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위기의 해운업…생존 시나리오는?

입력 2016.04.26 (08:14) 수정 2016.04.2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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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해운업 구조조정이 왜 이렇게 갑자기 이렇게 발등의 불이 된 걸까요?

해운업은 대표적인 과점 산업입니다.

그러니까 몇몇 커다란 해운사들이 이른바 '해운동맹'이라는 걸 맺고 장사를 해 왔습니다.

선적 기준으로 업계 1위인 덴마크 머스크라는 회사와 2위인 스위스 MSC 같은 회사가 머리 글자만 떼서 만든 2M이라는 동맹을 포함해 '공룡 해운사' 20개 정도가 4개의 동맹을 맺고 장사를 해왔습니다.

해운사들이 이렇게 힘을 합쳐서 일정한 운임을 유지하고 운송 조건이나 원유 구매까지 함께 하면서 돈을 벌어온 겁니다.

여기에 우리의 한진해운(8위)과 현대상선(15위)도 4개 해운동맹 가운데 각각 한 곳에 포함되면서 생존해 왔습니다.

우리 해운사들이 '해운동맹'에 들어가 있으면 예를 들어 부산에서 유럽까지 갈때 자체 화물뿐 아니라 동맹사의 화물도 싣고 갈 수 있어 좋습니다

또 유럽에서 돌아올때도 빈배로 돌아오는 일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해운동맹이 양강 체제 내지는 3강 체제로 재편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겁니다.

이 와중에 우리 해운사 두 곳은 경영 부실로 구조조정을 맞게 됐는데, 더 나아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해운사는 이 해운동맹에서 퇴출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에 정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는 겁니다.

박석호 기자의 설명 들어보시죠.

<리포트>

정부가 해운과 항만 물류 관계자들을 급히 소집했습니다.

해운동맹 재편이 화두였습니다.

<녹취> 김영석(해양수산부 장관) : "4개의 얼라이언스가 빠르게 재편 과정을 거치고 있고, 3개의 얼라이언스로 축소 재편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중국과 프랑스 해운업체가 새로운 거대 동맹을 결성하면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속한 동맹은 마이너로 전락할 처지입니다.

새 동맹을 찾아야 할 상황인 겁니다.

특히 구조조정까지 실패하면 이 동맹에서 퇴출됩니다.

그럴 경우, 대륙간 운송을 포기하고 대신 동남아 등의 가까운 항구를 오가며 중소 해운사와 제살깎기 경쟁을 해야 할 처지입니다.

<녹취> 김영무(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 : "공급과잉이 돼서 근해 선사 해운 서비스망도 과당 경쟁을 해서 시장이 위험하게 될 겁니다."

또 동맹에 남아있는 외국 해운사들이 부산항을 거쳐갈 유인도 사라져, 항만 물류 수입은 줄고 우리 기업의 수출 비용은 늘어나게 됩니다.

조선업도 영향을 받습니다.

<녹취> 김우호(해양수산개발원 해운해사연구본부장) :"양대 선사들이 가지고 운항하는 선박이 몇 척을 빼고는 국내에서 건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 조선에도 분명히 영향을 줄 것이고요."

새로운 해운동맹이 출범하는 시기는 내년 초, 구조조정의 마지노선입니다.

KBS 뉴스 박석호입니다.

<앵커 멘트>

이렇게 글로벌 해운 업계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데 업친데 덮친 격으로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도 어제부터 자율협약을 신청했습니다.

한때 세계 4위까지 올라갔던 한진해운의 부채가 지난해말 기준 6조 6천억 원! 부채비율은 847% 입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현대상선은 부채비율이 무려 2천%가 넘습니다.

재무상태는 한진해운이 다소 낫지만 자구책의 성의가 부족하고 사채가 많다는 점에선 한진해운이 불리한 편입니다.

정부는 일단 국적해운사가 한 곳은 필요하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국적 해운사가 있어야 부산항에서의 물동량도 계속 유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먼저 인수합병을 통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합치는 경우를 상정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액 13조 원, 세계 시장 점유율 4위의 대형 국적 해운사가 탄생합니다.

양사의 기존 항로를 유지할 수 있고, 돈이 되는 주력 선박들 위주로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해집니다.

하지만 두 회사의 부실을 합친 만큼 부실규모가 더 커지고, 그만큼 대규모 정책자금 투입이 불가피합니다.

합병과정에서 대규모 인원 감축도 예상됩니다.

그럼 둘 중 하나만 살릴 경우 일단 정책자금을 한 곳에만 집중해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 곳은 해운동맹에서 소외되면서 그동안 갖고 있던 항로를 잃을 수 밖에 없고, 역시 대규모 실직 사태도 불가피합니다.

마지막으로 자구노력을 전제로,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해 두 곳 다 살리는 방법도 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선 결국은 돈을 댄 산업은행마저 부실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두 회사의 주채권은행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인만큼 해운업 재편의 방향엔 정부의 의지가 강력히 반영될 거란 게 시장의 중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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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폐 위기의 해운업…생존 시나리오는?
    • 입력 2016-04-26 08:18:33
    • 수정2016-04-26 11: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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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해운업 구조조정이 왜 이렇게 갑자기 이렇게 발등의 불이 된 걸까요?

해운업은 대표적인 과점 산업입니다.

그러니까 몇몇 커다란 해운사들이 이른바 '해운동맹'이라는 걸 맺고 장사를 해 왔습니다.

선적 기준으로 업계 1위인 덴마크 머스크라는 회사와 2위인 스위스 MSC 같은 회사가 머리 글자만 떼서 만든 2M이라는 동맹을 포함해 '공룡 해운사' 20개 정도가 4개의 동맹을 맺고 장사를 해왔습니다.

해운사들이 이렇게 힘을 합쳐서 일정한 운임을 유지하고 운송 조건이나 원유 구매까지 함께 하면서 돈을 벌어온 겁니다.

여기에 우리의 한진해운(8위)과 현대상선(15위)도 4개 해운동맹 가운데 각각 한 곳에 포함되면서 생존해 왔습니다.

우리 해운사들이 '해운동맹'에 들어가 있으면 예를 들어 부산에서 유럽까지 갈때 자체 화물뿐 아니라 동맹사의 화물도 싣고 갈 수 있어 좋습니다

또 유럽에서 돌아올때도 빈배로 돌아오는 일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해운동맹이 양강 체제 내지는 3강 체제로 재편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겁니다.

이 와중에 우리 해운사 두 곳은 경영 부실로 구조조정을 맞게 됐는데, 더 나아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해운사는 이 해운동맹에서 퇴출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에 정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는 겁니다.

박석호 기자의 설명 들어보시죠.

<리포트>

정부가 해운과 항만 물류 관계자들을 급히 소집했습니다.

해운동맹 재편이 화두였습니다.

<녹취> 김영석(해양수산부 장관) : "4개의 얼라이언스가 빠르게 재편 과정을 거치고 있고, 3개의 얼라이언스로 축소 재편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중국과 프랑스 해운업체가 새로운 거대 동맹을 결성하면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속한 동맹은 마이너로 전락할 처지입니다.

새 동맹을 찾아야 할 상황인 겁니다.

특히 구조조정까지 실패하면 이 동맹에서 퇴출됩니다.

그럴 경우, 대륙간 운송을 포기하고 대신 동남아 등의 가까운 항구를 오가며 중소 해운사와 제살깎기 경쟁을 해야 할 처지입니다.

<녹취> 김영무(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 : "공급과잉이 돼서 근해 선사 해운 서비스망도 과당 경쟁을 해서 시장이 위험하게 될 겁니다."

또 동맹에 남아있는 외국 해운사들이 부산항을 거쳐갈 유인도 사라져, 항만 물류 수입은 줄고 우리 기업의 수출 비용은 늘어나게 됩니다.

조선업도 영향을 받습니다.

<녹취> 김우호(해양수산개발원 해운해사연구본부장) :"양대 선사들이 가지고 운항하는 선박이 몇 척을 빼고는 국내에서 건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 조선에도 분명히 영향을 줄 것이고요."

새로운 해운동맹이 출범하는 시기는 내년 초, 구조조정의 마지노선입니다.

KBS 뉴스 박석호입니다.

<앵커 멘트>

이렇게 글로벌 해운 업계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데 업친데 덮친 격으로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도 어제부터 자율협약을 신청했습니다.

한때 세계 4위까지 올라갔던 한진해운의 부채가 지난해말 기준 6조 6천억 원! 부채비율은 847% 입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현대상선은 부채비율이 무려 2천%가 넘습니다.

재무상태는 한진해운이 다소 낫지만 자구책의 성의가 부족하고 사채가 많다는 점에선 한진해운이 불리한 편입니다.

정부는 일단 국적해운사가 한 곳은 필요하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국적 해운사가 있어야 부산항에서의 물동량도 계속 유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먼저 인수합병을 통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합치는 경우를 상정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액 13조 원, 세계 시장 점유율 4위의 대형 국적 해운사가 탄생합니다.

양사의 기존 항로를 유지할 수 있고, 돈이 되는 주력 선박들 위주로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해집니다.

하지만 두 회사의 부실을 합친 만큼 부실규모가 더 커지고, 그만큼 대규모 정책자금 투입이 불가피합니다.

합병과정에서 대규모 인원 감축도 예상됩니다.

그럼 둘 중 하나만 살릴 경우 일단 정책자금을 한 곳에만 집중해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 곳은 해운동맹에서 소외되면서 그동안 갖고 있던 항로를 잃을 수 밖에 없고, 역시 대규모 실직 사태도 불가피합니다.

마지막으로 자구노력을 전제로,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해 두 곳 다 살리는 방법도 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선 결국은 돈을 댄 산업은행마저 부실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두 회사의 주채권은행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인만큼 해운업 재편의 방향엔 정부의 의지가 강력히 반영될 거란 게 시장의 중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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