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13년 만에 들통난 ‘남편 청부 살해극’

입력 2016.05.06 (08:33) 수정 2016.05.0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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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2003년.

인적 드문 시골 길에서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됩니다.

경찰은 뺑소니 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지만 CCTV도, 목격자도 없었습니다.

결국, 경찰은 범인을 잡지 못하고 사건은 미제로 남게 됐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이 사건에 대한 결정적인 제보가 접수됐고, 무려 13년 만에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습니다.

수사 결과 단순한 뺑소니 사건이 아니라 놀랍게도 청부 살인 사건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살인을 의뢰한 사람은 사망한 남성의 아내였습니다.

사건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경북 의성의 한적한 시골 길에서 54살 김 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강병구(팀장/경북지방경찰청 미제수사팀) : "여러 방면의 수사는 진행되었지만, 뺑소니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하였습니다."

뺑소니 사고에 무게를 두었던 경찰.

그러나 새벽에 발생한 사고는 목격자도 없었습니다.

<인터뷰> 강병구(팀장/경북지방경찰청) : "미제수사팀 현장 상황 자체가 한적한 시골입니다. 주변에 CCTV가 아직까지도 없는 상태입니다. 아마 13년 전에는 지금보다도 더 열악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사는 답보 상태에 빠졌고 급기야 지난 2013년 2월, 뺑소니 사건의 공소시효인 10년이 지나버렸습니다.

뺑소니범이 만약 잡히더라도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게 된 겁니다.

그런데, 지난달 말 김 씨 사망 사건의 범인들이 긴급 체포됐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인터뷰> 강병구(팀장/경북지방경찰청 미제수사팀) : "작년 저희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보험금을 노린 범죄로 의심된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를 착수하게 되었습니다."

김 씨가 숨진 게 뺑소니가 아니라 보험금을 노린 살인 사건이란 충격적인 제보.

이 제보가 단서가 되어 13년 전 사건이 다시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겁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살인 사건이 김 씨 부인이 의뢰한 청부 살인이었다는 겁니다.

<녹취> 강병구(팀장/경북지방경찰청 미제수사팀) : "2003년도에 아내가 보험금을 노리고 여동생과 여동생 지인 또 지인의 중학교 동창이 서로 공모를 해서 피해자를 살해하고 보험금을 타는 그런 사건입니다."

이웃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김 씨는 평소 술을 자주 마셨다고 합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제 평소에도 술 많이 먹었나요?) 그렇지. 평소에도 술을 많이 먹고 술 취할 때가 더 많아요."

술에 취하면 김 씨는 아내 박 씨와 자주 다퉜다고 하는데요.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정은 좀 없었다고 봐야죠. 하도 술을 많이 먹고……."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술 마시고 술 취하면 그릇 같은 거 밥상 밑에 팽개치고 그랬어."

아내 박 씨의 불만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졌습니다.

아내 박 씨와 박 씨의 여동생이 김 씨 살해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겁니다.

먼저, 아내 박 씨는 남편 김 씨의 이름으로 보험에 가입합니다.

<인터뷰> 강병구(팀장/경북지방경찰청 미제수사팀) : "(사건) 3년 전쯤에 들었습니다. 보험에 아마 가입한 시점부터라고 수사진에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범행을 실행에 옮기지 않고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치밀함을 보입니다.

<녹취> 강병구(팀장/경북지방경찰청 미제수사팀) : "사전에 보험에 가입해놓고도 바로 범행을 실행하지 않고 상당 기간을 기다렸다가 범행을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3년 뒤인 2003년.

박 씨와 박 씨의 여동생은 범행을 도모할 공범으로 여동생의 지인과 그 지인의 친구인 이 모 씨까지 가담시킵니다.

박 씨는 이 씨에게 보험금 일부를 주겠다며 뺑소니 교통사고로 위장해 김 씨를 살해해 달라고 요구합니다.

사건에 가담하기로 한 이 씨는 김 씨를 살해하기에 앞서 의도적으로 접근합니다.

<인터뷰> 강병구(팀장/경북지방경찰청 미제수사팀) : "얼굴을 익혀야 하니까 범행 전에 직접 사과밭에 일하는데 찾아가서 “농사를 좀 배우고 싶다.”"

그리고 사건 전날 저녁, 그렇게 이 씨는 김 씨를 데리고 술집에서 함께 술을 마십니다.

그리고 새벽 1시 40분쯤, 마을 입구에서 집으로 걸어 들어가는 김 씨를 자신의 트럭으로 치고 달아난 겁니다.

아침이 돼서야 이웃주민들은 김 씨가 길 위에 쓰러져 있는 걸 발견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김 씨는 이미 숨진 뒤였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지금 생각하니까 이게 자꾸 떠오르는 데요. 상처도 별로 없었고요. (새벽) 1시 40분인가 시계가 멈춰서……."

김 씨가 그렇게 사망하자 아내 박 씨는 계획대로 보험금 5억 2000만 원을 받게 됩니다.

그렇게 완전범죄가 되어 잊혀 가던 사건 하지만 반전이 일어납니다.

지난해 11월, 공범 중 한 명이 자신들의 범행을 우연히 지인에게 털어놓은 겁니다.

이 말은 들은 지인은 금감원에 사건을 제보했고, 해당 내용을 전달받은 경찰은 먼저 보험금의 인출 내역을 확인합니다.

경찰은 아내 박 씨를 상대로 돈의 사용처를 집중 추궁했고,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습니다.

<인터뷰> 강병구(팀장/경북지방경찰청 미제수사팀) : "(처음에는) 부인하거나 모른다고 했는데 본인들도 고통의 시간이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드러나는 근거 자료로 추궁했을 때 본인들이 이제 조금 반성도 하고 죄 뉘우침을 하라는 어떤 심리적인 조사 방법으로 자백을 유도해냈습니다."

그렇게 13년 만의 범행이 세상에 드러나게 됐습니다.

현장 검증이 있던 날. 김 씨를 치고 달아난 이 씨는 13년 전으로 돌아가 당시 상황을 재현합니다.

<녹취> 이 모 씨(피의자/음성변조) : "(피해자가 쓰러져 있는 거 봤습니까?) 피의자 못 봤습니다. (못 봤어요. 충격할 때?) 피의자 퍽 소리는 들었습니다. (퍽 소리 이외에 피해자 쓰러져 있는 거 못 봤습니까?) 예. 예."

경찰은 김 씨를 청부 살해한 혐의로 아내 박 씨와 뺑소니 사건에 가담한 여동생 그리고 실제 김 씨를 살해한 이 씨 등 4명을 구속했습니다.

경찰은 전담반을 통해 앞으로도 전국의 미제 사건들을 풀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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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13년 만에 들통난 ‘남편 청부 살해극’
    • 입력 2016-05-06 08:41:41
    • 수정2016-05-06 11: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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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2003년.

인적 드문 시골 길에서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됩니다.

경찰은 뺑소니 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지만 CCTV도, 목격자도 없었습니다.

결국, 경찰은 범인을 잡지 못하고 사건은 미제로 남게 됐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이 사건에 대한 결정적인 제보가 접수됐고, 무려 13년 만에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습니다.

수사 결과 단순한 뺑소니 사건이 아니라 놀랍게도 청부 살인 사건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살인을 의뢰한 사람은 사망한 남성의 아내였습니다.

사건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경북 의성의 한적한 시골 길에서 54살 김 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강병구(팀장/경북지방경찰청 미제수사팀) : "여러 방면의 수사는 진행되었지만, 뺑소니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하였습니다."

뺑소니 사고에 무게를 두었던 경찰.

그러나 새벽에 발생한 사고는 목격자도 없었습니다.

<인터뷰> 강병구(팀장/경북지방경찰청) : "미제수사팀 현장 상황 자체가 한적한 시골입니다. 주변에 CCTV가 아직까지도 없는 상태입니다. 아마 13년 전에는 지금보다도 더 열악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사는 답보 상태에 빠졌고 급기야 지난 2013년 2월, 뺑소니 사건의 공소시효인 10년이 지나버렸습니다.

뺑소니범이 만약 잡히더라도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게 된 겁니다.

그런데, 지난달 말 김 씨 사망 사건의 범인들이 긴급 체포됐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인터뷰> 강병구(팀장/경북지방경찰청 미제수사팀) : "작년 저희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보험금을 노린 범죄로 의심된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를 착수하게 되었습니다."

김 씨가 숨진 게 뺑소니가 아니라 보험금을 노린 살인 사건이란 충격적인 제보.

이 제보가 단서가 되어 13년 전 사건이 다시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겁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살인 사건이 김 씨 부인이 의뢰한 청부 살인이었다는 겁니다.

<녹취> 강병구(팀장/경북지방경찰청 미제수사팀) : "2003년도에 아내가 보험금을 노리고 여동생과 여동생 지인 또 지인의 중학교 동창이 서로 공모를 해서 피해자를 살해하고 보험금을 타는 그런 사건입니다."

이웃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김 씨는 평소 술을 자주 마셨다고 합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제 평소에도 술 많이 먹었나요?) 그렇지. 평소에도 술을 많이 먹고 술 취할 때가 더 많아요."

술에 취하면 김 씨는 아내 박 씨와 자주 다퉜다고 하는데요.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정은 좀 없었다고 봐야죠. 하도 술을 많이 먹고……."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술 마시고 술 취하면 그릇 같은 거 밥상 밑에 팽개치고 그랬어."

아내 박 씨의 불만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졌습니다.

아내 박 씨와 박 씨의 여동생이 김 씨 살해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겁니다.

먼저, 아내 박 씨는 남편 김 씨의 이름으로 보험에 가입합니다.

<인터뷰> 강병구(팀장/경북지방경찰청 미제수사팀) : "(사건) 3년 전쯤에 들었습니다. 보험에 아마 가입한 시점부터라고 수사진에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범행을 실행에 옮기지 않고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치밀함을 보입니다.

<녹취> 강병구(팀장/경북지방경찰청 미제수사팀) : "사전에 보험에 가입해놓고도 바로 범행을 실행하지 않고 상당 기간을 기다렸다가 범행을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3년 뒤인 2003년.

박 씨와 박 씨의 여동생은 범행을 도모할 공범으로 여동생의 지인과 그 지인의 친구인 이 모 씨까지 가담시킵니다.

박 씨는 이 씨에게 보험금 일부를 주겠다며 뺑소니 교통사고로 위장해 김 씨를 살해해 달라고 요구합니다.

사건에 가담하기로 한 이 씨는 김 씨를 살해하기에 앞서 의도적으로 접근합니다.

<인터뷰> 강병구(팀장/경북지방경찰청 미제수사팀) : "얼굴을 익혀야 하니까 범행 전에 직접 사과밭에 일하는데 찾아가서 “농사를 좀 배우고 싶다.”"

그리고 사건 전날 저녁, 그렇게 이 씨는 김 씨를 데리고 술집에서 함께 술을 마십니다.

그리고 새벽 1시 40분쯤, 마을 입구에서 집으로 걸어 들어가는 김 씨를 자신의 트럭으로 치고 달아난 겁니다.

아침이 돼서야 이웃주민들은 김 씨가 길 위에 쓰러져 있는 걸 발견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김 씨는 이미 숨진 뒤였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지금 생각하니까 이게 자꾸 떠오르는 데요. 상처도 별로 없었고요. (새벽) 1시 40분인가 시계가 멈춰서……."

김 씨가 그렇게 사망하자 아내 박 씨는 계획대로 보험금 5억 2000만 원을 받게 됩니다.

그렇게 완전범죄가 되어 잊혀 가던 사건 하지만 반전이 일어납니다.

지난해 11월, 공범 중 한 명이 자신들의 범행을 우연히 지인에게 털어놓은 겁니다.

이 말은 들은 지인은 금감원에 사건을 제보했고, 해당 내용을 전달받은 경찰은 먼저 보험금의 인출 내역을 확인합니다.

경찰은 아내 박 씨를 상대로 돈의 사용처를 집중 추궁했고,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습니다.

<인터뷰> 강병구(팀장/경북지방경찰청 미제수사팀) : "(처음에는) 부인하거나 모른다고 했는데 본인들도 고통의 시간이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드러나는 근거 자료로 추궁했을 때 본인들이 이제 조금 반성도 하고 죄 뉘우침을 하라는 어떤 심리적인 조사 방법으로 자백을 유도해냈습니다."

그렇게 13년 만의 범행이 세상에 드러나게 됐습니다.

현장 검증이 있던 날. 김 씨를 치고 달아난 이 씨는 13년 전으로 돌아가 당시 상황을 재현합니다.

<녹취> 이 모 씨(피의자/음성변조) : "(피해자가 쓰러져 있는 거 봤습니까?) 피의자 못 봤습니다. (못 봤어요. 충격할 때?) 피의자 퍽 소리는 들었습니다. (퍽 소리 이외에 피해자 쓰러져 있는 거 못 봤습니까?) 예. 예."

경찰은 김 씨를 청부 살해한 혐의로 아내 박 씨와 뺑소니 사건에 가담한 여동생 그리고 실제 김 씨를 살해한 이 씨 등 4명을 구속했습니다.

경찰은 전담반을 통해 앞으로도 전국의 미제 사건들을 풀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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