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현장] 회색으로 변한 이화동 명물 벽화…왜?

입력 2016.05.12 (16:12) 수정 2016.05.1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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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서울의 이화동 벽화마을을 아시나요?

조그만 마을에 화가들이 벽화를 그리면서 이제는 관광 명소가 되었는데요.

최근 이 벽화들이 회색으로 뒤덮이고 있다고 합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뉴스집중에서 현장을 직접 찾았습니다.

<리포트>

좁은 골목길을 따라 아기자기한 그림이 펼쳐지는 서울 이화마을.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론 외국인들까지 찾아오는 서울의 관광명소입니다.

그런데, 지난달 이 마을의 상징이었던 꽃 계단이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알록달록 피었던 꽃잎들은 회색페인트에 지워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 자리를 대신 채운 것은 붉은 래커로 칠한 글자들.

<인터뷰> 김은영(중학생) : "(벽화 마을) 왔는데, 그림이 아니라 빨간색으로 (글자가 적혀) 있어서 좀 무섭기도 하고요. 내가 잘못 온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보기 좀 그랬어요."

SNS나 블로그 사진을 통해 벽화마을 찾은 외국인들은 사진과 다른 마을 풍경에 어리둥절해합니다.

<인터뷰> 중국인 관광객 : "한국 드라마를 통해 (꽃 계단을) 알게 되었는데, 없어져서 아쉽네요. 왜 없어진 건가요?"

발단은 이화마을의 주택 환경 개선을 지원하는 도시재생사업입니다.

마을 주민들 일부가 서울시의 사업 추진에 문제를 제기했는데,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꽃 계단을 지워버린 것입니다.

현재 벽화 마을 주민들은 50여 가구가 참여한 기존 주민협의회와 재생사업을 반대하는 20여 가구가 새롭게 만든 주민협의회로 나뉘어져있는데요.

엇갈린 의견을 내놓으며 충돌하고 있습니다.

<녹취> 벽화 마을 주민(재생사업 반대/음성변조) : "사람이 사는 게 아니에요. 창문도 못 열어놔요. 사람들이 들여다봐서. 나는 벽화 그린 화가, 그 사람이 여기 와서 한 번 살아봤으면 좋겠어요. 문화적 파괴고 뭐고 한 번 와서 살아보고 그런 소리 했으면 좋겠어요. 정말 괴로워요."

하지만 50여 가구로 구성된 기존 주민협의회 측은 밤에는 소음이 발생하지 않으며 벽화 마을 사업도 현재 반대하는 주민들 동의까지 모두 얻어 시작됐다며 마을의 벽화를 훼손하는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인터뷰> 박재길(이화동 주민협의회 회장) : "7시 이후론 조용한 동네예요. (벽화를 지운 것이) 시대적으로 맞는 일인가? 개인이 불만이 있더라도 사람들이 보고 즐길 권리를 몇몇 사람이 주동해서 지워버리고 훼손한다는 것은 조금은 상식 이하의 행동이 아닌가 생각이 들죠."

서울시와 이화마을 벽화를 그린 이태호 교수는 벽화를 지운 주민을 재물 손괴죄로 고발하며 벽화를 둘러싼 주민들의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까지 확대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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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 현장] 회색으로 변한 이화동 명물 벽화…왜?
    • 입력 2016-05-12 16:14:28
    • 수정2016-05-12 16:47:34
    사사건건
<앵커 멘트>

서울의 이화동 벽화마을을 아시나요?

조그만 마을에 화가들이 벽화를 그리면서 이제는 관광 명소가 되었는데요.

최근 이 벽화들이 회색으로 뒤덮이고 있다고 합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뉴스집중에서 현장을 직접 찾았습니다.

<리포트>

좁은 골목길을 따라 아기자기한 그림이 펼쳐지는 서울 이화마을.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론 외국인들까지 찾아오는 서울의 관광명소입니다.

그런데, 지난달 이 마을의 상징이었던 꽃 계단이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알록달록 피었던 꽃잎들은 회색페인트에 지워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 자리를 대신 채운 것은 붉은 래커로 칠한 글자들.

<인터뷰> 김은영(중학생) : "(벽화 마을) 왔는데, 그림이 아니라 빨간색으로 (글자가 적혀) 있어서 좀 무섭기도 하고요. 내가 잘못 온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보기 좀 그랬어요."

SNS나 블로그 사진을 통해 벽화마을 찾은 외국인들은 사진과 다른 마을 풍경에 어리둥절해합니다.

<인터뷰> 중국인 관광객 : "한국 드라마를 통해 (꽃 계단을) 알게 되었는데, 없어져서 아쉽네요. 왜 없어진 건가요?"

발단은 이화마을의 주택 환경 개선을 지원하는 도시재생사업입니다.

마을 주민들 일부가 서울시의 사업 추진에 문제를 제기했는데,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꽃 계단을 지워버린 것입니다.

현재 벽화 마을 주민들은 50여 가구가 참여한 기존 주민협의회와 재생사업을 반대하는 20여 가구가 새롭게 만든 주민협의회로 나뉘어져있는데요.

엇갈린 의견을 내놓으며 충돌하고 있습니다.

<녹취> 벽화 마을 주민(재생사업 반대/음성변조) : "사람이 사는 게 아니에요. 창문도 못 열어놔요. 사람들이 들여다봐서. 나는 벽화 그린 화가, 그 사람이 여기 와서 한 번 살아봤으면 좋겠어요. 문화적 파괴고 뭐고 한 번 와서 살아보고 그런 소리 했으면 좋겠어요. 정말 괴로워요."

하지만 50여 가구로 구성된 기존 주민협의회 측은 밤에는 소음이 발생하지 않으며 벽화 마을 사업도 현재 반대하는 주민들 동의까지 모두 얻어 시작됐다며 마을의 벽화를 훼손하는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인터뷰> 박재길(이화동 주민협의회 회장) : "7시 이후론 조용한 동네예요. (벽화를 지운 것이) 시대적으로 맞는 일인가? 개인이 불만이 있더라도 사람들이 보고 즐길 권리를 몇몇 사람이 주동해서 지워버리고 훼손한다는 것은 조금은 상식 이하의 행동이 아닌가 생각이 들죠."

서울시와 이화마을 벽화를 그린 이태호 교수는 벽화를 지운 주민을 재물 손괴죄로 고발하며 벽화를 둘러싼 주민들의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까지 확대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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