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베란다에서 이불 털다가”…잇단 추락사 이유는?

입력 2016.04.14 (08:32) 수정 2016.04.1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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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매서웠던 겨울 추위가 가고 이제 정말 봄의 한가운데에 와있는 듯한데요.

봄이 오면서 집집마다 대청소 많이 하실 겁니다.

묵직한 이불이나 두툼한 겨울옷에 쌓인 먼지도 털어 내실 텐데요.

아파트에 살고 계신 분들이라면 혹시 베란다에서 옷이나 이불을 흔들어 먼지를 털어내시진 않나요?

그런데 이 일상적인 행동이 굉장히 위험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불을 털다 아파트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건데요.

특히 여성분과 노약자들은 더더욱 조심하셔야 한다고 합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서 베란다 이불 털기의 위험성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1일 아침 119구조대로 다급한 신고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인터뷰> 장일석(팀장/부산 북부소방서 화명 119안전센터) : "4월 11일 오전 10시 47분경에 본사 사무실로부터 OOO동 앞에 추락 환자가 있다는 지령을 받았습니다."

아파트 앞에 30대 여성 한 명이 추락해 있는 상황, 이 여성은 아파트 30층에 사는 36살 A씨였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운동하시고 돌아오시는 길에 봤는데 일단 아침이었거든요?"

신고 접수 뒤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했고, 서둘러 환자의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인터뷰> 장일석(팀장/부산 북부소방서 화명 119안전센터) : "환자분은 일단 화단에 추락하신 상태였고 움직임하고 호흡 맥박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서둘러 응급처치를 한 뒤 병원으로 옮겼지만 안타깝게도 A씨는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A씨는 왜 30층 높이인 자신의 집에서 떨어져 숨질 걸까.

그런데, 고층 아파트에서 여성이 추락한 비슷한 사건은 두 달 전에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상윤(소방사/부산 사하소방서119안전센터) : "2월 23일 오후 2시 24분 아파트 부상 환자가 있다고 해서 저희가 출동했습니다."

이 아파트 23층에 사는 24살 문 모 씨가 아파트 뒤뜰에 쓰러져 있던 겁니다.

<인터뷰> 김상윤(소방사/부산 사하소방서119안전센터) : "경찰한테 경위를 물어봤을 때 신고 5분 전에 ‘쿵’하는 소리를 듣고 이웃 주민이 신고했다는……."

23층 높이에서 떨어진 문 씨 역시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고층 아파트에서 여성이 떨어져 숨진 2건의 사고현장에서 공통적으로 특이한 물건 하나가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장일석(팀장/부산 북부소방서 화명 119안전센터) : "그 주위에, 나뭇가지에 이불이 걸려있는 상태였습니다."

<인터뷰> 김상윤(소방사/부산 사하소방서119안전센터) : "아파트 뒤편 뜰 부분에 여성분이 하늘 보고 바로 누워 있는 상태였고 이불이 덮어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두 추락 현장에 떨어져 있던 이불.

이 이불은 대체 왜 추락 현장에서 발견될 걸까.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이불 널다가 떨어졌다고 하더라고. 이불 널다가 그랬다고……. 높은 데서 떨어졌다던데 털고 이럴 때 진짜 조심해야 해."

A씨의 집 베란다에는 평소 이불을 털 때 사용했다는 의자가 난간 바로 앞에 놓여있었고 문 씨는 사망 전 친구에게 ‘이불에 과자를 흘렸다’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두 여성 모두 아파트 베란다에서 이불을 털다 추락한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사람이 젊은데 어쩌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놀랐죠. 그런 얘기는 쉽게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여성뿐만이 아닙니다.

지난달에 전주에 사는 70대 노인이 베란다에서 추락해 중상을 입는 사고도 있었는데요.

경찰은 베란다 밖으로 몸을 내밀어 이불을 털다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하체 근육이 약한 노인들 역시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고 추락하기 쉽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박명식(교수/전북대병원 정형외과) : "나이가 들게 되면 근육의 양, 근력이 떨어지게 돼요. 그래서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하게 돼요."

일반적으로 아파트 베란다에서 이불을 터는 건 너무나 일상적인 일.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보통 베란다에서 많이 털어요. 주택이나 아파트 베란다에서 털어요."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젊은 사람들은 털던데 저기 보면 털더구먼……."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아줌마들 많이 털어요."

그러나 이 일상적인 활동이 자칫 생명까지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인터뷰> 권영균(교수/경희대학교 물리학과) : "먼지를 털기 위해서 흔드는 건데 그 흔드는 과정에서 이불이 파장, 파동을 만들어냅니다. 당기는 힘과 그리고 털어서 웨이브가 퍼져나가는 그 에너지 전달 때문에 당겨지는 두 가지 요소로 인해서 터는 분의 몸을 밖으로 당기게 되는 거죠."

현행법상, 추락을 막기 위해 규정된 베란다 난간의 높이는 1m 20cm.

이 난간의 위치가 사람의 무게 중심인 배꼽보다 높으면 위험을 줄일 수 있지만, 더욱 편하게 먼지를 털기 위해 의자 같은 발판에 올라가 이불을 털 경우 위험은 배가 되고 맙니다.

<인터뷰> 권영균(교수/경희대학교 물리학과) : "무게 중심이 아래에 있어서 난간보다 훨씬 아래에 있다면 난간을 못 넘어갈 텐데 의자나 발판을 놓고 올라가서 무게 중심을 높이게 되면 당기는 힘을 못 버티면 이제 그 너머서 추락하게 될 위험이 있는 거죠."

베란다 난간에 서서 힘껏 이불을 털 경우 이불이 털리는 힘 때문에 발뒤꿈치가 들리며 앞쪽으로 쏠립니다.

그런데 의자를 밟고 올라가 난간보다 무게중심이 높은 상황에서 이불을 털게 되면 순간적으로 몸의 중심이 무너지며 추락할 위험이 더 커지는 겁니다.

특히 남성보다 체중이 가볍고 반응 속도가 떨어지는 여성의 경우는 더더욱 위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한 번 털다가 기우뚱할 때가 저도 있긴 있었어요. ‘아! 조심해야겠구나.’"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방송에서 옛날부터 이불을 탁 털면 속도가 있으니까 사람이 거꾸로 처박힌다는 말이야 나는 뉴스 보니까 털지 말라는 소리는 들었거든요."

<인터뷰> 권영균(교수/경희대학교 물리학과) : "가능한 한 평지에서 털 수 있으면 제일 좋고요. 그다음에 또 한가지는 집 안에서 창문을 활짝 열고 털고 환기를 잘 시켜서 먼지를 빼낸다 하는게 이제 안전에는 제일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은데요."

해마다 봄이 오면 반복되는 고층아파트 추락사고, 전문가들은 여성과 노약자들이 사고가 나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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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베란다에서 이불 털다가”…잇단 추락사 이유는?
    • 입력 2016-04-14 08:33:46
    • 수정2016-04-14 09: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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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매서웠던 겨울 추위가 가고 이제 정말 봄의 한가운데에 와있는 듯한데요.

봄이 오면서 집집마다 대청소 많이 하실 겁니다.

묵직한 이불이나 두툼한 겨울옷에 쌓인 먼지도 털어 내실 텐데요.

아파트에 살고 계신 분들이라면 혹시 베란다에서 옷이나 이불을 흔들어 먼지를 털어내시진 않나요?

그런데 이 일상적인 행동이 굉장히 위험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불을 털다 아파트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건데요.

특히 여성분과 노약자들은 더더욱 조심하셔야 한다고 합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서 베란다 이불 털기의 위험성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1일 아침 119구조대로 다급한 신고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인터뷰> 장일석(팀장/부산 북부소방서 화명 119안전센터) : "4월 11일 오전 10시 47분경에 본사 사무실로부터 OOO동 앞에 추락 환자가 있다는 지령을 받았습니다."

아파트 앞에 30대 여성 한 명이 추락해 있는 상황, 이 여성은 아파트 30층에 사는 36살 A씨였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운동하시고 돌아오시는 길에 봤는데 일단 아침이었거든요?"

신고 접수 뒤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했고, 서둘러 환자의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인터뷰> 장일석(팀장/부산 북부소방서 화명 119안전센터) : "환자분은 일단 화단에 추락하신 상태였고 움직임하고 호흡 맥박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서둘러 응급처치를 한 뒤 병원으로 옮겼지만 안타깝게도 A씨는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A씨는 왜 30층 높이인 자신의 집에서 떨어져 숨질 걸까.

그런데, 고층 아파트에서 여성이 추락한 비슷한 사건은 두 달 전에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상윤(소방사/부산 사하소방서119안전센터) : "2월 23일 오후 2시 24분 아파트 부상 환자가 있다고 해서 저희가 출동했습니다."

이 아파트 23층에 사는 24살 문 모 씨가 아파트 뒤뜰에 쓰러져 있던 겁니다.

<인터뷰> 김상윤(소방사/부산 사하소방서119안전센터) : "경찰한테 경위를 물어봤을 때 신고 5분 전에 ‘쿵’하는 소리를 듣고 이웃 주민이 신고했다는……."

23층 높이에서 떨어진 문 씨 역시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고층 아파트에서 여성이 떨어져 숨진 2건의 사고현장에서 공통적으로 특이한 물건 하나가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장일석(팀장/부산 북부소방서 화명 119안전센터) : "그 주위에, 나뭇가지에 이불이 걸려있는 상태였습니다."

<인터뷰> 김상윤(소방사/부산 사하소방서119안전센터) : "아파트 뒤편 뜰 부분에 여성분이 하늘 보고 바로 누워 있는 상태였고 이불이 덮어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두 추락 현장에 떨어져 있던 이불.

이 이불은 대체 왜 추락 현장에서 발견될 걸까.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이불 널다가 떨어졌다고 하더라고. 이불 널다가 그랬다고……. 높은 데서 떨어졌다던데 털고 이럴 때 진짜 조심해야 해."

A씨의 집 베란다에는 평소 이불을 털 때 사용했다는 의자가 난간 바로 앞에 놓여있었고 문 씨는 사망 전 친구에게 ‘이불에 과자를 흘렸다’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두 여성 모두 아파트 베란다에서 이불을 털다 추락한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사람이 젊은데 어쩌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놀랐죠. 그런 얘기는 쉽게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여성뿐만이 아닙니다.

지난달에 전주에 사는 70대 노인이 베란다에서 추락해 중상을 입는 사고도 있었는데요.

경찰은 베란다 밖으로 몸을 내밀어 이불을 털다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하체 근육이 약한 노인들 역시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고 추락하기 쉽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박명식(교수/전북대병원 정형외과) : "나이가 들게 되면 근육의 양, 근력이 떨어지게 돼요. 그래서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하게 돼요."

일반적으로 아파트 베란다에서 이불을 터는 건 너무나 일상적인 일.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보통 베란다에서 많이 털어요. 주택이나 아파트 베란다에서 털어요."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젊은 사람들은 털던데 저기 보면 털더구먼……."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아줌마들 많이 털어요."

그러나 이 일상적인 활동이 자칫 생명까지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인터뷰> 권영균(교수/경희대학교 물리학과) : "먼지를 털기 위해서 흔드는 건데 그 흔드는 과정에서 이불이 파장, 파동을 만들어냅니다. 당기는 힘과 그리고 털어서 웨이브가 퍼져나가는 그 에너지 전달 때문에 당겨지는 두 가지 요소로 인해서 터는 분의 몸을 밖으로 당기게 되는 거죠."

현행법상, 추락을 막기 위해 규정된 베란다 난간의 높이는 1m 20cm.

이 난간의 위치가 사람의 무게 중심인 배꼽보다 높으면 위험을 줄일 수 있지만, 더욱 편하게 먼지를 털기 위해 의자 같은 발판에 올라가 이불을 털 경우 위험은 배가 되고 맙니다.

<인터뷰> 권영균(교수/경희대학교 물리학과) : "무게 중심이 아래에 있어서 난간보다 훨씬 아래에 있다면 난간을 못 넘어갈 텐데 의자나 발판을 놓고 올라가서 무게 중심을 높이게 되면 당기는 힘을 못 버티면 이제 그 너머서 추락하게 될 위험이 있는 거죠."

베란다 난간에 서서 힘껏 이불을 털 경우 이불이 털리는 힘 때문에 발뒤꿈치가 들리며 앞쪽으로 쏠립니다.

그런데 의자를 밟고 올라가 난간보다 무게중심이 높은 상황에서 이불을 털게 되면 순간적으로 몸의 중심이 무너지며 추락할 위험이 더 커지는 겁니다.

특히 남성보다 체중이 가볍고 반응 속도가 떨어지는 여성의 경우는 더더욱 위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한 번 털다가 기우뚱할 때가 저도 있긴 있었어요. ‘아! 조심해야겠구나.’"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방송에서 옛날부터 이불을 탁 털면 속도가 있으니까 사람이 거꾸로 처박힌다는 말이야 나는 뉴스 보니까 털지 말라는 소리는 들었거든요."

<인터뷰> 권영균(교수/경희대학교 물리학과) : "가능한 한 평지에서 털 수 있으면 제일 좋고요. 그다음에 또 한가지는 집 안에서 창문을 활짝 열고 털고 환기를 잘 시켜서 먼지를 빼낸다 하는게 이제 안전에는 제일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은데요."

해마다 봄이 오면 반복되는 고층아파트 추락사고, 전문가들은 여성과 노약자들이 사고가 나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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