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막걸리를 머리에…엽기적인 신입생 환영회

입력 2016.03.31 (08:33) 수정 2016.03.3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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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새 학기를 맞은 대학들이 막걸리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막걸리를 마셔서가 아니라 부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SNS를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한 대학의 신입생 환영회 모습인데요.

신입생들 머리 위로 선배들이 막걸리를 들이붓습니다.

그런데 이런 막걸리 환영식이 대학 한두 곳에서 벌어진 게 아니었습니다.

한 사건을 계기로 전국에서 비슷한 사례들이 연달아 드러나고 있는 건데요.

학생들은 도대체 왜 이런 행사를 벌이는 걸까요.

오늘 뉴스 따라잡기에서는 학문의 전당에서 벌어지는 엽기적인 환영회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논란이 된 막걸리 환영회가 열린 건 지난 4일 전북의 한 대학교에 섭니다.

한 학과 학생회가 마련한 환영 행사였는데요.

이 자리엔 2, 3학년 선배 십여 명과 신입생 27명이 참석했습니다.

행사 과정에서 선배들이 신입생들 머리에 막걸리 수십 통을 부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 학생들이 벌인 돌발행동도 아니었고 학생회가 해마다 진행하는 정규 행사였습니다.

수능이라는 고된 난관을 거쳐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에게 선배들은 왜 막걸리를 뿌린 걸까?

취재진은 문제가 된 해당 학과에 직접 찾아가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녹취> 해당 학과 학생회 임원(음성변조) : “개강 열림 굿이라고 명칭을 하고 있는데 신입생 친구들이 대학생활 하는 4년 동안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액땜하라고 막걸리 뿌리는 건 죄를 씻고 깨끗하게 해서 앞으로 잘 생활해라…….”

예전부터 이어져 온 학과의 전통으로 후배들에 대한 환영의 표현이라는 겁니다.

또, 희망자들에게 한해서 진행한 행사였을 뿐, 가혹행위는 아니었다고 해명합니다.

오히려 해당 학과 학생들은 막걸리 환영식이 논란이 될 줄 몰랐다는 반응입니다.

<녹취> 해당 학과 재학생(음성변조) : “저희는 막걸리 뿌린 게 가혹 행위, '신입생들 이렇게 해라.' 이런 의미도 절대 아니었고 '신입생들 잘해보자.' 의미였거든요.”

<녹취> 해당 학과 학생회 임원(음성변조) : “참여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고 그렇게까지 공지를 다 줬던 상황이어서 저희 판단으로는 서로 동의 하에 이루어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행사에 참석했던 신입생들의 의견도 같을까?

<녹취> 해당 학과 신입생(음성변조) : “'옷을 버릴 수 있으니까 따뜻하게 입되 버릴 수 있는 옷을 챙겨오도록 해라.' 그런 공지를 충분히 받았어요. (하지만) 이런 행사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사람이 일부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식적으로 수십 통의 막걸리를 몸에 뿌리는 것을 대학문화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긴 어려운 것이 사실.

인터넷을 중심으로 비난이 확산되자 해당 학과 학생회 측은 그제야 사과문을 올리며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녹취> 해당 학과 학생회 임원(음성변조) : “저희가 안일했다는 생각도 들고 당연히 고쳐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저희 신입생 친구들한테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고통을 안겨준 점을 매우 미안하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을 방지하도록 하겠습니다.“

대학도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이 같은 가혹행위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대학 관계자(음성변조) : “매년 학기 초마다 시끌시끌하지 않습니까. 지속적으로 학교에서 지도, 단속하고 교육도 시키고 그렇게 진행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가학적인 막걸리 환영회는 비단 한 학교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신입생 환영회가 논란이 되기 시작한 건 지난 11일 부산의 한 대학에서 촬영된 사진 때문이었습니다.

한 여자 선배가 고개 숙인 후배의 머리에 두부와 김치 등 음식물이 섞인 막걸리를 머리에 들이붓습니다.

또 다른 행사에선 테이프를 감은 뒤 술을 뿌리거나 대야의 술을 통째로 뿌리기도 합니다.

한 학과 동아리 선배들이 동아리 창설 기념일을 맞아 벌인 행사인데, 선배들이 막걸리는 뿌린 이유는 이번에도 신입생들에 대한 액땜이었습니다.

<녹취> 해당 학과 재학생(전화/음성변조) : “매년 해오던 거니까 저희도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했습니다. 맞겠다는 애들만 맞은 거거든요. 진짜 신입생들도 웃으면서 이렇게 하는 그런 거였거든요.”

하지만 행사에 참여한 신입생의 가족이 SNS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인터넷을 통해 해당 환영회가 논란이 되자 해당 학과 학생회 측은 사과문을 내놓았습니다.

<녹취> 해당학과 재학생(전화/음성변조) : “생각을 못 바꾼 그 자체가 잘못이죠. 당연히 없어져야 할 문화인데.”

학교도 해당 동아리가 포함된 단과 대의 동아리 활동을 잠정 중단시키고 진상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녹취> 해당 대학 관계자(전화/음성변조) : “단과 대학 내에 있는 동아리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지시킨 상태죠. 학칙에 위배되는 상황이 발견될 수도 있겠죠. 학교에서 어떻게 결정할 건지는 단과 대학하고 관련 부서들과 토의를 걸쳐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저희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심지어 어제도 충북의 한 대학에서 열린 막걸리 환영회 사진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면서 막걸리 환영회는 이제 대학 전체의 문제로 공론화되고 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막걸리 환영회는 놀랄 만큼 같은 모습입니다.

학과의 오래된 전통이고 후배들을 위한 액땜이란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동 들이 학생들에 대한 인권 교육이 부족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지적합니다.

인권의식이 빠진 자리에 기존 재학생들 사이에 이어져 온 상명하복 문화를 신입생에 주입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병리적 현상이라는 겁니다.

신입생들의 경우 가혹행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거부 의사를 밝히긴 쉽지 않습니다.

전통을 거부할 경우 새로운 집단에 편입되지 못할 수도 있다 우려 때문입니다.

<녹취> 해당 학과 신입생(음성변조) : “관습 때문에 인식 때문에 그냥 해야겠죠.”

<녹취> 대학생(음성변조) : “다 같이 하는데 거기서 저 혼자 안 할 거라고 말도 못 하고.“

이 같은 암묵적인 묵인 속에 선배들의 가혹행위는 음지에서 더욱 야만적인 모습으로 변해가는 겁니다.

<녹취> 대학생(음성변조) : “그냥 사실 이제야 음성화됐던 것들이 다 드러나는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없어져야 할 문화이지만 우리가 항상 해 왔던 거니까 는 이런 인식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성과 학문의 전당, 진리의 상아탑.

대학을 상징하는 표현들을 무색하게 만드는 대학 선배들의 엽기적인 환영 의식.

비뚤어진 악습은 버리고, 건강한 대학문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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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막걸리를 머리에…엽기적인 신입생 환영회
    • 입력 2016-03-31 08:36:55
    • 수정2016-03-31 09:5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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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새 학기를 맞은 대학들이 막걸리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막걸리를 마셔서가 아니라 부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SNS를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한 대학의 신입생 환영회 모습인데요.

신입생들 머리 위로 선배들이 막걸리를 들이붓습니다.

그런데 이런 막걸리 환영식이 대학 한두 곳에서 벌어진 게 아니었습니다.

한 사건을 계기로 전국에서 비슷한 사례들이 연달아 드러나고 있는 건데요.

학생들은 도대체 왜 이런 행사를 벌이는 걸까요.

오늘 뉴스 따라잡기에서는 학문의 전당에서 벌어지는 엽기적인 환영회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논란이 된 막걸리 환영회가 열린 건 지난 4일 전북의 한 대학교에 섭니다.

한 학과 학생회가 마련한 환영 행사였는데요.

이 자리엔 2, 3학년 선배 십여 명과 신입생 27명이 참석했습니다.

행사 과정에서 선배들이 신입생들 머리에 막걸리 수십 통을 부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 학생들이 벌인 돌발행동도 아니었고 학생회가 해마다 진행하는 정규 행사였습니다.

수능이라는 고된 난관을 거쳐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에게 선배들은 왜 막걸리를 뿌린 걸까?

취재진은 문제가 된 해당 학과에 직접 찾아가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녹취> 해당 학과 학생회 임원(음성변조) : “개강 열림 굿이라고 명칭을 하고 있는데 신입생 친구들이 대학생활 하는 4년 동안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액땜하라고 막걸리 뿌리는 건 죄를 씻고 깨끗하게 해서 앞으로 잘 생활해라…….”

예전부터 이어져 온 학과의 전통으로 후배들에 대한 환영의 표현이라는 겁니다.

또, 희망자들에게 한해서 진행한 행사였을 뿐, 가혹행위는 아니었다고 해명합니다.

오히려 해당 학과 학생들은 막걸리 환영식이 논란이 될 줄 몰랐다는 반응입니다.

<녹취> 해당 학과 재학생(음성변조) : “저희는 막걸리 뿌린 게 가혹 행위, '신입생들 이렇게 해라.' 이런 의미도 절대 아니었고 '신입생들 잘해보자.' 의미였거든요.”

<녹취> 해당 학과 학생회 임원(음성변조) : “참여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고 그렇게까지 공지를 다 줬던 상황이어서 저희 판단으로는 서로 동의 하에 이루어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행사에 참석했던 신입생들의 의견도 같을까?

<녹취> 해당 학과 신입생(음성변조) : “'옷을 버릴 수 있으니까 따뜻하게 입되 버릴 수 있는 옷을 챙겨오도록 해라.' 그런 공지를 충분히 받았어요. (하지만) 이런 행사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사람이 일부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식적으로 수십 통의 막걸리를 몸에 뿌리는 것을 대학문화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긴 어려운 것이 사실.

인터넷을 중심으로 비난이 확산되자 해당 학과 학생회 측은 그제야 사과문을 올리며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녹취> 해당 학과 학생회 임원(음성변조) : “저희가 안일했다는 생각도 들고 당연히 고쳐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저희 신입생 친구들한테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고통을 안겨준 점을 매우 미안하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을 방지하도록 하겠습니다.“

대학도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이 같은 가혹행위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대학 관계자(음성변조) : “매년 학기 초마다 시끌시끌하지 않습니까. 지속적으로 학교에서 지도, 단속하고 교육도 시키고 그렇게 진행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가학적인 막걸리 환영회는 비단 한 학교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신입생 환영회가 논란이 되기 시작한 건 지난 11일 부산의 한 대학에서 촬영된 사진 때문이었습니다.

한 여자 선배가 고개 숙인 후배의 머리에 두부와 김치 등 음식물이 섞인 막걸리를 머리에 들이붓습니다.

또 다른 행사에선 테이프를 감은 뒤 술을 뿌리거나 대야의 술을 통째로 뿌리기도 합니다.

한 학과 동아리 선배들이 동아리 창설 기념일을 맞아 벌인 행사인데, 선배들이 막걸리는 뿌린 이유는 이번에도 신입생들에 대한 액땜이었습니다.

<녹취> 해당 학과 재학생(전화/음성변조) : “매년 해오던 거니까 저희도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했습니다. 맞겠다는 애들만 맞은 거거든요. 진짜 신입생들도 웃으면서 이렇게 하는 그런 거였거든요.”

하지만 행사에 참여한 신입생의 가족이 SNS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인터넷을 통해 해당 환영회가 논란이 되자 해당 학과 학생회 측은 사과문을 내놓았습니다.

<녹취> 해당학과 재학생(전화/음성변조) : “생각을 못 바꾼 그 자체가 잘못이죠. 당연히 없어져야 할 문화인데.”

학교도 해당 동아리가 포함된 단과 대의 동아리 활동을 잠정 중단시키고 진상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녹취> 해당 대학 관계자(전화/음성변조) : “단과 대학 내에 있는 동아리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지시킨 상태죠. 학칙에 위배되는 상황이 발견될 수도 있겠죠. 학교에서 어떻게 결정할 건지는 단과 대학하고 관련 부서들과 토의를 걸쳐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저희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심지어 어제도 충북의 한 대학에서 열린 막걸리 환영회 사진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면서 막걸리 환영회는 이제 대학 전체의 문제로 공론화되고 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막걸리 환영회는 놀랄 만큼 같은 모습입니다.

학과의 오래된 전통이고 후배들을 위한 액땜이란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동 들이 학생들에 대한 인권 교육이 부족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지적합니다.

인권의식이 빠진 자리에 기존 재학생들 사이에 이어져 온 상명하복 문화를 신입생에 주입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병리적 현상이라는 겁니다.

신입생들의 경우 가혹행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거부 의사를 밝히긴 쉽지 않습니다.

전통을 거부할 경우 새로운 집단에 편입되지 못할 수도 있다 우려 때문입니다.

<녹취> 해당 학과 신입생(음성변조) : “관습 때문에 인식 때문에 그냥 해야겠죠.”

<녹취> 대학생(음성변조) : “다 같이 하는데 거기서 저 혼자 안 할 거라고 말도 못 하고.“

이 같은 암묵적인 묵인 속에 선배들의 가혹행위는 음지에서 더욱 야만적인 모습으로 변해가는 겁니다.

<녹취> 대학생(음성변조) : “그냥 사실 이제야 음성화됐던 것들이 다 드러나는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없어져야 할 문화이지만 우리가 항상 해 왔던 거니까 는 이런 인식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성과 학문의 전당, 진리의 상아탑.

대학을 상징하는 표현들을 무색하게 만드는 대학 선배들의 엽기적인 환영 의식.

비뚤어진 악습은 버리고, 건강한 대학문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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