨린 꼴이 됐습니다.

<인터뷰> 김현영(수사과장/은평경찰서) : "소문을 잘 내면 여기(점집)도 장사가 잘 되고 나도 그것(불법 시술)을 할 수 있지 않으냐, 그러니까 나에 대한 홍보를 잘 해줘서 서로가 사업이 잘될 수 있도록 서로 협조하기로 하고……."

신 씨가 시술받은 건 주름 시술에 쓰는 의료용 필러가 아니라 인터넷에서 구입한 공업용 실리콘이었습니다.

신 씨는 심각한 부작용으로 정신적 고통까지 겪고 있는데요.

<녹취> 신○○(불법 시술 피해자/음성변조) : "(사람을) 만나기가 싫은 거예요. 공황장애가 오고 우울증 때문에 수면제를 먹어야 하고……."

경찰 조사 결과 신 씨에게 공업용 실리콘을 주사한 오 씨는 서울과 대전 등을 오가며 21명에게 공업용 실리콘을 필러로 속여 시술했습니다.

천 9백여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부작용 피해자들이 속속 나타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 58살 박모 씨가 신고하면서 경찰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박 씨도 우연히 알게 된 지인으로부터 오 씨에게 필러를 맞으라고 권유받았는데요.

그 지인 역시 오 씨와 초등학교 동창인 공범으로, 자신의 집을 필러 시술 장소로 제공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박○○(불법 시술 피해자/음성변조) : "등산 가서 만난 아줌마가……. 조금 친해지다 보니까 집에 갔더니 몇 명의 아줌마들이 시술하고 있더라고요."

이렇게 ‘중간 소개책’까지 두고 활동해온 오 씨.

경찰의 추적을 피하려고 시술 비용을 딸의 통장으로 받고, 주거지를 여러 번 옮기는 등 치밀하게 움직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오 씨를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로 구속하고 공범 두 명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지난달 23일, 경찰이 경기도 고양의 한 미용업체를 급습했습니다.

손님으로 보이는 여성들이 침대 위에 누워있는데요.

여성은 눈썹 문신 같은 이른바 ‘반영구 화장’을 시술받으려던 참이었습니다.

<인터뷰> 김현영(수사과장/은평경찰서) : "눈썹, 아이라인 그리고 입술에 색소를 (넣어서) 하는 게 있다고 하더라고요. (침대를) 죽 나열해놓고 영업행위를 한 거예요."

의료기관이 아닌 미용실이나 피부관리실에서 이뤄지는 반영구 화장은 사실상 불법입니다.

39살 박모 씨는 지난해 4월부터 시내 중심가에 버젓이 간판까지 달고 이런 불법 시술소를 운영해왔습니다.

인터넷 블로그에 대놓고 홍보까지 하면서 250여 명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고, 2천 5백여만 원을 벌어들였습니다.

<인터뷰> 김현영(수사과장/은평경찰서) : "(블로그에) "세상에 못생긴 여자는 없다. 단지 예뻐지는 방법을 모를 뿐이다." 그런 문구도 있고 해서 홍보가 그쪽으로 많이 됐고……."

전직 간호조무사였던 박 씨는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벽에 걸어두기도 했는데요.

이런 번듯한 모습에 이용자들은 박 씨를 믿고 시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녹취> 해당 업체 이용자(음성변조) : "눈썹 (문신)을 한다고 (상가) 밑에 1층에 써 붙였더라고요. 불법인지 몰랐으니까 갔지 불법이면 했겠어요. 그리고 대부분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해요."

박 씨는 의료법 등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뉴스따라잡기 취재진은 지난달 23일 단속을 받았던 박 씨의 업체를 어제 찾아가 봤습니다.

박 씨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불구속 입건된 상탠데, 경찰이 들이닥친 지 열흘도 안됐지만, 업체는 영업을 하는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녹취>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영업한 지 얼마나 됐나요?) 제가 아니라서 (사장님에게) 연락드리라고 할게요."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오전에 (문) 열어서 오후에 끝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출장을 많이 가시더라고요."

전문가는 불법 성형이나 미용 시술로 부작용이 생기면 회복할 수 없을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인터뷰> 임이석(피부과 전문의) : "실명도 일어나고 괴사가 일어나서 피부가 썩을 수도 있죠.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거예요."

하지만 불법 시술이 일부 여성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데다,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도 낮아 완전히 근절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각종 부작용 우려에도 불법 시술을 쉽게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런 행태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녹취> 신○○(불법 시술 피해자/음성변조) : "불법이라는 것을 알기는 알았죠. 알았지만 정말 많이들 하고 잘한다고 해서……. 내 잘못도 있죠."

경찰은 이런 불법 성형이나 미용 시술이 만연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이번 사건으로 인한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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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공업용 실리콘’을 주름에?…무면허 시술 ‘덜미’
    • 입력 2016-03-04 08:37:23
    • 수정2016-03-04 09:25:28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칼을 대야 하는 성형수술 대신 원하는 부위를 예쁘게 바꿔주는 각종 미용 시술들, 고통도 상대적으로 적고 비용 면에서도 유리하다 보니 요즘 인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시술들, 어디서 받고 계십니까?

주변 사람의 소개나 입소문만 믿고 혹시 의료기관이 아닌 곳, 또 무자격자를 찾지는 않으셨습니까?

주름을 펴준다는 필러수술에 공업용 실리콘을 사용하거나, 미용실이나 피부관리실에서 눈썹 등의 문신을 해온 이들이 경찰에 붙잡혔는데요.

피해자들은 심각한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13년, 69살 신모 씨는 한 점집에 갔다가 주인에게 솔깃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녹취> 신○○(불법 시술 피해자/음성변조) : "앉아서 그런 걸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러면 나도 여기 조금 자국이 남았는데 없어지느냐, 그러니까 없어진다는 거예요. 아주 잘 (시술)한다고 해서……."

병원보다 훨씬 싼 값에 주름살을 펴는 필러 시술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점집 주인은 입소문이 자자하다는 56살 오모 씨를 소개했고, 신 씨는 150만 원을 내고 독일제라 믿을 만하다는 필러 시술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예뻐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신○○(불법 시술 피해자/음성변조) : "(얼굴이) 딱딱하게 뭉쳐있고, 말하려면 입에 볼이 물리고 많이 부어있으니까……. 병원에 가도 이걸 어떻게 할 수가 없대요."

부작용을 호소하자 시술자 오 씨는 연락을 끊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소개해 준 점집 주인도 모른척하기는 마찬가지. 두 사람은 결국 한패였습니다.

피해자는 비싼 돈만 내고 얼굴을 망가뜨린 꼴이 됐습니다.

<인터뷰> 김현영(수사과장/은평경찰서) : "소문을 잘 내면 여기(점집)도 장사가 잘 되고 나도 그것(불법 시술)을 할 수 있지 않으냐, 그러니까 나에 대한 홍보를 잘 해줘서 서로가 사업이 잘될 수 있도록 서로 협조하기로 하고……."

신 씨가 시술받은 건 주름 시술에 쓰는 의료용 필러가 아니라 인터넷에서 구입한 공업용 실리콘이었습니다.

신 씨는 심각한 부작용으로 정신적 고통까지 겪고 있는데요.

<녹취> 신○○(불법 시술 피해자/음성변조) : "(사람을) 만나기가 싫은 거예요. 공황장애가 오고 우울증 때문에 수면제를 먹어야 하고……."

경찰 조사 결과 신 씨에게 공업용 실리콘을 주사한 오 씨는 서울과 대전 등을 오가며 21명에게 공업용 실리콘을 필러로 속여 시술했습니다.

천 9백여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부작용 피해자들이 속속 나타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 58살 박모 씨가 신고하면서 경찰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박 씨도 우연히 알게 된 지인으로부터 오 씨에게 필러를 맞으라고 권유받았는데요.

그 지인 역시 오 씨와 초등학교 동창인 공범으로, 자신의 집을 필러 시술 장소로 제공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박○○(불법 시술 피해자/음성변조) : "등산 가서 만난 아줌마가……. 조금 친해지다 보니까 집에 갔더니 몇 명의 아줌마들이 시술하고 있더라고요."

이렇게 ‘중간 소개책’까지 두고 활동해온 오 씨.

경찰의 추적을 피하려고 시술 비용을 딸의 통장으로 받고, 주거지를 여러 번 옮기는 등 치밀하게 움직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오 씨를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로 구속하고 공범 두 명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지난달 23일, 경찰이 경기도 고양의 한 미용업체를 급습했습니다.

손님으로 보이는 여성들이 침대 위에 누워있는데요.

여성은 눈썹 문신 같은 이른바 ‘반영구 화장’을 시술받으려던 참이었습니다.

<인터뷰> 김현영(수사과장/은평경찰서) : "눈썹, 아이라인 그리고 입술에 색소를 (넣어서) 하는 게 있다고 하더라고요. (침대를) 죽 나열해놓고 영업행위를 한 거예요."

의료기관이 아닌 미용실이나 피부관리실에서 이뤄지는 반영구 화장은 사실상 불법입니다.

39살 박모 씨는 지난해 4월부터 시내 중심가에 버젓이 간판까지 달고 이런 불법 시술소를 운영해왔습니다.

인터넷 블로그에 대놓고 홍보까지 하면서 250여 명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고, 2천 5백여만 원을 벌어들였습니다.

<인터뷰> 김현영(수사과장/은평경찰서) : "(블로그에) "세상에 못생긴 여자는 없다. 단지 예뻐지는 방법을 모를 뿐이다." 그런 문구도 있고 해서 홍보가 그쪽으로 많이 됐고……."

전직 간호조무사였던 박 씨는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벽에 걸어두기도 했는데요.

이런 번듯한 모습에 이용자들은 박 씨를 믿고 시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녹취> 해당 업체 이용자(음성변조) : "눈썹 (문신)을 한다고 (상가) 밑에 1층에 써 붙였더라고요. 불법인지 몰랐으니까 갔지 불법이면 했겠어요. 그리고 대부분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해요."

박 씨는 의료법 등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뉴스따라잡기 취재진은 지난달 23일 단속을 받았던 박 씨의 업체를 어제 찾아가 봤습니다.

박 씨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불구속 입건된 상탠데, 경찰이 들이닥친 지 열흘도 안됐지만, 업체는 영업을 하는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녹취>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영업한 지 얼마나 됐나요?) 제가 아니라서 (사장님에게) 연락드리라고 할게요."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오전에 (문) 열어서 오후에 끝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출장을 많이 가시더라고요."

전문가는 불법 성형이나 미용 시술로 부작용이 생기면 회복할 수 없을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인터뷰> 임이석(피부과 전문의) : "실명도 일어나고 괴사가 일어나서 피부가 썩을 수도 있죠.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거예요."

하지만 불법 시술이 일부 여성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데다,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도 낮아 완전히 근절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각종 부작용 우려에도 불법 시술을 쉽게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런 행태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녹취> 신○○(불법 시술 피해자/음성변조) : "불법이라는 것을 알기는 알았죠. 알았지만 정말 많이들 하고 잘한다고 해서……. 내 잘못도 있죠."

경찰은 이런 불법 성형이나 미용 시술이 만연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이번 사건으로 인한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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