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카펫 세정제’가 어떻게?…유독 물질 사실상 방치

입력 2016.05.16 (08:35) 수정 2016.05.1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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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주말,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제조업체 전직 대표 등 4명이 구속됐습니다.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유독물질인 가습기 살균제가 시중에 유통됐던 배경 역시 드러나고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원료의 원래 용도는 카펫 세탁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유독물질을 가습기 살균제로 쓰는데 아무런 심사 과정도 없었습니다.

해외에선 가축에게도 쓰지 않는 물질이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둔갑하기도 했습니다.

정부의 허술한 관리 감독 아래 유독물질로 만든 가습기 살균제는 가정으로 팔려나간 겁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현지 시각으로 지난 5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 등은 영국 옥시 본사를 다시 찾았습니다.

지난해에 이은 두 번째 항의 방문.

<인터뷰> 김덕종(가습기 살균제 피해 유족) : “옥시 레킷벤키저가 한국에서 벌인 비윤리적인,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은 사실을 영국 국민들도 아셔야 (합니다.)”

억울한 마음에 영국 옥시 본사까지 두 번이나 찾아간 김덕종 씨.

김 씨는 옥시가 만든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2009년 5살 난 아들을 잃었습니다.

문전박대를 당했던 지난해와 달리 이번엔 옥시 본사 대표를 만났지만 제대로 된 사과는 받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덕종(가습기 살균제 피해 유족) : “(옥시 본사 대표가) 개인적으로 자긴 아이아버지로서 당신 개인의 슬픔을 유감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사과한다. (나는) 당신이 진정 사과를 하려면 한국에 방문해서 피해자 앞에서 사과해라.(했는데) 거기에 대한 답변은 없었습니다.”

김 씨는 마트에서 손쉽게 살 수 있던 가습기 살균제가 아들의 생명까지 앗아갈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덕종(가습기 살균제 피해 유족) : "제품이 99퍼센트 안전하다고 (기업은) 홍보를 하고. 정부에서 인정해 준 마크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좋은 제품인 줄 알고 썼는데……."

김 씨는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하고 판매하도록 허가한 정부에 책임을 묻고 싶다고 말합니다.

<인터뷰>김덕종(가습기 살균제 피해 유족) : "꿈도 못 꿨죠. 누가 이렇게 상상을 못 할 일이죠. 정부에서 허가했다는 것 자체가 알고 했겠습니까? 정부는 몰랐다 했지만, 정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거든요."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가습기 살균제 허가 과정에서 숨겨진 문제점들 역시 하나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발생한 옥시제품의 주원료는 “PHMG”.

이 물질이 처음 우리나라에 등장한건, 20년 전인 1996년이었습니다.

당시 “SK케미컬”의 전신 “주식회사 유공”에서 “PHMG”의 제조 승인을 요청하며, 환경부에 신고하게 되는데요.

당시 용도는 “카펫 등의 항균 세탁용.”

유공이 첨부한 자료에는 이 성분을 “흡입하거나 신체에 닿아서는 안 된다”는 등 주의사항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이후 정부는 이 PHMG 가 “유독물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정을 내립니다.

<인터뷰> 송기호(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를 위한 모임) : "(PHMG) 이 물질이 광범위하게 가습기 살균제가 유통되도록 정부에서 방치한 것이죠. (유공 신청서에) 이것이 “분무의 형태로 사용되고, 흡입할 때 신선한 공기를 쐬어야 하고, 환기를 필요로 한다” 이렇게 설명한 점으로 봤을 때는 (유해성 심사과정에서) 흡입 시 어떤 문제가 없었는지를 더 살폈어야 된다."

그렇게 유독물이 아닌 것으로 판정된 PHMG 성분은 이후, 본래 신고된 “카펫 세탁용”이 아닌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로 쓰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용도 변경에 따른 해당 부처의 심사는 없었습니다.

<녹취>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음성변조) : “(당시에는) 처음에 심사를 받으면 다른 사람들은 아무 용도나 만들어 쓸 수 있었어요. 그때는 용도를 등록하는 것이 아니었거든요.”

이 PHMG 성분이 든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판매 양은 지난 2001년부터 10년 동안 4백53만 개로 추정됩니다.

시민단체에 접수된 옥시제품 피해자는, 사망자만 1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세상에 드러난 지 5년이 흐른 지난 14일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 관계자로는 처음으로 신현우 전 옥시 대표 등 4명이 구속됐습니다.

<녹취> 신현우(前 옥시대표) : "(심경 좀 말씀해주십시오.) ……."

그리고 이날 14명의 사망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세퓨’를 만들어 판 전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 오 모 씨도 함께 구속됐습니다.

2009년부터 3년 동안 판매된 세퓨 제품은 검찰 조사결과 독성기준치의 160배, 옥시 제품보다 독성이 4배 더 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세퓨 제품이 전문적인 지식 없이 인터넷 등을 참고해 제조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녹취> 오 모 씨(전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 : "((가습기 살균제를) 전문 지식 없이 만드신 것 맞습니까?) 죄송합니다.”

판매 당시 세퓨 측은 PGH 성분을 덴마크에서 수입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당초 세퓨가 자랑스럽게 내세웠던 PGH는 과연 안전할까?

<인터뷰> 담가드(덴마크 케톡스 전 대표, 2012년 폐업) : "(당신의 나라에서 가습기 살균제 용도로 PGH를 사용해 본 적이 있나?) 전혀 없다. 소나 닭 등 어떤 가축에도 사용하지 않는다."

<인터뷰> 최예용(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 "그 농업용 (PGH)를 가축에 직접 뿌리는 것은 (덴마크에서) 쓰지도 않는다고 해요. 우리는 그런데 그것을 사람한테 직접 뿌리는 용도로 쓴 것이죠. 그 사람 표현이 진짜 끔찍하다."

하지만 정부는 PGH를 어디에 사용하는지, 정식 수입이 맞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공동대리인단은 오늘 국가와 제조업체 등을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예정입니다.

공동 대리인단은 보건당국이 PGH의 위험성을 알고도 안전관리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국가통합인증 KC마크를 부여해 피해가 확대되는 데 일조했다고 밝혔습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원료 물질에 대한 유해성 심사를 제대로 진행했다면 해당 물질이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되지 않았을 거라고 지적했습니다.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제품 불매 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

검찰 수사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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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카펫 세정제’가 어떻게?…유독 물질 사실상 방치
    • 입력 2016-05-16 08:38:51
    • 수정2016-05-16 09:4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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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제조업체 전직 대표 등 4명이 구속됐습니다.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유독물질인 가습기 살균제가 시중에 유통됐던 배경 역시 드러나고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원료의 원래 용도는 카펫 세탁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유독물질을 가습기 살균제로 쓰는데 아무런 심사 과정도 없었습니다.

해외에선 가축에게도 쓰지 않는 물질이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둔갑하기도 했습니다.

정부의 허술한 관리 감독 아래 유독물질로 만든 가습기 살균제는 가정으로 팔려나간 겁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현지 시각으로 지난 5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 등은 영국 옥시 본사를 다시 찾았습니다.

지난해에 이은 두 번째 항의 방문.

<인터뷰> 김덕종(가습기 살균제 피해 유족) : “옥시 레킷벤키저가 한국에서 벌인 비윤리적인,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은 사실을 영국 국민들도 아셔야 (합니다.)”

억울한 마음에 영국 옥시 본사까지 두 번이나 찾아간 김덕종 씨.

김 씨는 옥시가 만든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2009년 5살 난 아들을 잃었습니다.

문전박대를 당했던 지난해와 달리 이번엔 옥시 본사 대표를 만났지만 제대로 된 사과는 받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덕종(가습기 살균제 피해 유족) : “(옥시 본사 대표가) 개인적으로 자긴 아이아버지로서 당신 개인의 슬픔을 유감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사과한다. (나는) 당신이 진정 사과를 하려면 한국에 방문해서 피해자 앞에서 사과해라.(했는데) 거기에 대한 답변은 없었습니다.”

김 씨는 마트에서 손쉽게 살 수 있던 가습기 살균제가 아들의 생명까지 앗아갈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덕종(가습기 살균제 피해 유족) : "제품이 99퍼센트 안전하다고 (기업은) 홍보를 하고. 정부에서 인정해 준 마크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좋은 제품인 줄 알고 썼는데……."

김 씨는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하고 판매하도록 허가한 정부에 책임을 묻고 싶다고 말합니다.

<인터뷰>김덕종(가습기 살균제 피해 유족) : "꿈도 못 꿨죠. 누가 이렇게 상상을 못 할 일이죠. 정부에서 허가했다는 것 자체가 알고 했겠습니까? 정부는 몰랐다 했지만, 정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거든요."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가습기 살균제 허가 과정에서 숨겨진 문제점들 역시 하나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발생한 옥시제품의 주원료는 “PHMG”.

이 물질이 처음 우리나라에 등장한건, 20년 전인 1996년이었습니다.

당시 “SK케미컬”의 전신 “주식회사 유공”에서 “PHMG”의 제조 승인을 요청하며, 환경부에 신고하게 되는데요.

당시 용도는 “카펫 등의 항균 세탁용.”

유공이 첨부한 자료에는 이 성분을 “흡입하거나 신체에 닿아서는 안 된다”는 등 주의사항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이후 정부는 이 PHMG 가 “유독물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정을 내립니다.

<인터뷰> 송기호(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를 위한 모임) : "(PHMG) 이 물질이 광범위하게 가습기 살균제가 유통되도록 정부에서 방치한 것이죠. (유공 신청서에) 이것이 “분무의 형태로 사용되고, 흡입할 때 신선한 공기를 쐬어야 하고, 환기를 필요로 한다” 이렇게 설명한 점으로 봤을 때는 (유해성 심사과정에서) 흡입 시 어떤 문제가 없었는지를 더 살폈어야 된다."

그렇게 유독물이 아닌 것으로 판정된 PHMG 성분은 이후, 본래 신고된 “카펫 세탁용”이 아닌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로 쓰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용도 변경에 따른 해당 부처의 심사는 없었습니다.

<녹취>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음성변조) : “(당시에는) 처음에 심사를 받으면 다른 사람들은 아무 용도나 만들어 쓸 수 있었어요. 그때는 용도를 등록하는 것이 아니었거든요.”

이 PHMG 성분이 든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판매 양은 지난 2001년부터 10년 동안 4백53만 개로 추정됩니다.

시민단체에 접수된 옥시제품 피해자는, 사망자만 1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세상에 드러난 지 5년이 흐른 지난 14일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 관계자로는 처음으로 신현우 전 옥시 대표 등 4명이 구속됐습니다.

<녹취> 신현우(前 옥시대표) : "(심경 좀 말씀해주십시오.) ……."

그리고 이날 14명의 사망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세퓨’를 만들어 판 전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 오 모 씨도 함께 구속됐습니다.

2009년부터 3년 동안 판매된 세퓨 제품은 검찰 조사결과 독성기준치의 160배, 옥시 제품보다 독성이 4배 더 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세퓨 제품이 전문적인 지식 없이 인터넷 등을 참고해 제조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녹취> 오 모 씨(전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 : "((가습기 살균제를) 전문 지식 없이 만드신 것 맞습니까?) 죄송합니다.”

판매 당시 세퓨 측은 PGH 성분을 덴마크에서 수입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당초 세퓨가 자랑스럽게 내세웠던 PGH는 과연 안전할까?

<인터뷰> 담가드(덴마크 케톡스 전 대표, 2012년 폐업) : "(당신의 나라에서 가습기 살균제 용도로 PGH를 사용해 본 적이 있나?) 전혀 없다. 소나 닭 등 어떤 가축에도 사용하지 않는다."

<인터뷰> 최예용(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 "그 농업용 (PGH)를 가축에 직접 뿌리는 것은 (덴마크에서) 쓰지도 않는다고 해요. 우리는 그런데 그것을 사람한테 직접 뿌리는 용도로 쓴 것이죠. 그 사람 표현이 진짜 끔찍하다."

하지만 정부는 PGH를 어디에 사용하는지, 정식 수입이 맞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공동대리인단은 오늘 국가와 제조업체 등을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예정입니다.

공동 대리인단은 보건당국이 PGH의 위험성을 알고도 안전관리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국가통합인증 KC마크를 부여해 피해가 확대되는 데 일조했다고 밝혔습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원료 물질에 대한 유해성 심사를 제대로 진행했다면 해당 물질이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되지 않았을 거라고 지적했습니다.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제품 불매 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

검찰 수사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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