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이번엔 현대가 정일선 사장…“신호 무시 지시”

입력 2016.04.11 (08:33) 수정 2016.04.11 (09:0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가자'라는 문자가 오면 번개같이 뛰어 나올 것.

신문을 전달한 뒤 사장님의 구두를 닦아 둘 것

한 수행기사의 매뉴얼에 담긴 내용 중 일부입니다.

이 수행기사를 고용했던 사람은 현대가 3세인 현대 BNG 스틸 정일선 사장이었습니다.

수행기사는 백 장이 넘는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못할 때마다 정일선 사장으로부터 폭행과 욕설이 날아들었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빨리 가자고 지시할 경우 교통 신호도 무시해야 했다는데요.

시곗바늘을 조선 시대 신분제 사회로 돌려 놓은 듯한 재벌들의 갑질, 뉴스따라잡기에서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13년 정일선 현대 비앤지스틸 사장의 수행기사로 일했던 A씨!

일과는 모닝콜로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녹취>A 씨(정일선 사장 전 수행기사/음성변조) : "오전 10시 11시에 회의가 있다. 그러면 최소한 2시간 전에 깨워서 씻고, 원하는 시간에 깨워드려야 해요."

그런데 이 모닝콜을 걸 때마다 그는 마음을 졸여야 했다고 털어놓습니다.

<녹취>A 씨(정일선 사장 전 수행기사/음성변조) : "본인이 안 일어나놓고 안 깨웠다고 아니면 내가 8시까지 깨우라고 했는데 왜 8시 5분에 깨워 이러면 맞는 거죠. 아니면 문 앞에 세워놓는다고요 그게 벌을 주는 건데 그게 굉장히 모욕적이죠."

수시로 원색적인 욕설이 쏟아지고 심지어 구둣발로 정강이를 채이기까지 했다고 말합니다.

<녹취>A 씨(정일선 사장 전 수행기사/음성변조) : "무슨 기사라든지 그런 건 없고 일단 기본적으로 “야”. 대가리에 든 거 없는 XX 병신 XX 그리고 쌍시옷으로 된 건 다 했죠. “너 같은 게 태어났으니까 너희 엄마가 그러고 미역국 먹었느냐?” 뭐 이런 식으로 하는 거죠."

평소 복싱을 즐기는 정 사장이 운동을 마친 후엔 자신을 마치 샌드백 취급을 했다고도 했습니다.

<녹취>A 씨(정일선 사장 전 수행기사/음성변조) : "머리통을 쥐어 때린다든가.. (주먹) 강도에 관해 물어보는 것 같은 데 "맞을만해?" 얘기하는 거죠.. 그럴 땐 정말 치욕적이어서…."

게다가 일과를 세세히 기록한 업무 매뉴얼을 숙지해야 했는데, A4 용지로 된 매뉴얼이 무려 백 페이지가 넘었습니다.

모닝콜은 전화를 받을 때까지 악착같이 걸기.

‘가자’라는 문자가 오면 번개같이 뛰어 올라가기.

사모님 취침에 방해되므로 소리가 나지 않게 주의하라는 문구까지.

수행기사보단 하인이나 몸종의 행동지침 같은 매뉴얼 내용 매뉴얼대로 하지 않을 경우 정 회장은 운전 중에도 폭력을 행사하였다고도 말합니다.

<녹취>A 씨(정일선 사장 전 수행기사/음성변조) : "머리 뒤에 의자 뒷좌석에 뒤에를 운전하는 중에 치는 거죠. 그러고 뭐 신문 같은 걸 앞으로 확 집어던진다든가 그러면 깜짝 놀라서 브레이크를 잡으면 누굴 죽일 셈이냐 뭐 이런 식인 거죠."

또한 매뉴얼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 벌점을 받고, 운전기사와 총무 담당이 경위서와 감봉을 받는다는 내용도 적혀 있습니다.

이 외에도 구두를 닦거나 운동복 빨래를 하는 등 수행 기사의 업무로 볼 수 없는 일들도 도맡아 해야 했습니다.

더구나 충격적인 건, "빨리 가자는 말씀이 있으면, 신호, 차선 등 교통법규를 무시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겨있었습니다.

<녹취>A 씨(정일선 사장 전 수행기사/음성변조) : "속도위반 그리고 불법 유턴, 신호위반 이런 걸 기본적으로 하지 않으면 그 시간에 맞출 수가 없기 때문에 인도도 타고 갓길도 타고..."

불법 행위를 노골적으로 지시했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종진(한국노동사회 연구소 연구위원) : "매뉴얼의 사실은 업무의 문제라기보다는 시민의 제 3자의 사망 사고 유발할 수 있는 도로교통법을 위반할 수 있는 지시 명령이 담겨있는 업무 매뉴얼이 더 큰 문제로 볼 수 있고요."

수행기사로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무엇보다 노동 시간!

그는 퇴근 시간이 따로 없었다고 말합니다.

<녹취>A 씨(정일선 사장 전 수행기사/음성변조) : "제일 힘든 건 새벽까지 일하는 거죠. 예를 들어서 집에 들어가서 사장님이 잠이 들어 버렸어요. 그러면 계속 기다리는 거예요. 그냥 임의대로 집에 가면 (다음 날) 잘리거나 폭언을 또 당하는 거죠."

이렇다 보니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는 운전기사가 태반.

석 달 만에 20명이 교체되기도 했다는 겁니다.

<녹취>A 씨(정일선 사장 전 수행기사/음성변조) : "저는 재벌가를 처음 봤고 아 재벌가들은 원래 이렇게 하는 거라고 설명을 들었고 순진한 마음에 원래 이렇게 맞고 그리고 또 월급을 타려고 버티고 버티고 하는 것 같아요."

앞서 지난해 정일선 사장의 동생인 정문선 현대 BNG 스틸의 부사장도 수행기사에 대한 부당 행위가 논란이 됐습니다.

당시 전직 수행기사가 동생 정문선 회장으로부터 욕설과 폭언을 들었다고 주장했는데요.

이로써 현대가 3세 경영인 형제가 나란히 갑질 횡포의 중심에 서게 됐습니다.

수행비서에 대한 갑질이 논란이 된 건 현대가 3세 형제만이 아닙니다.

지난달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도 수행비서에게 폭언과 폭행을 했다는 논란으로 고개를 숙여야 했습니다.

사실상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인 재벌가 수행비서들의 노동 여건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터뷰> 김종진(한국노동사회 연구소 연구위원) : "비인격적인 것 그리고 노동 기준을 파괴하는 것 그리고 도로교통법을 위반할 수 있는 게 아무도 모르고 있었는데 몇몇 새로 발각된 거거든요. 특별 근로 감독을 통해서 모니터링을 통하고 재발을 방지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상식의 선을 벗어난 재벌가 오너들의 저질 행태는 왜 계속 반복되는 걸까?

<인터뷰> 염건령(한국범죄학연구소 선임위원) : "돈이면 다 된다는 식으로 학대하는 거죠. 기사나 수행 비서들을. 근데 이러한 사건들이 누적되어 있다가 갑자기 이번에 최근에 몇 건이 터졌잖아요. 터지면서 나도 공개해야겠다 이런 추가적인 스프링 효과라고 보셔야 해요."

사건이 터진 뒤 올해로 46살인 정일선 사장은 “젊은 혈기에 자제력이 부족하고 미숙했다.”라는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앞서 경비원 폭행으로 갑질 논란에 불을 지폈던 미스터피자, MPK그룹 정우현 회장도 지난 9일 경찰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녹취> 정우현(MPK 그룹 회장) : "먼저 저의 잘못된 처신으로 인해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관리인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인터뷰> 공정식(한국심리과학센터 교수) : "사회 지도층에 대한 처벌 자체가 너무 솜방망이였고그러다보니까 사회적 불신으로 확산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 지도층이 이런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했을 땐 더 엄격하게 법적 적용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윤리의식도,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도 실종된 기업 고위 경영진의 행동들, 연이어 드러나는 이들의 저질 행태는 우리 사회의 병폐를 보여주는 것 아닐까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이번엔 현대가 정일선 사장…“신호 무시 지시”
    • 입력 2016-04-11 08:35:25
    • 수정2016-04-11 09:09:29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가자'라는 문자가 오면 번개같이 뛰어 나올 것.

신문을 전달한 뒤 사장님의 구두를 닦아 둘 것

한 수행기사의 매뉴얼에 담긴 내용 중 일부입니다.

이 수행기사를 고용했던 사람은 현대가 3세인 현대 BNG 스틸 정일선 사장이었습니다.

수행기사는 백 장이 넘는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못할 때마다 정일선 사장으로부터 폭행과 욕설이 날아들었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빨리 가자고 지시할 경우 교통 신호도 무시해야 했다는데요.

시곗바늘을 조선 시대 신분제 사회로 돌려 놓은 듯한 재벌들의 갑질, 뉴스따라잡기에서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13년 정일선 현대 비앤지스틸 사장의 수행기사로 일했던 A씨!

일과는 모닝콜로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녹취>A 씨(정일선 사장 전 수행기사/음성변조) : "오전 10시 11시에 회의가 있다. 그러면 최소한 2시간 전에 깨워서 씻고, 원하는 시간에 깨워드려야 해요."

그런데 이 모닝콜을 걸 때마다 그는 마음을 졸여야 했다고 털어놓습니다.

<녹취>A 씨(정일선 사장 전 수행기사/음성변조) : "본인이 안 일어나놓고 안 깨웠다고 아니면 내가 8시까지 깨우라고 했는데 왜 8시 5분에 깨워 이러면 맞는 거죠. 아니면 문 앞에 세워놓는다고요 그게 벌을 주는 건데 그게 굉장히 모욕적이죠."

수시로 원색적인 욕설이 쏟아지고 심지어 구둣발로 정강이를 채이기까지 했다고 말합니다.

<녹취>A 씨(정일선 사장 전 수행기사/음성변조) : "무슨 기사라든지 그런 건 없고 일단 기본적으로 “야”. 대가리에 든 거 없는 XX 병신 XX 그리고 쌍시옷으로 된 건 다 했죠. “너 같은 게 태어났으니까 너희 엄마가 그러고 미역국 먹었느냐?” 뭐 이런 식으로 하는 거죠."

평소 복싱을 즐기는 정 사장이 운동을 마친 후엔 자신을 마치 샌드백 취급을 했다고도 했습니다.

<녹취>A 씨(정일선 사장 전 수행기사/음성변조) : "머리통을 쥐어 때린다든가.. (주먹) 강도에 관해 물어보는 것 같은 데 "맞을만해?" 얘기하는 거죠.. 그럴 땐 정말 치욕적이어서…."

게다가 일과를 세세히 기록한 업무 매뉴얼을 숙지해야 했는데, A4 용지로 된 매뉴얼이 무려 백 페이지가 넘었습니다.

모닝콜은 전화를 받을 때까지 악착같이 걸기.

‘가자’라는 문자가 오면 번개같이 뛰어 올라가기.

사모님 취침에 방해되므로 소리가 나지 않게 주의하라는 문구까지.

수행기사보단 하인이나 몸종의 행동지침 같은 매뉴얼 내용 매뉴얼대로 하지 않을 경우 정 회장은 운전 중에도 폭력을 행사하였다고도 말합니다.

<녹취>A 씨(정일선 사장 전 수행기사/음성변조) : "머리 뒤에 의자 뒷좌석에 뒤에를 운전하는 중에 치는 거죠. 그러고 뭐 신문 같은 걸 앞으로 확 집어던진다든가 그러면 깜짝 놀라서 브레이크를 잡으면 누굴 죽일 셈이냐 뭐 이런 식인 거죠."

또한 매뉴얼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 벌점을 받고, 운전기사와 총무 담당이 경위서와 감봉을 받는다는 내용도 적혀 있습니다.

이 외에도 구두를 닦거나 운동복 빨래를 하는 등 수행 기사의 업무로 볼 수 없는 일들도 도맡아 해야 했습니다.

더구나 충격적인 건, "빨리 가자는 말씀이 있으면, 신호, 차선 등 교통법규를 무시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겨있었습니다.

<녹취>A 씨(정일선 사장 전 수행기사/음성변조) : "속도위반 그리고 불법 유턴, 신호위반 이런 걸 기본적으로 하지 않으면 그 시간에 맞출 수가 없기 때문에 인도도 타고 갓길도 타고..."

불법 행위를 노골적으로 지시했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종진(한국노동사회 연구소 연구위원) : "매뉴얼의 사실은 업무의 문제라기보다는 시민의 제 3자의 사망 사고 유발할 수 있는 도로교통법을 위반할 수 있는 지시 명령이 담겨있는 업무 매뉴얼이 더 큰 문제로 볼 수 있고요."

수행기사로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무엇보다 노동 시간!

그는 퇴근 시간이 따로 없었다고 말합니다.

<녹취>A 씨(정일선 사장 전 수행기사/음성변조) : "제일 힘든 건 새벽까지 일하는 거죠. 예를 들어서 집에 들어가서 사장님이 잠이 들어 버렸어요. 그러면 계속 기다리는 거예요. 그냥 임의대로 집에 가면 (다음 날) 잘리거나 폭언을 또 당하는 거죠."

이렇다 보니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는 운전기사가 태반.

석 달 만에 20명이 교체되기도 했다는 겁니다.

<녹취>A 씨(정일선 사장 전 수행기사/음성변조) : "저는 재벌가를 처음 봤고 아 재벌가들은 원래 이렇게 하는 거라고 설명을 들었고 순진한 마음에 원래 이렇게 맞고 그리고 또 월급을 타려고 버티고 버티고 하는 것 같아요."

앞서 지난해 정일선 사장의 동생인 정문선 현대 BNG 스틸의 부사장도 수행기사에 대한 부당 행위가 논란이 됐습니다.

당시 전직 수행기사가 동생 정문선 회장으로부터 욕설과 폭언을 들었다고 주장했는데요.

이로써 현대가 3세 경영인 형제가 나란히 갑질 횡포의 중심에 서게 됐습니다.

수행비서에 대한 갑질이 논란이 된 건 현대가 3세 형제만이 아닙니다.

지난달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도 수행비서에게 폭언과 폭행을 했다는 논란으로 고개를 숙여야 했습니다.

사실상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인 재벌가 수행비서들의 노동 여건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터뷰> 김종진(한국노동사회 연구소 연구위원) : "비인격적인 것 그리고 노동 기준을 파괴하는 것 그리고 도로교통법을 위반할 수 있는 게 아무도 모르고 있었는데 몇몇 새로 발각된 거거든요. 특별 근로 감독을 통해서 모니터링을 통하고 재발을 방지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상식의 선을 벗어난 재벌가 오너들의 저질 행태는 왜 계속 반복되는 걸까?

<인터뷰> 염건령(한국범죄학연구소 선임위원) : "돈이면 다 된다는 식으로 학대하는 거죠. 기사나 수행 비서들을. 근데 이러한 사건들이 누적되어 있다가 갑자기 이번에 최근에 몇 건이 터졌잖아요. 터지면서 나도 공개해야겠다 이런 추가적인 스프링 효과라고 보셔야 해요."

사건이 터진 뒤 올해로 46살인 정일선 사장은 “젊은 혈기에 자제력이 부족하고 미숙했다.”라는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앞서 경비원 폭행으로 갑질 논란에 불을 지폈던 미스터피자, MPK그룹 정우현 회장도 지난 9일 경찰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녹취> 정우현(MPK 그룹 회장) : "먼저 저의 잘못된 처신으로 인해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관리인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인터뷰> 공정식(한국심리과학센터 교수) : "사회 지도층에 대한 처벌 자체가 너무 솜방망이였고그러다보니까 사회적 불신으로 확산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 지도층이 이런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했을 땐 더 엄격하게 법적 적용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윤리의식도,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도 실종된 기업 고위 경영진의 행동들, 연이어 드러나는 이들의 저질 행태는 우리 사회의 병폐를 보여주는 것 아닐까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