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인도 ‘소고기 갈등’
입력 2016.03.22 (18:12)
수정 2016.03.2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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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유명 햄버거 업체가 인도에서 팔고 있는 메뉴입니다.
소고기를 먹지 않는 인도인들의 풍습 때문에 이렇게 닭고기와 야채, 양고기로 만든 햄버거를 팔고 있습니다.
인도인들 상당수가 믿고 있는 힌두교에서는 소를 도축하거나 먹는 걸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인도인들이 이걸 지키는 건 아닙니다.
소고기를 둘러싸고 폭력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하는 인도 내부의 속사정과 배경을 이재석 기자와 자세히 짚어봅니다.
<질문>
인도 사람들이 종교적 이유 때문에 소고기를 많이들 안 먹는 건 사실이죠?
<답변>
네, 인도 대부분 지역에서 소고기를 먹는 게 금지돼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소고기를 먹고 싶은 사람들은 주변 눈치를 살펴야 하기도 합니다.
소고기를 둘러싼 이런 웃지 못할 상황을 풍자한 영상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보시겠습니다.
소고기를 먹고 싶은 이 남성, 용기 있게 주문합니다.
<녹취> "(뭘 드시겠어요?) 소고기요"
자, 주변 손님들이 깜짝 놀라는 모습이죠.
이 남성, 어떻게 됐을까요.
결국 경찰에 끌려가고 말았습니다.
소고기를 먹으려는 사람과 단속하는 경찰 사이 긴박한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용케 추격을 피한 이 남성, 소고기 몇 점을 밥으로 덮어서 숨겨 놓았네요.
걱정스러운 아버지가 이렇게 말하기도 하죠.
<녹취> "경찰이 소고기 먹었냐고 물어보면 절대로 안 먹었다고 말해"
<녹취> "신부님, 저 어제 소고기 먹었어요."
물론 이 영상은 풍자 성격을 띠고 있는 거니까 과장이 있다는 걸 감안해서 봐야겠죠.
자 이번엔 소고기를 처음 먹는 인도인의 반응을 보시겠습니다.
<녹취> "뭔가 두껍네요. 턱을 계속 움직여야 하고요."
<질문>
인도 사람들이 소고기를 먹지 않는 건 힌두교 교리 때문이죠?
<답변>
인도인 가운데 80%가 힌두교를 믿습니다.
힌두교에선 오래 전부터 소를, 특히 암소를 신성하게 생각했습니다.
인도 독립운동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도 "내가 진심으로 숭배하는 암소를 구하기 위해 인생을 바칠 준비가 돼있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암소는 힌두교를 믿는 인도인들에게 '어머니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물질적, 정신적 사랑을 베풀어주는 존재로 받아들여집니다.
인도 29개 주 가운데 21개 주에서 소를 도축하는 걸 전면 금지하거나 엄격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어기면 최대 징역 10년까지 선고됩니다.
<질문>
그렇지만 인도인들 전체가 다 이런 엄격한 규제를 지키고 있는 건 아니겠죠?
<답변>
일단 인도인 중 15% 정도가 이슬람교를 믿습니다.
일부 기독교인도 있구요.
이런 사람들은 소고기를 먹죠.
또 종교와 상관없이 젊은 계층을 중심으로 소고기 금지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녹취> "음식은 음식일 뿐이죠. 왜 먹지 말라고 강요합니까. 타인을 막을 수는 없어요."
<녹취> 식당 주인 : "소고기를 메뉴에 적어놓진 않아도 팔지 않을 수는 없어요. 오랫동안 그렇게 해왔기 때문입니다."
<질문>
소고기 금지에 대해 이렇게 생각이 다르다 보니, 심각한 상황까지 생긴다구요.
<답변>
네, 폭력 사태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 겁니다.
지난 18일, 인도 동부 '자르칸드' 주에서 두 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한 명은 30대 아버지, 다른 한 명은 13살짜리 아들이었습니다.
이슬람교를 믿었던 이들은 소를 팔고 사는 일을 직업으로 갖고 있었습니다.
현지 경찰은 이들이 힌두교인들에게 살해된 걸로 보고 있습니다.
<녹취> 피해자 동생 : "살인 사건 범인들이 꼭 체포돼서 똑같이 처벌받아야 합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소고기를 먹었다는 이유로 50대 남성이 주민들에게 폭행 당해 숨졌고, 10월에는 암소를 싣고 가던 무슬림 운전자가 폭탄 공격으로 숨지는 등 인도에선 소를 둘러싼 폭력 사태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카슈미르 의회에선 야당 의원이 만찬장에서 소고기를 내놓았다는 이유로 여야 의원들 간 몸싸움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질문>
그런데 소고기 문제가 단지 종교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는 거 같아요.
<답변>
그렇습니다.
종교 문제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치적, 사회적인 배경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소고기가 신성시되고 먹는 걸 금지한 게 인도 고유의 신분제도, '카스트' 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거라는 사회학적인 분석을 많이 합니다.
즉 계급 질서를 지키기 위한 일종의 생활 규범으로 소가 동원된 측면이 있다는 거죠.
특히 국수주의적 성향이 강한 우파 정치인 모디 총리가 집권하면서 소수자인 무슬림에 대한 폭력 사태가 더 빈번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녹취> 샤리브 알리(사회과학 연구원) : "70년대에는 대학에서 소고기를 파는 곳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최근 2~3년 사이 분위기가 역전됐죠."
타인의 취향을 인정하는 관용의 문화가 갈수록 사라지는 건 아닌지, 인도인들은 걱정하고 있습니다.
유명 햄버거 업체가 인도에서 팔고 있는 메뉴입니다.
소고기를 먹지 않는 인도인들의 풍습 때문에 이렇게 닭고기와 야채, 양고기로 만든 햄버거를 팔고 있습니다.
인도인들 상당수가 믿고 있는 힌두교에서는 소를 도축하거나 먹는 걸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인도인들이 이걸 지키는 건 아닙니다.
소고기를 둘러싸고 폭력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하는 인도 내부의 속사정과 배경을 이재석 기자와 자세히 짚어봅니다.
<질문>
인도 사람들이 종교적 이유 때문에 소고기를 많이들 안 먹는 건 사실이죠?
<답변>
네, 인도 대부분 지역에서 소고기를 먹는 게 금지돼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소고기를 먹고 싶은 사람들은 주변 눈치를 살펴야 하기도 합니다.
소고기를 둘러싼 이런 웃지 못할 상황을 풍자한 영상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보시겠습니다.
소고기를 먹고 싶은 이 남성, 용기 있게 주문합니다.
<녹취> "(뭘 드시겠어요?) 소고기요"
자, 주변 손님들이 깜짝 놀라는 모습이죠.
이 남성, 어떻게 됐을까요.
결국 경찰에 끌려가고 말았습니다.
소고기를 먹으려는 사람과 단속하는 경찰 사이 긴박한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용케 추격을 피한 이 남성, 소고기 몇 점을 밥으로 덮어서 숨겨 놓았네요.
걱정스러운 아버지가 이렇게 말하기도 하죠.
<녹취> "경찰이 소고기 먹었냐고 물어보면 절대로 안 먹었다고 말해"
<녹취> "신부님, 저 어제 소고기 먹었어요."
물론 이 영상은 풍자 성격을 띠고 있는 거니까 과장이 있다는 걸 감안해서 봐야겠죠.
자 이번엔 소고기를 처음 먹는 인도인의 반응을 보시겠습니다.
<녹취> "뭔가 두껍네요. 턱을 계속 움직여야 하고요."
<질문>
인도 사람들이 소고기를 먹지 않는 건 힌두교 교리 때문이죠?
<답변>
인도인 가운데 80%가 힌두교를 믿습니다.
힌두교에선 오래 전부터 소를, 특히 암소를 신성하게 생각했습니다.
인도 독립운동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도 "내가 진심으로 숭배하는 암소를 구하기 위해 인생을 바칠 준비가 돼있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암소는 힌두교를 믿는 인도인들에게 '어머니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물질적, 정신적 사랑을 베풀어주는 존재로 받아들여집니다.
인도 29개 주 가운데 21개 주에서 소를 도축하는 걸 전면 금지하거나 엄격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어기면 최대 징역 10년까지 선고됩니다.
<질문>
그렇지만 인도인들 전체가 다 이런 엄격한 규제를 지키고 있는 건 아니겠죠?
<답변>
일단 인도인 중 15% 정도가 이슬람교를 믿습니다.
일부 기독교인도 있구요.
이런 사람들은 소고기를 먹죠.
또 종교와 상관없이 젊은 계층을 중심으로 소고기 금지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녹취> "음식은 음식일 뿐이죠. 왜 먹지 말라고 강요합니까. 타인을 막을 수는 없어요."
<녹취> 식당 주인 : "소고기를 메뉴에 적어놓진 않아도 팔지 않을 수는 없어요. 오랫동안 그렇게 해왔기 때문입니다."
<질문>
소고기 금지에 대해 이렇게 생각이 다르다 보니, 심각한 상황까지 생긴다구요.
<답변>
네, 폭력 사태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 겁니다.
지난 18일, 인도 동부 '자르칸드' 주에서 두 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한 명은 30대 아버지, 다른 한 명은 13살짜리 아들이었습니다.
이슬람교를 믿었던 이들은 소를 팔고 사는 일을 직업으로 갖고 있었습니다.
현지 경찰은 이들이 힌두교인들에게 살해된 걸로 보고 있습니다.
<녹취> 피해자 동생 : "살인 사건 범인들이 꼭 체포돼서 똑같이 처벌받아야 합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소고기를 먹었다는 이유로 50대 남성이 주민들에게 폭행 당해 숨졌고, 10월에는 암소를 싣고 가던 무슬림 운전자가 폭탄 공격으로 숨지는 등 인도에선 소를 둘러싼 폭력 사태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카슈미르 의회에선 야당 의원이 만찬장에서 소고기를 내놓았다는 이유로 여야 의원들 간 몸싸움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질문>
그런데 소고기 문제가 단지 종교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는 거 같아요.
<답변>
그렇습니다.
종교 문제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치적, 사회적인 배경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소고기가 신성시되고 먹는 걸 금지한 게 인도 고유의 신분제도, '카스트' 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거라는 사회학적인 분석을 많이 합니다.
즉 계급 질서를 지키기 위한 일종의 생활 규범으로 소가 동원된 측면이 있다는 거죠.
특히 국수주의적 성향이 강한 우파 정치인 모디 총리가 집권하면서 소수자인 무슬림에 대한 폭력 사태가 더 빈번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녹취> 샤리브 알리(사회과학 연구원) : "70년대에는 대학에서 소고기를 파는 곳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최근 2~3년 사이 분위기가 역전됐죠."
타인의 취향을 인정하는 관용의 문화가 갈수록 사라지는 건 아닌지, 인도인들은 걱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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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6-03-22 18:20:59
- 수정2016-03-22 20:18:39

<앵커 멘트>
유명 햄버거 업체가 인도에서 팔고 있는 메뉴입니다.
소고기를 먹지 않는 인도인들의 풍습 때문에 이렇게 닭고기와 야채, 양고기로 만든 햄버거를 팔고 있습니다.
인도인들 상당수가 믿고 있는 힌두교에서는 소를 도축하거나 먹는 걸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인도인들이 이걸 지키는 건 아닙니다.
소고기를 둘러싸고 폭력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하는 인도 내부의 속사정과 배경을 이재석 기자와 자세히 짚어봅니다.
<질문>
인도 사람들이 종교적 이유 때문에 소고기를 많이들 안 먹는 건 사실이죠?
<답변>
네, 인도 대부분 지역에서 소고기를 먹는 게 금지돼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소고기를 먹고 싶은 사람들은 주변 눈치를 살펴야 하기도 합니다.
소고기를 둘러싼 이런 웃지 못할 상황을 풍자한 영상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보시겠습니다.
소고기를 먹고 싶은 이 남성, 용기 있게 주문합니다.
<녹취> "(뭘 드시겠어요?) 소고기요"
자, 주변 손님들이 깜짝 놀라는 모습이죠.
이 남성, 어떻게 됐을까요.
결국 경찰에 끌려가고 말았습니다.
소고기를 먹으려는 사람과 단속하는 경찰 사이 긴박한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용케 추격을 피한 이 남성, 소고기 몇 점을 밥으로 덮어서 숨겨 놓았네요.
걱정스러운 아버지가 이렇게 말하기도 하죠.
<녹취> "경찰이 소고기 먹었냐고 물어보면 절대로 안 먹었다고 말해"
<녹취> "신부님, 저 어제 소고기 먹었어요."
물론 이 영상은 풍자 성격을 띠고 있는 거니까 과장이 있다는 걸 감안해서 봐야겠죠.
자 이번엔 소고기를 처음 먹는 인도인의 반응을 보시겠습니다.
<녹취> "뭔가 두껍네요. 턱을 계속 움직여야 하고요."
<질문>
인도 사람들이 소고기를 먹지 않는 건 힌두교 교리 때문이죠?
<답변>
인도인 가운데 80%가 힌두교를 믿습니다.
힌두교에선 오래 전부터 소를, 특히 암소를 신성하게 생각했습니다.
인도 독립운동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도 "내가 진심으로 숭배하는 암소를 구하기 위해 인생을 바칠 준비가 돼있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암소는 힌두교를 믿는 인도인들에게 '어머니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물질적, 정신적 사랑을 베풀어주는 존재로 받아들여집니다.
인도 29개 주 가운데 21개 주에서 소를 도축하는 걸 전면 금지하거나 엄격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어기면 최대 징역 10년까지 선고됩니다.
<질문>
그렇지만 인도인들 전체가 다 이런 엄격한 규제를 지키고 있는 건 아니겠죠?
<답변>
일단 인도인 중 15% 정도가 이슬람교를 믿습니다.
일부 기독교인도 있구요.
이런 사람들은 소고기를 먹죠.
또 종교와 상관없이 젊은 계층을 중심으로 소고기 금지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녹취> "음식은 음식일 뿐이죠. 왜 먹지 말라고 강요합니까. 타인을 막을 수는 없어요."
<녹취> 식당 주인 : "소고기를 메뉴에 적어놓진 않아도 팔지 않을 수는 없어요. 오랫동안 그렇게 해왔기 때문입니다."
<질문>
소고기 금지에 대해 이렇게 생각이 다르다 보니, 심각한 상황까지 생긴다구요.
<답변>
네, 폭력 사태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 겁니다.
지난 18일, 인도 동부 '자르칸드' 주에서 두 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한 명은 30대 아버지, 다른 한 명은 13살짜리 아들이었습니다.
이슬람교를 믿었던 이들은 소를 팔고 사는 일을 직업으로 갖고 있었습니다.
현지 경찰은 이들이 힌두교인들에게 살해된 걸로 보고 있습니다.
<녹취> 피해자 동생 : "살인 사건 범인들이 꼭 체포돼서 똑같이 처벌받아야 합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소고기를 먹었다는 이유로 50대 남성이 주민들에게 폭행 당해 숨졌고, 10월에는 암소를 싣고 가던 무슬림 운전자가 폭탄 공격으로 숨지는 등 인도에선 소를 둘러싼 폭력 사태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카슈미르 의회에선 야당 의원이 만찬장에서 소고기를 내놓았다는 이유로 여야 의원들 간 몸싸움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질문>
그런데 소고기 문제가 단지 종교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는 거 같아요.
<답변>
그렇습니다.
종교 문제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치적, 사회적인 배경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소고기가 신성시되고 먹는 걸 금지한 게 인도 고유의 신분제도, '카스트' 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거라는 사회학적인 분석을 많이 합니다.
즉 계급 질서를 지키기 위한 일종의 생활 규범으로 소가 동원된 측면이 있다는 거죠.
특히 국수주의적 성향이 강한 우파 정치인 모디 총리가 집권하면서 소수자인 무슬림에 대한 폭력 사태가 더 빈번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녹취> 샤리브 알리(사회과학 연구원) : "70년대에는 대학에서 소고기를 파는 곳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최근 2~3년 사이 분위기가 역전됐죠."
타인의 취향을 인정하는 관용의 문화가 갈수록 사라지는 건 아닌지, 인도인들은 걱정하고 있습니다.
유명 햄버거 업체가 인도에서 팔고 있는 메뉴입니다.
소고기를 먹지 않는 인도인들의 풍습 때문에 이렇게 닭고기와 야채, 양고기로 만든 햄버거를 팔고 있습니다.
인도인들 상당수가 믿고 있는 힌두교에서는 소를 도축하거나 먹는 걸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인도인들이 이걸 지키는 건 아닙니다.
소고기를 둘러싸고 폭력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하는 인도 내부의 속사정과 배경을 이재석 기자와 자세히 짚어봅니다.
<질문>
인도 사람들이 종교적 이유 때문에 소고기를 많이들 안 먹는 건 사실이죠?
<답변>
네, 인도 대부분 지역에서 소고기를 먹는 게 금지돼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소고기를 먹고 싶은 사람들은 주변 눈치를 살펴야 하기도 합니다.
소고기를 둘러싼 이런 웃지 못할 상황을 풍자한 영상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보시겠습니다.
소고기를 먹고 싶은 이 남성, 용기 있게 주문합니다.
<녹취> "(뭘 드시겠어요?) 소고기요"
자, 주변 손님들이 깜짝 놀라는 모습이죠.
이 남성, 어떻게 됐을까요.
결국 경찰에 끌려가고 말았습니다.
소고기를 먹으려는 사람과 단속하는 경찰 사이 긴박한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용케 추격을 피한 이 남성, 소고기 몇 점을 밥으로 덮어서 숨겨 놓았네요.
걱정스러운 아버지가 이렇게 말하기도 하죠.
<녹취> "경찰이 소고기 먹었냐고 물어보면 절대로 안 먹었다고 말해"
<녹취> "신부님, 저 어제 소고기 먹었어요."
물론 이 영상은 풍자 성격을 띠고 있는 거니까 과장이 있다는 걸 감안해서 봐야겠죠.
자 이번엔 소고기를 처음 먹는 인도인의 반응을 보시겠습니다.
<녹취> "뭔가 두껍네요. 턱을 계속 움직여야 하고요."
<질문>
인도 사람들이 소고기를 먹지 않는 건 힌두교 교리 때문이죠?
<답변>
인도인 가운데 80%가 힌두교를 믿습니다.
힌두교에선 오래 전부터 소를, 특히 암소를 신성하게 생각했습니다.
인도 독립운동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도 "내가 진심으로 숭배하는 암소를 구하기 위해 인생을 바칠 준비가 돼있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암소는 힌두교를 믿는 인도인들에게 '어머니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물질적, 정신적 사랑을 베풀어주는 존재로 받아들여집니다.
인도 29개 주 가운데 21개 주에서 소를 도축하는 걸 전면 금지하거나 엄격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어기면 최대 징역 10년까지 선고됩니다.
<질문>
그렇지만 인도인들 전체가 다 이런 엄격한 규제를 지키고 있는 건 아니겠죠?
<답변>
일단 인도인 중 15% 정도가 이슬람교를 믿습니다.
일부 기독교인도 있구요.
이런 사람들은 소고기를 먹죠.
또 종교와 상관없이 젊은 계층을 중심으로 소고기 금지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녹취> "음식은 음식일 뿐이죠. 왜 먹지 말라고 강요합니까. 타인을 막을 수는 없어요."
<녹취> 식당 주인 : "소고기를 메뉴에 적어놓진 않아도 팔지 않을 수는 없어요. 오랫동안 그렇게 해왔기 때문입니다."
<질문>
소고기 금지에 대해 이렇게 생각이 다르다 보니, 심각한 상황까지 생긴다구요.
<답변>
네, 폭력 사태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 겁니다.
지난 18일, 인도 동부 '자르칸드' 주에서 두 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한 명은 30대 아버지, 다른 한 명은 13살짜리 아들이었습니다.
이슬람교를 믿었던 이들은 소를 팔고 사는 일을 직업으로 갖고 있었습니다.
현지 경찰은 이들이 힌두교인들에게 살해된 걸로 보고 있습니다.
<녹취> 피해자 동생 : "살인 사건 범인들이 꼭 체포돼서 똑같이 처벌받아야 합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소고기를 먹었다는 이유로 50대 남성이 주민들에게 폭행 당해 숨졌고, 10월에는 암소를 싣고 가던 무슬림 운전자가 폭탄 공격으로 숨지는 등 인도에선 소를 둘러싼 폭력 사태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카슈미르 의회에선 야당 의원이 만찬장에서 소고기를 내놓았다는 이유로 여야 의원들 간 몸싸움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질문>
그런데 소고기 문제가 단지 종교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는 거 같아요.
<답변>
그렇습니다.
종교 문제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치적, 사회적인 배경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소고기가 신성시되고 먹는 걸 금지한 게 인도 고유의 신분제도, '카스트' 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거라는 사회학적인 분석을 많이 합니다.
즉 계급 질서를 지키기 위한 일종의 생활 규범으로 소가 동원된 측면이 있다는 거죠.
특히 국수주의적 성향이 강한 우파 정치인 모디 총리가 집권하면서 소수자인 무슬림에 대한 폭력 사태가 더 빈번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녹취> 샤리브 알리(사회과학 연구원) : "70년대에는 대학에서 소고기를 파는 곳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최근 2~3년 사이 분위기가 역전됐죠."
타인의 취향을 인정하는 관용의 문화가 갈수록 사라지는 건 아닌지, 인도인들은 걱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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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석 기자 jaeseo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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