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산불·가뭄 기승…지구촌 이상기후 ‘신음’

입력 2016.05.13 (21:21) 수정 2016.05.1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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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캐나다 산불 현장에 가 있는 KBS 특파원입니다.

아침 기온이 0도 안팎이어서 말할 때마다 입김이 나오는데요.

이 지역이 북위 56도, 그러니까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보다도 훨씬 북쪽이고, 모스크바와 거의 비슷한 위도상에 있습니다.

그런데 산불이 크게 번졌던 지난주 낮 기온이 33도나 됐습니다.

이 지역 5월 낮 기온이 평균 17도라고 하니까 2배 가까이 높았던 셈입니다.

이처럼 세계 곳곳이 '예측 불허'의 이상 기후 속에 초대형 산불과 가뭄, 홍수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온난화와 엘니뇨의 영향으로 분석되는데요.

산불 피해를 입은 캐나다와 3억여 명이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는 인도를 김환주, 김종수 특파원이 차례로 보도합니다.

▼ 캐나다 최악의 산불…수조 원대 재산피해 ▼

<리포트>

휘몰아치는 불꽃과 잿가루를 뚫고 삽시간에 번지는 불길을 속수무책 바라보며 10만 명이 탈출했습니다.

도시는 화염 속에 갇혔고 보험 손실액만 8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산불이 휩쓸고 간 시내 동쪽 지역, 주민들이 빠져 나간 마을을 덮친 불길은 모든 것을 태워 순식간에 마을을 폐허로 만들었습니다.

차량이나 오토바이 외에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습니다.

회색 잿더미 속에 유일하게 원색으로 남은 것은 장난감차 뿐입니다.

<인터뷰> 맥그리거(피해 주민) : "전기 공급이 끊겨 경찰들이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대피하라고 알렸어요.그런데 저는 그 소리도 못 들었지요."

강력한 엘니뇨의 영향 아래 지속된 가뭄과 30도를 넘나든 이상고온, 그리고 강풍이 합작한 재앙입니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눈이 일찍 녹고 흙과 식물도 일찍 마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그웬다(피해 주민) : "45년간 여기 살면서 이런 날이 오지 않을까늘 두려웠지요. 뭔가 큰 일이 난다면 그건 모든 걸 휩쓸어 버리는 산불일 거라고 예상했어요."

오늘(13일)도 소방관 천7백여 명은 언제 잦아들지 모를 산불과 피말리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포트 맥머레이에서 KBS 뉴스 김환주입니다.

▼ 인도대륙 극심한 가뭄에 3억 명 고통 ▼

<리포트>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차로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하리아나주 지역, 가뭄으로 바싹 말라버린 토양은 건드리기만 해도 바로 흙먼지로 날아갑니다.

벼와 목화가 있어야 할 논과 밭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물이 덜 필요한 대체 작물을 심기도 했지만 주요 저수지의 79%가 말라버려 물을 댈 수가 없습니다.

<인터뷰> 비제이 팔(농민) : "이전까지는 밀과 병아리콩을 재배하다가 물이 부족해 재배 작물을 바꿨는데 가뭄이 더 심해져서..."

긴 가뭄과 이상고온으로 지하수도 크게 줄면서 마실 물도 귀해졌습니다.

이 우물을 마을사람들은 식용과 농업용수로 사용해왔는데 긴 가뭄으로 30미터 깊이의 우물이 오래 전에 말라버렸습니다.

인도에서 가뭄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4분의 1인 3억여 명.

상당수 농민들은 일자리를 찾아 농촌을 떠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우메시 야답(가뭄지역 주민) : "바가 계속오지 않는다면 어쩔수없이 일용직근로자로 일할 계획입니다. 돈을 벌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서입니다."

인도 정부는 가뭄과 이상고온으로 인한 물부족 현상이 최근 4년 내 최악이라고 밝혔습니다.

생존 위기에 내몰린 농민들은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며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뉴델리에서 KBS 뉴스 김종수입니다.

▼ 원인은 슈퍼엘니뇨?…라니냐까지 우려 ▼

<기자 멘트>

앞서 보신 인도 가뭄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 기상 이변을 일으킨 원인은 엘니뇨로 꼽힙니다.

엘니뇨는 적도 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입니다.

그런데 엘니뇨의 영향은 태평양만이 아니라 전 세계로 퍼집니다.

지도에서 보시는 것처럼 지구촌 곳곳에 홍수나 가뭄을 일으키는데요.

엘니뇨 때 열대 태평양에서 뿜어져 나온 수증기는 공기 중으로 상승해 비 구름을 만듭니다.

반면 주위의 다른 지역에는 맑고 메마른 날씨를 가져오는 하강 기류를 유발하는데요.

공기 흐름이 마치 시소처럼 움직이며 연쇄 작용이 일어나 전 세계 날씨에 영향을 주는 겁니다.

이번 엘니뇨는 지난해 11월 절정에 달해 관측 사상 가장 강력한 슈퍼 엘니뇨로 발달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강도가 빠르게 약화하고 있는데요.

세계 기상 기구가 오늘(13일) 발표한 전망에 따르면 초여름엔 엘니뇨가 소멸하고, 늦여름에는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 라니냐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라니냐 시기에는 엘니뇨 때와는 반대의 기상 이변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998년 8월 70명이 넘는 인명 피해를 낸 지리산 폭우가 대표적입니다.

한반도는 지난 2년 간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는데요.

올해는 또 다른 기상 이변이 한반도를 비롯한 지구촌을 덮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KBS 뉴스 이정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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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산불·가뭄 기승…지구촌 이상기후 ‘신음’
    • 입력 2016-05-13 21:28:55
    • 수정2016-05-14 11: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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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캐나다 산불 현장에 가 있는 KBS 특파원입니다. 아침 기온이 0도 안팎이어서 말할 때마다 입김이 나오는데요. 이 지역이 북위 56도, 그러니까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보다도 훨씬 북쪽이고, 모스크바와 거의 비슷한 위도상에 있습니다. 그런데 산불이 크게 번졌던 지난주 낮 기온이 33도나 됐습니다. 이 지역 5월 낮 기온이 평균 17도라고 하니까 2배 가까이 높았던 셈입니다. 이처럼 세계 곳곳이 '예측 불허'의 이상 기후 속에 초대형 산불과 가뭄, 홍수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온난화와 엘니뇨의 영향으로 분석되는데요. 산불 피해를 입은 캐나다와 3억여 명이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는 인도를 김환주, 김종수 특파원이 차례로 보도합니다. ▼ 캐나다 최악의 산불…수조 원대 재산피해 ▼ <리포트> 휘몰아치는 불꽃과 잿가루를 뚫고 삽시간에 번지는 불길을 속수무책 바라보며 10만 명이 탈출했습니다. 도시는 화염 속에 갇혔고 보험 손실액만 8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산불이 휩쓸고 간 시내 동쪽 지역, 주민들이 빠져 나간 마을을 덮친 불길은 모든 것을 태워 순식간에 마을을 폐허로 만들었습니다. 차량이나 오토바이 외에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습니다. 회색 잿더미 속에 유일하게 원색으로 남은 것은 장난감차 뿐입니다. <인터뷰> 맥그리거(피해 주민) : "전기 공급이 끊겨 경찰들이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대피하라고 알렸어요.그런데 저는 그 소리도 못 들었지요." 강력한 엘니뇨의 영향 아래 지속된 가뭄과 30도를 넘나든 이상고온, 그리고 강풍이 합작한 재앙입니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눈이 일찍 녹고 흙과 식물도 일찍 마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그웬다(피해 주민) : "45년간 여기 살면서 이런 날이 오지 않을까늘 두려웠지요. 뭔가 큰 일이 난다면 그건 모든 걸 휩쓸어 버리는 산불일 거라고 예상했어요." 오늘(13일)도 소방관 천7백여 명은 언제 잦아들지 모를 산불과 피말리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포트 맥머레이에서 KBS 뉴스 김환주입니다. ▼ 인도대륙 극심한 가뭄에 3억 명 고통 ▼ <리포트>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차로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하리아나주 지역, 가뭄으로 바싹 말라버린 토양은 건드리기만 해도 바로 흙먼지로 날아갑니다. 벼와 목화가 있어야 할 논과 밭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물이 덜 필요한 대체 작물을 심기도 했지만 주요 저수지의 79%가 말라버려 물을 댈 수가 없습니다. <인터뷰> 비제이 팔(농민) : "이전까지는 밀과 병아리콩을 재배하다가 물이 부족해 재배 작물을 바꿨는데 가뭄이 더 심해져서..." 긴 가뭄과 이상고온으로 지하수도 크게 줄면서 마실 물도 귀해졌습니다. 이 우물을 마을사람들은 식용과 농업용수로 사용해왔는데 긴 가뭄으로 30미터 깊이의 우물이 오래 전에 말라버렸습니다. 인도에서 가뭄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4분의 1인 3억여 명. 상당수 농민들은 일자리를 찾아 농촌을 떠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우메시 야답(가뭄지역 주민) : "바가 계속오지 않는다면 어쩔수없이 일용직근로자로 일할 계획입니다. 돈을 벌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서입니다." 인도 정부는 가뭄과 이상고온으로 인한 물부족 현상이 최근 4년 내 최악이라고 밝혔습니다. 생존 위기에 내몰린 농민들은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며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뉴델리에서 KBS 뉴스 김종수입니다. ▼ 원인은 슈퍼엘니뇨?…라니냐까지 우려 ▼ <기자 멘트> 앞서 보신 인도 가뭄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 기상 이변을 일으킨 원인은 엘니뇨로 꼽힙니다. 엘니뇨는 적도 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입니다. 그런데 엘니뇨의 영향은 태평양만이 아니라 전 세계로 퍼집니다. 지도에서 보시는 것처럼 지구촌 곳곳에 홍수나 가뭄을 일으키는데요. 엘니뇨 때 열대 태평양에서 뿜어져 나온 수증기는 공기 중으로 상승해 비 구름을 만듭니다. 반면 주위의 다른 지역에는 맑고 메마른 날씨를 가져오는 하강 기류를 유발하는데요. 공기 흐름이 마치 시소처럼 움직이며 연쇄 작용이 일어나 전 세계 날씨에 영향을 주는 겁니다. 이번 엘니뇨는 지난해 11월 절정에 달해 관측 사상 가장 강력한 슈퍼 엘니뇨로 발달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강도가 빠르게 약화하고 있는데요. 세계 기상 기구가 오늘(13일) 발표한 전망에 따르면 초여름엔 엘니뇨가 소멸하고, 늦여름에는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 라니냐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라니냐 시기에는 엘니뇨 때와는 반대의 기상 이변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998년 8월 70명이 넘는 인명 피해를 낸 지리산 폭우가 대표적입니다. 한반도는 지난 2년 간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는데요. 올해는 또 다른 기상 이변이 한반도를 비롯한 지구촌을 덮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KBS 뉴스 이정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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