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이름 못 써요”…다시 불붙는 ‘한자 혼용’ 논란

입력 2016.05.12 (21:20) 수정 2016.05.1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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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960년대 초등학교 교실입니다.

당시 교과서를 보면 보시는 것처럼 한글과 한자가 함께 쓰여 있습니다.

이미 배운 한자는 한글 표기 없이 적고 있습니다.

공문서도 볼까요?

50·60년대 서울시청 건설과 문서인데 한 눈에 봐도 한글보다 한자가 많아 보입니다.

교과서와 공문서에서 한자가 사라진 건 1970년대 '한글전용' 정책을 추진하면서부터입니다.

그 이후 수십년 동안 "한글 전용이 맞다", 아니다 "한자 혼용을 해야 한다" 논란은 계속됐고 오늘(12일) 헌법재판소에서 이 문제를 놓고 공개변론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은 한글과 한자를 어떻게 쓰고 있을까요?

먼저, 실태를 황정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내 이름도 잘 못써요" vs "불편 못 느껴요" ▼

<리포트>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단어.

한자로 쓰면 과연 알 수 있을까요?

<녹취> "(읽을 수 있겠어요?) 흑심입니다. 흑심! (어, 틀렸는데?)

<녹취> "(대한민국 (써보세요.))"

우리나라 이름인 대한민국.

막상 한자로 쓰려니 아리송합니다.

선택과목으로 한자를 배우는 중.고등학생들은 어떨까?

<녹취> "(자기 이름 한자로 써 주세요.) 쇠북 종 어떻게 쓰지. 쇠북 종. 처음 들어 봐."

오늘 만난 중학생 12명 가운데 2명 만이 자신의 한자 이름을 썼습니다.

<녹취> 초등학생 : "백성. (백성.) 만물. (만물.)"

그런데 요즘 자녀들에게 한자를 가르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인터뷰> 유희정(초등학교 학부모) : "문장의 이해력도 높일 수 있는 것 같고 문맥에 맞게 흐름 파악도 잘하는 것 같아서..."

하지만 굳이 한자가 필요하냐는 의견도 많습니다.

<인터뷰> 송진희(직장인) : "인터넷에서 찾아서 해결할 수 있었고 한자어로 변환해야 될 경우가 생각보다 횟수가 많지 않아서..."

한자 병기를 둘러싼 국민들의 생각 역시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황정호입니다.

▼ '하필', '미안' 한국어 60%는 한자 ▼

<기자 멘트>

여고생들의 SNS 대화 내용입니다.

이 가운데 한자 단어는 몇 개나 될까요?

'귤'과 '대신', 그리고 '미안''과 '하필'까지 모두 한자어입니다.

이렇게 우리말인 걸로 알고 있지만 알고 보면 한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나 '도대체', '포도'와 '호랑이'같은 말도 모두 한자어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된 전체 단어의 60%인 51만 개는 한자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말에 이미 많이 포함된 한자를 배우고 써야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에 한글 전용을 주장하는 단체는 표준국어대사전에 한자어가 지나치게 많이 실렸을 뿐이고 한자혼용을 하지 않아도 생활에 불편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한글 사용만을 규정한 '국어기본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이 제기됐는데 오늘(12일) 첫 공개변론에서도 양쪽 주장은 팽팽히 맞섰습니다.

홍진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 '한글전용' VS '한자 혼용' 쟁점은? ▼

<리포트>

11년 만에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른 국어기본법.

핵심 쟁점은 한글 전용정책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느냐입니다.

헌법소원을 청구한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한글 전용정책이 어떤 언어를 쓸지 결정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심재기(서울대 국문과 명예교수/청구인 측) : "한자를 꼭 써야만 한자어의 뜻을 분명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까 두 개가 서로 보완해야 한다는 얘기죠."

또 학부모 입장에서 자녀교육권이 침해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반대편인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글 사용을 장려하는 취지일 뿐 한자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며,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없다고 맞섰습니다.

또 한자 혼용정책은 한자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정보 양극화를 초래하게 될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권재일(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문체부 측) : "읽고 쓰는 자유를 위해서 한글 전용을 하는 것이 일상 생활, 글자 생활의 나아가야 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글만을 고유어로 인정하는 것이 위헌인지를 놓고 양측의 입장이 맞서면서 한자 혼용 논란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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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이름 못 써요”…다시 불붙는 ‘한자 혼용’ 논란
    • 입력 2016-05-12 21:26:55
    • 수정2016-05-12 22:30:46
    뉴스 9
<앵커 멘트>

1960년대 초등학교 교실입니다.

당시 교과서를 보면 보시는 것처럼 한글과 한자가 함께 쓰여 있습니다.

이미 배운 한자는 한글 표기 없이 적고 있습니다.

공문서도 볼까요?

50·60년대 서울시청 건설과 문서인데 한 눈에 봐도 한글보다 한자가 많아 보입니다.

교과서와 공문서에서 한자가 사라진 건 1970년대 '한글전용' 정책을 추진하면서부터입니다.

그 이후 수십년 동안 "한글 전용이 맞다", 아니다 "한자 혼용을 해야 한다" 논란은 계속됐고 오늘(12일) 헌법재판소에서 이 문제를 놓고 공개변론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은 한글과 한자를 어떻게 쓰고 있을까요?

먼저, 실태를 황정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내 이름도 잘 못써요" vs "불편 못 느껴요" ▼

<리포트>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단어.

한자로 쓰면 과연 알 수 있을까요?

<녹취> "(읽을 수 있겠어요?) 흑심입니다. 흑심! (어, 틀렸는데?)

<녹취> "(대한민국 (써보세요.))"

우리나라 이름인 대한민국.

막상 한자로 쓰려니 아리송합니다.

선택과목으로 한자를 배우는 중.고등학생들은 어떨까?

<녹취> "(자기 이름 한자로 써 주세요.) 쇠북 종 어떻게 쓰지. 쇠북 종. 처음 들어 봐."

오늘 만난 중학생 12명 가운데 2명 만이 자신의 한자 이름을 썼습니다.

<녹취> 초등학생 : "백성. (백성.) 만물. (만물.)"

그런데 요즘 자녀들에게 한자를 가르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인터뷰> 유희정(초등학교 학부모) : "문장의 이해력도 높일 수 있는 것 같고 문맥에 맞게 흐름 파악도 잘하는 것 같아서..."

하지만 굳이 한자가 필요하냐는 의견도 많습니다.

<인터뷰> 송진희(직장인) : "인터넷에서 찾아서 해결할 수 있었고 한자어로 변환해야 될 경우가 생각보다 횟수가 많지 않아서..."

한자 병기를 둘러싼 국민들의 생각 역시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황정호입니다.

▼ '하필', '미안' 한국어 60%는 한자 ▼

<기자 멘트>

여고생들의 SNS 대화 내용입니다.

이 가운데 한자 단어는 몇 개나 될까요?

'귤'과 '대신', 그리고 '미안''과 '하필'까지 모두 한자어입니다.

이렇게 우리말인 걸로 알고 있지만 알고 보면 한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나 '도대체', '포도'와 '호랑이'같은 말도 모두 한자어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된 전체 단어의 60%인 51만 개는 한자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말에 이미 많이 포함된 한자를 배우고 써야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에 한글 전용을 주장하는 단체는 표준국어대사전에 한자어가 지나치게 많이 실렸을 뿐이고 한자혼용을 하지 않아도 생활에 불편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한글 사용만을 규정한 '국어기본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이 제기됐는데 오늘(12일) 첫 공개변론에서도 양쪽 주장은 팽팽히 맞섰습니다.

홍진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 '한글전용' VS '한자 혼용' 쟁점은? ▼

<리포트>

11년 만에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른 국어기본법.

핵심 쟁점은 한글 전용정책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느냐입니다.

헌법소원을 청구한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한글 전용정책이 어떤 언어를 쓸지 결정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심재기(서울대 국문과 명예교수/청구인 측) : "한자를 꼭 써야만 한자어의 뜻을 분명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까 두 개가 서로 보완해야 한다는 얘기죠."

또 학부모 입장에서 자녀교육권이 침해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반대편인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글 사용을 장려하는 취지일 뿐 한자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며,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없다고 맞섰습니다.

또 한자 혼용정책은 한자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정보 양극화를 초래하게 될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권재일(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문체부 측) : "읽고 쓰는 자유를 위해서 한글 전용을 하는 것이 일상 생활, 글자 생활의 나아가야 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글만을 고유어로 인정하는 것이 위헌인지를 놓고 양측의 입장이 맞서면서 한자 혼용 논란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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