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제주 중국인 피살 사건…자수 이유는?

입력 2016.05.17 (08:33) 수정 2016.05.17 (09:5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멘트>

지난달 13일, 제주도에 한 임야에서 2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됩니다.

숨진 여성은 중국인 불법 체류자로 시신엔 흉기에 찔린 상처가 6곳이나 있었습니다.

경찰은 여성과 친분이 있던 30대 한국인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긴급체포합니다.

하지만 이 남성은 범인이 아닌 것 드러났고, 쉽게 풀리는 듯했던 사건은 미궁 속에 빠집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사건의 전말이 들어납니다.

지난 14일 한 중국인 남성이 경찰서로 찾아와 자수를 한겁니다.

남성이 자수를 결심한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사건의 내막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4일 오후, 제주도 한 파출소에 30대 중반의 중국인 남성이 찾아왔습니다.

힘겹게 입을 뗀 남성은 서툰 한국말로 충격적인 말을 꺼냈습니다.

<녹취> 제주 삼양파출소 관계자(음성변조) : “조용히 할 말이 있다고 해서 무슨 내용인지 물어보니까 자기가 범인이라고 자수를 한 거죠.”

자신이 중국 여성 시신 사건의 범인이라고 밝힌 남성은 중국 관광객을 상대로 가이드를 하는 중국인 35살 A 씨였습니다.

<녹취> 피의자 A씨(음성변조) : "모든 혐의 인정합니다. 제 평생토록 피해 여성에게 지은 죗값 치르겠습니다."

한 달 동안 미궁에 빠져있던 제주 중국 여성 피살 사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건 지난달 13일입니다.

고사리를 채취하던 마을 주민이 수풀 속에서 시신 한 구를 발견한 겁니다.

<인터뷰> 강수만(팀장/제주 서귀포경찰서 형사1팀) : "시신은 나무 밑 수풀에 엎드린 채로 있었고 옷을 입고 신발을 착용한 상태로 머리 부위에 흙만 조금 덮여있는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대로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허술하게 유기된 시신.

여성이란 것 외에 어느 것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국과수 부검 결과 시신에서 예리한 흉기에 찔린 상처가 무려 6곳이나 발견됐습니다.

정황상 타살 가능성이 높았지만 수사는 더 이상 속도가 붙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강수만(팀장/제주 서귀포경찰서 형사1팀) : "(피해자의) 소지품이 전혀 없었고 지문을 채취해서 대조했지만 국내는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에 신원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걸렸습니다."

경찰은 피해자가 중국인 혹은 동남아인이 아닐까 추측을 했고 인상착의가 담긴 전단을 배포하며 피해자 인적사항 확인에 주력합니다.

그러던 중 경찰은 탐문수사 과정에서 한 주점 업주에게서 수사 단서를 포착합니다.

<인터뷰> 강수만(팀장/제주 서귀포경찰서 형사1팀): "몇 개월 전에 종업원이 나갔는데 지금까지 안 들어오고 있다 그래서 좀 그거에 대해서 확인해달라면서……."

경찰 조사 결과 숨진 여성은 해당 주점에서 일하던 중국인 종업원 B씨로 밝혀졌습니다.

25살인 B씨는 지난해 10월 7일 관광객 신분으로 제주도에 들어왔습니다.

B씨는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불법 체류자로 남아 제주도에 있는 주점에서 일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부터 업소에 나오지 않으면서 행방이 묘연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숨진 여성의 신원을 확인한 경찰은 지난달 18일 유력한 용의자로 30대 한국인 남성을 긴급 체포합니다.

해당 남성은 살해된 여성이 일하던 주점의 단골손님으로 B씨와 심야에 따로 만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틀 뒤 경찰은 증거 부족으로 해당 남성을 석방합니다.

그렇게 해결될 뻔 했던 사건이 다시 미궁에 빠지던 중 경찰은 유가족에게서 중요한 단서를 확보합니다.

<인터뷰> 강수만(팀장/제주 서귀포경찰서 형사1팀): "현금 인출시 인출내용을 유가족에게 통보 가도록 피해자가 한국에 입국하기 전에 그렇게 설정해놨습니다. 그래서 돈을 인출한 내역이 휴대전화 문자가 와 있다."

피해 여성이 중국은행에 개설한 계좌에서 지난 연말부터 수차례 돈이 빠져나갔다는 것.

B씨가 유가족과 연락이 끊겼던 시기와 일치했습니다.

B씨의 계좌에서 8차례에 거쳐 빠져나간 돈은 619만 원.

돈을 빼 간 사람은 의문의 남성이었습니다.

<인터뷰> 강수만(팀장/제주 서귀포경찰서 형사1팀): "두건을 착용해서 얼굴을 가린 상태기 때문에 이것은 돈을 노린 금품을 노린 강도일 수도 있다고 판단해서……."

그때부터 수사는 급물살을 탑니다.

사진 등을 토대로 용의 선상에 오른 남성은 중국인 A 씨.

경찰은 통화 기록을 확인하며 수사망을 좁혀갔고 A씨는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자수를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이연욱(수사과장/제주 서귀포경찰서) : "형사가 찾아와 자신과 피해자와의 관계를 확인하고 본인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가는 등 수사망이 좁혀오자 자수할 것을 결심하고……."

범행 4개월여 만에 밝혀지게 된 사건의 전말.

그렇다면 대체 A 씨는 왜 이런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걸까?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중국인이 쓰는 SNS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녹취> 이연욱(수사과장/제주 서귀포경찰서 수사과장) : "메신저로 대화하면서 친분을 쌓았고 피해자가 구직 상담을 하면서 몇 차례 만남을 갖기도 하고 가까운 관계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친분을 이어오다 지난해 12월 30일, 드라이브를 하게 된 두 사람.

하지만 차에서 말다툼이 시작됐고, 곧 폭행으로 이어졌습니다.

<인터뷰> 강수만(팀장/제주 서귀포경찰서 형사1팀) : "금전 관계가 있었는데 서로가 시비가 생겨서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폭행 끝에 차에 있던 흉기로 B씨를 살해했고 사흘간 시신을 차에 싣고 다니며 유기할 곳을 찾아다녔다는 A씨.

그렇게 서귀포의 임야에 시신을 유기한 뒤 피해 여성의 계좌에서 빼낸 돈은 거의 카지노에서 탕진했습니다.

또 범행 일주일 뒤부터는 다시 자신의 차량에 중국인 관광객들을 태워 다니며 평소처럼 가이드 일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렇다면 A씨는 범행 후 넉 달이 지나도록 왜 도주하지 않은 걸까,

<인터뷰> 강수만(팀장/제주 서귀포경찰서 형사1팀) : "가족이 있어서 혼자만 어디를 출국하거나 그러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A씨는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피해 여성을 외진 곳에 데려간 점과 차량 안에 흉기가 있었던 점으로 미뤄 계획된 범죄로 보고 있는 상황.

경찰은 오늘 오후 현장검증 등을 통해 계획범죄 가능성과 공범 여부 등을 살필 예정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제주 중국인 피살 사건…자수 이유는?
    • 입력 2016-05-17 08:38:10
    • 수정2016-05-17 09:53:19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지난달 13일, 제주도에 한 임야에서 2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됩니다.

숨진 여성은 중국인 불법 체류자로 시신엔 흉기에 찔린 상처가 6곳이나 있었습니다.

경찰은 여성과 친분이 있던 30대 한국인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긴급체포합니다.

하지만 이 남성은 범인이 아닌 것 드러났고, 쉽게 풀리는 듯했던 사건은 미궁 속에 빠집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사건의 전말이 들어납니다.

지난 14일 한 중국인 남성이 경찰서로 찾아와 자수를 한겁니다.

남성이 자수를 결심한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사건의 내막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4일 오후, 제주도 한 파출소에 30대 중반의 중국인 남성이 찾아왔습니다.

힘겹게 입을 뗀 남성은 서툰 한국말로 충격적인 말을 꺼냈습니다.

<녹취> 제주 삼양파출소 관계자(음성변조) : “조용히 할 말이 있다고 해서 무슨 내용인지 물어보니까 자기가 범인이라고 자수를 한 거죠.”

자신이 중국 여성 시신 사건의 범인이라고 밝힌 남성은 중국 관광객을 상대로 가이드를 하는 중국인 35살 A 씨였습니다.

<녹취> 피의자 A씨(음성변조) : "모든 혐의 인정합니다. 제 평생토록 피해 여성에게 지은 죗값 치르겠습니다."

한 달 동안 미궁에 빠져있던 제주 중국 여성 피살 사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건 지난달 13일입니다.

고사리를 채취하던 마을 주민이 수풀 속에서 시신 한 구를 발견한 겁니다.

<인터뷰> 강수만(팀장/제주 서귀포경찰서 형사1팀) : "시신은 나무 밑 수풀에 엎드린 채로 있었고 옷을 입고 신발을 착용한 상태로 머리 부위에 흙만 조금 덮여있는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대로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허술하게 유기된 시신.

여성이란 것 외에 어느 것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국과수 부검 결과 시신에서 예리한 흉기에 찔린 상처가 무려 6곳이나 발견됐습니다.

정황상 타살 가능성이 높았지만 수사는 더 이상 속도가 붙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강수만(팀장/제주 서귀포경찰서 형사1팀) : "(피해자의) 소지품이 전혀 없었고 지문을 채취해서 대조했지만 국내는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에 신원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걸렸습니다."

경찰은 피해자가 중국인 혹은 동남아인이 아닐까 추측을 했고 인상착의가 담긴 전단을 배포하며 피해자 인적사항 확인에 주력합니다.

그러던 중 경찰은 탐문수사 과정에서 한 주점 업주에게서 수사 단서를 포착합니다.

<인터뷰> 강수만(팀장/제주 서귀포경찰서 형사1팀): "몇 개월 전에 종업원이 나갔는데 지금까지 안 들어오고 있다 그래서 좀 그거에 대해서 확인해달라면서……."

경찰 조사 결과 숨진 여성은 해당 주점에서 일하던 중국인 종업원 B씨로 밝혀졌습니다.

25살인 B씨는 지난해 10월 7일 관광객 신분으로 제주도에 들어왔습니다.

B씨는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불법 체류자로 남아 제주도에 있는 주점에서 일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부터 업소에 나오지 않으면서 행방이 묘연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숨진 여성의 신원을 확인한 경찰은 지난달 18일 유력한 용의자로 30대 한국인 남성을 긴급 체포합니다.

해당 남성은 살해된 여성이 일하던 주점의 단골손님으로 B씨와 심야에 따로 만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틀 뒤 경찰은 증거 부족으로 해당 남성을 석방합니다.

그렇게 해결될 뻔 했던 사건이 다시 미궁에 빠지던 중 경찰은 유가족에게서 중요한 단서를 확보합니다.

<인터뷰> 강수만(팀장/제주 서귀포경찰서 형사1팀): "현금 인출시 인출내용을 유가족에게 통보 가도록 피해자가 한국에 입국하기 전에 그렇게 설정해놨습니다. 그래서 돈을 인출한 내역이 휴대전화 문자가 와 있다."

피해 여성이 중국은행에 개설한 계좌에서 지난 연말부터 수차례 돈이 빠져나갔다는 것.

B씨가 유가족과 연락이 끊겼던 시기와 일치했습니다.

B씨의 계좌에서 8차례에 거쳐 빠져나간 돈은 619만 원.

돈을 빼 간 사람은 의문의 남성이었습니다.

<인터뷰> 강수만(팀장/제주 서귀포경찰서 형사1팀): "두건을 착용해서 얼굴을 가린 상태기 때문에 이것은 돈을 노린 금품을 노린 강도일 수도 있다고 판단해서……."

그때부터 수사는 급물살을 탑니다.

사진 등을 토대로 용의 선상에 오른 남성은 중국인 A 씨.

경찰은 통화 기록을 확인하며 수사망을 좁혀갔고 A씨는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자수를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이연욱(수사과장/제주 서귀포경찰서) : "형사가 찾아와 자신과 피해자와의 관계를 확인하고 본인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가는 등 수사망이 좁혀오자 자수할 것을 결심하고……."

범행 4개월여 만에 밝혀지게 된 사건의 전말.

그렇다면 대체 A 씨는 왜 이런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걸까?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중국인이 쓰는 SNS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녹취> 이연욱(수사과장/제주 서귀포경찰서 수사과장) : "메신저로 대화하면서 친분을 쌓았고 피해자가 구직 상담을 하면서 몇 차례 만남을 갖기도 하고 가까운 관계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친분을 이어오다 지난해 12월 30일, 드라이브를 하게 된 두 사람.

하지만 차에서 말다툼이 시작됐고, 곧 폭행으로 이어졌습니다.

<인터뷰> 강수만(팀장/제주 서귀포경찰서 형사1팀) : "금전 관계가 있었는데 서로가 시비가 생겨서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폭행 끝에 차에 있던 흉기로 B씨를 살해했고 사흘간 시신을 차에 싣고 다니며 유기할 곳을 찾아다녔다는 A씨.

그렇게 서귀포의 임야에 시신을 유기한 뒤 피해 여성의 계좌에서 빼낸 돈은 거의 카지노에서 탕진했습니다.

또 범행 일주일 뒤부터는 다시 자신의 차량에 중국인 관광객들을 태워 다니며 평소처럼 가이드 일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렇다면 A씨는 범행 후 넉 달이 지나도록 왜 도주하지 않은 걸까,

<인터뷰> 강수만(팀장/제주 서귀포경찰서 형사1팀) : "가족이 있어서 혼자만 어디를 출국하거나 그러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A씨는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피해 여성을 외진 곳에 데려간 점과 차량 안에 흉기가 있었던 점으로 미뤄 계획된 범죄로 보고 있는 상황.

경찰은 오늘 오후 현장검증 등을 통해 계획범죄 가능성과 공범 여부 등을 살필 예정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