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전 세계가 분노 사회?

입력 2016.03.09 (18:12) 수정 2016.03.0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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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헬조선, 흙수저 등 한국사회에는 분노가 가득 담긴 단어들이 난무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렇게 분노가 만연한 건 한국만이 아닌가 봅니다.

분노방이 인기를 끌고 분노 범죄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국제부 조지현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질문>
최근에 도로 위의 폭력이 심각한 수준이라고요?

<답변>
도로 위에서 분노에 찬 운전자들이 난폭한 행동을 하는 것을 '로드 레이지'라고 합니다.

우리식으로는 '보복 운전'이 맞겠죠.

최근 미국에서 이 '보복 운전'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캘리포니아의 한 고속도로입니다.

검은색 차가 위험하게 추월을 하더니 급기야 은색 차량 앞에서 멈춰 서 버립니다.

화가 난 듯한 운전자가 내리더니 열린 창문으로 은색 차 운전자를 마구 때립니다.

당시 이 은색차에는 어린아이들도 3명이나 타고 있었다고 합니다.

도로위의 다툼에 야구방망이와 긴 막대기까지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두 사람은 달리는 차인에서 서로 말다툼 등을 벌이다가 신호가 빨간 불이 되니까 아예 차 밖으로 나와서 싸움을 벌인거라고 하는데요.

목격자들은 신호가 다시 초록불로 바뀌면서 싸움이 끝이 났다고 전했습니다.

총이 등장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오토바이 한 무리가 트럭을 지나가는데요.

잠시 후 트럭 운전자가 창문을 내리더니 오토바이 운전자를 향해 총을 겨누며 욕을 하기 시작합니다.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트럭을 방해했다는 건데요.

지난해에는 뉴멕시코주에서 화가난 운전자가 총을 쏴서 앞차에 타고 있던 4살짜리 여자아기가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질문>
화가난 상태에서 운전하는 게 매우 위험하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죠?

<답변>
네, 버지니아텍에서 연구를 해봤는데요. 화가 난 상태에서 운전을 하면 평소보다 사고 확률이 10배 정도 더 높아진다고 합니다.

또, 운전 중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보다 두배 가량 더 위험합니다.

2013년 워싱턴 포스트의 여론조사를 보면 12%가 운전 중 다른 운전자에게 통제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답했는데요.

이는 3년 전의 6%에서 2배가량 늘어난 것입니다.

실제 보복 운전으로 인한 사망 등 치명적 사고도 매년 늘고 있습니다.

2004년과 2013년을 비교하면 10년 만에 10배가량 늘었습니다.

보복운전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미국사회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이런 광고도 등장했습니다.

위험하게 끼어든 검은색 차에 화가 난 운전자가 경적을 울리면서 가로막는데요.

욕을 하며 다가갔는데 차에서 전직 복싱선수가 내리자 바로 꼬리를 내립니다.

<녹취> "당신인 줄 몰랐어요."

누가 달려들지 모르니 보복운전을 하지 말라는 겁니다.

<질문>
최근에는 분노방이라는 것도 유행이라고 하더라고요?

<답변>
방에 있는 물건을 부수면서 화를 풀 수 있는 건데요, 지난 2008년 미국에서 처음 문을 열었는데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안전모와 장갑을 착용한 뒤 방에 들어가서 모든 물건을 마음껏 부수는데요.

물건을 벽에 던지고 발로 차고, 야구방망이를 크게 휘둘러도 아무도 뭐라는 사람이 없습니다.

요금은 5분에 25달러 그러니까 약 3만원 정도인데요.

분노방은 매달 예약이 꽉 차서 기다려야 할만큼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특히 평소 화를 표현하는 데 힘들어하는 여성들도 이곳을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인터뷰> 레슬리 고어(분노방 이용자) : "와인잔이 정말 좋았어요. 왜냐면 전 남친이 와인 회사에 다녔거든요."

실연의 상처를 분노방에서 푼 거 같죠?

현재 분노방은 캐나다, 러시아, 폴란드 등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질문>
정말 이런 걸 보니까 사람들이 화가 많이 나있는거 같아요?

<답변>
미국에서 조사를 해봤더니 실제 사람들의 분노지수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NBC뉴스 등의 조사를 보면 미국인들 절반가량이 1년 전보다 더 화가 나 있는 상태라고 답했는데요.

흥미로운 건 정치 성향에 따라서도 분노지수가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이전보다 더 분노를 느낀다고 답한 사람은 공화당 지지자가 61%로 민주당 지지자들(42%)보다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공화당 지지자들 중 77%는 하루에 한 번 이상 분노를 느낀다고 답했는데요.

공화당 지지자들이 가장 화가 난 이슈는 의회가 제대로 기능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비주류를 자처하며 막말을 일삼으며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하는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에서 선전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질문>
이런 분노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문제잖아요?

<답변>
사회적으로 분노가 만연하다는 건 그 사회에 뭔가 문제가 있는거고 그 원인을 잘 살펴봐야하겠죠.

하지만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전문가들은 분노를 적절히 통제하고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럼 이런 건 어떨까요?

<녹취>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같은 전통은 매우 중요하죠. (이게 대체 뭐하자는 만찬이야? 난 왜 여기 꼭 와야돼?)"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지난해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에 자신의 분노를 표현해 줄 '분노 통역사'로 코미디언을 고용한 겁니다.

재임기간 동안 언론과 신경전을 벌여왔던 대통령이 이렇게 유머로 분노 또는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한 거죠.

정말 분노통역사라는 직업이 생겨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때론 이런 유머로 분노를 표현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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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3-09 18:12:39
    • 수정2016-03-09 18:22:12
    글로벌24
<앵커 멘트>

헬조선, 흙수저 등 한국사회에는 분노가 가득 담긴 단어들이 난무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렇게 분노가 만연한 건 한국만이 아닌가 봅니다.

분노방이 인기를 끌고 분노 범죄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국제부 조지현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질문>
최근에 도로 위의 폭력이 심각한 수준이라고요?

<답변>
도로 위에서 분노에 찬 운전자들이 난폭한 행동을 하는 것을 '로드 레이지'라고 합니다.

우리식으로는 '보복 운전'이 맞겠죠.

최근 미국에서 이 '보복 운전'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캘리포니아의 한 고속도로입니다.

검은색 차가 위험하게 추월을 하더니 급기야 은색 차량 앞에서 멈춰 서 버립니다.

화가 난 듯한 운전자가 내리더니 열린 창문으로 은색 차 운전자를 마구 때립니다.

당시 이 은색차에는 어린아이들도 3명이나 타고 있었다고 합니다.

도로위의 다툼에 야구방망이와 긴 막대기까지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두 사람은 달리는 차인에서 서로 말다툼 등을 벌이다가 신호가 빨간 불이 되니까 아예 차 밖으로 나와서 싸움을 벌인거라고 하는데요.

목격자들은 신호가 다시 초록불로 바뀌면서 싸움이 끝이 났다고 전했습니다.

총이 등장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오토바이 한 무리가 트럭을 지나가는데요.

잠시 후 트럭 운전자가 창문을 내리더니 오토바이 운전자를 향해 총을 겨누며 욕을 하기 시작합니다.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트럭을 방해했다는 건데요.

지난해에는 뉴멕시코주에서 화가난 운전자가 총을 쏴서 앞차에 타고 있던 4살짜리 여자아기가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질문>
화가난 상태에서 운전하는 게 매우 위험하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죠?

<답변>
네, 버지니아텍에서 연구를 해봤는데요. 화가 난 상태에서 운전을 하면 평소보다 사고 확률이 10배 정도 더 높아진다고 합니다.

또, 운전 중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보다 두배 가량 더 위험합니다.

2013년 워싱턴 포스트의 여론조사를 보면 12%가 운전 중 다른 운전자에게 통제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답했는데요.

이는 3년 전의 6%에서 2배가량 늘어난 것입니다.

실제 보복 운전으로 인한 사망 등 치명적 사고도 매년 늘고 있습니다.

2004년과 2013년을 비교하면 10년 만에 10배가량 늘었습니다.

보복운전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미국사회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이런 광고도 등장했습니다.

위험하게 끼어든 검은색 차에 화가 난 운전자가 경적을 울리면서 가로막는데요.

욕을 하며 다가갔는데 차에서 전직 복싱선수가 내리자 바로 꼬리를 내립니다.

<녹취> "당신인 줄 몰랐어요."

누가 달려들지 모르니 보복운전을 하지 말라는 겁니다.

<질문>
최근에는 분노방이라는 것도 유행이라고 하더라고요?

<답변>
방에 있는 물건을 부수면서 화를 풀 수 있는 건데요, 지난 2008년 미국에서 처음 문을 열었는데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안전모와 장갑을 착용한 뒤 방에 들어가서 모든 물건을 마음껏 부수는데요.

물건을 벽에 던지고 발로 차고, 야구방망이를 크게 휘둘러도 아무도 뭐라는 사람이 없습니다.

요금은 5분에 25달러 그러니까 약 3만원 정도인데요.

분노방은 매달 예약이 꽉 차서 기다려야 할만큼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특히 평소 화를 표현하는 데 힘들어하는 여성들도 이곳을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인터뷰> 레슬리 고어(분노방 이용자) : "와인잔이 정말 좋았어요. 왜냐면 전 남친이 와인 회사에 다녔거든요."

실연의 상처를 분노방에서 푼 거 같죠?

현재 분노방은 캐나다, 러시아, 폴란드 등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질문>
정말 이런 걸 보니까 사람들이 화가 많이 나있는거 같아요?

<답변>
미국에서 조사를 해봤더니 실제 사람들의 분노지수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NBC뉴스 등의 조사를 보면 미국인들 절반가량이 1년 전보다 더 화가 나 있는 상태라고 답했는데요.

흥미로운 건 정치 성향에 따라서도 분노지수가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이전보다 더 분노를 느낀다고 답한 사람은 공화당 지지자가 61%로 민주당 지지자들(42%)보다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공화당 지지자들 중 77%는 하루에 한 번 이상 분노를 느낀다고 답했는데요.

공화당 지지자들이 가장 화가 난 이슈는 의회가 제대로 기능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비주류를 자처하며 막말을 일삼으며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하는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에서 선전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질문>
이런 분노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문제잖아요?

<답변>
사회적으로 분노가 만연하다는 건 그 사회에 뭔가 문제가 있는거고 그 원인을 잘 살펴봐야하겠죠.

하지만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전문가들은 분노를 적절히 통제하고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럼 이런 건 어떨까요?

<녹취>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같은 전통은 매우 중요하죠. (이게 대체 뭐하자는 만찬이야? 난 왜 여기 꼭 와야돼?)"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지난해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에 자신의 분노를 표현해 줄 '분노 통역사'로 코미디언을 고용한 겁니다.

재임기간 동안 언론과 신경전을 벌여왔던 대통령이 이렇게 유머로 분노 또는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한 거죠.

정말 분노통역사라는 직업이 생겨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때론 이런 유머로 분노를 표현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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