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농약 소주’ 범인은?…여전히 미궁 속

입력 2016.03.15 (08:33) 수정 2016.03.1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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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9일 밤 경북 청송군 마을 회관에서 소주를 마시던 마을 주민 두 명이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소주에 안에 고독성 농약이 들어있던 건데 결국 1명 숨지고, 1명은 여전히 위중한 상탭니다.

이른바 “농약 소주” 사건이 일어난 지 오늘로 7일 쨉니다.

하지만 아직도 용의자는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농약 사이다” 사건과 지난 1월 “농약 두유” 사건까지.

닮은 꼴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농촌 마을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서는 아직도 미궁 속에 있는 “농약 소주”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농약 소주” 사건이 일어난 경북 청송의 한 농촌마을입니다.

5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작은 마을.

주민들은 아직까지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날벼락이 떨어졌는지 모르겠다. 일이 이렇게 돼서 무슨 말도 못하고. 그날 저녁 너무 놀라서 아직까지 머리 아프고, 어지럽고. 밤새도록 잠 못 자고 그랬다니까. 마음이 아파 죽겠어요."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그것 (농약을) 왜 술병에 넣은 거야. 동네 망하게 하려고 그렇지. 큰일 났다. 큰일 났다. 일도 손에 안 잡힌다."

조용한 농촌마을을 뒤흔든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 9일 밤 9시 40분쯤 마을회관에서였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저녁을 지어 먹고,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던 시간이었는데요.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앉아서 얘기하고, 밥해 먹고, 밤까지 저녁 해 먹고 놀다가 그래 화투치는 사람치고, 노는 사람 놀고."

평소와 다름없었던 그 시간.

그런데!

몇몇 주민들이 술을 마시던 한 쪽 방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집니다.

<녹취> 故 박모 씨 유족(음성변조) : "문을 열고 나오는데 우리 아저씨가 헉헉대고 이렇더라니까요. “여보 왜 이래요, 왜 이래요.” 이러니까 손가락을 깨물더라고요. 아 큰일났다."

문제는 박 모 씨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박 씨와 함께 소주를 마시던 허 모 씨도 같은 증상을 보이며 쓰러지고 만 겁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한사람 누워있고, 또 한 사람이 쓰러지더라고. 그 사람도 “내가 왜 이렇게 어지러워.” 그러고 또 누워버리더라고. 눈 깜짝할 사이 둘이 금방 술 먹고."

순식간에 벌어진 급박한 상황에 마을회관은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대원도 한눈에 사태가 심각함을 직감했다는데요,

<인터뷰> 허성택(소방장/청송소방서 안덕119지역대) : "의식이 없고, 경련이 약간 두드러지게 보였습니다. 입에 거품이 하얗게 보인 상태였고요."

쓰러진 박 씨와 허 씨는 응급처치를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하지만, 처음 쓰러진 박 모 씨는 다음날 아침 끝내 숨을 거두었고, 허 씨 역시 아직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음독 피해자 허모 씨 동생 : "중환자실에 있죠. 심장이 어제부터 (12일부터) 갑자기 나빠졌대요. 위독한 상태고."

국과수 조사결과 박 씨와 허 씨가 마신 소주병과 소주잔에서 “고독성 살충제”인 “메소밀” 검출됐습니다.

숨진 박 씨의 부검결과 역시 메소밀로 인한 약물 중독으로 드러났습니다.

누군가... 마을 사람들이 마시는 소주 안에 “고독성 살충제”를 넣었다는 얘깁니다.

<인터뷰> 최병태(청송경찰서 수사과장 현장) : "소주 병에서 메소밀 농약 성분이 검출됐기 때문에 이것은 누군가가 고의로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누가, 왜 이런 짓을 저지른 걸까.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히게 됩니다.

마을회관에 CCTV가 없어, 누가 마을회관에 드나들었는지, 문제의 소주를 냉장고에 넣은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마을회관 김치냉장고에 보관돼 있던 38병의 소주 가운데 메소밀이 검출된 소주는 피해자들이 마신 문제의 소주 딱 1병 뿐이었는데, 그 소주는 사망한 박 씨가 직접 냉장고에서 꺼내 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녹취> 故 박모 씨 유족(음성변조) : "(그 방에서) 술이 없는데요 하니까 우리 아저씨가 “형수요, 왜 술이 없어요.”이렇게 하면서 냉장고 가서 들고 오더라고요."

경찰은 마을 전수조사를 벌여 유통과 사용이 금지된 메소밀 8병을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사용 흔적이 없어 경찰은 이번 사건과의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병태(청송경찰서 수사과장) : "네 가구에서 여덟 병이 확인됐는데, 현재는 (범죄)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다 할 단서조차 잡지 못한 채 답답한 시간만 흐르고 있는 상황.

마을 주민들은 불안은 커져가고 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안 모이죠. 골목 밖에도 나가기 싫더라. 무섭기도 하고. (밖에) 쓰레기도 못 갖다 놓겠다."

경찰은 마을 사정을 잘 아는 내부자의 소행으로 보고, 마을 내 갈등과 원한 관계를 확인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병태(청송경찰서 수사과장) : "외부에서 와서 했다는 것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내부에 있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에……,

이번 “농약 소주”사건이 더 충격적인 건, 지난해 7월 2명의 생명을 앗아간 “농약 사이다”사건과 지난 1월 발생한 “농약 두유” 사건에 이어 이번에도 똑같은 금지 농약, “메소밀”이 사용됐다는 점입니다.

메소밀은 소량으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을 만큼 독성이 강한데다 색과 향도 없어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위험성 때문에 2012년부터는 판매와 유통이 중단됐지만, 이미 팔려나간 제품의 경우 제대로 수거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배상훈(교수/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 "(농약은) 시골에서 헛간, 창고에 가면 있는 것이니까 쉽게 쓸 수 있는 것이죠. 범죄수단을 없애는 방법이 제일 좋죠. 메소밀이라는 것, 그 비슷한 맹독성 (농약). 지금은 판매하고 있지 않지만, 기존에 있는 것들은 적극적으로 제조회사, 국가, 지자체에서 수거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고."

행정 당국은 메소밀에 대한 관리 감독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조장용(농식품부 농기자재정책팀) : "판매된 농업인들을 전수조사한다는 것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부분이기 때문에 등록 취소된 고독성 농약이 있을 경우 (자발적으로) 반납할 수 있도록 협조 부탁드립니다."

평화롭던 농촌 마을을 의심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연이은 독극물 사건 제 4, 제 5의 “농약 음료” 범죄를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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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3-15 08:36:16
    • 수정2016-03-15 09: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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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밤 경북 청송군 마을 회관에서 소주를 마시던 마을 주민 두 명이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소주에 안에 고독성 농약이 들어있던 건데 결국 1명 숨지고, 1명은 여전히 위중한 상탭니다.

이른바 “농약 소주” 사건이 일어난 지 오늘로 7일 쨉니다.

하지만 아직도 용의자는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농약 사이다” 사건과 지난 1월 “농약 두유” 사건까지.

닮은 꼴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농촌 마을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서는 아직도 미궁 속에 있는 “농약 소주”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농약 소주” 사건이 일어난 경북 청송의 한 농촌마을입니다.

5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작은 마을.

주민들은 아직까지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날벼락이 떨어졌는지 모르겠다. 일이 이렇게 돼서 무슨 말도 못하고. 그날 저녁 너무 놀라서 아직까지 머리 아프고, 어지럽고. 밤새도록 잠 못 자고 그랬다니까. 마음이 아파 죽겠어요."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그것 (농약을) 왜 술병에 넣은 거야. 동네 망하게 하려고 그렇지. 큰일 났다. 큰일 났다. 일도 손에 안 잡힌다."

조용한 농촌마을을 뒤흔든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 9일 밤 9시 40분쯤 마을회관에서였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저녁을 지어 먹고,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던 시간이었는데요.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앉아서 얘기하고, 밥해 먹고, 밤까지 저녁 해 먹고 놀다가 그래 화투치는 사람치고, 노는 사람 놀고."

평소와 다름없었던 그 시간.

그런데!

몇몇 주민들이 술을 마시던 한 쪽 방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집니다.

<녹취> 故 박모 씨 유족(음성변조) : "문을 열고 나오는데 우리 아저씨가 헉헉대고 이렇더라니까요. “여보 왜 이래요, 왜 이래요.” 이러니까 손가락을 깨물더라고요. 아 큰일났다."

문제는 박 모 씨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박 씨와 함께 소주를 마시던 허 모 씨도 같은 증상을 보이며 쓰러지고 만 겁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한사람 누워있고, 또 한 사람이 쓰러지더라고. 그 사람도 “내가 왜 이렇게 어지러워.” 그러고 또 누워버리더라고. 눈 깜짝할 사이 둘이 금방 술 먹고."

순식간에 벌어진 급박한 상황에 마을회관은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대원도 한눈에 사태가 심각함을 직감했다는데요,

<인터뷰> 허성택(소방장/청송소방서 안덕119지역대) : "의식이 없고, 경련이 약간 두드러지게 보였습니다. 입에 거품이 하얗게 보인 상태였고요."

쓰러진 박 씨와 허 씨는 응급처치를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하지만, 처음 쓰러진 박 모 씨는 다음날 아침 끝내 숨을 거두었고, 허 씨 역시 아직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음독 피해자 허모 씨 동생 : "중환자실에 있죠. 심장이 어제부터 (12일부터) 갑자기 나빠졌대요. 위독한 상태고."

국과수 조사결과 박 씨와 허 씨가 마신 소주병과 소주잔에서 “고독성 살충제”인 “메소밀” 검출됐습니다.

숨진 박 씨의 부검결과 역시 메소밀로 인한 약물 중독으로 드러났습니다.

누군가... 마을 사람들이 마시는 소주 안에 “고독성 살충제”를 넣었다는 얘깁니다.

<인터뷰> 최병태(청송경찰서 수사과장 현장) : "소주 병에서 메소밀 농약 성분이 검출됐기 때문에 이것은 누군가가 고의로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누가, 왜 이런 짓을 저지른 걸까.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히게 됩니다.

마을회관에 CCTV가 없어, 누가 마을회관에 드나들었는지, 문제의 소주를 냉장고에 넣은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마을회관 김치냉장고에 보관돼 있던 38병의 소주 가운데 메소밀이 검출된 소주는 피해자들이 마신 문제의 소주 딱 1병 뿐이었는데, 그 소주는 사망한 박 씨가 직접 냉장고에서 꺼내 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녹취> 故 박모 씨 유족(음성변조) : "(그 방에서) 술이 없는데요 하니까 우리 아저씨가 “형수요, 왜 술이 없어요.”이렇게 하면서 냉장고 가서 들고 오더라고요."

경찰은 마을 전수조사를 벌여 유통과 사용이 금지된 메소밀 8병을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사용 흔적이 없어 경찰은 이번 사건과의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병태(청송경찰서 수사과장) : "네 가구에서 여덟 병이 확인됐는데, 현재는 (범죄)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다 할 단서조차 잡지 못한 채 답답한 시간만 흐르고 있는 상황.

마을 주민들은 불안은 커져가고 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안 모이죠. 골목 밖에도 나가기 싫더라. 무섭기도 하고. (밖에) 쓰레기도 못 갖다 놓겠다."

경찰은 마을 사정을 잘 아는 내부자의 소행으로 보고, 마을 내 갈등과 원한 관계를 확인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병태(청송경찰서 수사과장) : "외부에서 와서 했다는 것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내부에 있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에……,

이번 “농약 소주”사건이 더 충격적인 건, 지난해 7월 2명의 생명을 앗아간 “농약 사이다”사건과 지난 1월 발생한 “농약 두유” 사건에 이어 이번에도 똑같은 금지 농약, “메소밀”이 사용됐다는 점입니다.

메소밀은 소량으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을 만큼 독성이 강한데다 색과 향도 없어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위험성 때문에 2012년부터는 판매와 유통이 중단됐지만, 이미 팔려나간 제품의 경우 제대로 수거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배상훈(교수/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 "(농약은) 시골에서 헛간, 창고에 가면 있는 것이니까 쉽게 쓸 수 있는 것이죠. 범죄수단을 없애는 방법이 제일 좋죠. 메소밀이라는 것, 그 비슷한 맹독성 (농약). 지금은 판매하고 있지 않지만, 기존에 있는 것들은 적극적으로 제조회사, 국가, 지자체에서 수거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고."

행정 당국은 메소밀에 대한 관리 감독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조장용(농식품부 농기자재정책팀) : "판매된 농업인들을 전수조사한다는 것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부분이기 때문에 등록 취소된 고독성 농약이 있을 경우 (자발적으로) 반납할 수 있도록 협조 부탁드립니다."

평화롭던 농촌 마을을 의심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연이은 독극물 사건 제 4, 제 5의 “농약 음료” 범죄를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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