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나룻배마을 찾은 탈북민 ‘착한 봉사단’

입력 2016.05.21 (08:20) 수정 2016.05.2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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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정착하는 과정에서 여러 도움을 받다보니 아무래도 탈북민들은 ‘도움만 받는 사람’, 이런 식의 편견도 있는 게 현실입니다.

네, 하지만 요즘엔 단순한 정착을 넘어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탈북민들도 많다고 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분들이 그런 경우죠?

네, 봉사활동을 벌인 장소도 의미가 각별한 곳이어서 더욱 눈길을 끕니다.

탈북 봉사단원들과 젊은 대학생들이 함께 찾은 최북단 ‘나룻배 마을’의 봉사 현장, 홍은지 리포터와 함께 떠나보시죠.

<리포트>

모내기 준비를 마친 들녘을 따라 한참을 달리자 아름다운 임진강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한적한 시골 마을.

휴전선에 인접한 경기도 연천의 ‘나룻배 마을’입니다.

<녹취> "와, 재미있겠다. (와, 진짜 재미있겠다. 와, 옛날냄새 물씬 나는데?)"

나룻배를 타고 임진강을 건너, 지금은 북녘 땅이 된 곳까지 수시로 오가던 데서 붙여진 마을 이름인데요.

<인터뷰> 양정모(나룻배마을 체험객) : "사라져가는 것들을 우리 아이들이 다시 한 번 타면서 느끼는 게 있을 것 아니에요. 경험이 공유된다고 할까요. 그런데 있어서 참 의미가 깊은 것 같고요."

6.25전쟁 전 38선 이북의 북한 마을이었던 이곳은 DMZ에 접한 최북단 마을답게 자연의 때 묻지 않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조용하던 ‘나룻배 마을’에 오늘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마을 회관에서는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손길이 분주한데요.

<인터뷰> 김철남(‘착한 봉사단’ 회원) : "여기 동네에 계시는 어르신들 오늘 효도잔치라고 해서 봉사하러 나왔습니다."

두릅나무 속을 갈아 넣어 면을 만든 두릅냉면부터 기름에 지져낸 두부 사이에 밥을 넣어 먹는 두부 밥, 잔칫상에나 주로 오른다는 쫄깃한 찹쌀순대까지.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북한식 음식을 준비하는 이들은 탈북 봉사자들입니다.

<인터뷰> 김철남(‘착한 봉사단’ 회원) : "음식 문화를 서로 잘 모르고 지내왔고 그런데 우리가 와서 이북식 음식 대접해 드리면서, 지금 이런 것도 먹고 있고 하는 걸 알려도 드리고, 같이 드시기도 하고..."

각 지역의 탈북 봉사단 10여 팀이 뭉쳐 지난해 출범한 ‘착한 봉사단’의 회원들인데요.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맛보는 어르신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합니다.

<인터뷰> 정규철(연천 나룻배마을 주민) : "너무 시원하고 맛있고 좋아요. 아주 냉면 이렇게 맛있는 건 처음 먹어보네..."

<인터뷰> 최정숙(연천 나룻배마을 주민) : "아니 우리는 탈북민들한테 해준 것도 없어요. 마음만 아프죠.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받아도 되려나 모르겠어요. 너무 고마워서..."

열일곱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난 장문선 할아버지는 오랜만에 맛보는 북한 음식에 고향 생각이 더 간절해집니다.

<인터뷰> 장문선(연천 나룻배마을 주민) : "옛날생각 많이 나지. 개성 생각 많이 나지. 이렇게 준비해준 것이 고맙죠."

이런 어르신들을 보면서 12년 전 남한에 온 서연 씨의 마음도 먹먹해지기만 합니다.

<인터뷰> 이서연(‘착한 봉사단’ 회원) : "어르신들 보면 남 같지 않고, 저희 부모님들이 드시는 것 같았고, 맛있게 드시는 거 보니까 역시 한민족이구나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고향이 지척인 최북단 마을을 찾은 감회도 남다른데요.

<인터뷰> 이서연(‘착한 봉사단’ 회원) : "운전하면서 보니까 북한에 대한 것들도 군데 군데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남달랐어요. 새롭고, 이 길로 쭉 가서 북한(고향)까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던 것 같아요."

흔히 도움을 받는 대상으로 여겨졌던 탈북민들.

어느덧 함께 통일을 이루어 갈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요.

그간 받은 도움을 이제 다른 사람들을 위해 나누고 싶은 이들이 모여 특별한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청명한 봄 하늘 아래, 길게 이어진 축대 벽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그림을 그려 넣습니다.

바로 옆, 버스정류장에서도 휑한 벽에 수십 명이 늘어서 부지런히 붓질을 합니다.

마을 곳곳에 ‘통일 벽화’를 그리는 이 작업은 착한봉사단과 한 대학 봉사단이 손잡고 시작했는데요.

<인터뷰> 이인정(고려대 사회봉사단) : "탈북민들과 함께 하는 것은 오래되진 않았지만 항상 같이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와서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뜻 깊어요."

한 달 넘게 준비를 함께하면서 알게 모르게 쌓여있던 마음의 벽을 허물고, 서로에 대한 생각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인터뷰> 박소준(고려대 사회봉사단) : "보통 사람들이 탈북주민이라고 하면 남한 사회에서 전적으로 도움을 받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분들이 우리에게 이제는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었구나 하는..."

학생들이 그려놓은 밑그림에 열심히 색을 입히는 탈북민 봉사단원들.

힘을 모아 그려 나가는 이 벽화의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겠죠?

북녘 땅과 맞닿아 있는 최북단 마을에서 함께 통일의 소망을 그리는 사람들.

이렇듯 서로 소통하고 어우러진다면 통일의 씨앗이 심어지고, 또 무럭무럭 자라나지 않을까요?

휑하던 벽에 어느 새 그림이 하나씩 완성돼 갑니다.

나룻배마을의 사계절과 아름다운 자연을 담은 벽화들.

<인터뷰> 최은희(‘착한 봉사단’ 회원) : "기분이 너무 좋고 무언가를 새긴 것 같은 느낌. 우리 땀이 여기 스며있었다고 생각하고 자부심을 가지게 될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통일을 향해 달려가는 ‘통일열차’가 눈길을 끄는데요.

<인터뷰> 김철남(‘착한 봉사단’ 회원) : "마음은 벌써 고향에 가있어요. 이 기차 타고 고향에 친구들, 부모님 있는 곳에 가는 것 같아요."

한 획 한 획 완성돼 가는 이 그림들처럼 작은 마음과 마음이 모인다면 언젠가 이 통일 열차도 달리기 시작하지 않을까요?

<인터뷰> 전해원(연천 나룻배마을 주민) : "이 열차가 지금 남북이 가로막혀서 앞으로 가지 못하고 여기 대마리 역(강원도 철원군)에서 정지되어 있는데요. 빨리 남북통일이 돼서 이 열차가 마음껏 씩씩하게 달렸으면 합니다."

북녘 땅에 가장 가까운 최북단 마을에서 함께 통일의 꿈을 심은 탈북민들과 대학생들, 이런 소통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며 통일의 결실을 맺을 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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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나룻배마을 찾은 탈북민 ‘착한 봉사단’
    • 입력 2016-05-21 08:33:01
    • 수정2016-05-21 11:24:17
    남북의 창
<앵커 멘트>

정착하는 과정에서 여러 도움을 받다보니 아무래도 탈북민들은 ‘도움만 받는 사람’, 이런 식의 편견도 있는 게 현실입니다.

네, 하지만 요즘엔 단순한 정착을 넘어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탈북민들도 많다고 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분들이 그런 경우죠?

네, 봉사활동을 벌인 장소도 의미가 각별한 곳이어서 더욱 눈길을 끕니다.

탈북 봉사단원들과 젊은 대학생들이 함께 찾은 최북단 ‘나룻배 마을’의 봉사 현장, 홍은지 리포터와 함께 떠나보시죠.

<리포트>

모내기 준비를 마친 들녘을 따라 한참을 달리자 아름다운 임진강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한적한 시골 마을.

휴전선에 인접한 경기도 연천의 ‘나룻배 마을’입니다.

<녹취> "와, 재미있겠다. (와, 진짜 재미있겠다. 와, 옛날냄새 물씬 나는데?)"

나룻배를 타고 임진강을 건너, 지금은 북녘 땅이 된 곳까지 수시로 오가던 데서 붙여진 마을 이름인데요.

<인터뷰> 양정모(나룻배마을 체험객) : "사라져가는 것들을 우리 아이들이 다시 한 번 타면서 느끼는 게 있을 것 아니에요. 경험이 공유된다고 할까요. 그런데 있어서 참 의미가 깊은 것 같고요."

6.25전쟁 전 38선 이북의 북한 마을이었던 이곳은 DMZ에 접한 최북단 마을답게 자연의 때 묻지 않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조용하던 ‘나룻배 마을’에 오늘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마을 회관에서는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손길이 분주한데요.

<인터뷰> 김철남(‘착한 봉사단’ 회원) : "여기 동네에 계시는 어르신들 오늘 효도잔치라고 해서 봉사하러 나왔습니다."

두릅나무 속을 갈아 넣어 면을 만든 두릅냉면부터 기름에 지져낸 두부 사이에 밥을 넣어 먹는 두부 밥, 잔칫상에나 주로 오른다는 쫄깃한 찹쌀순대까지.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북한식 음식을 준비하는 이들은 탈북 봉사자들입니다.

<인터뷰> 김철남(‘착한 봉사단’ 회원) : "음식 문화를 서로 잘 모르고 지내왔고 그런데 우리가 와서 이북식 음식 대접해 드리면서, 지금 이런 것도 먹고 있고 하는 걸 알려도 드리고, 같이 드시기도 하고..."

각 지역의 탈북 봉사단 10여 팀이 뭉쳐 지난해 출범한 ‘착한 봉사단’의 회원들인데요.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맛보는 어르신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합니다.

<인터뷰> 정규철(연천 나룻배마을 주민) : "너무 시원하고 맛있고 좋아요. 아주 냉면 이렇게 맛있는 건 처음 먹어보네..."

<인터뷰> 최정숙(연천 나룻배마을 주민) : "아니 우리는 탈북민들한테 해준 것도 없어요. 마음만 아프죠.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받아도 되려나 모르겠어요. 너무 고마워서..."

열일곱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난 장문선 할아버지는 오랜만에 맛보는 북한 음식에 고향 생각이 더 간절해집니다.

<인터뷰> 장문선(연천 나룻배마을 주민) : "옛날생각 많이 나지. 개성 생각 많이 나지. 이렇게 준비해준 것이 고맙죠."

이런 어르신들을 보면서 12년 전 남한에 온 서연 씨의 마음도 먹먹해지기만 합니다.

<인터뷰> 이서연(‘착한 봉사단’ 회원) : "어르신들 보면 남 같지 않고, 저희 부모님들이 드시는 것 같았고, 맛있게 드시는 거 보니까 역시 한민족이구나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고향이 지척인 최북단 마을을 찾은 감회도 남다른데요.

<인터뷰> 이서연(‘착한 봉사단’ 회원) : "운전하면서 보니까 북한에 대한 것들도 군데 군데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남달랐어요. 새롭고, 이 길로 쭉 가서 북한(고향)까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던 것 같아요."

흔히 도움을 받는 대상으로 여겨졌던 탈북민들.

어느덧 함께 통일을 이루어 갈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요.

그간 받은 도움을 이제 다른 사람들을 위해 나누고 싶은 이들이 모여 특별한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청명한 봄 하늘 아래, 길게 이어진 축대 벽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그림을 그려 넣습니다.

바로 옆, 버스정류장에서도 휑한 벽에 수십 명이 늘어서 부지런히 붓질을 합니다.

마을 곳곳에 ‘통일 벽화’를 그리는 이 작업은 착한봉사단과 한 대학 봉사단이 손잡고 시작했는데요.

<인터뷰> 이인정(고려대 사회봉사단) : "탈북민들과 함께 하는 것은 오래되진 않았지만 항상 같이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와서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뜻 깊어요."

한 달 넘게 준비를 함께하면서 알게 모르게 쌓여있던 마음의 벽을 허물고, 서로에 대한 생각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인터뷰> 박소준(고려대 사회봉사단) : "보통 사람들이 탈북주민이라고 하면 남한 사회에서 전적으로 도움을 받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분들이 우리에게 이제는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었구나 하는..."

학생들이 그려놓은 밑그림에 열심히 색을 입히는 탈북민 봉사단원들.

힘을 모아 그려 나가는 이 벽화의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겠죠?

북녘 땅과 맞닿아 있는 최북단 마을에서 함께 통일의 소망을 그리는 사람들.

이렇듯 서로 소통하고 어우러진다면 통일의 씨앗이 심어지고, 또 무럭무럭 자라나지 않을까요?

휑하던 벽에 어느 새 그림이 하나씩 완성돼 갑니다.

나룻배마을의 사계절과 아름다운 자연을 담은 벽화들.

<인터뷰> 최은희(‘착한 봉사단’ 회원) : "기분이 너무 좋고 무언가를 새긴 것 같은 느낌. 우리 땀이 여기 스며있었다고 생각하고 자부심을 가지게 될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통일을 향해 달려가는 ‘통일열차’가 눈길을 끄는데요.

<인터뷰> 김철남(‘착한 봉사단’ 회원) : "마음은 벌써 고향에 가있어요. 이 기차 타고 고향에 친구들, 부모님 있는 곳에 가는 것 같아요."

한 획 한 획 완성돼 가는 이 그림들처럼 작은 마음과 마음이 모인다면 언젠가 이 통일 열차도 달리기 시작하지 않을까요?

<인터뷰> 전해원(연천 나룻배마을 주민) : "이 열차가 지금 남북이 가로막혀서 앞으로 가지 못하고 여기 대마리 역(강원도 철원군)에서 정지되어 있는데요. 빨리 남북통일이 돼서 이 열차가 마음껏 씩씩하게 달렸으면 합니다."

북녘 땅에 가장 가까운 최북단 마을에서 함께 통일의 꿈을 심은 탈북민들과 대학생들, 이런 소통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며 통일의 결실을 맺을 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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