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따라잡기] “단순 가출로 조작”…‘군사작전’ 같은 범행 은폐 시도

입력 2016.03.17 (08:33) 수정 2016.03.1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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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달 중순 경기도 안양에서 실종된 20대 여성이 한달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여성을 살해한 사람은 여성과 같이 살고 있던 남자친구 35살 이 모 씨 경찰은 수사 초기 이 씨를 범인으로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가출했다는 이 씨의 치밀한 진술에 이 씨를 그냥 풀어주고 맙니다.

경찰서를 나온 이 씨는 그대로 행적을 감춰버립니다.

뒤늦게 이 씨를 범인으로 확신한 경찰은 보름이나 지나서야 이 씨를 붙잡았습니다.

경찰은 왜 수사 초기 이 씨를 붙잡을 결정적 기회를 놓쳐버린 걸까요?

사건을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4일 밤 한 남성이 대구의 한 찜질방에 숨어있다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살해 인정하셨어요?) 네. (왜 죽이셨어요?) ……."

경찰에 붙잡힌 남성은 35살 이 모 씨로 동거 중이던 여자 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사건이 알려진 건 지난달 17일.

경찰에 한 통의 신고 전화가 접수되고 부텁니다.

<인터뷰> 탁명수(과장/경기 안양동안경찰서 여성청소년과) : "‘동생이 15일 이후로 아무런 연락이 되지 않으니까 몹시 불안하다. 그러니까 좀 주거지로 가서 확인을 해달라.’는 112신고가……."

연락이 두절된 건 스무 한 살 여성 김 모 씨.

신고를 받은 경찰은 김 씨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로 향했습니다.

<인터뷰> 탁명수(과장/경기 안양동안경찰서 여성청소년과) : "신고를 받고 지구대 경찰관이 현장에 가보니까 동거남이 12일 자신과 언쟁을 하고 그다음 자기는 친구와 당구를 치고 들어와 보니까 짐을 싸서 나갔다고……."

김 씨는 지난해 10월 휴대전화 채팅 어플에서 35살 이 모 씨를 만났고, 지난 12월부터는 같이 살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오피스텔 관계자(음성변조) : "(자주 싸우진 않았나요? 시끄럽다거나.) 민원 들어온 것은 없었으니까. 웃고 다니고 그랬다고 여기 사는 동안은. 친하게 다니고."

경찰은 주변 사람들을 대상으로 탐문조사를 벌이는 한편, 김 씨가 살던 오피스텔에 있는 CCTV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인터뷰> 탁명수(과장/경기 안양동안경찰서 여성청소년과) : "동거남이 얘기한 12일 CCTV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나가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그 나간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서 12일부터 16일 이때까지 모든 CCTV 분량을 전부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실종된 김 씨가 오피스텔을 나가는 장면은 어디에도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12일에 자신과 싸운 뒤 짐을 챙겨 나갔다는 남자친구 이 씨의 진술과 맞지 않는 상황.

CCTV를 분석하던 경찰은 이상한 점, 또 하나를 포착했습니다.

<인터뷰> 탁명수(과장/경기 안양동안경찰서 여성청소년과) : "CCTV 분석 중에 특이점이 발견됩니다. 그게 어떤 거냐면 14일 01시 25분경에 그 동거남이 종이 상자를 카트에 싣고 나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른 새벽부터 종이상자를 옮기는 이 씨의 수상쩍은 모습.

경찰은 즉시, 사건을 단순 가출이 아닌 실종사건으로 전환하고, 남자친구인 이 씨를 중요한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를 시작합니다.

<인터뷰> 이원진(경위/경기 안양동안경찰서 강력 1팀) : "종이상자 짐은 좀 의심스러워서 참고인 조사 때 물어보니까 컴퓨터 부품, 선 같은 거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들을 쓰레기로 다 담아서, 메인보드 몇 개 담아서 버렸다고 진술을 해서"

광고대행업을 하는 이 씨는 사무실을 이사하는 과정에 나온 쓰레기를 버렸다고 진술했습니다.

<인터뷰> 이원진(경위/경기 안양동안경찰서 강력 1팀) : "우리가 의심스러웠지만, 객관적으로 이 사람이 진술하는 것이 사실인지 여부는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하는 거잖아요."

의심스러운 점이 많은 이 씨.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이 씨는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행적을 논리적으로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결국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한 채 이 씨를 풀어주고 맙니다.

그렇게 경찰의 눈을 피한 이 씨는 홀연히 종적을 감춰버립니다.

경찰은 이 씨가 잠적하자 그제야 이 씨를 용의자로 보고 수배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이 씨의 도주행각은 치밀했습니다.

<인터뷰> 이원진(경위/경기 안양동안경찰서 강력 1팀) : "평상시에 신용카드를 주로 사용하는 사람인데 현금을 계속 사용하고 두 차례 걸쳐서 200만 원 인출하는……. 도주할 계획을 세웠고 도주 자금도 그런 식으로 준비한 걸로……."

그렇게 보름가량 자신의 흔적을 숨기며 도주를 계속하던 이 씨는 지난 14일, 대구의 한 찜질방에서 탐문 중이던 경찰에게 검거됩니다.

경찰에 붙잡힌 이 씨는 그제야 자신의 범행을 순순히 자백했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미안한 마음 안 드세요?) ……."

여자친구인 김 씨와 싸우다 홧김에 살해를 했고 인적 드문 새벽시간, 광명시의 한 공터에 암매장했다는 겁니다.

<녹취> 인근 주민(음성변조) : "왕래 안 해, 그렇게…….(앞에도 인적이 드문 도로인가요?) 드물지……."

경찰은, 왜 처음부터 이 씨를 용의자로 의심하고도 범인으로 확신하지 못했을까?

바로 이 씨의 치밀한 범행 은폐 계획 때문이었습니다.

전직 육군 대위 출신이었던 이 씨의 은폐 계획은 마치 군사 작전처럼 용의주도했습니다.

먼저 이 씨는 여자친구인 김 씨를 살해한 이후 김 씨의 휴대전화로 김 씨 언니에게 ‘홍대에 간다’는 문제 메시지를 보냅니다.

김 씨가 가출한 것처럼 꾸민 겁니다.

문자 메시지를 보낸 이후 행동은 더 치밀했습니다.

<인터뷰> 이원진(경위/경기 안양동안경찰서 강력 1팀) : "휴대전화가 꺼지더라도 안양(거주지)에서 꺼지면 안 되는 거예요, 이 사람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홍대에 간걸로 이미 조작을 했기 때문에 피해자 핸드폰을 가져가서 홍대에 가서 끈다든가……."

심지어 시신을 박스에 실어 나르기 전에 근처 문구점에 들러 포장용 에어캡을 샀습니다.

사무실 이삿짐을 나른다는 자신의 거짓말을 경찰이 믿도록 하기 위해 이사 할 때 물건이 깨지는 걸 막아주는포장용 에어캡을 구입한 겁니다.

피의자 김씨의 치밀한 계획 속에 김 씨는 실종 한 달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무사하기만을 바랐던 가족들은 그저 황망하기만 할 뿐입니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어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로 이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경찰은 이 씨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추궁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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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따라잡기] “단순 가출로 조작”…‘군사작전’ 같은 범행 은폐 시도
    • 입력 2016-03-17 08:37:51
    • 수정2016-03-17 09:43:02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지난달 중순 경기도 안양에서 실종된 20대 여성이 한달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여성을 살해한 사람은 여성과 같이 살고 있던 남자친구 35살 이 모 씨 경찰은 수사 초기 이 씨를 범인으로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가출했다는 이 씨의 치밀한 진술에 이 씨를 그냥 풀어주고 맙니다.

경찰서를 나온 이 씨는 그대로 행적을 감춰버립니다.

뒤늦게 이 씨를 범인으로 확신한 경찰은 보름이나 지나서야 이 씨를 붙잡았습니다.

경찰은 왜 수사 초기 이 씨를 붙잡을 결정적 기회를 놓쳐버린 걸까요?

사건을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4일 밤 한 남성이 대구의 한 찜질방에 숨어있다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살해 인정하셨어요?) 네. (왜 죽이셨어요?) ……."

경찰에 붙잡힌 남성은 35살 이 모 씨로 동거 중이던 여자 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사건이 알려진 건 지난달 17일.

경찰에 한 통의 신고 전화가 접수되고 부텁니다.

<인터뷰> 탁명수(과장/경기 안양동안경찰서 여성청소년과) : "‘동생이 15일 이후로 아무런 연락이 되지 않으니까 몹시 불안하다. 그러니까 좀 주거지로 가서 확인을 해달라.’는 112신고가……."

연락이 두절된 건 스무 한 살 여성 김 모 씨.

신고를 받은 경찰은 김 씨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로 향했습니다.

<인터뷰> 탁명수(과장/경기 안양동안경찰서 여성청소년과) : "신고를 받고 지구대 경찰관이 현장에 가보니까 동거남이 12일 자신과 언쟁을 하고 그다음 자기는 친구와 당구를 치고 들어와 보니까 짐을 싸서 나갔다고……."

김 씨는 지난해 10월 휴대전화 채팅 어플에서 35살 이 모 씨를 만났고, 지난 12월부터는 같이 살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오피스텔 관계자(음성변조) : "(자주 싸우진 않았나요? 시끄럽다거나.) 민원 들어온 것은 없었으니까. 웃고 다니고 그랬다고 여기 사는 동안은. 친하게 다니고."

경찰은 주변 사람들을 대상으로 탐문조사를 벌이는 한편, 김 씨가 살던 오피스텔에 있는 CCTV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인터뷰> 탁명수(과장/경기 안양동안경찰서 여성청소년과) : "동거남이 얘기한 12일 CCTV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나가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그 나간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서 12일부터 16일 이때까지 모든 CCTV 분량을 전부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실종된 김 씨가 오피스텔을 나가는 장면은 어디에도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12일에 자신과 싸운 뒤 짐을 챙겨 나갔다는 남자친구 이 씨의 진술과 맞지 않는 상황.

CCTV를 분석하던 경찰은 이상한 점, 또 하나를 포착했습니다.

<인터뷰> 탁명수(과장/경기 안양동안경찰서 여성청소년과) : "CCTV 분석 중에 특이점이 발견됩니다. 그게 어떤 거냐면 14일 01시 25분경에 그 동거남이 종이 상자를 카트에 싣고 나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른 새벽부터 종이상자를 옮기는 이 씨의 수상쩍은 모습.

경찰은 즉시, 사건을 단순 가출이 아닌 실종사건으로 전환하고, 남자친구인 이 씨를 중요한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를 시작합니다.

<인터뷰> 이원진(경위/경기 안양동안경찰서 강력 1팀) : "종이상자 짐은 좀 의심스러워서 참고인 조사 때 물어보니까 컴퓨터 부품, 선 같은 거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들을 쓰레기로 다 담아서, 메인보드 몇 개 담아서 버렸다고 진술을 해서"

광고대행업을 하는 이 씨는 사무실을 이사하는 과정에 나온 쓰레기를 버렸다고 진술했습니다.

<인터뷰> 이원진(경위/경기 안양동안경찰서 강력 1팀) : "우리가 의심스러웠지만, 객관적으로 이 사람이 진술하는 것이 사실인지 여부는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하는 거잖아요."

의심스러운 점이 많은 이 씨.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이 씨는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행적을 논리적으로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결국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한 채 이 씨를 풀어주고 맙니다.

그렇게 경찰의 눈을 피한 이 씨는 홀연히 종적을 감춰버립니다.

경찰은 이 씨가 잠적하자 그제야 이 씨를 용의자로 보고 수배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이 씨의 도주행각은 치밀했습니다.

<인터뷰> 이원진(경위/경기 안양동안경찰서 강력 1팀) : "평상시에 신용카드를 주로 사용하는 사람인데 현금을 계속 사용하고 두 차례 걸쳐서 200만 원 인출하는……. 도주할 계획을 세웠고 도주 자금도 그런 식으로 준비한 걸로……."

그렇게 보름가량 자신의 흔적을 숨기며 도주를 계속하던 이 씨는 지난 14일, 대구의 한 찜질방에서 탐문 중이던 경찰에게 검거됩니다.

경찰에 붙잡힌 이 씨는 그제야 자신의 범행을 순순히 자백했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미안한 마음 안 드세요?) ……."

여자친구인 김 씨와 싸우다 홧김에 살해를 했고 인적 드문 새벽시간, 광명시의 한 공터에 암매장했다는 겁니다.

<녹취> 인근 주민(음성변조) : "왕래 안 해, 그렇게…….(앞에도 인적이 드문 도로인가요?) 드물지……."

경찰은, 왜 처음부터 이 씨를 용의자로 의심하고도 범인으로 확신하지 못했을까?

바로 이 씨의 치밀한 범행 은폐 계획 때문이었습니다.

전직 육군 대위 출신이었던 이 씨의 은폐 계획은 마치 군사 작전처럼 용의주도했습니다.

먼저 이 씨는 여자친구인 김 씨를 살해한 이후 김 씨의 휴대전화로 김 씨 언니에게 ‘홍대에 간다’는 문제 메시지를 보냅니다.

김 씨가 가출한 것처럼 꾸민 겁니다.

문자 메시지를 보낸 이후 행동은 더 치밀했습니다.

<인터뷰> 이원진(경위/경기 안양동안경찰서 강력 1팀) : "휴대전화가 꺼지더라도 안양(거주지)에서 꺼지면 안 되는 거예요, 이 사람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홍대에 간걸로 이미 조작을 했기 때문에 피해자 핸드폰을 가져가서 홍대에 가서 끈다든가……."

심지어 시신을 박스에 실어 나르기 전에 근처 문구점에 들러 포장용 에어캡을 샀습니다.

사무실 이삿짐을 나른다는 자신의 거짓말을 경찰이 믿도록 하기 위해 이사 할 때 물건이 깨지는 걸 막아주는포장용 에어캡을 구입한 겁니다.

피의자 김씨의 치밀한 계획 속에 김 씨는 실종 한 달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무사하기만을 바랐던 가족들은 그저 황망하기만 할 뿐입니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어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로 이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경찰은 이 씨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추궁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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