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불법 질주 생중계합니다”…도 넘은 ‘인터넷 방송’

입력 2016.03.25 (08:30) 수정 2016.03.2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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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외제차 한 대가 시속 180㎞의 속도로 내달리며 앞선 차들을 차례로 추월합니다.

심지어 방향 지시등도 켜지 않은 채 차선 위를 이리저리 오갑니다.

제한 속도도, 교통 법규도 무시한 이 아찔한 질주는 지난해 연말 인터넷 방송으로 생중계된 화면입니다.

이 영상을 촬영한 사람은 인터넷 방송 진행자로 활동하는 30살 엄 모 씨였습니다.

엄 씨가 난폭운전을 즐기는 동호회 모임에서 참여해 이 위험천만한 영상을 만든 건데요.

영상을 찍은 이유는 단순히 재미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오늘 뉴스 따라잡기에서는 도를 넘어선 인터넷 방송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2월 29일 새벽 1시쯤.

고급 외제차 한 대가 제한 속도 시속 80㎞인 강변북로를 무려 시속 180㎞로 질주합니다.

차체가 덜컹거리지만 속도를 줄이진 않습니다.

<녹취> 피의자 엄 모 씨 : “어 달리네. 달려왔네. 달려왔죠.”

신이 난 듯 이 상황을 촬영하는 운전자.

자칫 큰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 따위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옆으로 치고 나오는 또 다른 차량.

지그재그 곡예운전을 하는 차량은 한두 대가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이운형(서울 마포경찰서 교통범죄수사 팀장) : “이들이 고급 외제차를 이용해서 평소에 자동차경주를 즐기는 동호회 활동도 하는 피의자들이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4대였는데 수사를 통해서 확인된 건 3대였고 추가 수사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고급 외제차 동호회 회원들이라는 피의자들.

정규 모임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 같은 위험천만한 질주를 벌였다는 겁니다.

<인터뷰> 이운형(서울 마포경찰서 교통범죄수사 팀장) : “보통 주말이면 30~40명 정도 모인다 하더라고요. 어느 시점에서 한 사람이 탁 치고 나가면 그 사람들이 같이 이렇게 추격을 하는 그런 난폭 운전을 즐기는 사람들이죠.“

이 위험한 질주는 마포구 성산동 부근에서부터 영동대교까지 약 20km가량 이어졌습니다.

이들은 이 불법 질주 영상을 본 한 누리꾼의 신고로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그런데 누가 왜 이런 영상을 만든 걸까?

경찰은 촬영 영상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녹취> 피의자 엄 모 씨(음성변조) : “내가 앞에 가면 화면에 나오는 게 없으니까 좀 천천히가야지.”

마치 불법 질주 영상을 연출하는 듯한 발언에

<녹취> 피의자 엄 모 씨(음성변조) : “무슨 일이야! 000 님 왜 그래? 또 10년 전 실력을 또 발휘하시는 건가요?”

마치 현장을 중계하는 듯 상황을 설명하기도 합니다.

<녹취> 피의자 엄 모 씨(음성변조) : “아 깜빡이는 좀 안 켜고 가시네. 저분은 스타일이 깜빡이를 켜는 타입이 아니네.“

심지어 화면 하단엔 마치 TV 방송프로그램처럼 자막까지 나오는 수상한 영상.

경찰 수사 결과, 이 영상은 모 인터넷 방송 진행자인 엄 모 씨가 자신의 방송에서 생중계한 화면이었습니다.

엄 씨는 단지 재미 때문에 이 위험천만한 영상을 촬영한 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이운형(서울 마포경찰서 교통범죄수사 팀장) : “좀 더 자극적인 영상을 이렇게 방영을 해야만 시청자들이 별 풍선도 주고 그러기 때문에 이런 영상을 찍어서 생중계로 올렸다고 (합니다.)”

인터넷 방송에선 시청자들이 방송 내용이 마음에 들 경우 자신이 현금을 주고 구입한 ‘별풍선’이라는 사이버 머니를 방송 진행자에 줍니다.

방송 진행자는 시청자에게 받은 이 ‘별풍선’을 수수료를 제하고 한 개에 60원, 실제 돈으로 환전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엄 씨는 더 많은 별 풍선을 얻기 위해 위험천만한 영상을 촬영한 겁니다.

실제로 엄 씨는 난폭운전 생중계를 통해 약 30만 원 정도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넷 방송의 문제는 난폭 운전 중계에 그치지 않습니다.

<녹취> 피의자 오 모 씨(음성변조) : "얼굴 안 찍을게. 000 TV인데, 안 찍을게. 목소리만 출연하면 된다니까."

길거리에서 여성과 인터뷰를 시도하는 영상.

인터넷 방송 진행자인 김 모 씨와 오 모 씨는 이처럼 여성들과의 즉석 인터뷰로 유명세를 얻었는데요.

문제는 이들의 방송이 단순히 낯선 여성들과의 대화에 그치지 않았다는 겁니다.

<녹취> 피의자 오 모 씨(음성변조) : “목젖 밑으로만 찍을게. 그러면 되지? 목젖 밑으로만 안 나오잖아.”

지난해 4월부터 5월 사이의 방송에서 인터뷰하는 여성의 다리와 엉덩이 등 특정 신체 부위를 여성 몰래 촬영했습니다.

해당 여성의 얼굴까지 그대로 노출하기까지 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들은 해당 여성들로부터 고소까지 당했는데요.

이들 중 한 명은 길거리 영상보다 훨씬 더 충격적인 영상을 방송해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인터넷 방송에서 미성년자를 불러놓고 음란행위까지 한 겁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개인방송 진행하는 BJ 두 명이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여성을 불러서 2015년 11월 17일 새벽 4시부터 모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약 20여 분 동안 음란행위를 한 사건입니다.“

해당 방송은 특별한 유료 아이템을 구입한 시청자들에게만 제공됐는데 오 씨 약 700여만 원 수익을 올렸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상대 여성이 아동이나 청소년이란 사실을 알고도 음란행위를 하게 된 행위에 대해서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 배포행위가 해당이 되어서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등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관심이 곧 돈으로 환전되자 일부 인터넷 방송 진행자들은 더 많은 관심을 끌어모으기 위해, 동물 학대 영상 같은 자극적이고 엽기적인 콘텐츠를 경쟁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이 중독과 비슷하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배상훈(서울 디지털 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 “처음에는 아마 자기도 돈 벌려고 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어느 시점에 들어가면 자기도 역시 거기에 빠져서 중독되는 거죠. 자기도 역시. 중독도 되면서 돈도 버는…….“

인터넷 방송 진행자는 약 6천여 명! 인터넷 방송 동시 시청자는 25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정부는 물의를 일으킨 인터넷 방송 진행자를 중심으로 규제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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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불법 질주 생중계합니다”…도 넘은 ‘인터넷 방송’
    • 입력 2016-03-25 08:35:14
    • 수정2016-03-25 10: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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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외제차 한 대가 시속 180㎞의 속도로 내달리며 앞선 차들을 차례로 추월합니다.

심지어 방향 지시등도 켜지 않은 채 차선 위를 이리저리 오갑니다.

제한 속도도, 교통 법규도 무시한 이 아찔한 질주는 지난해 연말 인터넷 방송으로 생중계된 화면입니다.

이 영상을 촬영한 사람은 인터넷 방송 진행자로 활동하는 30살 엄 모 씨였습니다.

엄 씨가 난폭운전을 즐기는 동호회 모임에서 참여해 이 위험천만한 영상을 만든 건데요.

영상을 찍은 이유는 단순히 재미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오늘 뉴스 따라잡기에서는 도를 넘어선 인터넷 방송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2월 29일 새벽 1시쯤.

고급 외제차 한 대가 제한 속도 시속 80㎞인 강변북로를 무려 시속 180㎞로 질주합니다.

차체가 덜컹거리지만 속도를 줄이진 않습니다.

<녹취> 피의자 엄 모 씨 : “어 달리네. 달려왔네. 달려왔죠.”

신이 난 듯 이 상황을 촬영하는 운전자.

자칫 큰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 따위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옆으로 치고 나오는 또 다른 차량.

지그재그 곡예운전을 하는 차량은 한두 대가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이운형(서울 마포경찰서 교통범죄수사 팀장) : “이들이 고급 외제차를 이용해서 평소에 자동차경주를 즐기는 동호회 활동도 하는 피의자들이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4대였는데 수사를 통해서 확인된 건 3대였고 추가 수사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고급 외제차 동호회 회원들이라는 피의자들.

정규 모임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 같은 위험천만한 질주를 벌였다는 겁니다.

<인터뷰> 이운형(서울 마포경찰서 교통범죄수사 팀장) : “보통 주말이면 30~40명 정도 모인다 하더라고요. 어느 시점에서 한 사람이 탁 치고 나가면 그 사람들이 같이 이렇게 추격을 하는 그런 난폭 운전을 즐기는 사람들이죠.“

이 위험한 질주는 마포구 성산동 부근에서부터 영동대교까지 약 20km가량 이어졌습니다.

이들은 이 불법 질주 영상을 본 한 누리꾼의 신고로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그런데 누가 왜 이런 영상을 만든 걸까?

경찰은 촬영 영상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녹취> 피의자 엄 모 씨(음성변조) : “내가 앞에 가면 화면에 나오는 게 없으니까 좀 천천히가야지.”

마치 불법 질주 영상을 연출하는 듯한 발언에

<녹취> 피의자 엄 모 씨(음성변조) : “무슨 일이야! 000 님 왜 그래? 또 10년 전 실력을 또 발휘하시는 건가요?”

마치 현장을 중계하는 듯 상황을 설명하기도 합니다.

<녹취> 피의자 엄 모 씨(음성변조) : “아 깜빡이는 좀 안 켜고 가시네. 저분은 스타일이 깜빡이를 켜는 타입이 아니네.“

심지어 화면 하단엔 마치 TV 방송프로그램처럼 자막까지 나오는 수상한 영상.

경찰 수사 결과, 이 영상은 모 인터넷 방송 진행자인 엄 모 씨가 자신의 방송에서 생중계한 화면이었습니다.

엄 씨는 단지 재미 때문에 이 위험천만한 영상을 촬영한 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이운형(서울 마포경찰서 교통범죄수사 팀장) : “좀 더 자극적인 영상을 이렇게 방영을 해야만 시청자들이 별 풍선도 주고 그러기 때문에 이런 영상을 찍어서 생중계로 올렸다고 (합니다.)”

인터넷 방송에선 시청자들이 방송 내용이 마음에 들 경우 자신이 현금을 주고 구입한 ‘별풍선’이라는 사이버 머니를 방송 진행자에 줍니다.

방송 진행자는 시청자에게 받은 이 ‘별풍선’을 수수료를 제하고 한 개에 60원, 실제 돈으로 환전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엄 씨는 더 많은 별 풍선을 얻기 위해 위험천만한 영상을 촬영한 겁니다.

실제로 엄 씨는 난폭운전 생중계를 통해 약 30만 원 정도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넷 방송의 문제는 난폭 운전 중계에 그치지 않습니다.

<녹취> 피의자 오 모 씨(음성변조) : "얼굴 안 찍을게. 000 TV인데, 안 찍을게. 목소리만 출연하면 된다니까."

길거리에서 여성과 인터뷰를 시도하는 영상.

인터넷 방송 진행자인 김 모 씨와 오 모 씨는 이처럼 여성들과의 즉석 인터뷰로 유명세를 얻었는데요.

문제는 이들의 방송이 단순히 낯선 여성들과의 대화에 그치지 않았다는 겁니다.

<녹취> 피의자 오 모 씨(음성변조) : “목젖 밑으로만 찍을게. 그러면 되지? 목젖 밑으로만 안 나오잖아.”

지난해 4월부터 5월 사이의 방송에서 인터뷰하는 여성의 다리와 엉덩이 등 특정 신체 부위를 여성 몰래 촬영했습니다.

해당 여성의 얼굴까지 그대로 노출하기까지 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들은 해당 여성들로부터 고소까지 당했는데요.

이들 중 한 명은 길거리 영상보다 훨씬 더 충격적인 영상을 방송해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인터넷 방송에서 미성년자를 불러놓고 음란행위까지 한 겁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개인방송 진행하는 BJ 두 명이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여성을 불러서 2015년 11월 17일 새벽 4시부터 모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약 20여 분 동안 음란행위를 한 사건입니다.“

해당 방송은 특별한 유료 아이템을 구입한 시청자들에게만 제공됐는데 오 씨 약 700여만 원 수익을 올렸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상대 여성이 아동이나 청소년이란 사실을 알고도 음란행위를 하게 된 행위에 대해서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 배포행위가 해당이 되어서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등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관심이 곧 돈으로 환전되자 일부 인터넷 방송 진행자들은 더 많은 관심을 끌어모으기 위해, 동물 학대 영상 같은 자극적이고 엽기적인 콘텐츠를 경쟁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이 중독과 비슷하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배상훈(서울 디지털 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 “처음에는 아마 자기도 돈 벌려고 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어느 시점에 들어가면 자기도 역시 거기에 빠져서 중독되는 거죠. 자기도 역시. 중독도 되면서 돈도 버는…….“

인터넷 방송 진행자는 약 6천여 명! 인터넷 방송 동시 시청자는 25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정부는 물의를 일으킨 인터넷 방송 진행자를 중심으로 규제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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