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세금으로 고시 공부하는 경찰대 졸업생

입력 2016.03.24 (21:25) 수정 2016.03.24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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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주에 열린 경찰대학 32기 졸업생들의 임용식입니다.

경찰대 졸업생은 졸업과 동시에 경찰 초급 간부인 '경위' 계급으로 임용됩니다.

순경으로 출발한 경찰관이 경위까지 승진하려면 10여 년을 근무해야 합니다.

경찰대생은 4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학비, 식비, 수당까지 모두 예산으로 지원받습니다.

자기 돈 한푼 안들이고 대학 졸업하고 안정된 직장까지 보장되니까 경찰대 인기는 갈수록 치솟았고, 올해 입학 경쟁률은 남녀 평균 97대 1로 최고치였습니다.

그런데 국가의 돈으로 교육받은 경찰대 졸업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사법시험 합격이나 로스쿨 진학 등을 이유로 경찰을 등지고 떠나고 있습니다.

점점 법조인 양성소로 변질되가고 있는 경찰대학의 충격적인 실태를 천효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최근 5년 동안 10명 중 3명 법조행 ▼

<리포트>

최근 5년 동안 의무복무기한 6년도 채우지 않고 법조인으로 변신한 경찰대학 졸업생은 모두 70여 명.

2012년 6명이던 경찰대 출신 로스쿨 합격자는 해마다 빠르게 늘어 지난해는 31명이었습니다.

비슷한 기간 경찰대학 졸업생 가운데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40명이나 됐습니다.

법조인 시험을 준비하는 경찰대생들은 한 차원 높은 법률 지식으로 경찰 행정에 기여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현실은 정 반대입니다.

개교 이후 사법시험에 합격한 경찰대 졸업생 130여 명 가운데 90% 가량이 경찰을 그만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대 출신 법조인들은 경찰의 낮은 사회적 지위와 고용 불안 때문에 경찰을 떠났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상원(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로스쿨에 입교하거나 또는 사법시험을 치러서 연수원에 들어가는 것은 경찰대학의 설립목적과도 맞지 않는 것입니다."

국가로부터 많은 지원과 혜택을 받는 경찰대학이 설립 취지에 맞도록 운영되고 있는지 철저한 감시가 필요합니다.

KBS 뉴스 천효정입니다.

▼ 세금으로 고시 공부하는 경찰대 졸업생 ▼

<기자 멘트>

경찰대생이 졸업할 때까지 국민 세금이 어느 정도 들어갈까요?

학비나 기숙사비 등으로 쓰이는 경찰대의 운영 예산만 1년에 100억 원이 넘습니다.

현재 경찰대 학생 수는 430명이니까 해마다 1인당 2천만 원 수준의 지원을 받는 셈입니다.

4년이면 8천만 원입니다.

여기에 학생들에게 매달 지급되는 급여 등 인건비 예산 19억 원을 포함하면 경찰대생 한 사람이 1억 원 가까운 세금을 지원받는 겁니다.

또 정부 입장에서는 경찰대 출신이 사직하면 새로운 경찰 간부를 키우기 위해 또 다시 예산을 투자해야 합니다.

경찰대 출신들은 의무 복무기간 6년을 채우지 않을 경우 학비 등을 반환하니까 세금 낭비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국가에 반납하는 돈은 학비와 식비, 수당 등을 포함해 현재 최고 4천9백여만 원입니다.

실제로 들어간 세금의 절반만 회수되는 겁니다.

그런데도 경찰 수뇌부는 경찰을 떠나는 일부 경찰대 졸업생들의 행보를 두둔하기까지 합니다.

왜 그럴까요?

김민철 기자가 경찰대 출신의 집단 이기주의 문화를 취재했습니다.

▼ ▼

<리포트>

휴직을 한 상태에서 신고 없이 몰래 로스쿨에 다니던 경찰관 30여 명이 지난해 감사원에 적발됐습니다.

그런데 강신명 경찰청장은 경찰관이 휴직을 하고 로스쿨에 다닐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겠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인터뷰> 장신중(경찰인권센터장/전 총경) : "선후배가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고 하는 그런 방향으로 작용한다. 현장 경찰관들은 경찰대학 출신 고위간부들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인식할 수 밖에 없죠."

경찰대 출신의 고위 간부 독식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지방 경찰청 차장급인 경무관은 경찰대 출신이 66%, 경찰 서장급인 총경은 절반가량을 차지했습니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경찰 간부 후보생을 뽑아 4년 동안 합숙 교육하는 방식은 폐쇄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인터뷰> 배상훈(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 : "(능력 있는) 순경이나 경장, 경사 분들을 경찰대 정원 안에 들어오게 해서 재교육시키면 경찰대 순혈주의가 많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수 집단인 군대와 달리 민간 행정기관인 경찰이 한 대학 출신들에 의해 장악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김민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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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세금으로 고시 공부하는 경찰대 졸업생
    • 입력 2016-03-24 21:26:56
    • 수정2016-03-24 22:59:46
    뉴스 9
<앵커 멘트>

지난주에 열린 경찰대학 32기 졸업생들의 임용식입니다.

경찰대 졸업생은 졸업과 동시에 경찰 초급 간부인 '경위' 계급으로 임용됩니다.

순경으로 출발한 경찰관이 경위까지 승진하려면 10여 년을 근무해야 합니다.

경찰대생은 4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학비, 식비, 수당까지 모두 예산으로 지원받습니다.

자기 돈 한푼 안들이고 대학 졸업하고 안정된 직장까지 보장되니까 경찰대 인기는 갈수록 치솟았고, 올해 입학 경쟁률은 남녀 평균 97대 1로 최고치였습니다.

그런데 국가의 돈으로 교육받은 경찰대 졸업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사법시험 합격이나 로스쿨 진학 등을 이유로 경찰을 등지고 떠나고 있습니다.

점점 법조인 양성소로 변질되가고 있는 경찰대학의 충격적인 실태를 천효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최근 5년 동안 10명 중 3명 법조행 ▼

<리포트>

최근 5년 동안 의무복무기한 6년도 채우지 않고 법조인으로 변신한 경찰대학 졸업생은 모두 70여 명.

2012년 6명이던 경찰대 출신 로스쿨 합격자는 해마다 빠르게 늘어 지난해는 31명이었습니다.

비슷한 기간 경찰대학 졸업생 가운데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40명이나 됐습니다.

법조인 시험을 준비하는 경찰대생들은 한 차원 높은 법률 지식으로 경찰 행정에 기여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현실은 정 반대입니다.

개교 이후 사법시험에 합격한 경찰대 졸업생 130여 명 가운데 90% 가량이 경찰을 그만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대 출신 법조인들은 경찰의 낮은 사회적 지위와 고용 불안 때문에 경찰을 떠났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상원(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로스쿨에 입교하거나 또는 사법시험을 치러서 연수원에 들어가는 것은 경찰대학의 설립목적과도 맞지 않는 것입니다."

국가로부터 많은 지원과 혜택을 받는 경찰대학이 설립 취지에 맞도록 운영되고 있는지 철저한 감시가 필요합니다.

KBS 뉴스 천효정입니다.

▼ 세금으로 고시 공부하는 경찰대 졸업생 ▼

<기자 멘트>

경찰대생이 졸업할 때까지 국민 세금이 어느 정도 들어갈까요?

학비나 기숙사비 등으로 쓰이는 경찰대의 운영 예산만 1년에 100억 원이 넘습니다.

현재 경찰대 학생 수는 430명이니까 해마다 1인당 2천만 원 수준의 지원을 받는 셈입니다.

4년이면 8천만 원입니다.

여기에 학생들에게 매달 지급되는 급여 등 인건비 예산 19억 원을 포함하면 경찰대생 한 사람이 1억 원 가까운 세금을 지원받는 겁니다.

또 정부 입장에서는 경찰대 출신이 사직하면 새로운 경찰 간부를 키우기 위해 또 다시 예산을 투자해야 합니다.

경찰대 출신들은 의무 복무기간 6년을 채우지 않을 경우 학비 등을 반환하니까 세금 낭비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국가에 반납하는 돈은 학비와 식비, 수당 등을 포함해 현재 최고 4천9백여만 원입니다.

실제로 들어간 세금의 절반만 회수되는 겁니다.

그런데도 경찰 수뇌부는 경찰을 떠나는 일부 경찰대 졸업생들의 행보를 두둔하기까지 합니다.

왜 그럴까요?

김민철 기자가 경찰대 출신의 집단 이기주의 문화를 취재했습니다.

▼ ▼

<리포트>

휴직을 한 상태에서 신고 없이 몰래 로스쿨에 다니던 경찰관 30여 명이 지난해 감사원에 적발됐습니다.

그런데 강신명 경찰청장은 경찰관이 휴직을 하고 로스쿨에 다닐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겠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인터뷰> 장신중(경찰인권센터장/전 총경) : "선후배가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고 하는 그런 방향으로 작용한다. 현장 경찰관들은 경찰대학 출신 고위간부들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인식할 수 밖에 없죠."

경찰대 출신의 고위 간부 독식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지방 경찰청 차장급인 경무관은 경찰대 출신이 66%, 경찰 서장급인 총경은 절반가량을 차지했습니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경찰 간부 후보생을 뽑아 4년 동안 합숙 교육하는 방식은 폐쇄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인터뷰> 배상훈(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 : "(능력 있는) 순경이나 경장, 경사 분들을 경찰대 정원 안에 들어오게 해서 재교육시키면 경찰대 순혈주의가 많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수 집단인 군대와 달리 민간 행정기관인 경찰이 한 대학 출신들에 의해 장악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김민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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